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들.
누군가에게는 낯선 암호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능숙한’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친숙하게 느낄 것이다. 이는 ‘카카오톡’ ‘페이스북메신저’ ‘마이피플’이라는 인기 모바일 메신저의 줄임말이다.
모바일 메신저의 위상이 날로 높아진다. 단순히 문자메시지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쇼핑, 게임, 음악 청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종합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5월 초 주가 폭락으로 하루만에 트위터 시가총액 중 39억3000만 달러(약 4조 원)가 증발하고, 페이스북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예측이 쏟아지는 등 SNS 영향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향후 모바일 메신저가 SNS의 영향력을 넘어서 주요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위챗, 와츠앱, 라인, 카카오톡
세계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는 위챗, 와츠앱, 라인, 카카오톡 등이다. 위챗은 중국 텐센트가 2011년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로 누적 가입자가 6억 명이 넘는다. 중국 내 이용자가 많고 동남아 지역에서도 인기다. 와츠앱은 미국에서 2009년 출시된 메신저로 이용자가 남미, 중남미, 유럽 등지에 고르게 분포한다.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인수된 이후 상승세가 더욱 거세졌다.
국내업체인 네이버가 2011년 6월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경우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에 크게 뒤처졌지만 누적 세계 가입자수(4억 명)가 카카오톡(1억3000만 명)보다 크게 앞서있다. 라인은 일본과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 유럽,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마케팅 범위를 넓혔다.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간접광고(PPL)가 노출되면서 한류 열풍을 타고 마케팅 효과를 크게 보았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일본, 대만, 태국 등에서 큰 인기다.
초기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무료로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이 때문에 카카오톡이 국내 출시된 2010년,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전년도에 비해 문자 이용자가 크게 줄어 골머리를 앓았다. 또한 모바일 메신저는 △여러 사람이 함께 대화하는 그룹 채팅이 가능하고 △글로 된 메시지뿐 아니라 사진, 영상 등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으며 △연락처만 저장돼 있으면 바로 친구로 등록할 수 있고 △점차적으로 무료 음성 통화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2012년 한국에 분 ‘애니팡 열풍’은 카카오톡의 인기 덕분에 가능했다. 같은 모양 3개를 맞추면 터지는 간단한 게임이지만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서로 추천하고 함께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쟁도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카카오톡은 윈드러너, 포코팡, 블레이드 등 신규 게임과 연계를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갖췄다.
네이버 라인 역시 2013년 한 해 동안 유료 게임 아이템 판매 수수료로 203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LG경제연구원 조상완 선임연구원은 “소셜 게임은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특성과 잘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후 모바일 메신저의 범위는 점차 확대된다. 현재 카카오톡은 메시지 서비스 외에도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아지트, 카카오그룹, 카카오뮤직,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앨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카카오아지트는 신종 SNS로서 국내에서는 페이스북에 필적할 인기를 끈다. 네이버 라인 역시 밴드라는 소셜 서비스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
올 2월, 페이스북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19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인수했다. 이는 2011년 모터로라가 구글에 인수될 때의 금액(125억 달러)보다 60억 원 이상 많다. 페이스북이 페이스북메신저라는 자체 메신저까지 가진 상황에서, 이토록 큰 비용을 치러 왓츠앱을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성원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 매출에 의존하는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실질적 관심사항을 담은 모바일 메시지를 통해 데이터를 얻어 정교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와츠앱 인수 직후 페이스북의 모바일 사용자 수가 PC 사용자를 추월했고 이용자의 페이스북 체류 누적시간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일본 라쿠텐은 바이버를 9억 달러(약 9500억 원)에 인수했고, 중국 알리바바는 탱고에 2억1500만 달러(약 2300억 원)를 투자, 지분 80%를 획득하면서 글로벌 IT기업의 모바일 메신저 인수 경쟁이 과열됐다.
모바일 메신저의 인기는 이동통신 업계 지형까지 바꾼다. 초기에는 모바일 메신저에 대해 ‘문자·음성통화 수익을 빼앗아가는 경쟁자’라며 경계했던 이동통신 업체들도 이제는 이들과 ‘윈윈 작전’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중국의 제2 통신사인 차이나 유니콤은 기존의 3G 요금제에 10위안(약 1.5달러)을 추가하면 위챗 전용 데이터 300MB를 사용할 수 있는 ‘위챗 전용 요금제’를 출시했다. 싱가포르 통신사업자 싱텔 역시 왓츠앱 전용 데이터 통신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처럼 음성과 문자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업자는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와 적극적인 제휴를 꾀해야 한다.
끈끈한 인간관계 근거한 광고효과
벤처 역시 모바일 메신저와의 제휴를 통해 상생의 묘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일단 모바일 메신저와 가장 활발하게 제휴하는 분야는 게임이다. 애니팡, 애니팡사천성 등 소셜 게임을 선보인 선데이토즈는 올 1분기 매출액 404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332% 증가한 규모다. 이 밖에도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소셜 쇼핑 시장’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다.
가장 기대되는 부문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광고 시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는 오프라인에서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관계정보를 이용한 정교한 광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모바일 메신저 특유의 푸시 기능(알림 기능)을 통해 광고 메시지를 더욱 빠르게 전달할 수 있고,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 광고 도달률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네이버 일본 법인이 운영 중인 라인의 경우 대기업이 이용자와 직접 소통하는 ‘공식 계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인에 공식 계정을 개설한 기업은 100개가 넘는데, 특히 로손의 경우 라인을 통해 쿠폰을 제공하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조 연구원은 “모바일 메신저가 서로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선보이다보면, 이 경쟁의 승리자가 구글, 애플과 같이 새로운 스마트시대의 플랫폼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