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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 ‘영화사회학’

할리우드는 주전파(主戰派)일까?

  • 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할리우드는 주전파(主戰派)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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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주전파(主戰派)일까?

영화 ‘허트 로커’의 한 장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아르고’와 ‘제로 다크 서티’(캐스린 비글로 감독)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는데 두 영화 모두 미국의 전쟁 영웅담을 그렸다.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아카데미상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인 판단인지 모른다.

‘제로 다크 서티’는 9·11테러의 주범이자 ‘미국의 원수’인 오사마 빈 라덴의 행적을 추적하는 CIA 여성 정보원의 무용담으로 풀어간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은 이 영화 이전에도 강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자주 내세웠다.

자기에게 집착하는 범죄자를 천신만고 끝에 체포하는 여자 경찰을 다룬 ‘블루 스틸’(1989), 세기말의 혼란기에 신종 마약 사건을 해결하는 여성을 다룬 ‘스트레인지 데이스’(1995), 여성 사립탐정을 다룬 TV 드라마 시리즈 ‘카렌 시스코’(2004)가 그것이다.

‘제로 다크 서티’에서 2003년 CIA 조사관이 된 여주인공 마야(제시카 채스타인)는 상관인 댄(제이슨 클라크)의 가혹한 심문 방식 때문에 일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유능한 상관과 선배가 좌천되거나 사망한 뒤 마야는 모아놓은 자료를 집요하게 분석한 끝에 파키스탄 내 알 카에다 지도자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장소를 알아낸다. CIA와 백악관 내에서는 이 정보의 신빙성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 그러나 마야의 헌신을 높이 산 CIA 국장(제임스 갠돌피니)은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파키스탄 내 은신처에 특수부대를 보낸다. 결국 특수부대는 이곳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다. 이 영화는 큰 공을 세운 마야가 전세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귀환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이 영화는 마야의 추적-성공에 집중함으로써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반면 이슬람 사회의 반미(反美) 논리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비록 CIA 요원들이 저지르는 잔혹한 고문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마저 CIA 요원 댄이 말하는 “선량한 사람 3000명이 빈 라덴 때문에 죽었다”라는 대사에 묻히고 만다.



‘우린 정부 시책에 협조했다’

‘아르고’의 내용은 1997년 기밀 해제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1979년 이란혁명 당시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이 이란의 시위대에게 점령되자 대사관 직원 6명이 대사관을 빠져나와 인근 캐나다 대사관저로 피신하는 데서 시작된다. CIA는 이들을 구출하고자 인질구조 전문가 토니 멘데즈(벤 애플렉)를 기용한다. 멘데즈는 할리우드의 특수분장 전문가 존 챔버스(존 굿맨)와 영화제작자 레스터 시겔(알란 아킨)의 협조를 얻어 ‘아르고’라는 공상과학영화를 제작하기로 한다. 이어 테헤란의 캐나다 대사관저에 숨은 대사관 직원 6명을 ‘아르고’ 촬영지 섭외를 온 캐나다 국적의 영화인들로 신분을 위장시켜 테헤란에서 탈출하도록 한다.

할리우드는 주전파(主戰派)일까?
노광우

1969년 서울 출생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박사(영화학)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 : ‘Dark side of modernization’ 외


‘제로 다크 서티’와 ‘아르고’는 작품의 질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할리우드의 주전론을 대변한다. 다만 ‘아르고’가 아카데미 회원들이 더 좋아할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르고’는 ‘할리우드는 미국 정부의 시책에 협조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가 이를 알린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아카데미상의 구미에 딱 맞는 메시지인 것이다.

신동아 201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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