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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대담

햇볕정책이 北 핵개발 도와 vs 개성공단 같은 곳 늘려야

보수 탈북자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장 vs 진보 탈북자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햇볕정책이 北 핵개발 도와 vs 개성공단 같은 곳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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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김 소장의 주장과 비슷했지만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남측의 원조가 북한의 핵 개발을 도와준 측면도 있습니다.

김형덕 김대중 정부는 잘했다고 봐요. 노무현 정부는 앞선 정부가 이룬 것에서 몇 걸음 못 나갔으니 잘한 게 별로 없다고 봅니다. 개성공단 같은 곳을 5개, 6개 더 만들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스톱’하면 북한 경제가 무너지는 수준으로 남북경협을 확대해야 합니다. 우리가 미국에 ‘노(No)’할 수 없는 근본적 이유도 경제적 연계 때문 아닙니까. 북한에 개성공단 같은 단지가 10개 있다고 해봅시다. 한국 기업이 철수하면 북의 100만~200만 명이 생존을 위협받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멋대로 핵실험을 할 수 있었을까요.

안찬일 햇볕정책은 목표는 좋았으나 과정, 방법에 문제가 상당히 많았어요.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에 치중한 데다 엄청난 액수의 현금이 북한으로 넘어갔습니다. 핵 개발에 남측이 넘긴 돈이 쓰였겠죠. 김정일에게 돈을 쥐여주면서도 핵 개발을 포기시키지 못했습니다. 햇볕정책은 결과적으로 큰 성과가 없었습니다. 남측의 대북정책, 북측의 대남정책이 모두 남북 내부 정치의 종속물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햇볕정책을 국내 정치에 활용했습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김형덕 대북정책이 국내 정치의 부속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런 경향은 북한이 더 심하죠.

▼ 김 소장은 북한에 건넨 현금이 핵 개발에 쓰였다고 보지 않나요.



김형덕 남측이 건넨 돈으로 핵실험을 했다? 그것은 정치적 해석일 수 있어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대북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안 줬으니 미사일 발사, 핵실험을 못했어야 정상이겠네요? 남측이 핵실험 자금을 댔다는 말은 논리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新대결 프로세스’

▼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성과라면.

안찬일 새누리당 지지자가 보기에도 성과보다는 고칠 점이 많은 정책이었습니다. 성과를 꼽으라면 우리의 체제가 가볍지 않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준 겁니다. 요구하면 주겠거니 여기던 북한의 버릇을 고쳐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퍼주기 정부’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안 주기 정부’였고요. 박근혜 정부는 ‘잘 주기 정부’가 돼야 합니다.

김형덕 성과라고 볼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 해저드에 볼을 빠뜨린 골퍼라고나 할까? 페어웨이를 조금 벗어나는 것은 괜찮은데, 해저드에 빠지면 목표 달성이 아주 어려워집니다. 압박을 하려면 전략을 제대로 짜고 압박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요.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안찬일 리더가 전략적 판단을 못한 측면은 있습니다. 많은 이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대북정책을 구사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리더가 전략적이었다면 해저드도 피하고 OB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무작정 정면질주를 하다보니 해저드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해저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정권이 끝났습니다.

▼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조기 붕괴할 소지가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안찬일 판단 미스였어요. 북한 정권이 그렇게 쉽게 붕괴할 성질의 것이 아닌데…. 일부 전문가의 말만 듣고 몽상에 빠져 있다 5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중국이 버티고 서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의 붕괴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그런 시나리오를 갖고 접근한 게 치명적인 실수라고 봅니다.

김형덕 붕괴론은 북한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내부에 대안세력이 있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붕괴를 추동하는 힘을 제공하면 정권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엔 대안 세력이 없습니다. 일당제잖아요.

▼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흘러갈 것 같습니까.

안찬일 대북정책의 키워드는 신뢰 프로세스입니다. 그냥 신뢰가 아니라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는 ‘강요된 신뢰(enforcing trust)’를 강조합니다. 남북 간 기존의 신뢰를 지킬 틀이 없는데다 북한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비핵화 천명은 무효다”라는 식으로 나오면서 핵실험까지 해 신(新)대결 프로세스로 바뀔 판국에 와 있습니다. 신뢰 프로세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지만 지금은 앞이 캄캄한 상황입니다. 그렇더라도 공단, 관광 같은 비정치적이고 비군사적인 분야에서부터 접근하면 길은 있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5년을 답습하리라고 보진 않습니다.

김형덕 민주당 지지자인 저도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을 괜찮게 봅니다. 공약을 실제로 이행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새누리당 공약과 민주당 공약이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두겠다는 겁니다. 독일식입니다. 동·서독이 대표부를 두고 갈등이 있을 때 조정하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안찬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미성숙했던 점이 많았습니다. 결국은 어떻게 잘 주느냐가 중요합니다. 1대 1의 등가 교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우리가 경제적, 물질적으로 지원하면 북에서 이산가족, 납북자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서로 줄 수 있는 것을 주고받는 게 균등한 교환입니다. 사마천이 ‘사기’에 이렇게 썼습니다. 자기보다 돈이 10배 많으면 그를 증오하고, 100배 많으면 그를 부러워하고, 1000배 많으면 그에게 고용당하고, 1만 배 많으면 그의 노예가 된다. 한국의 경제 수준은 북한 정권을 노예로 만들 수준에 와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들고 맹목적으로 굴복하지는 않겠다고 버티는 것이고요. 경제적으로 남북을 엮어나가면서 총칼을 내려놓게 하는 게 통일의 방정식 아니겠는가, 그렇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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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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