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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내 고통을 나보다 아파한 사람 날 사랑한 게 죄”

‘비리 검사’의 연인 에이미 8시간 격정토로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내 고통을 나보다 아파한 사람 날 사랑한 게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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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발 세 통의 편지

▼ 그런데도 전 검사가 믿지 않았다?

“네일숍에 가기 전 병원에서 수술 받은 건 믿었는데 주사기가 박스째 나오니까 의심을 거두지 못하더라. 이분이 정말 엄격하다. 처음엔 내 얼굴도 안 보고 타이핑만 했다. 지나치게 곧고 융통성이 없어서 이 검사가 날 되게 싫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근데 구치소와 병원을 오가면서 C형 간염을 치료받을 때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다. 그 일로 내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결국 내가 한 말이 다 맞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중엔 나한테 오히려 미안하다고 얘기하더라. 형사들도 너무 큰 사건으로 알고 있다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는 날 많이 걱정했다. 구치소로 면회 와서 울기도 하고.”

간염 치료를 위해 매주 주사를 맞고 약도 따로 복용한 그는 1주일에 나흘은 오한이 나고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파 누워있었고, 나머지 사흘은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그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전 검사도 알았다고 한다.

“조사할 때 내 눈이 노래지고 얼굴이 누렇게 떠 있더란다. 황달도, 간수치도 치명적인 수준이었다. C형 간염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화, 간암으로 발전한다. 검사님한테 조사받다 유서를 써놓고 자살한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그처럼 위태로워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내가 잘 지내서 고마웠던 것 같다. 춘천구치소에 입소하기 전 그곳 사람들이 에이미만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더라. 말썽쟁이라서 밥이 왜 이 모양이냐면서 사람들과 만날 싸울 거라고. 얘만은 멀리하자는 분위기였다는데 모범수처럼 잘 지냈다. 그랬더니 조사가 다 끝난 날 검사님이 지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이제 누가 뭐래도 에이미 씨 말 다 믿어요.’ 그게 너무도 고마웠다.”



구치소 안에서 한방을 쓴 다른 수감자들이 판사에게 탄원서에 가까운 편지를 쓸 때, 그는 전 검사에게 세 통의 편지를 썼다. 전 검사가 조사를 마치고 그에게 건넨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과 따뜻한 말을 떠올리며 “열심히 살겠다. 많은 것을 깨우쳐줘서 고맙다”는 내용을 편지에 담았다.

“밖에서 꺾은 꽃을 말려서 찍어 보내기도 했다. 내가 언제 이런 걸 해보겠냐며. 이제 삶에 중요한 것이 뭔지 알겠다. 이런 소소한 것이 삶의 행복이구나 싶다고도 했다.”

답장은 없었다. 그러다 집행유예로 출소하던 날 전 검사는 자신과 검찰 직원들이 쓴 편지 6통을 그에게 건넸다. 전 검사의 편지에는 “꿋꿋하게 잘 버텨줘서 고맙다. 난 믿는다. 다 잘될 거다. 아픈 거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내 스타일 아니지만…”

▼ 사건 현장인 네일숍에서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맞지 않은 게 명백하다면 전 검사가 실형을 구형해 억울했겠다.

“어쩔 수 없지 않나. 프로포폴을 많이 맞았다고 내가 실토했으니까. ‘악녀일기’에 출연할 때 협찬사였던 성형외과에 다니면서 여러 연예인을 봤다. 다들 피곤하면 맞고 그러니까 큰 문제라고 생각지 않았다. 미국에 살 때도 대마초에 손도 대지 않았던 내가 엄마가 의아해할 정도로 여기에 빠졌던 건, 방송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아서였던 것 같다. 댓글에 좋은 얘기만 달리진 않았으니까. 그때는 정말 되게 순수했다. 모든 사람의 말을 쉽게 믿고,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고.”

▼ 출소 후 잘 지냈나.

“구치소 안보다 밖이 더 무서웠다. 구치소에서는 모두 아홉 명이 한방을 썼는데 그 사람들은 죄를 내려놔서 그런지 콩 한 쪽도 나눠 먹으려고 한다. 서로 빼앗을 것도 없고. 근데 밖에서는 내게 돌을 던지고 마약쟁이 주제에 어딜 돌아다녀, 집행유예면 집에 짱 박혀 있어야지, 하며 별의별 욕을 다했다. 온갖 협박도 당했다. 프로포폴 맞고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유포하겠다는 사람부터 어쩌다 차 사고가 나면 ‘에이미네’ 하며 앞에 드러눕는 사람, 3개월 동안 따라다닌 스토커도 있었다.

그 스토커가 엄마에게 전화해 에이미 동영상이 있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내가 밖에서 노는 타입도 아니고, 화장실에서 찍혔나, 촬영하면서 옷 갈아입을 때 찍혔나,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나중에 그 사람을 잡았는데 강간, 폭행치사 같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이러더라. ‘돈이 많아 보여서요’라고. 그 한마디가 사람을 죽이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는 게 절망스러웠다. 프로포폴 사건이 있기 전부터 내가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일들이 떠오르면서 사람들은 날 호구로 보는구나, 이름도 얼굴도 다 바꾸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 하나 싶었다. 너무 힘들 땐 검사님에게 전화해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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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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