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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冬栢) 外

  • 담당·최호열 기자

동백(冬栢)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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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동백(冬栢)

전진우 지음, 나남, 556쪽, 1만4800원

동백(冬栢) 外
1800년 6월, ‘개혁 군주’ 정조가 승하한 뒤 보위에 오른 순조의 나이는 열한 살이었다. 그다음 임금인 헌종은 여덟 살의 어린 나이로 즉위했다. ‘강화도령’ 원범은 유배지인 강화도에서 농사짓고 물질하다가 졸지에 임금이 되었다. 철종으로 당시 19세였다. 나이 어리고, 준비 안 된 임금을 대신해 대왕대비들이 연이어 수렴청정을 하면서 외척이 득세했다. 안동 김씨 일문이 권력을 전횡(專橫)했다. 세도정치다. 그렇게 60여 년 세월이 흘러갔다. 왕조의 기틀은 무너지고 백성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

1863년 고종이 12세의 나이로 즉위했다.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10년간 섭정했다. 대원군은 안동 김 씨 세력을 몰아내고 일련의 개혁정책으로 왕권을 바로 세우며 민생을 살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대원군은 서세동점(西勢東漸), 서구 식민자본주의 세력이 근대화와 문명을 앞세워 몰려오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쇄국(鎖國)의 빗장으로 외세를 막으려 했다. 일본이 1853년 개항 이후 15년 만에 메이지유신을 통해 신흥 제국주의 세력으로 발돋움하는 것과는 상반된 길을 걸었다. ‘통한(痛恨)의 19세기’ 조선의 역사는 그렇게 진행됐다.



1894년 동학농민전쟁은 반(反)봉건 척왜(斥倭)를 기치로 퇴락한 왕조가 직면한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을 민(民)의 힘으로 해결하려 한 ‘혁명적 거사’였다. 동학 조직을 바탕으로 수십만 농민이 봉기에 참여했다. 그러나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손병희 등이 주도한 농민전쟁은 결국 ‘실패한 혁명’에 그치고 말았다. 혁명을 이뤄내기엔 농민군 역량이 부족했고, 일본군의 막강한 병기에 죽창으로 맞선 농민군의 싸움은 전쟁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3만 명에서 10만 명에 달하는 농민군이 떼죽음을 당했다.

‘친일 개화파’는 일본을 문명과 근대화의 모델로만 보았지, 조선을 병합하고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저들의 제국주의 본질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양반과 유림 세력은 평등을 앞세운 동학농민군이 계급질서를 붕괴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자 등을 돌렸다. 그들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일본의 야욕을 눈치 챈 것은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고 나서였다. 늦어도 너무 늦은 통각(痛覺)이 아니었던가.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다지만 만약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남북분단도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현재진행형인 남북의 정전(停戰)도, 우리 사회를 분열과 적대로 몰아가는 이념 갈등도 피할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 그러고 보면 ‘통한의 19세기’ 역사가 후대에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는 셈이다. 역사를 바로 읽고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다.

하여, 나는 역사를 쓰고 싶었다. 가능한 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고 싶었다. 소설적 구성은 역사적 사실을 이어주는 가교에 그치고자 했다. ‘동백’이 동학농민전쟁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전진우 | 언론인,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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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조선책략 | 최영진 지음

동백(冬栢) 外
100여 년 전, 약육강식의 서양 패러다임이 동북아에 급격히 밀려들어 올 것을 예견한 ‘조선책략’의 현대판 버전. ‘역사는 어떻게 역전되는가?’라는 부제처럼 100여 년 전 조선을 통찰하고 100년 후 대한민국을 준비하는 새로운 역사적 성찰을 담고 있다. 19세기 후반만큼이나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정세는 엄중하다. 전쟁의 패자(覇者)에서 무역 패러다임의 수호자로 변신하는 미국, 열강의 전리품에서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 움츠러드는 국력 속에서 과거 팽창주의의 어두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일본,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저자는 주미대사 등 외교관으로 41년 동안 국제정치 현장을 누빈 경험을 살려 급변하는 21세기 초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우리의 변화와 생존법을 제시한다. 김영사, 160쪽, 5500원

윤여준의 진심 | 윤여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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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력의 정책전략가이자 정치평론가인 저자가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준비위원회’ 의장을 맡아 화제다. 이 책은 팟캐스트 ‘이털남’의 시사평론가 김종배와의 대담으로 시작해 그가 안철수 사단에 합류한 배경과 안철수 의원이 내걸고 있는 ‘새 정치‘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등을 담고 있다. 1부에는 저자가 겪어온 한국 현대사와 정치의 아이러니를, 2부에는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에 맞춤한 ‘정치학 개론’을 담았다. 한국 정치와 리더십 비판을 통해 그가 왜 제3정치세력의 정중앙에 위치하기로 했는지를 들려준다. 3부에선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4부에선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가적, 국민적 차원에서 해결할 과제를 담았다. 메디치, 340쪽, 1만4000원

나의 국가디자인전략 | 권영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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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최초의 디자인 전문가 출신 부시장에 임명돼 ‘도시 디자인’과 ‘공공 디자인’ 열풍을 몰고 왔던 저자가 그동안 축적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을 한 단계 향상시키기 위한 88개의 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다례와 한옥, 오방색, 택견을 비롯한 우리의 전통문화부터 행정 서식, 반범죄 디자인, 담장 허물기, 남북 소통 디자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제를 디자인이라는 광범위한 영역으로 끌어들여 참신하게 제언한다. 깨알 같은 아이디어를 읽다보면 그의 박학다식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서문에서 한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세계인의 기억 속에 남을 만한 특별한 국가 이미지나 브랜드가 없다” “국가상징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해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인에게 각인해야 한다”는 충고가 가슴에 와 닿는다. 김영사, 696쪽, 2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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