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호

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쌍둥이자리&큰개자리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입력2013-11-20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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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바라보는 밤하늘은 왠지 모를 감회에 젖어들게 한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지나온 날들에 대한 반성과 다가올 날들에 대한 다짐을 하는 것은 필자와 같은 별쟁이만이 즐기는 낭만인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 필자는 걷는 것이 취미였다. 중3 때 서울로 전학 와서 친구가 거의 없던 탓에 수업이 끝나면 거의 매일 방향을 정하고 걸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한강이 있는 방향만 알면 언제든 무사히 귀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어 집에서 기다리는 부모님께 걱정을 끼친 적도 있지만 모르는 길을 걷는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내 인생의 방향을 선택할 때도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읽으면서, 나 역시 프로스트처럼 남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하는 것이 누구나 가려 하는 길을 택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훗날 이 시를 옮긴 피천득 시인은 자신이 안전한 길을 간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필자는 지난 30년 동안 누구보다 밤하늘을 열심히 보았고, 별들을 사랑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별을 좋아한 덕에 누구보다 재밌는 인생을 살았다고도 생각한다. 수십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작가도 돼봤고, 별을 찾아내 이름을 붙이는 영광도 누렸고, 전공을 살려 ‘시민 천문대’라는 것도 여러 군데 만들었다. 별을 널리 알리려면 대중적인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체를 냈지만, 순수한 별에 영리사업을 끌어들였다고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일본에서 매달 수십 만 부의 천문학 잡지가 팔리는 것을 보고 국내에도 이런 잡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5년 가까이 잡지를 무리해서 발행하기도 했다. 돈은 모으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는 학창시절 사고로 무조건 앞만 보고 나아갔다.

    하지만 필자가 반세기를 살고 이제 다시 맞는 12월에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새삼 떠올린 까닭이 뭘까. 좋아하는 일을 하고픈 내 욕심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준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가까이는 가족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고, 나를 믿고 따랐던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떠나게 했던 것도 결국 내 탓이 크다.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이 본인에게는 모험이고 즐거움일 수 있지만 결코 아름다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별과 같은 사람들

    별에 대한 낭만을 찾기에는 세상이 점점 더 삭막해지는 것 같다. 꿈, 사랑, 낭만이란 단어가 지금 세상에서는 사치가 아닐까 싶다. 정말 힘들 때면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생각했다. 난 누구보다 큰 세상을 보고 있고, 누구보다 먼 세상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그것이 나만을 위한 변명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별을 보는 게 가장 즐거웠던 시절은 10여 년 전쯤이다. 그 무렵 ‘천문지도사’라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매달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춘천 다섯 군데를 다니면서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무료로 교육하고 저녁을 대접했다. 그분들에게 내가 부탁한 것은 딱 두 가지였다. 나중에 별에 대해 많이 알게 됐을 때, 그리고 많이 가지게 됐을 때 그것을 자랑하지 말고 주위에 나눠주라는 것이었다. 이 교육 여행은 2년 반 만에 끝나고 말았지만 필자에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게 그때는 정말 행복했다.

    이제는 내가 잘하는 일을 하며 살고자 한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 그리고 가장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반세기를 살아왔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저 하늘의 별이 그대로 빛나는 한, 나이는 그저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다. 그 별빛 아래서 우리는 언제든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믿는다.

    예부터 밤하늘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던 우리 선조들은 칠성신앙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북쪽 하늘 북두칠성에 살던 칠성님은 사람을 불행과 죽음으로 이끄는 신선으로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칠성단을 쌓아 칠성님의 선처를 빌었고, 죽음을 맞게 되면 칠성판을 그려 칠성님의 용서를 구했다. 칠성신앙에는 칠성님과 반대로 사람에게 행운과 복을 주는 남두육성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육성님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여름철 남쪽 하늘에 보이는 남두육성이 북두칠성처럼 눈에 쉽게 띄는 별이 아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늘 잘해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쉽게 잊는 것처럼 사람들이 육성님의 고마움을 잊은 탓이 더 클 게다.

    이 밤,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 항상 그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봐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별도 그런 존재일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그 너머에서 우리를 지켜봐주는, 고마운 별과 같은 존재가 우리 주위에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달에는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녹일 수 있는 따스한 우정의 별자리를 소개한다. 죽음마저 갈라놓을 수 없었던 형제의 우애를 간직한 쌍둥이자리가 그 주인공이다. 또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라는 별을 가진 큰개자리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겨울 밤하늘의 이란성 쌍둥이

    아무리 추운 겨울날이어도 맑게 갠 밤하늘은 결코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밝은 1등성들의 축제가 한창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마차부자리와 오리온자리에 이어 뒤늦게 겨울밤의 축제에 뛰어든 별자리는 1등성 폴룩스를 대동한 쌍둥이자리다. 이 별자리는 이름처럼 두 줄기의 별들이 다정한 모습으로 나란히 놓여 있어 따스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친구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계절이 겨울이다. 우정을 나눌 친구가 없다면 겨울은 정말 참기 힘든 고독한 계절이 될 것이다. 헤어진 친구가 그리워질 때 우리는 하늘에 떠 있는 별과 달을 보며 우정을 생각한다. 밤하늘의 별자리 중 우정을 상징하는 쌍둥이자리가 겨울철에 보이는 것은 우정이 가장 필요한 때가 겨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리온자리의 북동쪽(왼쪽 위)으로 2개의 밝은 별이 쌍둥이처럼 나란히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쌍둥이자리의 머리에 해당하는 두 별은 도시의 불빛 속에서도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변치 않는 형제의 우애를 느끼게 해준다. 오른쪽에 보이는 별이 형 카스토르(Castor)이고, 왼쪽에 보이는 별이 동생인 폴룩스(Pollux)다. 이 쌍둥이 형제가 실제로 태어난 시간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뜨는 시간은 형이 20여 분 빠르다.

    두 별의 남서쪽(오른쪽 아래)으로 계속되는 작은 별들의 줄기가 어깨동무하고 있는 쌍둥이의 모습을 만든다. 형은 다리가 짧고 동생은 다리가 상체보다 긴 것으로 보면 이들은 이란성 쌍둥이임에 틀림없다. 1980년대 말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트윈스’라는 영화에서처럼, 이 둘은 어울리지 않는 외모의 이란성 쌍둥이지만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우애만큼은 ‘트윈스’의 두 주인공 못지않게 돈독할 것 같다.

    필자는 이 별자리에 ‘숏다리와 롱다리’라는 별명을 붙였다. 별나라에서는 다리가 짧은 사람이 형이다. 이 별자리를 보면 어깨동무하고 있는 두 사람을 동서양의 만남으로 상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체로 동양인은 다리가 짧고, 서양인은 다리가 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형은 당연히 동양인일 터. 믿거나, 말거나! 겨울밤은 깊어가고 상상은 각자의 몫이다.

    쌍둥이자리의 형님별인 알파(α)별 카스토르는 2등성의 백색 고온별이고, 동생별인 베타(β)별 폴룩스는 1등성의 오렌지색 저온별이다. 그러나 실제로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1.6등성과 1.2등성으로 0.4등급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밝기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 알파(α)별이 어둡고, 베타(β)별이 더 밝다는 사실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

    1603년 독일의 천문학자 바이어(Bayer)가 처음으로 그리스 문자로 별들의 이름을 정했을 때는 밝은 별부터 알파, 베타, 감마(γ) 순으로 붙여나갔기 때문에 α별인 카스토르가 더 밝은 별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 년 사이에 별의 밝기가 눈에 띌 정도로 변한다는 것은 거의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바이어는 비슷한 밝기의 별이 같이 있을 때는 서쪽(오른쪽) 별에 먼저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어 북두칠성의 경우 가장 서쪽에 있는 별부터 이름을 붙여 동쪽(왼쪽) 끝에 해당하는 국자 손잡이의 마지막별이 에타(η)별이 됐다. 쌍둥이자리도 두 별의 밝기가 비슷했기 때문에 서쪽 별에 α라는 이름을 붙였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어의 눈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특정 색깔의 빛을 더 밝게 느낄 수 있다. 아무튼 두 별 중 동쪽(왼쪽)의 β별만이 1등성이고, 서쪽(오른쪽)의 α별은 2등성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두기 바란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형이 먼저 늙었기 때문에 동생보다 어두워졌다고 상상하는 것이 두 별의 밝기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천왕성과 명왕성, 그리고 유성우

    우리나라의 옛 천문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카스토르와 폴룩스 두 별에 북하(北河)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쌍둥이자리보다 약간 남쪽에 있는 작은개자리의 알파, 베타 두 별은 남하(南河)라고 한다. 북하와 남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들이 겨울철 은하수의 바로 옆에 보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쌍둥이자리의 두 별과 작은개자리의 두 별을 은하수로 흘러드는 북쪽과 남쪽의 작은 개천으로 여긴 것 같다.

    카스토르의 발목에 위치한 에타별 프로푸스(Propus, 3등성) 근처는 1781년 영국의 음악가이자 아마추어 천문가였던 윌리엄 허셜(1738~1822)이 천왕성을 발견한 곳으로 유명하다. 허셜은 천왕성을 발견한 이후 음악을 포기하고 본격적인 천문학자의 길을 간다.

    한편 동생 폴룩스의 허리에 해당하는 델타별 근처는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1906~1997)가 1930년 명왕성을 발견한 곳이다. 명왕성은 오랫동안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불렸지만,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IAU)은 명왕성을 행성에서 퇴출시키고 왜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했다.

    천왕성과 명왕성이 쌍둥이자리에서 발견된 것은 이 별자리가 행성들이 움직이는 길목인 황도의 제일 북쪽 별자리로 밤하늘에 가장 높이 뜨고 가장 오랫동안 보이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모두 황도를 따라 움직이므로 황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들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천왕성(왼쪽), 명왕성(가운데). 오른쪽은 두 별을 멀리서 본 모습.



    매년 12월 13일과 14일을 전후로 쌍둥이자리의 알파별 카스토르 부근을 복사점으로 많은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유성우가 바로 ‘쌍둥이자리 유성우(Geminids)’다. 이 시기에는 유성이 한 시간에 75개쯤 보이며, 불꽃이 튀는 화구(火球) 유성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 유성우는 혜성이 아닌 소행성 파에톤(Phaethon)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1월에 보이는 사분의자리 유성우, 8월에 보이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와 함께 3대 유성우로 불린다.

    겨울철의 밤하늘은 아름다운 1등성들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만큼 그에 얽힌 전설이나 신화 중에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다. 특히 목숨을 버려가면서 형제간의 우의를 지킨 쌍둥이자리의 신화는 진한 감동을 안긴다. 쌍둥이자리는 쌍둥이 형제인 카스토르와 폴룩스의 진한 우애에 감동한 제우스신이 이들을 기념해 만든 별자리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비슷한 밝기로 서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쌍둥이로 본 것은 그리스, 로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신이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해 낳은 쌍둥이 형제다. 또한 이들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미모의 헬렌과는 남매지간이었다.

    항해자와 전사의 수호신

    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쌍둥이 형제는 신의 아들답게 강한 힘과 용기를 갖고 있었으며 당대의 최고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아 모든 면에서 출중했다. 카스토르는 승마에 능했고, 폴룩스는 권투와 무기 다루기에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동생 폴룩스는 불사신의 몸을 가졌다고 한다. 이들은 황금양피(Golden Fleece)를 찾아 나선 아르고호의 일행에 의해 항해자와 모험가의 수호신으로 명성을 얻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황금양피를 찾으러 떠난 아르고호가 항해 도중 갑작스러운 폭풍을 만나 배가 흔들리고 파도가 덮쳐 사람들의 목숨이 위태롭게 됐다. 이때 폭풍을 멈추게 하려고 아폴론신의 아들이자 음악의 천재인 오르페우스가 그 지역을 관장하는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고 하프를 연주했다. 그러자 폭풍우가 멎으면서 바다가 잠잠해졌는데, 순간 하늘의 구름이 걷히고 카스토르와 폴룩스의 머리 위로 별들이 나타나 영롱한 빛을 발했다. 이를 본 아르고호의 사람들은 쌍둥이 형제가 하프 소리에 감동해 폭풍이 멎은 것이라 생각하고, 이들을 항해자와 모험가의 수호신으로 여기게 됐다.

    아르고호의 원정 후 쌍둥이 형제는 아름다운 두 자매를 차지하기 위해 자매의 약혼자와 싸움을 한다. 이 싸움에서 불사신의 몸을 가진 폴룩스는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으나 카스토르는 심한 부상을 당해 결국 죽고 만다. 폴룩스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카스토르가 죽자 그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불사신의 몸이라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었다. 결국 폴룩스는 아버지인 제우스신을 찾아가 자신의 죽음을 부탁했다.

    제우스신은 이들 형제의 우애에 감동해 이들이 하루의 반은 지하세계에서, 나머지 반은 지상에서 함께 지낼 수 있게 허락했다. 그리고 이들 형제의 우애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 이들의 영혼을 하늘에 올려 나란히 두 개의 밝은 별로 만들었다.

    이 별자리를 바라볼 때마다 형제간의 우애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고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워야겠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항해자의 수호신으로 뱃머리에 그 조각이 새겨졌을 뿐 아니라 전사(戰士)들의 수호자로 로마군의 상징이 됐다. 고대 로마광장에는 카스토르와 폴룩스의 신전이 가장 큰 건물 중 하나였다.

    화려한 축제 준비하는 큰개자리

    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시리우스.

    눈과 꽃, 그리고 별 중에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울까. 나무 위에 하얗게 쌓인 눈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꽃밭을 거닐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맑은 날 시골 하늘 위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을 올려다보며 가슴이 떨리는 것도 정상적인 감정일 것이다.

    눈과 꽃의 아름다움과 별빛의 아름다움에는 차이가 있다. 눈은 녹고 난 후 지저분해지고, 꽃은 시들고 나면 초라해지지만, 별은 늘 그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는 불변의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래서 별에 대한 사랑은 영원한 것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시리우스(Sirius, αCMa)다. 누구나 시리우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화려함에 눈이 부실 것이다. 시리우스는 겨울철 남쪽 하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 별과 근처의 별들을 연결하면 마치 사각형의 요리용 칼과 같은 모양을 만들 수 있다. 겨울 별들의 화려한 축제에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한 칼처럼 느껴지는 이 별무리가 바로 큰개자리다.

    큰개자리는 알파별 시리우스 이외에도 2등성의 별을 4개나 갖고 있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 화려한 모습의 동물을 개로 봤을까. 더 멋진 동물도 많은데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옆에 있는 오리온자리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신화 속에서 오리온은 사냥을 위해 항상 개를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 별 모양을 보고 개를 연상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이 별자리에는 머리와 4개의 다리 외에도 꼬리를 생각하게 하는 별까지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 별 모양 위에 개의 모습을 그리는 건 어렵지 않다. 물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미적 재능이 약간은 필요하겠지만.

    시리우스는 오리온자리의 알파별 베텔게우스, 작은개자리의 알파별 프로키온과 함께 정삼각형을 이룬다. 이 정삼각형을 ‘겨울철 대삼각형’이라고 하는데, 다른 별자리를 찾는 중요한 길잡이니 꼭 익혀두기 바란다.

    ‘나일 강의 별’ 시리우스

    큰개자리의 으뜸별인 시리우스는 표준 1등성의 약 10배 밝기로, 가장 밝은 항성이다. 이렇게 밝게 보이는 것은 태양보다 2배 가까이 크면서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 중 지구와 두 번째로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 별까지의 거리는 8.7광년. 시리우스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은 남반구에서 볼 수 있는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4.3광년)뿐이다.

    시리우스는 ‘눈부시게 빛난다’ 또는 ‘불태운다’는 의미다. 동양에서는 시리우스를 천랑성(天狼星), 즉 하늘의 늑대별로 불렀다. 산등성이 위에서 푸른빛으로 빛나는 이 별이 늑대의 눈을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인들은 이 별을 볼 때 꼭 하늘의 늑대와 맞설 수 있는 건장한 늑대인간(!)을 대동하기 바란다.

    중세에 서양에서는 한여름의 가장 더운 때를 가리켜 개의 날(The dog′s day)로 불렀는데, 이것은 개의 별(The dog′s star)로 불린 시리우스가 한낮에 태양 근처에 있어서 더욱 더워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여름 더위를 이기려고 개로 보신하는 우리나라의 전통과 약간은 통하는 데가 있지 않을까. 시리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실크로드를 타고 잘못 전해져서 우리나라의 복날이 개와 관련된 날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개 때문에 더워진 날, 그 화풀이를 개한테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필자의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고 웃고 넘어가주기 바란다.

    기원전 3000년경 6월 하순 무렵에 시리우스가 새벽 여명 속에 떠오르면 나일 강의 범람이 시작됐기 때문에 시리우스는 나일 강의 홍수를 예보하는 별이었다. 이런 이유로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리우스를 ‘나일 강의 별’로 숭배했다.

    시리우스의 서쪽에 있는 2등성인 베타별 무르짐(Murzim)은 ‘예고하는 것’이란 의미인데, 이 별이 시리우스보다 조금 앞서 떠오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오리온의 사냥개

    큰개자리는 그 명성만큼 많은 주인공이 회자되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작은개자리와 함께 사냥꾼 오리온이 데리고 다닌 사냥개가 이 별자리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큰개자리의 바로 앞에 토끼자리가 있는 것도 이 개를 사냥개로 상상하기 좋은 이유일 것이다.

    신화의 또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아르테미스 여신의 명령으로 주인 악타이온을 물어 죽인 사냥개가 이 별자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르테미스는 자신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본 악타이온을 벌하려고 그를 사슴으로 변하게 해 그의 사냥개가 물어 죽이게 했다. 사냥개가 주인의 죽음을 알고 슬퍼하자 악타이온의 스승 키론이 실물과 똑같은 악타이온의 동상을 만들어 개의 슬픔을 진정시켰다고 한다.

    큰개자리의 주인공이 괴물처럼 그려진 별자리 그림이 있는데, 이 괴물은 저승의 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Kerberos)라는 개다. 케르베로스는 3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로, 히드라와 키마이라 같은 괴물과 형제이기도 하다. 죽은 사람들은 케르베로스의 환영을 받으며 저승으로 들어가게 된다.

    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이태형

    1964년 강원 춘천 출생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박사과정 수료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주)천문우주기획 대표

    저서 : ‘재미있는 별자리여행’ ‘쉽게 찾는 우리 별자리’ ‘별난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주견문록’ ‘이태형의 별자리여행’ 등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에게 납치돼 그녀의 남편이 된 사냥꾼 케팔루스가 여신에게서 선물로 받은 사냥개가 바로 큰개자리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개의 발이 얼마나 빨랐던지 그 속도에 감탄한 제우스신이 이 개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이 개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시녀인 프로크리스 요정이 기르던 개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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