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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온건한 ‘사회주의 북한’이 중국에 가장 이익”

시진핑은 김정은을 버릴 것인가?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온건한 ‘사회주의 북한’이 중국에 가장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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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중국에 가서 최고 엘리트급 공산당 간부들과 비공개회의를 열었는데 그들이 북한을 원색적으로 성토했다. 그들은 ‘첫 번째 뚱보가 김일성이고 두 번째 뚱보가 김정일이고 세 번째 뚱보가 김정은인데, 이 세 번째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니 우리도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은 처음부터 김정은을 반기지 않았다. 김정은 체제의 수립에 대해 중국은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었다. ‘3대 세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기 김정은 후계구도 구축은 난항을 거듭했다. 김정일의 집요한 구애 끝에 중국이 김정은 후계구도를 용인한 시점은 김정일 사망 7개월 전인 2011년 5월이었다.

당시 김정일은 병마로 고통스러운 노구를 이끌고 무려 3000km를 30시간에 걸쳐 기차로 이동해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장쩌민은 이미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으나 시진핑 당시 부주석이 포함된 ‘상하이방’을 주도하는 원로였다. 차기 주석이 될 시진핑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에게 김정은의 미래를 부탁한 것이다.

그 결과, 김정일 사망 직후 중국 외교부는 4개 기관 명의의 조전에서 “우리는 북한 인민들이 조선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 슬픔을 힘으로 전환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과 한반도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전진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했다. 김정은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원래 내키지 않았던 김정은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실험, 전쟁위협으로 치닫자 김정은에 대한 중국의 반감이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마침내 중국 공산당의 통제하에 있는 언론이 그간 금기시해온 ‘북한정권 붕괴’라는 표현을 쓰기에 이른다. 4월 9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 전략문화촉진회 뤄위안 부회장의 ‘적절한 대북제재는 선의의 권고’제하의 칼럼을 실었다. 이런 내용이었다.



퇴짜 맞은 訪中 요청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북한 핵이 중국의 국가 이익을 해치기 때문이다. 북한이 외부의 공격이나 압력에 놓여 정권붕괴로 이어진다면 대규모 난민이 중국 동북지역으로 유입될 것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핵 개발을 자극할 것이다. 핵 이빨로 무장한 국가가 중국을 둘러싸는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국공산당 당교(黨校) 기관지 ‘학습시보(學習時報)’의 덩위원(鄧聿文) 부편집인은 더 직접적으로 “중국이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월 2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다. 덩 위원의 기고문은 중국 지도부와의 교감하에 나왔을 것이라는 설이 돌았다. 우리 언론도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는 계기일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후 덩위원은 부편집인 자리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완전히 쫓겨나진 않았다. 덩위원은 기고문에서 “중국은 남한 주도의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정부가 김정은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락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의 군부 인사, 언론인, 지식인이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언급했다는 것은 중국 내에서 이미 이와 관련한 논의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린 결정적 사건은 3차 핵실험이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예고하고 나섰을 때 중국 정부는 매우 강한 톤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핵실험 당일에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양제츠 외교부장이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초치해 엄중히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핵실험을 강행했다. 중국 정부에 미리 알리기는 했다지만 중국 정부가 그것에 감동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중국 지도부는 북한에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더 분노하고 황당해했을 것이다.

과거에도 북·중 간에 갈등이 없진 않았다. 핵 개발을 둘러싼 신경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김정일 시대에는 중국에 더 신경을 썼던 게 사실이다. 최소한 중국이 적극 만류하는 일을 강행하지는 않았다. 반면 김정은은 그 선을 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중국 지도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는 김정은의 정권 인수를 선뜻 용인해준 결정을 후회하고 있는지 모른다.

3차 핵실험 이후 외교가에서는 김정은의 첫 방중이 상반기 내에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악화된 북·중 관계는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중국 고위인사들의 방북으로 개선됐다. ‘김정은이 언제쯤 방중을 하게 될지가 앞으로의 북·중 관계를 가늠해볼 잣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온건한 ‘사회주의 북한’이 중국에 가장 이익”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게재된 북핵실험 항의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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