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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차떼기’ 막으려면 차량등록제 시행해야

공정선거 사각지대 농어촌 ‘유권자 수송’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유권자 차떼기’ 막으려면 차량등록제 시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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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차떼기’ 막으려면 차량등록제 시행해야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전남의 한 마을.

600대 수송 용역

6·4 지방선거를 120일 앞둔 2월 4일,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제6차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입지자들이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명함을 나눠주며 이름 알리기에 나서면서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덩달아 시골 농촌 마을도 들썩인다. 지방 일꾼을 잘 뽑으려는 유권자의 관심도가 높아서가 아니다. 선거 때 한몫 챙기려는 선거 브로커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까닭이다. 전남의 한 자치단체장에 출마하려는 A씨는 “벌써부터 불법, 타락 선거 조짐이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 선거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걱정이 많다. 이번 선거가 또다시 조직 동원, 돈 선거로 흐르는 건 아닌지….”

▼ 투표일까지 100일도 더 남았다. 벌써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된 건가.



“법정 선거운동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남았지만 이미 음성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가장 큰 문제가 조직 동원인데,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어떤 움직임이 있나.

“투표 날 노인 수송을 위해 마을단위로 조직을 구축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우리 지역에 자연부락이 600개쯤 되는데, 투표 날 유권자 수송을 위해 조직을 꾸려 차량 600대를 확보하라는 용역을 줬다는 얘기도 들린다.”

A씨가 출마하려는 자치단체는 인구 8만 명에 유권자는 6만 명 정도다. 자연부락이 600여 개 되고, 4개에서 10개의 마을이 모여 ‘리’를 이루고 있다. 1개 읍면은 다시 4개에서 12개의 리로 구성돼 있다.

선거 조직은 대개 마을-리-읍면 등 각 단위 책임자를 두는 피라미드 형태로 조직된다고 한다. A씨는 “마을 담당자는 ‘대리’, 리는 ‘과장’, 읍면 책임자는 ‘국장’으로 대기업 회사 명칭을 써가며 선거운동조직을 꾸린다”며 “선거운동을 위해 조직된 이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투표 당일 ‘유권자 수송’을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의 시 단위 자치단체에서 기초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B씨는 4년 전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는 “‘지역에 봉사하겠다’는 순진한 마음으로 선거판에 뛰어들었다가 조직의 쓴맛을 톡톡히 봤다”고 털어놨다. 그의 얘기다.

“시골의 선거는 철저하게 조직 중심으로 치러진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골목까지 촘촘히 조직을 갖춘 후보를 이기기 힘든 구조다. 조직을 갖춘 이유가 무엇 때문이겠나. 선거운동 기간에는 활동비조로 자금을 내려 보내고, 투표 당일에는 유권자를 승용차로 실어나르기 위해서다. 결국 동원선거, 돈선거가 판친다.”

B씨가 출마하려는 선거구는 달동네가 속한 구(舊)도심이다. 산 중턱에 다닥다닥 붙은 구가옥에는 독거노인이 주로 거주한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이가 많다. 그런데 선거 때가 되면 이들 기초생활수급자의 어려운 형편을 이용한 타락선거가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산 중턱에 사는 돈 없는 노인은 평소 마을 어귀 가게에서 외상술을 먹는다. 그런데 선거 때면 특정 후보 선거운동원이 그분들 외상값을 대신 갚아준다. 그러고는 투표 당일 차로 투표소까지 태워다 준다. 그런 행태만 막아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텐데….”

“어르신 가운데는 순박하고 순진한 분이 많다. 만 원짜리 한 장 손에 쥐여드리면 그것이 ‘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만.”

달동네 골목 어귀에서 만난 C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이번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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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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