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호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정부

심층 분석 - 대형 참사, 그 후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4-05-22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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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하듯 대책 쏟아냈지만 ‘재난 백서’ 6권 불과
    • 건축구조기술사 설계 ‘필수’가 아닌 ‘협력’… 강제성 없어
    • 출소 후 사업 재개한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책임자들
    •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후 통합무선망 계획, 지금도 관계기관 따로
    • 유조선·경비정 통신 문제, 여수 기름 유출 사고 때도 되풀이
    승선인원 관리 부실, 구명장비 미작동, 기상 악조건에서 무리한 운항….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훼리호 사고 관련 재난 백서에 담긴 사고 원인이다. 20년이 지난 세월호 참사에서도 이는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정부는 책임자 엄중 처벌과 후속 사고 방지 대책 수립을 거듭 약속한다.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국회는 경쟁하듯 관련 대책을 쏟아낸다. 그럼에도 닮은꼴 사고는 반복된다.

    우리는 왜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걸까.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에 대한 정부 후속대책을 살펴보기로 했다. 하지만 취재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가 사고 후 어떤 후속대책을 내놓았는지 종합적으로 정리한 공식 문서조차 없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국가에서 대형 참사를 겪은 후 사고 원인부터 대처 과정, 문제점과 개선 사항 등을 기록한 ‘재난 백서’를 펴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재난 백서는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 단 6권뿐이다. 그중 2000년대 이후 발간된 것은 대구지하철 방화사건(2003년)과 천안함 폭침 사건(2010년) 두 권에 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동아’는 참사 이후 정부 대책을 알기 위해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군대, 경찰 등이 발표한 보도자료, 해명자료, 부처 회의자료 등을 일일이 찾아 종합했다. 백민호 강원대 재난관리학과 교수는 “백서 작성은 실패를 통해 배우기 위한 첫걸음인데 이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은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사고 원인부터 정부의 대책과 실패, 향후 과제 등을 모두 기록한다. 고베지진(1995년)의 경우 백서가 8권에 달한다. 백서에 기록하고 끊임없이 열어보면서 사건을 잊지 않고 고쳐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기본도 안 지킨다. 실패를 통해서도 배우지 못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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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성 없는 안전 설계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환영회 행사가 진행 중이던 오후 9시 16분. 갑자기 무대 쪽 지붕 일부가 무너지더니 날카로운 금속성 굉음이 울려 퍼지며 지붕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붕이 완전히 붕괴되는 데는 1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100명 가까운 학생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U자 형태로 찌그러진 철골 구조물에 매몰됐다. 이 사고로 10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다쳤다. 사망자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20세 안팎의 학생이었다.

    3월 말 경찰 발표에 따르면 마우나리조트 강당 건설 과정에는 크게 3차례 위법 행위가 있었다. 먼저 기둥 간 거리가 31m로 건축법 시행령(30m 이상이면 건축구조기술사가 구조 안전 확인)에 따라 건축구조기술사가 구조의 안전을 확인해야 했지만, 리조트 건설 당시 건축구조기술사는 안전 확인을 않고 도장만 대여해줬다.

    건축사는 임의로 설계도면, 앵커볼트 등 자재를 바꿨다. 이후 건물 시공을 맡은 시공사는 설계도에 계획된 자재(SM490)보다 강도가 약한 자재(SS400, SPHC)를 사용했다. 사용된 자재는 자동차 철판용으로 설계 자재에 비해 흡수력이 절반 수준이다. 건설 이후 건축사가 공사감리를 실시했지만 자재, 설계, 구조 관련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4월 2일 국토교통부는 “리조트 참사 재발을 막겠다”며 ‘건축물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기둥 간격이 20m 이상인 건축물이나 샌드위치패널(PEB) 등 ‘특수구조 건축물’은 착공 전까지 구조안전성 심의를 받고 △감리과정에서 건축구조기술사의 현장 확인을 받으며 △준공 전까지 유지관리매뉴얼을 작성하라는 내용이다. 현행(6층 이상, 기둥 사이 30m 이상, 다중이용 건축물)보다 기준이 다소 강화됐다.

    하지만 건설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의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현재 건축법 시행령이나 국토교통부 대책 모두 기둥 간격 20m 이상 건축물은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즉 건축구조기술사는 직접 설계에 개입하지 않은 채 조력자 구실을 한다. 검토 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이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강제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내법상 건축주는 건축사와 계약을 하고 건축사가 건축구조기술사를 고용하는 형태다. 어떻게 미학이 ‘갑’이고 안전이 ‘을’이 될 수 있는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건축구조기술사가 구조 도면에 확인·날인하는 법이 생겼지만 현재 지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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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그릇 싸움

    건축구조기술사회는 오랫동안 “건축구조기술사의 구조 안전 확인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직 국토교통부 공무원은 “건축구조기술사회는 회원이 900명 수준이지만 대한건축사협회는 2만 명이 넘는다. 건축사협회 상근부회장은 퇴임한 국토부 공직자가 오랫동안 맡아왔다.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국토교통부로서는 건축사협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건축구조기술사의 역할만 증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샌드위치패널은 샌드위치처럼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재료로 저렴한 가격에 빨리 시공할 수 있다.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은 샌드위치패널 방식으로 건설됐다. 1999년 씨랜드 수련원 화재 (사망 23명, 부상 6명), 지난해 10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안성 코리아냉장창고 화재, 서울 구로동 복합건물 신축공사장 화재(사망 2명, 부상 9명) 등도 모두 샌드위치패널 방식 건축물에서 발생했다.

    씨랜드 수련원 화재 사건 이후 정부는 △일정 면적 이상 청소년 수련시설에 자동화재설비 등 소방시설 적용 기준을 강화했고 △숙소에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마우나리조트처럼 숙소가 아닌 강당에는 샌드위치패널 사용을 규제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이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해 지어진 건축물은 총 8만 동이다. 그중 다중이용시설물은 2900동에 달한다. 한 건축구조기술사는 “현행 다중이용시설물 중 법대로, 건축구조기술사가 안전을 고려해 설계한 건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샌드위치패널은 비용이 적게 들고 단열효과가 좋지만 지붕 하중을 견디는 힘이 약하고 화재나 눈에 취약하다. 눈과 같은 습기를 빨아들이며 하중을 급격히 불리는 탓에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며 “샌드위치패널 자체에 대한 규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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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 속 매뉴얼만 쌓인다

    교관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벗고 바다로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거센 파도에 맨몸의 아이들은 힘없이 쓸렸다.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이들은 “5명이 실종됐다”고 말했지만, 교관은 이를 무시한 채 “숙소에 갔을 것”이라고 했다. 실종된 아이들의 시신은 이튿날에야 물위로 떠올랐다. 아이들이 물속에서 생사를 넘나들 때 교감과 교사들은 인근 횟집에서 회식 중이었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바로 태안에 달려가 유가족들에게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책임자 엄중처벌 등을 약속했다. 대통령 역시 국정회의에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교육부는 태안 해병대 캠프 사망 사고와 관련해 △학교장이 직접 교육활동을 실시하거나 △ 관련 기관 또는 단체에 위탁 실시할 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것 △학교 단위 체험프로그램, 현장실습 등 앞두고 교직원 안전교육 실시 의무화 △교육부의 행정지침, 매뉴얼 등을 통한 사전조사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 대책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또한 △ 대규모·위험성 프로그램 인증 의무화 △청소년활동 신고대상 확대 △수련시설 종합평가 및 안전점검 의무화 등 법률도 개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고로 열일곱살 아들을 잃은 이후식 씨는 “어떠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설 수련회를 운영한 여행사 대표 등 7명은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6개월~1년 6개월 실형을 받았다. 1년형을 받은 해당 캠프 대표는 출소 후 다시 수학여행 업체를 운영한다. 이씨의 말이다.

    “장관은 그렇게 재발방지를 약속하더니 장례 치르고 태도가 돌변했다. 골치 아픈 문제가 끝났다는 식이다. 거듭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마우나리조트, 세월호 사고 등 어린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대책 마련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해 생업도 접고 청와대 앞에서 몇 달째 1인시위 하고 있지만 말 한마디 없더라.”

    교사들에게 현장 분위기를 물었다. 서울 모 여고 2학년 담임을 맡은 이모 씨는 “지난해 10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매뉴얼을 보거나 안전교육을 받은 기억은 안 난다. 매뉴얼이나 공문이 내려오면 메신저로 ‘이런 공문 있으니 보세요’라고 메시지가 오지만 강제성이 없기에 아무도 보지는 않는다. 수학여행 전 담임들끼리 모임은 하지만 학생들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를 논의할 뿐, 안전사고 관련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씨랜드 화재사고 이후에도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한 안전평가를 강화했다. 교사와 학부모에게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시절의 안전 수준을 자발적으로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부 업주들은 안전평가 공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평가를 거부했다. 문제의 태안 해병대 캠프와 같이 법망을 피하는 ‘미인증 사설업체’도 등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총장은 “불법을 저질러 얻는 이익이 크다. 문제가 발생해도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은 고위 전관 출신 변호사 써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안전 기준을 꼼꼼히 지키겠나”라고 지적했다.

    10년째 추진-중지 반복하는 통합무선망

    대구지하철 1079열차가 중앙로역에 들어선 직후,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김모 씨(지적장애 2급)가 휘발유를 담은 페트병에 불을 붙여 던졌다. 열차는 불길에 휩싸였다.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역사로 진입한 맞은편 열차에까지, 불길은 삽시간에 옮겨 붙었다.

    건국 이래 최대 화재참사로 기록된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이 사고로 정보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속살이 낱낱이 공개됐다. 군, 경찰, 지하철, 소방서가 제각기 무선망을 운영하는 탓에 구조 및 화재 진압 과정에서 일사불란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은 것. 이에 정부는 “대형 테러나 재난 발생 시 관련 공공기관을 무선으로 연결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통합무선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소방방재청은 ‘TRS-테트라 방식’의 무선통신시스템으로 통합무선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대상기관은 280여 개, 총 사업비는 3197억 원이었다.

    하지만 통합무선망 사업은 10년 넘게 표류했다. 소방방재청과 경찰, 일부 지자체가 ‘TRS-테트라망’을 깔고 2007년 시범 사업을 진행했지만 2008년 감사원 조사 발표 이후 ‘올스톱’됐다. 당시 감사원이 “특정업체(모터롤라)가 기술을 독점해 예산이 낭비됐고 기술 종속이 우려 된다”며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권고한 것. 감사원은 업체 선정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의 로비 정황이 드러났고 정부의 초기 예산 발표에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듬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재조사(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역시 “경제성 확보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때까지 통합무선망 구축에 들어간 예산만 수조 원에 달했다.

    이후 통합무선망 설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행정안전부는 2011년 5월 재난망 참여업체 제안서를 접수하면서 사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이 없다. 기획재정부가 2013년 1월 KDI에 다시 의뢰한 예비타당성조사 역시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발표가 나지 않았다.

    석호익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은 “정부는 KDI의 세 번째 보고서를 기다린다. 누군가 총대를 메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될 일이지만 담당자들은 업체나 대상 기관들의 반발이 워낙 심하니 ‘내가 이 자리에 있는 1~2년만 조용히 넘어가라’는 생각으로 미적거린다. KDI는 계속 경제성 문제를 지적하지만 국가 재난이나 구조 문제를 경제성 논리로만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통합무선망 부재는 이번 세월호 사고 구조 과정에서도 문제가 됐다. 현재 해양경찰은 아이덴, 경찰은 테트라, 해군은 VHF무전기를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수색, 실종자, 사망자 수 집계 등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석 연구원은 “세계 주요국은 20~30년 전에 재난 관련 통합망을 만들었다”며 “미국, 호주, 일본은 음성뿐 아니라 동영상, 데이터까지 신속하게 전달하는 무전기기술(PS-LTE)을 상용화했는데, ‘정보통신 강국’ 한국은 아직 음성 전달 시스템도 통합하지 못하니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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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직후 전국에서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여들었다. 흰 방역복을 뒤집어쓴 자원봉사자들은 역한 냄새도 잊은 채 태안 해변에 쪼그려 앉아 기름이 묻어 까매진 돌을 닦았다. 그들의 노력 덕에 태안은 일상을 찾았지만 태안 기름 유출 사고의 악몽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사고 직후 정부는 △방제, 해상교통관제 업무를 해경청으로 일원화하고 △방제선을 건조하며 △방제 지휘체계 일원화 및 방제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해경은 △대형 유조선이 연안 가까이 운항할 때 해경 경비정이 호송해 사고를 방지하고 △유조선과 같은 위험물 적재 선박은 통신장비를 2중으로 설치하고 △선체를 홑겹으로 만든 유조선의 운항금지 시한을 2015년에서 2010년으로 5년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월 31일 여수 기름 유출 사고에서 ‘태안의 악몽’이 반복됐다. 여수 기름 유출 사고 당시에도 유조선을 호송하는 해경 경비정은 없었고 사고 한 시간 후에야 신고가 접수돼 대응이 늦어졌다. 100KL 이상 유류가 유출된 경우 ‘대규모 해양오염 위기관리 실무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를 발령해야 하지만 해경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보름 후 발생한 부산 유류 유출 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

    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환경부의 신년업무보고 자리에서 “앞으로 예상 가능한 모든 부분에 안전수칙과 사전예방 시스템을 만들라”고 거듭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태도, 실천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승화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은 “해양오염사고의 30% 이상이 운항 부주의로 일어난다. 기름 유출 사고는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 법을 강화해서는 절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법, 매뉴얼만 만들 것이 아니라 해상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시나리오 식으로 정리하고, 모든 사고 유형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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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t learn safety through accident

    세월호 사건 이후 한 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크게 두 개다. 국가안전처 신설과 수학여행 전면 금지. 국가안전처는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초동 대응 미흡과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부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론을 잠재우려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겸훈 국가위기관리학회 재난관리연구위원은 “먼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이 왜 제 기능을 못했는지 원인을 규명한 후 진단해야 한다. 초동 대응 미숙의 원인도 모른 채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것은 결국 장관급 공무원 자리만 늘려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국가안전처가 신설돼도 지방자치단체와 연계 고리 없고 정책 집행 권한이 일원화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안전행정부는 제6차 안전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지금까지 발생한 대형 재난사고를 분석하고 기관 간 협업사항 등을 논의했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안전행정부는 “이를 통해 후진국형 대형사고 재발을 방지하고 신종 복합재난을 예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정부가 시행했다고 밝힌 재발방지대책은 주로 안전수칙 강화, 사고 대응 매뉴얼 정비, 담당기관(소방방재청, 합동방재센터) 신설 등이었다. 임 교수는 “정부에서도 ‘과거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대신 스스로를 위로하고 변명하는 수준의 논의만 했다”고 비판했다. 건축구조기술사회 정 부회장은 싱가포르 공사장에 붙은 문구를 소개했다.

    “Don′t wait to learn safety through accident. 사고를 통해 안전을 배우지 말자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1986년 시내의 7층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를 겪은 후 건설안전법을 강화해 후속 사고를 예방했다. 우리는 예방은커녕 사고를 통해 배우지도 못하고 있으니 어떻게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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