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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 인터뷰

“朴 당선인 공약 재원, 통상적 방법으론 마련 못해”

‘MB노믹스’ 이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朴 당선인 공약 재원, 통상적 방법으론 마련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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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선거 앞두고 정치권 ‘복지지출 청구서’ 쇄도
  • ● 재벌 문화와 관행, 글로벌 스탠더드 부합해야
  • ● 4대강 사업 10년 뒤까지 지속돼야
  • ● 성장률 낮아 서민이 고통…죄송하게 생각
“朴 당선인 공약 재원, 통상적 방법으론 마련 못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감회는 깊어 보였다. 비유하자면 그는 42km 정도를 달려온 마라토너다. 이명박(MB) 정부의 인수위원회에서부터 시작해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5년 동안 ‘MB노믹스’를 주도하면서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일해왔다.

박 장관은 2월 13일 ‘신동아’ 기자와 마주하자 “경제 살린다고 시작한 정부인데 성장률이 낮아서 서민이 고통 받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MB 정부에서 겪은 두 차례 경제위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을 크게 아쉬워했다. 4대강 사업, 녹색성장, 공기업 개혁, 금융 선진화 등 박 장관이 주도한 각종 국정 현안이 그 자신이 임기를 마치듯 깔끔하게 마무리됐다면 그의 감회는 좀 달랐을 것이다.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녹색기후기금 유치 등 MB 정부가 거둔 성과가 적지 않은데도 국민은 마무리 시점에 박수보다는 질타를 더 보낸다.

하지만 0.195km를 남겨두고서도 그는 여유를 가질 수 없다. 2월 12일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추정되는 지진이 감지되자 1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실물경제와 국가신용도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그는 과거 두 차례의 핵실험과 북한 관련 사건을 겪으며 국내 시장 참여자의 학습효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신속하게 내놓았다. 다음은 박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이번 인터뷰가 박 장관의 마지막 공식 인터뷰라고 밝혔다.

▼ 1년 8개월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선거를 염두에 둔 여러 가지 ‘청구서’가 기획재정부로 물밀 듯 날아들었죠.”



“정치권 요구 막기 힘들었다”

▼ 복지지출 증대나 재원 마련과 관련된….

“그렇습니다.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하지만, 너무 단기간에 급격하게 늘리는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경제 주체도 준비하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해요. 계획된 단계를 무시하고 갑자기 세금을 올리거나 재정지출을 늘리면 경제에 큰 충격을 줍니다. 정치권의 요구를 제어하고 순화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특히 지난해는 유로존 재정위기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아닙니까. 자고 나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어요.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강국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추락했고…. 우리는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또 인구 구조가 초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어 많은 재정지출이 예상되고 있어요. 그런데도 비축은커녕 무책임하게 지출을 늘리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학계와 언론, NGO 등에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많이 알려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신용등급이 모두 상향조정되는 낭보도 있었습니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게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 정치권의 요구 가운데 끝내 못 막은 것은.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면 당사자가 상처를 받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대학등록금 반값 문제는 어느 정도 막기는 했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했지요.”

박 장관은 정치권이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정부 재정이 과도하게 투입되는 것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 지난 5년을 돌아볼 때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정도의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경제체제나 여러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공공기관의 지분 매각, 금융산업 선진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 등 기본적인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 재정위기에 맞닥뜨리고보니 공격보다는 수비를 해서 우리 스스로 안정되는 것이 우선인 긴박한 상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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