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호

동백(冬栢) 外

  • 담당·최호열 기자

    입력2014-02-20 10:2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동백(冬栢)

    전진우 지음, 나남, 556쪽, 1만4800원

    동백(冬栢) 外
    1800년 6월, ‘개혁 군주’ 정조가 승하한 뒤 보위에 오른 순조의 나이는 열한 살이었다. 그다음 임금인 헌종은 여덟 살의 어린 나이로 즉위했다. ‘강화도령’ 원범은 유배지인 강화도에서 농사짓고 물질하다가 졸지에 임금이 되었다. 철종으로 당시 19세였다. 나이 어리고, 준비 안 된 임금을 대신해 대왕대비들이 연이어 수렴청정을 하면서 외척이 득세했다. 안동 김씨 일문이 권력을 전횡(專橫)했다. 세도정치다. 그렇게 60여 년 세월이 흘러갔다. 왕조의 기틀은 무너지고 백성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

    1863년 고종이 12세의 나이로 즉위했다.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10년간 섭정했다. 대원군은 안동 김 씨 세력을 몰아내고 일련의 개혁정책으로 왕권을 바로 세우며 민생을 살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대원군은 서세동점(西勢東漸), 서구 식민자본주의 세력이 근대화와 문명을 앞세워 몰려오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쇄국(鎖國)의 빗장으로 외세를 막으려 했다. 일본이 1853년 개항 이후 15년 만에 메이지유신을 통해 신흥 제국주의 세력으로 발돋움하는 것과는 상반된 길을 걸었다. ‘통한(痛恨)의 19세기’ 조선의 역사는 그렇게 진행됐다.



    1894년 동학농민전쟁은 반(反)봉건 척왜(斥倭)를 기치로 퇴락한 왕조가 직면한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을 민(民)의 힘으로 해결하려 한 ‘혁명적 거사’였다. 동학 조직을 바탕으로 수십만 농민이 봉기에 참여했다. 그러나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손병희 등이 주도한 농민전쟁은 결국 ‘실패한 혁명’에 그치고 말았다. 혁명을 이뤄내기엔 농민군 역량이 부족했고, 일본군의 막강한 병기에 죽창으로 맞선 농민군의 싸움은 전쟁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3만 명에서 10만 명에 달하는 농민군이 떼죽음을 당했다.

    ‘친일 개화파’는 일본을 문명과 근대화의 모델로만 보았지, 조선을 병합하고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저들의 제국주의 본질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양반과 유림 세력은 평등을 앞세운 동학농민군이 계급질서를 붕괴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자 등을 돌렸다. 그들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일본의 야욕을 눈치 챈 것은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고 나서였다. 늦어도 너무 늦은 통각(痛覺)이 아니었던가.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다지만 만약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남북분단도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현재진행형인 남북의 정전(停戰)도, 우리 사회를 분열과 적대로 몰아가는 이념 갈등도 피할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 그러고 보면 ‘통한의 19세기’ 역사가 후대에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는 셈이다. 역사를 바로 읽고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다.

    하여, 나는 역사를 쓰고 싶었다. 가능한 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고 싶었다. 소설적 구성은 역사적 사실을 이어주는 가교에 그치고자 했다. ‘동백’이 동학농민전쟁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전진우 | 언론인, 소설가 |

    New Books

    新조선책략 | 최영진 지음

    동백(冬栢) 外
    100여 년 전, 약육강식의 서양 패러다임이 동북아에 급격히 밀려들어 올 것을 예견한 ‘조선책략’의 현대판 버전. ‘역사는 어떻게 역전되는가?’라는 부제처럼 100여 년 전 조선을 통찰하고 100년 후 대한민국을 준비하는 새로운 역사적 성찰을 담고 있다. 19세기 후반만큼이나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정세는 엄중하다. 전쟁의 패자(覇者)에서 무역 패러다임의 수호자로 변신하는 미국, 열강의 전리품에서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 움츠러드는 국력 속에서 과거 팽창주의의 어두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일본,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저자는 주미대사 등 외교관으로 41년 동안 국제정치 현장을 누빈 경험을 살려 급변하는 21세기 초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우리의 변화와 생존법을 제시한다. 김영사, 160쪽, 5500원

    윤여준의 진심 | 윤여준 지음

    동백(冬栢) 外
    독특한 이력의 정책전략가이자 정치평론가인 저자가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준비위원회’ 의장을 맡아 화제다. 이 책은 팟캐스트 ‘이털남’의 시사평론가 김종배와의 대담으로 시작해 그가 안철수 사단에 합류한 배경과 안철수 의원이 내걸고 있는 ‘새 정치‘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등을 담고 있다. 1부에는 저자가 겪어온 한국 현대사와 정치의 아이러니를, 2부에는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에 맞춤한 ‘정치학 개론’을 담았다. 한국 정치와 리더십 비판을 통해 그가 왜 제3정치세력의 정중앙에 위치하기로 했는지를 들려준다. 3부에선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4부에선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가적, 국민적 차원에서 해결할 과제를 담았다. 메디치, 340쪽, 1만4000원

    나의 국가디자인전략 | 권영걸 지음

    동백(冬栢) 外
    서울시 최초의 디자인 전문가 출신 부시장에 임명돼 ‘도시 디자인’과 ‘공공 디자인’ 열풍을 몰고 왔던 저자가 그동안 축적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을 한 단계 향상시키기 위한 88개의 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다례와 한옥, 오방색, 택견을 비롯한 우리의 전통문화부터 행정 서식, 반범죄 디자인, 담장 허물기, 남북 소통 디자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제를 디자인이라는 광범위한 영역으로 끌어들여 참신하게 제언한다. 깨알 같은 아이디어를 읽다보면 그의 박학다식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서문에서 한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세계인의 기억 속에 남을 만한 특별한 국가 이미지나 브랜드가 없다” “국가상징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해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인에게 각인해야 한다”는 충고가 가슴에 와 닿는다. 김영사, 696쪽, 2만9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메타생각(Meta-Thinking)

    임영익 지음, 리콘미디어, 428쪽, 1만9500원

    동백(冬栢) 外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한 문제를 만난다. 공부뿐 아니라 경영, 마케팅, 기술, 예술 등 모든 세계는 본질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 전진할 수 있다. 문제를 푼다는 것은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다.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움직이는 것을 ‘1차 생각’이라고 하자. 1차 생각은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찾고 그것을 연결하는 행위다(1차 스캐닝). 문제를 못 푼다는 것은 지식의 적절한 연결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언젠간 문제가 풀린다. 이 순간을 ‘통찰’이라고 하며, 통찰은 오랜 생각의 숙성물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문제풀이의 일반적 과정이다. 그런데 천재는 이 과정을 뛰어넘어 단번에 발상을 전환해 해법을 찾아낸다. 아쉽지만 우리는 갑자기 이런 천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천재의 발상 과정을 잘 이해하고 훈련한다면 우리의 숨은 창의성이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메타생각훈련은 바로 이런 훈련의 하나로 보면 된다.

    다시 돌아와 1차 생각 과정(1차 스캐닝)과 메타생각을 고찰해보자. 기존 지식을 스캐닝하는 1차 생각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면 미궁에 빠진다. ‘내가 모르는 것’을 생각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매는 과정과 비슷하다. 눈앞에 보이는 건물이나 도로를 모두 알고 있더라도 전체 도로망을 이해하지 못하면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자신의 현 위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지도가 필요하다. 지도를 통해서만 ‘자신’을 볼 수 있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위치’를 보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게 된다.

    ‘생각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1차 생각을 하는 자신을 돌아다보아야 한다. 1차 생각을 과거로 이동하면 1차 생각이 움직이는 과정을 점검할 수 있다(2차 스캐닝). 이것이 메타생각기법의 기본 원리다. 1차 생각을 다시 스캐닝하면서 자신이 모르는 것과,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잡아낸다. 이것이 생각의 위치를 만들어준다. 위치를 파악한 후 새로운 생각을 만들기 위해 생각의 기술을 재구성해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초 1차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생각체계로 들어간다. 이런 메타생각의 반복을 통해 기발한 생각을 스스로 만들게 된다.

    메타생각은 창의적 생각을 폭발하는 점화장치며, 생각을 전환하는 발상의 스위치다. 이 책은 자신의 생각을 다시 생각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개념과 발상을 만들어내는 ‘생각의 기술’을 모두 포함하는 ‘메타생각기법’을 담고 있다. 메타생각은 자신의 생각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생각을 모니터링하면 좀 더 쉽게 ‘생각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생각의 기술이 ‘what’이라면 메타생각은 ‘how’를 가능하게 한다. 기발한 발상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힘은 지식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나 생각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힘이 필요하다. 메타생각은 생각의 재구성을 도와준다.

    임영익 | 영국 수학회 정회원, 인텔리콘 법률사무소 대표 |

    New Books

    차이나 콤플렉스 | 노경목·남윤선·김한권·김민정 지음

    동백(冬栢) 外
    경제신문 기자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들이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현지 취재하며 앞으로 10년간 중국과 한중 관계의 변화 양상을 그려냈다. 가장 큰 변화는 과거 한국이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열등감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20년간 이어진 고속성장은 마감하겠지만 중국의 정치·경제적 위치는 한 단계 더 뛰어오르며 중국에 대한 인식도 바뀌게 될 거라는 예상이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열린 ‘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최근 현안에 대한 해설도 들어 있다. 중국의 향후 경제정책 방향을 개방 중심의 광둥모델과 내륙 개발을 위한 충칭모델로 나눠 살펴본 접근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 같은 중국의 변화에 맞춰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아산정책연구원, 216쪽, 1만5000원

    소외된 90%를 위한 비즈니스 | 폴 풀락·맬 워윅 지음, 이경식 옮김

    동백(冬栢) 外
    세계적인 사업가이자 빈곤 퇴치 운동가인 저자들은 ‘가난은 비즈니스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도발적인 주장을 한다. 저자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부유한 10%의 고객을 위한 비즈니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수십억 명의 새로운 고객, 즉 소외된 90%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그 어떤 기업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 프록터 앤 갬블(P·G)과 유니레버의 치열한 경쟁과 제너럴모터스(GM)의 몰락 등 수십억 명의 새로운 고객을 잡기 위한 거대 기업들의 치열한 암투가 담겼다. 또한 방대한 사례와 이론을 바탕으로 어떻게 수십억 명을 비즈니스의 고객으로 삼을 것인지, 지금까지 제3세계에서 펼쳐진 비즈니스들은 왜 실패했는지, 기존의 지식이나 선입관에서 벗어나 ‘無로부터 시작하는’ 제로베이스 설계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들려준다. 더 퀘스트, 320쪽, 1만5000원

    마인드 버그 | 앤서니 G 그린월드·마자린 R 바나지 지음

    동백(冬栢) 外
    우리 마음속에 있음에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분석한 책. 마인드버그(mindbug)는 사물을 인식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뿌리 깊은 사고 습관이 일으키는 정신의 오작동을 뜻한다. 무의식적인 태도를 측정할 수 있는 내재적 연관 검사(IAT)를 개발한 앤서니 그린월드 워싱턴대 교수와 마자린 바나지 하버드대 교수가 썼다. ‘오프라 윈프리 쇼’ 등에서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IAT 테스트를 활용하면 평소에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뇌의 편향을 살펴볼 수 있다. 내재적 편향은 노골적 적대감과는 다르지만 분명 차별적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흥미로운 사례도 소개한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오인 사격의 피해자를 살펴보면 백인보다 흑인이 월등히 많고, 의사가 백인 환자보다 흑인 환자에게 만족도가 떨어지는 치료 방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추수밭, 344쪽, 1만6000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

    화폐의 전망

    세종연구원·필립 코건 지음, 윤영호 옮김, 436쪽, 2만2000원

    동백(冬栢) 外
    최근 세계는 잇따른 금융위기를 겪으며 불안과 공포에 빠져 있다. 이처럼 전 세계를 엄청난 혼란과 시련에 몰아넣은 재앙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며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현직 ‘이코노미스트’편집자이자 유력한 비즈니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현 금융위기를 어떻게 분석하고 전망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일단 그는 돈의 본질에 대해 주목하며 화폐의 역사를 채권자와 채무자의 투쟁으로 조명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폐는 실질적 가치 없이 신용에 근거해 무한히 발행할 수 있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데,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바로 이 점이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단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지폐는 처음에 그 가치의 기준이 되는 금을 담보로 하는 일종의 보증서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본위제는 한정된 금의 양이 급격히 성장하는 경제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1970년대 초 금과의 연계가 단절되면서 국가별로 환율을 관리하는 변동환율제가 성립되었다. 이후 40년 동안 전 세계는 거의 경기침체 없이 꾸준히 자산 가격이 상승했는데, 이면에는 신용의 폭발적인 증가가 도사리고 있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미국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이끌었던 엄청난 부채의 거품이 빠지며 일어났다. 2010년의 유럽 금융위기를 몰고 왔던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유럽경제의 단일화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부채의 함정에 빠진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이었고,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신용과 투기, 단기자금과 경기침체가 맞물려 부채의 재난에 휩쓸린 것이었다. 이 혼란이 심각한 이유는 오늘날 부채는 돈이며 돈은 부채이기 때문에 엄청난 부채를 떠안은 채무자를 쉽게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실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종이의 약속을 남발한 결과에 대한 우리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한편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점차 노동력이 감퇴하고 의료와 연금 같은 복지에서 적자가 누적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기존의 화석에너지가 고갈되면 에너지의 사용에 부담이 가중되고 대체에너지의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의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데도 오랜 기간에 걸쳐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하겠지만 우리는 장차 위협이 되는 사안들에도 신중하게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저자의 견해에 공감할 것이며 역자도 마찬가지다. 현대 세계는 사실상 신용사회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경제는 부채 없이 운영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문제는 그 신용을 뒷받침하는 윤리가 아닐까 생각되며 최근 경제에서 도덕성이 대두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과연 그 많은 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영호│전문번역가│

    New Books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 문화 버리기 | 최경원 지음

    동백(冬栢) 外
    다소 도발적인 제목처럼 우리가 알고 있던 한국 문화를 새로운 측면에서 재조명했다. 저자에 따르면 1000여 년 전의 전통문화를 찾는 것은 찬양하고 흠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비추는 빛을 얻기 위해서다.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아주 유리하다. 재해석할 유산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도 그것들을 미래 가치로 재해석하지 않는다는 것. 저자는 현대 디자인 연구자답게 요즘의 시각으로 전통문화를 재해석한다. 이를테면 감은사지 탑은 현대미술에서나 구현하는 비례의 미학을 완성한 예술품이고, 조선시대 달항아리는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피카소의 그림에 비견되며, 조그마한 철 조각을 기본 모듈로 만든 고구려 철갑옷은 20세기 초 서양에서 ‘기능주의’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디자인 사조를 충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디자인연구소, 296쪽, 1만4500원

    폭풍 속의 고독한 길 | 이범영 지음

    동백(冬栢) 外
    군번 없는 소년병사로 6·25전쟁에 참전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직업군인의 길에 들어선 저자는 뛰어난 전술가이자 용맹한 지휘자로 명성을 날렸다. 육군 역사에서도 드물게 40여 개의 표창과 훈장을 받은 그는 마침내 모든 군 장교의 꿈인 장군 진급을 눈앞에 둔다. 하지만 돌연 전역서를 제출하고 군복을 벗는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장군이 되기에는 인사치레도 할 수 없을 만큼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이처럼 회고록은 한 점 얼룩 같은 것도 섞이지 않은, 진실 그대로의 기록을 담고 있다. 어떤 부분은 너무 융통성이 없어 보일 정도로 고지식하게 사실 그대로를 적고 있다. 그래서일까, 읽다보면 참군인의 삶이 얼마나 숭고한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인생이라는 전투 보고서’라 할 만하다. 동학사, 400쪽, 1만7000원

    공연의 탄생 | 이종덕 지음

    동백(冬栢) 外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 공연의 현대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국내 공연장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저자는 1963년 문화공보부 예술과 공무원을 시작으로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88서울예술단을 비롯해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홀 등 국내 대표 예술기관을 두루 운영했다. 올해 여든을 맞은 그가 ‘한 편의 연극처럼 훌쩍 지나간’ 50년의 기억을 반추해 그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그가 소개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따라가다보면 우리나라 공연 역사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그 변천사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마지막 장에는 김승업 영화의전당 대표, 김의준 국립오페라단 단장 등 5명의 예술경영 CEO와 인터뷰를 수록했다. 부록으로 실린 ‘공연장 CEO 시절의 공연들’ 목록은 그 자체가 한 편의 공연 역사다. 도서출판 숲, 376쪽, 1만8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10년 후 미래시장을 가다

    LG경제연구원 지음, 한스미디어, 312쪽, 1만8000원

    동백(冬栢) 外
    지난 설날 연휴에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를 장식한 키워드는 ‘AI(조류 인플루엔자)’와 ‘신흥국 경제위기’였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인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브라질과 인도는 물론 터키와 폴란드 등 동유럽 신흥국으로까지 경제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 경기의 하향세가 두드러지면서 신흥국이 그 직격탄을 맞고 있고, 이것이 제2의 글로벌 경제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우리나라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신흥국 위기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의 미래에 신흥국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국 경제가 가장 주목해야 할 8개 신흥국을 정밀하게 분석한 이 책의 출간 타이밍은 실로 절묘했다.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서점에 배본됐는데, 오프라인 서점에 책이 본격적으로 진열되기 시작하자마자 아르헨티나를 필두로 한 신흥국의 위기가 속보로 전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감히 단언컨대, 지금 이 시점에서 신흥국 위기의 실체를 진단하는 데 이 책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LG경제연구원이 연간 프로젝트로 기획한 신흥국 탐방기가 시발점이 되었다. ‘중국의 뒤를 이어 세계 경제의 축이 될 나라는 어디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은 ‘신흥시장 옥석 가리기’였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브릭스(BRIC‘s) 국가에 포함됐으나 최근 평가절하 분위기가 완연한 브라질, 인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멕시코, 베트남, 이란, 터키, 폴란드 등 8개국을 한국 경제와 밀접한 신흥시장으로 추려냈다. 연구원들의 탐방은 주로 현지의 경제학자, 한국 기업의 현지법인 매니저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오랫동안 살면서 현지 정서에 정통한 교민 의견도 참고했다. 단순히 공개되는 거시경제 데이터와 국제 투자은행의 보고서로는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현지 정서와 구조적 이슈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축적된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어우러져 정확한 진단과 통찰이 가능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집필을 총괄한 박래정 수석연구원은 신흥시장에 대한 조망이 경제 문제로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는 물론 정치와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아 입체적으로 조망해야만 제대로 된 통찰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또한 기존 경제서의 딱딱한 틀을 벗어나 쉽고 재미있게 읽히기를 원했는데, 이 책에서 탐방기와 같은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파트의 저자들이 여행을 하듯 현장을 헤치고 다닌 경험들을 살려냈기 때문이다. 2014년, 신흥시장의 위기와 기회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 책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모민원 | 한스미디어 기획1팀장 |

    New Books

    귀농귀촌 반값에 성공하기 | 정구현·조금선 지음

    동백(冬栢) 外
    은퇴 후 귀농귀촌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인구가 점점 증가한다. 하지만 준비 없이 시골에서 편하게 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는 큰코다친다. 귀농귀촌도 사업이다. 새로운 분야에 진입하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다양한 정보와 검증을 거쳐야 비로소 귀농귀촌에 성공할 수 있다. 이 책은 귀농귀촌에 성공한 두 저자가 그동안 몸으로 부딪혀 섭렵한 알짜배기 정보와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큰 비용 없이 귀농귀촌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실제 사례를 통해 전달한다. 은퇴 후 꼭 알아야 할 고수익 농사 전략부터 돈 되는 농지 투자비결, 반드시 성공하는 입지 선정 및 반값 주택과 농지 구입 노하우 등이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라온북, 272쪽, 1만3800원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 김성근 외 지음

    동백(冬栢) 外
    우리 시대의 ‘어른’ 20명이 입을 모아 ‘나이 듦의 즐거움’을 들려준다. 저자들의 연령대는 불혹을 지난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이영만(60) 헤럴드미디어 대표는 중국 춘추시대 고사성어를 빌려와 “나이 듦은 복”이라고 강조한다. ‘야신’ 김성근(71) 감독은 나이 숫자를 외우는 것은 무기력한 이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꼬집는다. 김연철(49) 인제대 교수는 개인의 시간 대신 ‘사회적 세월’인 분단 60여 년의 역사적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교사회학자인 정태식(57) 경북대 교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시간관을 통해 우정과 사랑을 통한 합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월은 약이고 경험이고 지혜다. 세월은 쓰는 사람의 몫이다. 우리는 시간을, 세월을 어떻게 써야 할까. 이 책에 그 해답이 담겨 있다. 페이퍼로드, 244쪽, 1만2000원

    과학의 순교자 | 이종호 지음

    동백(冬栢) 外
    과학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불운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과학자 20명의 삶과 그들의 과학적 열정을 담았다. 방사능에 노출돼 백혈병으로 사망한 마리 퀴리와 딸 이렌 퀴리처럼 살아서 명성을 얻은 과학자도 있는가 하면, 번개실험을 하다 번개에 맞아 즉사한 리히만, 최초로 컴퓨터를 개발했으면서도 영국이 숨기는 바람에 존재가 뒤늦게 알려진 튜링 같은 과학자도 소개된다. 남녀의 치아 수가 같다는 것을 밝혀낸 베살리우스의 일화는 과학자의 기본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이들을 통해 과학자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이론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함으로써 미지의 영역을 밝혀내려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고 목숨을 담보로 한 실험에 몸을 사리지 않아야 함을 보여준다. 사과나무, 432쪽, 1만6000원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