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전 검사는 최 원장에게 “당신 병원을 압수수색할 수 있다” “부숴버리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검사가 자신의 직위나 직권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압력을 가해 금품을 갈취했다면 변호사법 위반에 공갈죄가 성립된다. 대검찰청이 전 검사에게 적용한 혐의도 그것이다.
전 검사는 최 원장에게 받은 2250만 원을 포함해 약 1억 원을 에이미에게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 검사가 에이미의 스폰서라는 둥, 에이미가 춘천구치소에 있을 때부터 둘이 특별한 관계라는 둥 소문이 난무했다. 전 검사에겐 어느새 ‘에이미의 해결사’ ‘비리 검사’라는 낙인이 찍혔다. 66년 검찰 역사상 공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초의 검사로도 기록됐다.
이에 전 검사의 변호를 맡은 임신원 변호사는 “해결사 검사가 아니라 순애보 검사”라고 주장했다. 그가 치료 보상금과 구분해 에이미에게 별도로 보낸 돈은 직접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카드론과 은행 대출을 받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변호사는 이 돈의 성격을 “전 검사가 에이미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준 돈”이라고 해명했다. 에이미는 1월 21일 JTBC 방송에 출연해 전 검사와의 관계를 “연인 사이”라고 밝혔다.
이후 두 사람에 관한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프로포폴 사건의 피의자와 그를 구속기소했던 담당검사가 어쩌다 사랑에 빠졌을까. 부잣집 딸 에이미가 왜 전 검사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을까. 전 검사가 ‘에이미의 해결사’를 자처한 배경이 뭘까.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두 사람의 사랑은 계속될까.
“날 공급책으로 의심”
많은 궁금증을 안고 2월 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에이미를 만났다. 약속 시각보다 10여 분 뒤 나타난 에이미는 검은색 가죽 모자를 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모습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편의점에서 파는 음료들이었다. 그는 흰 우유를 집어들었다. “종일 먹은 게 별로 없다”고 했다. “하루 150~200통씩 전화가 와서 전원을 켜기가 무섭다”고도 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이날 만남과 네 차례의 전화 통화 등을 합쳐 8시간 동안 진행됐다.
▼ 전 검사를 면회 갔던 일이 잘됐는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세 번 갔는데 검사님이 매번 접견을 거부한다. 나도 수의를 입어봤지만 수의 입은 모습을 가족에게 보이기 싫었다. 부모님이 면회를 오면 힘들게 다잡은 마음도 번번이 무너졌다. 엄마가 울면 나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검사님도 그런 심정으로 날 돌려보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에이미는 2012년 4월 서울 강남의 네일숍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그해 9월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을 담당한 전 검사는 그해 10월 에이미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고, 11월 1일 법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 약물치료 강의 수강 24시간을 선고했다.
▼ 전 검사를 원망했을 법한데.
“구속 기소까지 갔을 땐 너무 미웠다. 내가 구속 수감되기 전날 고려대병원에서 C형 간염 판정을 받았다. 방송 끝나고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나가면 안 된다, 큰일 난다고 하더라. 몸 상태가 몹시 안 좋았다. 사실 경찰 조사에서는 혐의가 드러난 게 없는데 다음 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에서 날 미심쩍게 봤다.”
▼ 미심쩍게 볼만한 이유가 있었나.
“처음 내가 네일숍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을 때 주삿바늘이 팔에 꽂혀 있었고, 가방에 프로포폴 주사기가 든 박스가 들어 있어서 프로포폴 공급책으로 의심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난 사실대로 말했다. ‘프로포폴을 많이 맞은 건 맞지만 네일숍에서 불법 투약한 적은 없다. 자궁에 물혹이 생겨 사람들의 눈에 안 띄는 작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간호사가 정신이 들기도 전에 날 깨워 챙겨주는 대로 나왔다. 병원에서 나와 네일숍에 간 건 다음 날 방송 준비 때문이었다. 근데 네일숍에 가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져 구급차가 왔다가 그냥 갔다. 간호사가 내 몸에서 주삿바늘을 빼지 않은 것도 몰랐고, 내 가방에 쓰다만 프로포폴 주사기 박스를 넣었는지도 몰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