2013년 3월호

“몸 파는 여자라뇨? 우리는 당당한 ‘性서비스’ 노동자”

성매매 연구 위해 성매매 나선 ‘밀사’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입력2013-02-21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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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가 여성인권 추락시킨다는 건 책임 전가
    • 여성학 강의 듣고 성매매 이해하려 性 시장으로
    • 인격, 몸, 영혼 안 팔고 돈 버는 직업도 있나
    • 화대엔 ‘감정노동’ ‘사회적 낙인’ 대가 포함
    • ‘성노동자 = 사회적 성욕조절 도구’ 인식 버려야
    “몸 파는 여자라뇨? 우리는 당당한 ‘性서비스’ 노동자”
    올해로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이 시행된 지 9년째다. 2004년 9월 성특법 시행 이후 성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이 줄어들고,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효과를 거두긴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는 여전히 거대한 시장으로 남아 있다. ‘인간 본능’ ‘생존권’ ‘성적 자기결정권’ 등 다양한 이유를 내세우며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성매매 합법화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지난 1월 서울북부지법 오원찬 판사가 성노동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성매매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한다’)에 대한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론 내리면 개인 간의 성매매가 합법화할 수 있다.

    성매매 합법화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취재하던 중 파격적인 주장을 접할 수 있었다. “성노동은 노동이며, 성매매 종사자도 당당한 노동자다” “성매매는 성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성 서비스를 주고받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밀사(@Milsa_)’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성노동 활동가가 그 주인공. 그는 대학 시절 성노동자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성매매에 뛰어든 후 인터넷에 ‘성노동 실험 일지’를 올리기도 했다. 1980년대의 운동권 학생들이 노동현장에 투신한 경우는 많았지만, 성노동자를 이해하려고 직접 성매매에 나선 사례는 흔치 않다.

    그는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동의했다. “성매매에 대해 보수적 시각을 가졌을 ‘신동아’ 독자들에게 다른 시각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다만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얼굴 사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왜 부끄러운 돈인가?



    ▼ ‘밀사’라는 닉네임부터 독특하다.

    “글자 그대로 ‘특별한 임무를 띤 은밀한 사신’이란 뜻이다. 2010년 처음 트위터를 할 때 사용한 개인 계정이다.”

    ▼ 파격적인 주장을 펴다보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을 텐데.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트위터를 통한 토론을 환영한다.”

    ▼ 몇 살인가.

    “1989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스물다섯인가.”

    ▼ 지금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대학 휴학 중이다. 이번 학기에 복학해 내년에 졸업할 계획이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GG)’(www.ggsexworker.org)의 조직 실무를 담당하는 반(半)상근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일주일에 이틀씩 한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반상근 활동비와 아르바이트로 번 80만 원으로 생활한다.”

    ▼ ’지지’는 어떤 단체인가.

    “성노동자가 법적 처벌이나 도덕적 비난을 받지 않고, 인격권, 자기결정권, 노동권, 건강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현장 활동과 연구를 병행하며 문화운동을 펼치는 모임이다. 또한 성노동 당사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활동 회원은 13명이다. 성노동을 생업으로 하는 회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회원도 있다.”

    ▼ 성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괴리는 없나.

    “그런 것은 없다. 지금 성노동에 종사하는 연희라는 친구도 그런 걸 느낀 적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성노동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려 하지 않는다. 같은 회원인데 생업이 성노동인 사람, 성노동 연구자인 사람, 아직 학생인 사람 등이 있을 뿐이다.”

    “성매매, 늘 끔찍하진 않았다”

    밀사는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대생 차림이었다. 그렇다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생머리를 질끈 묶은, 전투적인 운동가의 모습도 아니었다. 성매매는 물론, 사회운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그가 어떻게 남다른 길을 걷게 됐을까.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2010년 가을, 여성학 시간에 여성가족부에서 만든 성특법 홍보 영상을 보게 됐다. 영상에서 탈(脫)성매매 여성이 “지금 하는 일이 성매매를 할 때보다 버는 돈은 적지만, 돈의 가치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왜 거기서 버는 돈은 부끄럽고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져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 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모르겠다. 막말로 생판 모르는 사람이랑 섹스하는 것도 힘들진대, 당사자가 그런 힘듦과 노고를 떳떳하게 여기지 못하고 스스로를 부정하게 하는 사회의 시선에 화가 났다고 해야 할까. 물론 당시에는 나 역시 성노동자를 향한 기존의 통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그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 정도는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쓴 습작 소설 중에, 줄거리는 잊어버렸지만 주인공이 집창촌을 찾아가 거기서 일하는 여성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내용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

    ▼ 속상한 것과 직접 뛰어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영상을 본 후 한두 주쯤 고민했던 것 같다. 그해(2010년) 11월 초부터 시작했다. 오래하지는 않았다. 나도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일단 그걸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성노동자의 노동이 왜 그렇게 취급받아야 하는지, 정말 거기에 노동의 측면이 없는 건지, 있다면 어떤 형태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경험에서 성노동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을 뭔가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내게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글 쓰는 사람들이 가장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거다. 그리고 내가 이걸 경험하고 공론화했을 때 어떤 파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성노동자 인권운동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고, 나중에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

    ▼ 순결,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나.

    “별로…. 보통 스무 살이 넘으면…애인이 있으면 언젠간 섹스를 하겠거니 생각하지 않나? 우리 윗세대도 그러지 않았나 싶다.”

    ▼ 성을 파는 것은 개인의 인격을 파는 것, 심지어 영혼을 파는 행위라는 비난도 있다.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영혼을 팔지 않는 노동이 있나. 성매매에 대해 혐오감이나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은 힘들겠지만, 애인이 아닌 사람과도 섹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거다.”

    고도 숙련 필요한 감정노동자

    ▼ 그래도 애인이랑 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나.

    “그렇기도 한데, 생각해보면 안 그렇기도 하다. 애인이랑 하는 모든 섹스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상대가 원해서 그냥 몸을 대주는 기분이 들 때도 있는 거고…. 성노동자로서 섹스를 할 때도 긴장감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와 잘 맞아 좋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밥벌이가 늘 고되지만 가끔은 일의 보람을 느끼는 것과도 비슷한 것이다. 언제나 끔찍하고 하기 싫은 것은 아니다.”

    ▼ 직접 성노동을 경험해보니까 어땠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서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섹스면 즐길 만큼만 하면 되는데, 돈을 받으면 받은 만큼 해줘야 했다. 이런저런 요구도 많고…. 그런데, 하다보니까 단순히 욕구 해소만을 위해 성구매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성을 구매해본다는 사람이 있었다. 애인이랑 얼마 전에 헤어졌다고 하는데, 나를 애인 대하듯 하고, 내가 애인 대하듯 해주길 바랐다. 그 사람도 나랑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지, 나중에 내가 일을 그만뒀다고 하는데도 계속 연락을 해왔다. 그걸 보면서 성노동이 단순히 섹스만 파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성노동은 생각보다 전문적인 측면이 많다. 손님마다 요구가 다르다. 거기에 맞춰 서비스를 하려면 숙련이 필요한 노동이다. 그저 성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대만의 성노동자단체 대표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성적 기능이 원활하지 않던 남성이 자신과 만난 후 성과 섹스에 대한 이런저런 스킬을 습득해 결국 결혼에 성공한 사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참 특기할 만한 점인데, 성구매자들은 아내나 가족 등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성노동자에게 털어놓고 위로받기도 한다.”

    ▼ 어떤 곳에서 일했나.

    “집창촌이나 안마시술소 같은 곳에 들어가는 방법을 몰라 채팅 사이트를 통한 조건만남으로 일했다. 모텔비 제외하고 한 번 할 때마다 10만 원씩 받았다. 그땐 시세를 몰라 그렇게 받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작은 액수였다.”

    ▼ 일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조건만남이라 정체를 모르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두려움이 컸다. 위험에 처했을 때 보호받을 데도 없고.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 하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늘 두려움이 있었다. 실제로 준(準)강간 수준의 거친 폭력을 당한 일도 있다.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다. 성매매가 불법인 이상, 신고하면 나도 처벌받기 때문이다. 성매매 업계 사람들 말로는 조건만남이 가장 위험하다고 하더라.”

    ▼ 사회적 시선은 두렵지 않았나.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조심해야지…하는 정도? 공포심을 가질 정도였다면 못했을 것이다.”

    ▼ 일을 그만둔 이유는.

    “가족들과 살고 있어서 일하기가 쉽지 않았다. 손님을 만나면서 소요되는 감정노동,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성노동에 대한 지식과 가치관, 정신적 기반이 어느 정도 확고해진 지금이라면 그처럼 쉽게 그만두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그렇지 못했다.”

    ▼ 부모님은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엄마와 말다툼을 하던 중에 홧김에 이야기했다. 많이 당황하셨고, 엄청 힘들어하셨다. 내가 그전에 문제아였던 것도 아니었으니 충격이 컸을 것이다. 아버지는 모르시는 것 같다.”

    ▼ 성노동은 편의점이나 식당 아르바이트와 비교해 어떤가.

    “노동 강도나 양으로만 따진다면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것에 비해 돈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감정노동의 대가와 위험성, 사회적 낙인을 감내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편의점에서 일하면 임금은 쥐꼬리만큼 적어도 그 일을 한다는 것 때문에 부끄러워한다든지 부담을 갖지는 않지 않나.”

    “성매매 완전 非범죄화 지지”

    현재 성매매를 둘러싼 담론은 크게 4가지다. 성매매특별법을 옹호하는 ‘완전 불법화’, 성노동자에 대한 처벌을 없애야 한다는 ‘성판매자 비범죄화’, 성판매자와 성구매자 모두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개인 간 성매매 합법화’, 그리고 성매매 알선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완전한 비범죄화’다.

    ▼ 성특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성과가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매매를 둘러싼 환경, 폭력과 착취의 요소들을 드러낸 것은 의미가 있다. 구매자 혹은 업주와의 관계 등에서 폭력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 이런 문제들이 공론화했다. 또한 성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법 시행 전과 비교해 조금 달라졌다. ‘윤락(淪落)’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엔 성노동자를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으로 규정했다. 그들의 인권은 완전히 무시됐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 성과가 있긴 해도 결과적으로는 이 법이 성노동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이상, 지금의 성특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 파는 여자라뇨? 우리는 당당한 ‘性서비스’ 노동자”
    ▼ 성매매가 어디까지 합법화하는 게 좋을 것 같나.

    “완전한 비범죄화가 바람직하다. 알선행위까지 합법화해야 한다. 여성계 일부에선 성노동자의 비범죄화에는 동의하면서 성구매자는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되면 성구매자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성 거래의 증거가 되는 콘돔 사용을 거부하는 등 오히려 성노동자들을 사각지대로 몰아갈 수 있다.”

    ▼ 알선업자까지 합법화하자는 건 뜻밖이다. 현실을 보면 알선업자는 착취자 아닌가.

    “꼭 그렇다고 말할 순 없다. 한국 내 모든 성매매 업소의 상황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에선 성노동자와 포주가 6대 4, 또는 5대 5로 배분하는 걸로 안다. 엄청난 착취가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니다. 현실이 이렇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성매매가 비범죄화하면 배분이 더 투명해질 수 있다고 본다.”

    ▼ 공창제를 실시하면 포주 같은 알선업자가 배제돼 성노동자 몫이 더 커지지 않을까.

    “배분 문제는 굳이 공창제가 아니어도 풀 수 있다. 공창제는 국가가 포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노동자에겐 안 그러면서 왜 성노동자만 국가가 특별관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은 성노동자를 골칫거리로 여겨 사회에서 격리하고 감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다. 또한 공창이 만들어져도 법망 바깥의 사창은 그대로 존재한다. 오히려 성노동자들이 계급화화는 문제가 발생한다.”

    ▼ 공창제를 하면 폭력이나 위생 위협으로부터 더 안전해지지 않겠나.

    “성노동자에겐 단속 등 국가 공권력의 폭력이 더 큰 위협이다. 그리고 위생과 안전을 왜 성노동자만 책임져야 하나. 성특법 이전 ‘윤락행위등방지법’ 시절엔 단속을 묵인하는 대가로 집창촌 성노동자들에게 위생증을 발급하고 강제 검진을 했다. 이건 폭력이고 인권 유린이다. 성병을 옮기는 주범은 구매자이지 성노동자가 아니다.”

    “성노동 자발성 따지는 건 무의미”

    ▼ 그래도 성특법이 폐지되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지금 당장 완전한 비범죄화가 된다면 많은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기업형 성매매가 더 성행할 위험이 있고, 여타의 노동에서 흔히 일어나는 노동권 유린, 복지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특히 반(反)성매매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여성의 몸을 쉽게 살 수 있다는 생각 등 반여성주의적 사고가 확산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비범죄화하는 게 낫다. 조건만남이나 오피스텔 성매매를 포함해 한국의 성노동자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다. ‘남자들이 여성의 몸을 성욕의 도구로 쓴다’는 관념적 문제보다 성노동자가 피부로 느끼는 위험은 더 직접적이고 절실하다.”

    ▼ 대부분의 국가에서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한다.

    “성매매는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에 ‘범죄’라는 말과 연결될 수 없다. 우리나라도 가입해 있는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2011년 12월 성노동을 비범죄화하고 성노동자가 다른 노동자처럼 노동현장에서 차별과 착취,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법과 HIV에 관한 국제위원회(Global Com-mission on HIV and the Law)는 지난해 7월 인신매매방지법을 합의된 성인 간 성노동(consensual adult sex work)에 적용해선 안 된다고 정부와 시민사회에 강력하게 요청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성노동이 직업으로 인식되어 노동자와 고객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규제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 ‘성노동자’란 표현을 쓰는데, 성매매가 노동이라는 건가.

    “노동의 사전적 정의는 ‘자신의 몸이나 지식을 이용해 용역을 제공하는 행위’다. 거기에 안 들어맞을 이유가 없다.”

    ▼ 성은 개인의 인격처럼 거래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성을 어떤 도덕의 틀에 끼워 맞추려는 생각이다. 성은 그 자체가 실천이고 행위이지 어떤 실체는 아니다. 모든 노동처럼 성노동도 노동이고 거래될 수 있다.”

    ▼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믿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이러한 이야기들을 믿고 싶지 않아 하는 건 성노동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성노동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와 관계 맺느냐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예를 들면 아내가 있는 사람이 성을 구매하는 게 문제냐 아니냐, 사랑 없이 섹스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당사자 간 합의의 문제이지 성노동이 본질적으로 품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혼남이 아내의 동의 없이 성을 구매했다면 기혼남이 비난을 받아야지 성노동자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어찌 보면 결혼이야말로 가장 고전적인 ‘성 거래’다. 거기서부터 여성의 성이 남성의 소유물처럼 인식되면서 성노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비롯됐다고 본다.”

    ▼ 성노동자들은 대부분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성매매가 자발적 행위가 아니라는 얘기다.

    “다른 노동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정말 그 일이 하고 싶어서, 자아실현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이유로 일을 하겠지만 돈이 필요해 하는 게 가장 큰 이유 아닌가. 물론 그 안에서 나름의 보람을 찾는 사람도 있고, 싫지만 억지로 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성노동도 마찬가지다. 자발성과 비자발성을 가르는 건 의미가 없다.

    물론 빈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면 생계 때문에 성노동을 하는 사람은 크게 줄 것이다. 그렇다고 한 명도 없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여타의 노동과 마찬가지로, 성노동에 대한 낙인과 편견의 시선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순전히 자신의 적성과 직업적 재능만으로 성노동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다른 노동에는 들이대지 않는 특별한 기준을 성노동에만 들이대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 성매매 하는 것을 직업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자부심을 갖기 힘든 직업 아닌가.

    “왜 그렇게 생각하겠나.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 사회가 가진 생각들을 습득하면서 자라나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성노동에 적대적인 우리 사회에서 성노동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기란 쉽지 않다. 성노동도 하나의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자랐다면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함께 활동하고 있는 성노동자인 연희 씨의 경우 ‘성노동 담론’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 자신의 일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가 이 질문에 정확히 대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판매한 성기가 왜 내게 있나

    그는 성매매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말 중에 수정돼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몸을 판다’가 대표적이다. 그는 성매매가 몸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성매매는 장기매매처럼 신체 자체를 상품화하는 게 아니다. 이와 관련, 한국의 성노동자가 정확한 지적을 했다. ‘막말로 몸을 파는 거라면 내 몸을 벌써 수십 번은 더 팔았는데 왜 내 성기는 여전히 내게 있는가?’라고.”

    ▼ 거래하는 시간 동안은 남성이 여성의 몸을 지배하니까, 몸을 산다는 게 맞지 않나.

    “그런 착각들이 문제다. 예를 들어 안마를 받는다고 해서 안마사의 몸을, 손을 산다고 하지 않는다. 정말로 몸의 소유권을 산다면 성노동자가 입을 뻥긋하는 것까지 구매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구매자는 서비스를 받아야 하니까 오히려 수동적 입장이 된다. 몸을 사고판다는 말은 여성의 몸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망, 그것이 정말 가능하다는 착각에서 나온 것이다.”

    “몸 파는 여자라뇨? 우리는 당당한 ‘性서비스’ 노동자”
    ▼ 성구매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 깨닫고 인정하자는 것이다. 구매자가 돈을 주고 성노동자의 몸을 산다고 생각하기에 성노동자를 자신의 소유로 여기고 함부로 대한다. 성적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라고 인식한다면 성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단적으로, 사람들은 아이돌 스타를 다분히 성적으로 소비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몸을 산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 성서비스를 정의한다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 사회에서 섹슈얼한 것이라고 느껴지고 향유되는 일련의 행위를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성서비스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성기결합 섹스 서비스는 성서비스의 일부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귀청소방’이란 게 있다. 정말 귀청소만 받아도 사람들은 거기서 성적 만족감을 얻는다. 많은 남성이 사정을 해야만 섹스가 끝나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그런 고정관념부터 바뀌어야 한다.”

    성문제는 인권의식 지표

    여성계는 성매매에 대해 “개인과 개인 간의 단순한 성적 거래가 아니라 ‘남성’ 권력의 카르텔이 유지되는 ‘장’에서 ‘여성’이 거래되는 행위이며,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행위”라고 규정한다. 성매매에도 노동의 측면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성노동을 인정하면 모든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되돌리게 된다. 성의 상품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는 사라지고 오로지 거래행위만 남게 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폭력과 피해는 고스란히 성노동자의 몫이 되어버린다. 본질을 왜곡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 성노동 담론이 성매매를 둘러싼 많은 문제를 외면하는 것 아닐까.

    “가장 심한 오류는 착취, 폭력 등 성매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성매매의 본질적인 문제로 보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그렇게 보이는 것은 성노동에 많은 게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성과 노동은 인류에게 사실상 모든 것이다. 그 사이에 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성매매는 그 사회가 품은 문제들을 가장 첨예하게 안고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성매매 문제는 그 사회의 인권의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 성노동자를 남성의 성욕을 사회적으로 조절하는 도구로 보는 일부 남성단체에서도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한다. 성노동 합법화 주장이 결과적으로 이들의 주장에 도움을 주는 건 아닌가.

    “목적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 그들의 주장대로 합법화되면 성노동자의 처우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반면 성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합법화는 그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법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합법화라는 단어는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 앞으로 계획은.

    “졸업 후에도 성노동자 인권운동을 계속하겠지만, 성폭력상담사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아직 우리는 ‘성폭력이 무엇인가’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이것이 범죄라는 데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과도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더 생각하고 공부하고 싶다. 또한 ‘성매매=성폭력’이라는 주장이 왜 틀린지를 더욱 명징하게 풀어내고 싶다.

    성노동자에 대한 성적 폭력도 문제다. 구매자가 성노동자를 서비스 제공자로 보지 않고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할 때 실제로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성매매 자체가 폭력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를테면 성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성 자체를 추악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런 폭력을 당했기 때문에 이후에 성적 쾌감을 느낀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그건 ‘성’과 ‘폭력’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오류다. 성폭력은 강도 높은 폭력으로, ‘성’과는 분리해서 논해야 한다. 성매매 문제도 이와 같다. 성매매, 그리고 성매매 과정에서 행해지는 폭력은 분리해 사고해야 한다.

    성노동이 여성 인권을 하락시킨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화가 난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성매매만의 문제로 축소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성노동자만 사라지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너무 기만적이다. 반면, 성노동자가 없어지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남성 마초들도 문제다. 남성의 성욕을 왜 사회가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사고다. 성노동에 대한 왜곡된 의식과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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