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원호 · 안보연애소설

려명黎明

1장 개성 파견

  • 이원호

려명黎明

2/13
“…”

“자기가 좋다면 가, 난 상관없어.”

그 순간 윤기철은 가슴에 찬바람이 스치고 지나는 느낌을 받는다. 얘는 남이다. 눈앞에 보이는 여자는 같은 차에 타지 않았다. 한때는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차에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여자다. 그래, 개성은 잘나가는 회사에서는 유배지다. 나 같은 3류 중소기업 직원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피하는 피난처 같은 곳이고, 윤기철이 술병을 집어 아직도 빈 잔으로 놓인 제 잔에 술을 채웠다.

“그래, 갈 거다.”

말이 저절로 나와버렸다.



밤 11시가 다 됐는데 윤덕수는 저녁밥을 먹는 중이었다.

“어, 왔냐?”

반주로 소주를 마시던 윤덕수가 술잔을 들어 보이며 윤기철에게 물었다.

“한잔할래?”

“아뇨.”

조하나하고 소주 두 병을 나눠 마시고 그냥 헤어진 터라 술이 당기기는 했다. 그냥 헤어졌다는 것은 같이 모텔에 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만나면 꼭 모텔에 갔으니까.

“밥 먹을래?”

이번에는 어머니가 물었으므로 윤기철은 머리만 내저었다. 동생 윤영철은 작년에 제대하고 아직 취직을 못해 하루에 알바 두 탕을 뛴다. 지금은 편의점에 있을 것이다. 어쨌든 개인택시 운전사인 아버지까지 남자 셋은 열심히 버는 편이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윤기철이 술잔을 들고 있는 윤덕수 앞에 앉았다. 아버지는 오늘 쉬는 날이어서 등산을 다녀왔을 것이다.

“아버지, 저, 우리 회사 개성공단 공장으로 옮겨가려고요.”

불쑥 말했더니 윤덕수가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이 가늘어져 있다.

“왜?”

“과장 진급하려면 거기서 1년 근무해야 됩니다. 그것이 필수 코스죠.”

30평 아파트여서 주방에서도 다 들린다. 어머니 이정옥이 다가와 옆자리에 앉았다.

“거기, 안 가면 안 되냐?”

“왜?”

이번에는 윤기철이 물었더니 이정옥의 눈도 가늘어졌다.

“지난번 언젠가 한국사람 하나를 잡아 가두고 못나오게 했잖어?”

“아, 그거, 나중에 보냈는데….”

“즈그들 맘대로 공단 문 닫고, 쫓아내고 잡아들이고 하잖어?”

“잡아들이기는 언제….”

“위험해, 가지마.”

마침내 이정옥이 말했을 때 윤덕수가 헛기침을 했다.

“사내자식이 무슨, 가봐.”

“아니, 기철이 아부지.”

“우리 돈 내고 지은 공장인데 가는 게 무섭다면 말이 되냐?”

눈을 부릅뜬 윤덕수가 이정옥을 노려보았다. 윤덕수는 11자로 시작되는 젓가락 군번을 자랑했고 향로봉에다 벙커 작업을 한 것이 추억거리인 이른바 극우 보수인사다. 윤덕수의 시선이 윤기철에게로 옮겨졌다.

“가야지, 난 월남은 지원했어도 못 갔지만 넌 가야 된다.”

이로써 윤덕수가 월남파병과 개성공단 진출을 같은 시각으로 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13
이원호
연재

이원호 안보연애소설

더보기
목록 닫기

려명黎明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