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호

“내 고통을 나보다 아파한 사람 날 사랑한 게 죄”

‘비리 검사’의 연인 에이미 8시간 격정토로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입력2014-02-19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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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주 한 번 간에 좋다며 동충하초 싸다 준 ‘검사님’
    • 우리 사랑은 플라토닉 러브, 첫 입맞춤도 키스 아닌 뽀뽀
    • 정상생활 힘든 은밀한 부위 부작용에 남자친구로서 대응
    • 미국서 함께하는 삶 꿈꾸며 결혼도 생각했다
    • 드문드문 모두 6700만 원 보내줬다
    “내 고통을 나보다 아파한 사람 날 사랑한 게 죄”
    2년 전 연예인 에이미(32·본명 이윤지)의 프로포폴 사건을 담당한 전모(37) 검사가 1월 16일 구속된 데 이어 22일 기소됐다. 2012년 1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서울 강남 C성형외과 최모 원장에게 에이미의 성형수술 부작용을 이유로 협박해 무상으로 700만 원 상당의 재수술을 하도록 하고, 치료비 보상 명목으로 9회에 걸쳐 모두 2250만 원을 뜯어낸 혐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전 검사는 최 원장에게 “당신 병원을 압수수색할 수 있다” “부숴버리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검사가 자신의 직위나 직권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압력을 가해 금품을 갈취했다면 변호사법 위반에 공갈죄가 성립된다. 대검찰청이 전 검사에게 적용한 혐의도 그것이다.

    전 검사는 최 원장에게 받은 2250만 원을 포함해 약 1억 원을 에이미에게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 검사가 에이미의 스폰서라는 둥, 에이미가 춘천구치소에 있을 때부터 둘이 특별한 관계라는 둥 소문이 난무했다. 전 검사에겐 어느새 ‘에이미의 해결사’ ‘비리 검사’라는 낙인이 찍혔다. 66년 검찰 역사상 공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초의 검사로도 기록됐다.

    이에 전 검사의 변호를 맡은 임신원 변호사는 “해결사 검사가 아니라 순애보 검사”라고 주장했다. 그가 치료 보상금과 구분해 에이미에게 별도로 보낸 돈은 직접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카드론과 은행 대출을 받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변호사는 이 돈의 성격을 “전 검사가 에이미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준 돈”이라고 해명했다. 에이미는 1월 21일 JTBC 방송에 출연해 전 검사와의 관계를 “연인 사이”라고 밝혔다.

    이후 두 사람에 관한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프로포폴 사건의 피의자와 그를 구속기소했던 담당검사가 어쩌다 사랑에 빠졌을까. 부잣집 딸 에이미가 왜 전 검사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을까. 전 검사가 ‘에이미의 해결사’를 자처한 배경이 뭘까.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두 사람의 사랑은 계속될까.



    “날 공급책으로 의심”

    많은 궁금증을 안고 2월 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에이미를 만났다. 약속 시각보다 10여 분 뒤 나타난 에이미는 검은색 가죽 모자를 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린 모습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편의점에서 파는 음료들이었다. 그는 흰 우유를 집어들었다. “종일 먹은 게 별로 없다”고 했다. “하루 150~200통씩 전화가 와서 전원을 켜기가 무섭다”고도 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이날 만남과 네 차례의 전화 통화 등을 합쳐 8시간 동안 진행됐다.

    ▼ 전 검사를 면회 갔던 일이 잘됐는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세 번 갔는데 검사님이 매번 접견을 거부한다. 나도 수의를 입어봤지만 수의 입은 모습을 가족에게 보이기 싫었다. 부모님이 면회를 오면 힘들게 다잡은 마음도 번번이 무너졌다. 엄마가 울면 나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검사님도 그런 심정으로 날 돌려보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에이미는 2012년 4월 서울 강남의 네일숍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그해 9월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을 담당한 전 검사는 그해 10월 에이미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고, 11월 1일 법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 약물치료 강의 수강 24시간을 선고했다.

    ▼ 전 검사를 원망했을 법한데.

    “구속 기소까지 갔을 땐 너무 미웠다. 내가 구속 수감되기 전날 고려대병원에서 C형 간염 판정을 받았다. 방송 끝나고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나가면 안 된다, 큰일 난다고 하더라. 몸 상태가 몹시 안 좋았다. 사실 경찰 조사에서는 혐의가 드러난 게 없는데 다음 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에서 날 미심쩍게 봤다.”

    ▼ 미심쩍게 볼만한 이유가 있었나.

    “처음 내가 네일숍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을 때 주삿바늘이 팔에 꽂혀 있었고, 가방에 프로포폴 주사기가 든 박스가 들어 있어서 프로포폴 공급책으로 의심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난 사실대로 말했다. ‘프로포폴을 많이 맞은 건 맞지만 네일숍에서 불법 투약한 적은 없다. 자궁에 물혹이 생겨 사람들의 눈에 안 띄는 작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간호사가 정신이 들기도 전에 날 깨워 챙겨주는 대로 나왔다. 병원에서 나와 네일숍에 간 건 다음 날 방송 준비 때문이었다. 근데 네일숍에 가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져 구급차가 왔다가 그냥 갔다. 간호사가 내 몸에서 주삿바늘을 빼지 않은 것도 몰랐고, 내 가방에 쓰다만 프로포폴 주사기 박스를 넣었는지도 몰랐다’고.”

    구치소발 세 통의 편지

    ▼ 그런데도 전 검사가 믿지 않았다?

    “네일숍에 가기 전 병원에서 수술 받은 건 믿었는데 주사기가 박스째 나오니까 의심을 거두지 못하더라. 이분이 정말 엄격하다. 처음엔 내 얼굴도 안 보고 타이핑만 했다. 지나치게 곧고 융통성이 없어서 이 검사가 날 되게 싫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근데 구치소와 병원을 오가면서 C형 간염을 치료받을 때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다. 그 일로 내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결국 내가 한 말이 다 맞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중엔 나한테 오히려 미안하다고 얘기하더라. 형사들도 너무 큰 사건으로 알고 있다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는 날 많이 걱정했다. 구치소로 면회 와서 울기도 하고.”

    간염 치료를 위해 매주 주사를 맞고 약도 따로 복용한 그는 1주일에 나흘은 오한이 나고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파 누워있었고, 나머지 사흘은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그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전 검사도 알았다고 한다.

    “조사할 때 내 눈이 노래지고 얼굴이 누렇게 떠 있더란다. 황달도, 간수치도 치명적인 수준이었다. C형 간염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화, 간암으로 발전한다. 검사님한테 조사받다 유서를 써놓고 자살한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그처럼 위태로워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내가 잘 지내서 고마웠던 것 같다. 춘천구치소에 입소하기 전 그곳 사람들이 에이미만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더라. 말썽쟁이라서 밥이 왜 이 모양이냐면서 사람들과 만날 싸울 거라고. 얘만은 멀리하자는 분위기였다는데 모범수처럼 잘 지냈다. 그랬더니 조사가 다 끝난 날 검사님이 지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이제 누가 뭐래도 에이미 씨 말 다 믿어요.’ 그게 너무도 고마웠다.”

    구치소 안에서 한방을 쓴 다른 수감자들이 판사에게 탄원서에 가까운 편지를 쓸 때, 그는 전 검사에게 세 통의 편지를 썼다. 전 검사가 조사를 마치고 그에게 건넨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과 따뜻한 말을 떠올리며 “열심히 살겠다. 많은 것을 깨우쳐줘서 고맙다”는 내용을 편지에 담았다.

    “밖에서 꺾은 꽃을 말려서 찍어 보내기도 했다. 내가 언제 이런 걸 해보겠냐며. 이제 삶에 중요한 것이 뭔지 알겠다. 이런 소소한 것이 삶의 행복이구나 싶다고도 했다.”

    답장은 없었다. 그러다 집행유예로 출소하던 날 전 검사는 자신과 검찰 직원들이 쓴 편지 6통을 그에게 건넸다. 전 검사의 편지에는 “꿋꿋하게 잘 버텨줘서 고맙다. 난 믿는다. 다 잘될 거다. 아픈 거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내 스타일 아니지만…”

    ▼ 사건 현장인 네일숍에서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맞지 않은 게 명백하다면 전 검사가 실형을 구형해 억울했겠다.

    “어쩔 수 없지 않나. 프로포폴을 많이 맞았다고 내가 실토했으니까. ‘악녀일기’에 출연할 때 협찬사였던 성형외과에 다니면서 여러 연예인을 봤다. 다들 피곤하면 맞고 그러니까 큰 문제라고 생각지 않았다. 미국에 살 때도 대마초에 손도 대지 않았던 내가 엄마가 의아해할 정도로 여기에 빠졌던 건, 방송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아서였던 것 같다. 댓글에 좋은 얘기만 달리진 않았으니까. 그때는 정말 되게 순수했다. 모든 사람의 말을 쉽게 믿고,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고.”

    ▼ 출소 후 잘 지냈나.

    “구치소 안보다 밖이 더 무서웠다. 구치소에서는 모두 아홉 명이 한방을 썼는데 그 사람들은 죄를 내려놔서 그런지 콩 한 쪽도 나눠 먹으려고 한다. 서로 빼앗을 것도 없고. 근데 밖에서는 내게 돌을 던지고 마약쟁이 주제에 어딜 돌아다녀, 집행유예면 집에 짱 박혀 있어야지, 하며 별의별 욕을 다했다. 온갖 협박도 당했다. 프로포폴 맞고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유포하겠다는 사람부터 어쩌다 차 사고가 나면 ‘에이미네’ 하며 앞에 드러눕는 사람, 3개월 동안 따라다닌 스토커도 있었다.

    그 스토커가 엄마에게 전화해 에이미 동영상이 있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내가 밖에서 노는 타입도 아니고, 화장실에서 찍혔나, 촬영하면서 옷 갈아입을 때 찍혔나,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나중에 그 사람을 잡았는데 강간, 폭행치사 같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이러더라. ‘돈이 많아 보여서요’라고. 그 한마디가 사람을 죽이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는 게 절망스러웠다. 프로포폴 사건이 있기 전부터 내가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일들이 떠오르면서 사람들은 날 호구로 보는구나, 이름도 얼굴도 다 바꾸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 하나 싶었다. 너무 힘들 땐 검사님에게 전화해 하소연했다.”

    “내 고통을 나보다 아파한 사람 날 사랑한 게 죄”

    에이미는 “방송에 출연하여 굳어진 ‘악녀’ 이미지는 과장됐다”고 말했다.

    ▼ 구치소에서 전 검사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나.

    “그건 아니고, 출소 후 과자를 좀 보내드리려고 형사님에게 전화했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검사님에게도 보내고 싶다고 했더니 직접 전화해보라며 알려줬다. 근데 검사님은 콩 한 쪽도 받으면 안 된다고 단번에 거절하셨다.”

    ▼ 그러면 둘이 언제부터 사귄 건가.

    “2012년 11월 하순일 거다. 처음 통화하며 나중에 한번 보기로 하고 11월 중순 집 근처에서 만났다. 검사님이 서울로 올라와 커피 마시며 많은 얘기를 나눴던 걸로 기억한다. 그다음 주에도 한 번 오셨고. 왜냐면 내가 울면서 전화한 적이 있다. C형 간염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동충하초를 잔뜩 싸 가지고 오셨다. 동충하초가 간에 좋다더라. 그다음 주에 세 번째 만남을 갖던 날 검사님이 내게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내가 에이미 씨를 좋아하는 것 같다. 계속 만나고 싶다’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교제가 시작됐다.”

    검사의 고백에 뭐라고 답했는지 묻자 그는 “크게 망설이지 않고 ‘네’ 했던 것 같다”며 스마트폰을 뒤져 전 검사의 사진을 보여줬다. 평상복 차림의 전 검사는 서글서글한 인상에 통통한 체형이었다.

    “사실 검사님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근데 검사라는 무거운 타이틀 안에 있는 여린 속을 발견하고 나서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자기가 검사인데도 사람 집어넣을 때마다 가슴 아파했다. 내 힘든 얘기를 다 들어주며 자기도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친구들도 그 사람은 검사를 할 타입이 아니라고 했다. 선한 마음을 지닌 검사여서 참 존경스러웠다. 날 걱정해 동충하초를 갖다주고, 내가 힘든 상황을 못 이겨내는 것 같으니까 악플들 속에서 좋은 글만 모아 복사해서 선물로 주고 그랬다. 내가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믿음직스럽고 존경심이 드는 사람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 전 검사가 어떤 면을 좋아한 것 같나.

    “구치소 안에서 항상 밝게 지냈던 거랑, 검사님은 자기를 원망하라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않아서 내게 호감을 가졌던 게 아닌가 싶다.”

    교제 후 전 검사는 그를 “윤지 씨”나 “에이미 양”이라 부르고, 그는 전 검사를 계속 “검사님”이라고 불렀다. “사귄다고 갑자기 오빠라고 부르기가 쑥스럽기도 하고, 계속 존경심을 갖고 싶어서”였다.

    따뜻한 포옹

    ▼ 얼마나 자주 봤나.

    “매주 한 번씩 봤다. 원래 집이 서울이라 매주 어머니와 가족을 만나러 오면서 내게 들렀다. 둘이 만나면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서 서울 남산이나 청담동의 한적한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피한 건, 검사랑 밖에서 만난다고 구설에 오르는 게 싫어서였다. 우리는 그렇게 플라토닉하게 만났다. 플라토닉 러브가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 연인끼리 아무런 스킨십도 없었단 건가.

    “조심스럽게 뽀뽀한 적은 있지만 내가 C형 간염을 앓고 있어서 되게 많이 배려해줬다. C형 간염은 타액이 아닌 혈액으로 전염된다. 그 사람은 내가 아프면 자기가 날 구치소에 집어넣어서 건강이 나빠졌다며 몹시 미안해했다. 스킨십도 되게 조심스럽다고 했다. 사실 C형 간염을 앓고 있으면 성적으로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 아파 죽겠으니까. 그래서 검사님이 제일 많이 한 스킨십은 안아주는 거였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어쩌다 볼이나 입에다 뽀뽀한 게 다였다. 오죽하면 내가 장난으로 수녀 되겠다고 했을까.”

    C형 간염은 지난해 7월경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에이미는 “병원에서는 다 나았다고 했지만 약을 계속 먹으며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며 “검사님은 올해 내 건강이 회복돼서 연애도, 스킨십도 자랑스럽게 할 수 있을 걸로 기대했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더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 첫 키스는 언제 했나.

    “좀 늦었다. 작년 3월인가에 했다. 그것도 키스가 아니라 뽀뽀였다. 집에 데려다주면서 맨 처음엔 볼에다 하더니 입에다 쪽 하더라. 나를 배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만 원했던 사람이라면 콘돔 끼고 어떻게든 했겠지. 마음으로 날 정말 많이 사랑해줬다.”

    ▼ 부모님에게도 교제 사실을 알렸나.

    “교제한 지 몇 달 뒤에 얘기했다. 엄마는 우리가 만나는 게 알려지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까봐 걱정하셨지만 만남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아빠는 검사님을 만나고 나서 속이 깊고,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했다.”

    ▼ 둘이 만나면 주로 무슨 얘기를 했나.

    “요즘 기분은 어떤지 나 혼자 막 떠들었다. 검사님은 주로 듣는 편이었고. 그러다 성형수술 부작용 때문에 힘들다는 것도 털어놓게 됐다.”

    ▼ 성형수술 부작용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나.

    “부탁한 게 아니라 검사님도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내 몸이 계속 안 좋아지는 걸 구치소 안에 있을 때부터 알았다. 나와서는 그런 얘기를 안 했는데 재수술을 하려고 찾아간 병원마다 날 받기를 꺼렸다. 내가 ‘에이미’이기 때문이었다. 부작용의 심각성을 다들 알았지만 자기들은 책임지기 싫으니까 처음 수술 받은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검사가 왜 함께 나섰나.

    “검사님이 날 다른 병원에 데려갔다. 정말 상태가 심각한지 보려고 했던 거다. 근데 그 병원에서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상태가 심각하다. 수술했던 병원으로밖에 갈 수 없다’고.”

    검사의 일탈

    에이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체 어느 부위에 부작용이 생겼기에 그토록 여러 차례 재수술이 필요하냐고.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하기 쑥스럽다”며 “엉덩이 중간을 째서 보형물을 넣는 수술을 받았다. 수감 전 수술을 받았는데 살 짼 부위가 아물지 않았다. 앉아 있으면 살이 벌어졌고, 잘 때도 옆으로 누워 자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 수술을 한 병원에 가서 다시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내가 오면 병원이 타격을 받는다면서.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검사님에게 전화해서 ‘한번 죄인은 끝까지 죄인인 것 같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랬더니 그날 검사님이 병원에 오셨다.”

    에이미 말에 따르면 전 검사는 에이미가 흥분해 건강이 더 나빠질 것을 염려하며 남자친구로서 최 원장을 만나 재수술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갈 방법을 조율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차례 재수술 후에도 부작용이 계속 발생해 에이미는 결국 미국에 있는 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았다.

    ▼ 최 원장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을 아나.

    “나도 이번에 알았는데 검사님이 술 마시다 화가 나서 보낸 문자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원장님이 몇 번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언행으로 감정을 상하게 한 적이 있다.”

    ▼ 아무리 그렇더라도 현직 검사가 ‘압수수색’을 들먹여서야 쓰나.

    “고의는 없었을 거다. 원래 말을 신중하게 하는 분이다. 최 원장이 내가 수술하러 가면 검사님에게 자기 사건을 알아봐달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런 내용이 담긴 문자도 보냈다. 그럴 때 검사님은 그냥 씹었다. 그건 자기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고, 잘 봐준 것도 실제로 없다. 검사님은 원장과의 연결고리를 빨리 끊길 원했다.”

    ▼ 다른 병원 치료비 명목으로 받은 2250만원은 어떻게 책정된 건가.

    “내가 미국에 있을 때 재수술 부위가 또 부작용을 일으켰다. 그래서 거기서 치료도 하고 재수술도 받기로 하고 견적을 냈다. 미국에서는 보험이 없으면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기본적으로 1만 달러가 든다. 거기다 자잘한 검사와 드레싱 비용도 엄청 비싸다. 약값도 마찬가지다. 그런 비용을 감안한 액수다. 최 원장은 내가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겠다니까 좋아했다고 하더라. 사실 미국에서 받은 치료에 재수술비용까지 포함하면 4000만 원 넘게 들었다. 수술은 잘됐다. 지금은 흉터가 좀 남아 있을 뿐이다.”

    ▼ 전 검사가 협박을 해서 받아낸 게 아닌가.

    “보상 차원에서 서로 잘 끝내기로 하고 원만히 합의된 걸로 안다. 수술을 하고 또 해도 낫지 않으니까 더는 그 병원에 내 몸을 맡길 수 없는 상태였다. 그쪽에서도 ‘더는 못하겠다, 다른 병원에서 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사실 다른 여자들은 수술이 잘못되면 병원에 쳐들어가 다 때려 엎고 난리를 친다. 그런데 검사님은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검사가 아닌 제 남자친구로서.”

    ‘위험한’ 거래

    ▼ 2250만 원을 왜 검사를 통해 받았나.

    “내가 미국에 있었고 엄마가 카드고 뭐고 다 막아놓아서 검사님이 우선 자기 계좌로 받아 나한테 준 거다. 그게 그렇게까지 큰 문제가 될 줄 몰랐다. 내 계좌에 돈이 얼마가 들어오고 나가는 건 엄마가 아니까 그쪽으로 오는 건 내키지 않았다. 가족이 이 일을 알까봐 두려웠다. 엄마는 내가 아플까봐 노심초사했다. 나 때문에 오랫동안 하던 일도 그만두고 슬피 우는 엄마를 봤다. 더는 엄마에게 걱정 끼치기 싫었다. 엄마랑 같이 사는데 안 아픈 척하려니 그게 더 힘들더라.”

    “내 고통을 나보다 아파한 사람 날 사랑한 게 죄”

    올리브 TV ‘악녀일기 리턴즈’를 촬영 중인 에이미(왼쪽).

    ▼ 수술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려고 검사를 이용한 건 아닌가.

    “솔직히 검사님이 신경 써줘서 일이 잘 풀린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검사님을 이용한 건 아니다. 내 남자친구고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이 사실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은밀한 부위의 부작용에 대해 누구한테 얘기하나. 사실 검사님한테 말하는 것도 창피했지만 검사님은 남자친구로서 뭔가를 해주고 싶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이다. 난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 연인 사이라는 걸 왜 처음부터 밝히지 않았나.

    “그 사람이 발령 나기 전까지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서울로 발령이 나거나 해외연수를 갔으면 했다. 내가 말을 번복한 게 아니라 서로 사전에 약속했기 때문에 나 혼자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러다 마지막 통화한 1월 7~8일 ‘나도 조사받으면서 우리 관계를 다 얘기했으니 너도 말해도 된다’고 해서 연인 사이임을 밝힌 거다.”

    ▼ 미국엔 왜 갔나.

    “연예인 프로포폴 사건이 불거져 내가 힘들어하자 검사님이 미국에 가 있으라고 했다. 자기가 잡아넣어서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죄책감이 있었던 것 같다. 미국 연수에 대비해 집과 학교를 알아봐달라고 했다. 내가 자립할 수 있는 일을 찾기를 바라며 좋아하는 요리공부를 해 베이커리숍을 차리라고 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게 미국에 놀러가는 것처럼 하라고도 했다. 그래서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미국에서 지냈고 그 사이 한국을 몇 번 다녀갔다. 사실 미국에 있을 때 드라마 출연 제의가 들어와 그 일을 할 생각이었다. 근데 검사님이 내가 서울에 있을 땐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봤는데 미국에 있으니 외롭고 너무 보고 싶다고 해서 들어왔다.”

    ▼ 부잣집 딸이 왜 전 검사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았나.

    “‘악녀일기3’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후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집에서도 나왔다. 미국유학을 마치고 온 2008년, 돈만 쓰지 말고 일을 하라는 엄마의 말에 반항심이 들어 엉겁결에 ‘악녀일기3’에 출연했다. 우리 집안에선 방송 쪽 일을 가장 싫어한다. 직업이 생겼으니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검사님도 내가 부모의 도움을 안 받는 걸 아니까 이참에 자립할 수 있게 미국에서 이것저것 배워보라며 드문드문 돈을 송금했다. 얼마 전 통장을 정리해보니 2250만 원 외에 모두 6700만 원을 보냈더라. 송금액도 일정치 않았다. 초반에 미국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3000만 원을 보낸 적도 있고 운동 배우라며 40만 원을 보낸 적도 있다. 그 돈으로 집도 얻고, 요리 기구도 사고, 배편으로 짐도 부치고, 교통비와 식비로도 썼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만날 집에만 있지 말고 운동하라며 헬스클럽 이용권 끊어주고 기분전환 시켜주려고 옷도 사주고 그랬다. 명품은 아니었지만 검사님의 그런 소소한 관심이 큰 위안이자 삶의 기쁨이었다.”

    ▼ 방송에서 보여준 ‘악녀’ 이미지가 워낙 강해 안하무인에 명품 중독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건 과장된 이미지다. 방송에 비친 것처럼 잘 웃고 참 밝았던 건 맞는데 명품관보다 길거리에서 쇼핑하는 걸 좋아한다. 화장품은 좋은 걸 쓰지만 나머지는 브랜드를 잘 안 따진다. 지금 입은 옷값을 모두 합쳐도 8만 원이 안 될 거다. 명품 가방도 다 엄마친구들에게서 얻은 거다. 어릴 때 명품을 많이 사봐서 대학 때부터 흥미를 못 느꼈다. 부모님이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이혼하셨는데 그 일로 주눅 들까봐 할머니가 뭐든 원 없이 사주셨다. 그런데 대학 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할아버지가 은행장 출신답게 용돈을 짜게 주셔서 씀씀이가 줄었다. 그렇다고 툴툴대진 않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악녀’의 눈물

    ▼ 결혼 약속을 했나.

    “검사님이 구체적이고 명쾌하게 결혼하자고 한 건 아니지만 미국에서 같이 있으면 되게 좋겠다고 했다. 내가 거기서 터전을 만들어놓은 다음 각자 할 일에 대해 얘기하던 중이었다. 근데 내가 계속 곁에 있는 게 검사님을 위해 잘하는 일인지, 검사님도 그걸 바라는지, 내가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 전 검사의 가족은 만나봤나.

    “본 적이 없다. 통화한 적도 없다. 변호사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봐도 안 가르쳐준다. 많이 신경 쓰인다.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 죄송할 뿐이다.”

    에이미는 인터뷰 말미에 “검사님은 날 사랑한 죄밖에 없다. 내 고통을 나보다 더 아파한 사람이다. 그냥 다른 여자 만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면서 목이 메었다. 또 “진짜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만 열심히 해서 검사가 된 분이다. 나 때문에 검사직을 박탈당하면 죄책감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두 사람의 사랑이 전 검사의 재판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전 검사가 에이미의 남자친구일지라도 법적대리인이 아닌 이상 사건에 직접 개입해 금품을 받아낸 일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더구나 현직 검사 신분으로 최 원장에게 ‘압수수색’ 같은 단어가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명백한 만큼 재판부가 무죄보다는 유죄에 무게를 둘 공산이 크다.

    다만 에이미의 성형수술 부작용이 여성성을 상징하는 민감한 부위에 발생한 데다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만큼 상태가 심각했던 점, 수차례 재수술 후에도 부작용이 개선되지 않은 점, 최 원장이 주위를 의식해 에이미와의 대면을 꺼린 점 때문에 그와 미래를 약속한 전 검사가 나선 상황이기에 정상이 참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인 최 원장의 증언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은 검찰에 “전 검사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다. 2월 7일 밤 C성형외과에서 만난 그는 전 검사의 처벌을 원치 않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막장드라마” VS “순애보”

    “에이미에게 재수술을 해주고 추가 치료비를 보상한 것은 전 검사가 보낸 문자메시지 때문이 아니라 의사의 양심에 따른 것이다. 전 검사는 문자메시지를 늘 한밤중에 보냈다. 에이미가 아프다고 하니 술 먹고 화가 나서 보냈구나 싶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에이미의 보호자로 날 만나러 왔다. 검사직을 앞세워 날 협박하기보다 원만한 해결을 원했다.”

    2250만 원의 추가 치료비가 과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재수술비용이 원래 수술비보다 더 든다. 정신적 피해까지 감안해 합의한 액수다. 한 번에 주기가 부담스러워 아홉 번에 걸쳐 나눠줬다”고 말했다. 또 2250만 원을 전 검사에게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에이미가 미국에 있어서 전 검사가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2월 1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전 검사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정석)의 심리로 열렸다. 전 검사는 이 자리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그는 “잘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나 자신에 대한 사건이라 스스로 법률적 판단이 어려운 만큼 변호인과 더 상의해야 한다. 구체적인 유·무죄 주장은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의 첫 공판준비기일이니만큼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던 에이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에이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법원에 갈지 말지 오늘 아침까지 고민했다”며 “검사님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내가 참석하는 것이 재판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인들의 만류를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3월 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에이미의 증인 신청 여부 등 향후 심리계획이 논의될 예정이다. 에이미는 “언제든 증인석에 앉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지만 법정에 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전 검사가 그를 법정에 세우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전 검사는 에이미를 적극 보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 검사는 최 원장과 특수 관계인 김모 여인에게 협박당해 3000만 원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인은 최 원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발한 장본인. 이후 전 검사가 최 원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발견되면서 이번 사건이 촉발됐다. 전 검사는 변호인을 통해 김 여인을 고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막장드라마’와 ‘순애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온 전 검사는 과연 법의 심판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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