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성종합대학 전경(왼쪽)과 졸업증.
“김일성대 출신 탈북자가 300명 넘으면 북한이 뒤집힐 것이다.(김광진·46·외국어문학부)
“종합대학 졸업생은 북한의 최고 엘리트다. 북한도 국가다. 지식인층, 전문가들이 있다. 그 많은 인구 가운데 쓸 만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 왜 없겠는가. 해외유학을 다녀온 사람도 적잖다. 북한을 수준 이하의 비정상적 집단으로만 치부하면 그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디로 가려 하는지 파악할 수 없다.”(최세웅·54·외국어문학부)
“김일성대를 나오면 출세 길이 열린다. 서울대 졸업생의 사회적 위상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A씨·외국어문학부)
“북한에는 한국의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 같은 서열은 없다. 김일성대와 김일성대가 아닌 대학으로 나뉜다.”(C씨.외국어문학부)
1990년대 이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김일성대 졸업생은 30명이 넘는다. 김일성대에서 유학한 후 서울에서 근무하는 옛 사회주의권 국가 외교관을 포함하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 대학 졸업자는 50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졸업생’도 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문건은 박종철(조선어문학부), 임수경(외국어문학부), 강경대(경제학부), 김태훈(경제학부), 조성만(화학부), 최덕수(법학부) 씨가 명예졸업생이라고 밝힌다.
고(故) 박종철(1964~1987) 군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불씨가 된 한국 민주화의 상징이다. 박군의 아버지 박정기 옹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200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55돌 행사를 참관한 후 북한을 떠나기 전날 밤 김영성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부위원장이 숙소인 평양시 봉화초대소로 찾아와 종철이의 명예졸업장을 낭독하고 전달했다. 졸업장은 종철이의 졸업연도인 1989년경 만들어졌다고 전해 들었다. 김일성대는 1987년 강의실에 종철이 책상과 의자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렇듯 명예졸업장을 받은 한국인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김일성대가 멋대로 수여한 것이다.
“잘난 놈이 뭣 하러…”
“서울에 김일성대 총동문회가 만들어진 것을 아십니까?”
2011년 여름, 조명철 당시 통일연구원장(현 새누리당 의원)이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호기심이 동했다. “회장은 누군가요?”라고 묻자 동석한 한 탈북자가 “조명철 원장이 회장입니다”라고 답했다. 김일성대 출신 탈북자에게 부탁해 총동문회 모임에 가보려고 했으나 매번 퇴짜를 맞았다. 하나같이 외부에 총동문회가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김일성대를 졸업한 A씨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탈북자는 동포가 아니라 경계의 대상입니다. 호기심의 대상이지 함께 일할 상대는 아닌 겁니다. 한국 사람들이 탈북자를 믿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한국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청와대에 있을 때 탈북자 관련 통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