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호

당원들도 뿔나…朴心 안 먹혀 당 대표 선출 후 조기 레임덕 가능성

긴급 진단 - 박근혜 정권 침몰 위기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4-05-21 17:2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해경의 무능·부패 때문에 정부 전체가 덤터기
    • 찬바람 불기 전엔 수습 안 돼
    •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국민 분노 누그러질 것
    당원들도 뿔나…朴心 안 먹혀 당 대표 선출 후 조기 레임덕 가능성

    5월 10일 ‘박근혜 책임져라’ 피켓이 등장한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 촛불집회.

    2014년 4월 16일은 박근혜 정부에 ‘절벽’과 같은 날이다. 걸어온 길은 끊겼고 추락의 위기 앞에 섰다.

    이날 아침 단원고 학생이 대부분인 승객 290여 명은 세월호와 함께 바닷 속으로 가라앉았다. 침몰 직전 학생들이 촬영해 가족에게 전송한 동영상들이 며칠 뒤 공개됐다. 두려움에 우는 장면, 서로 구명조끼를 챙겨주는 장면,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장면….

    승객들에겐 “이동하지 말고 선실에서 대기하라”고 한 뒤 자기들끼리 빠져나간 선장과 선원들, 평형수까지 빼며 과적을 일삼다 배를 침몰케 한 선사, 이런 탈·불법 운영을 묵인하며 치부한 것으로 알려진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유병언 일가의 행태는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런데 분노의 다른 줄기는 정부로 향했다. 그 탓에 박근혜 정권은 출범 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세월호 참사는 외형적으로 민간 여객선 사고다. 그런데 정부 전체가 여기에 말려들어 허우적댄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권이 향후 어떠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인지에 관해 익명을 전제로 여권의 내밀한 얘기를 들어봤다. 정부 고위관계자 A씨는 “길게 가면, 놔두면,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걱정스레 말했다. 다음은 A씨와의 대화다.

    “모두 구조될 것 같습니다”



    ▼ 정홍원 총리는 사고 발생 시점인 4월 16일 오전 국내에 없었죠?

    “총리는 이날 오전 해외순방 일정을 마치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귀국하는 길이었어요. 서울로부터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했지만 모두 구조될 것 같습니다’라는 보고를 받았어요. 총리는 안심했어요. 그러나 총리가 탄 공군2호기가 동남아 상공을 지날 때쯤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어요. ‘실종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내용. 총리는 기수를 전남 무안공항으로 돌리라고 지시했습니다. 팽목항을 바로 방문하기로 한 거죠.”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서울에 구성됐으므로 총리께선 예정대로 서울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건 어쩌면 총리의 개인 경험에서 비롯된 결정일 수 있어요. 2002년 4월 중국 민항기가 경남 김해에 추락해 우리 국민 111명을 포함해 129명이 숨지는 큰 사고가 난 적이 있어요. 당시 총리께선 사고 담당 검사로서 현장을 잘 지휘했다는 평가를 받았죠. 큰 재난사고 땐 희생자나 실종자의 가족을 배려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런 일을 당신께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겠죠.”

    ▼ 그러나 총리는 팽목항에 도착하자마자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물병 세례를 받았죠.

    “가족 분들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 같고…. 총리는 귀국 중이어서 구조작업을 지휘한 것도 아니고 가족 분들을 걱정해 만사 제쳐두고 달려왔지만 결국 정부를 대표해 뭇매를 맞은 거죠.”

    ▼ 모두 구조될 것 같다는 첫 보고. 왜 그런 엉터리 보고가 총리에게 전달됐나요?

    “구조작업을 맡은 해양경찰청이 현지 대책본부에 보고했고, 현지 대책본부는 서울의 중대본에 보고했고, 중대본은 총리실과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결국 최초 보고자인 해경이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집계하지 못한 것이죠.”

    ▼ 제대로 집계를 못했으면 ‘집계 중’이라고 해야지 왜 ‘모두 구조될 것 같다’고 했을까요?

    “그 부분도 조사(수사) 대상인 것으로 압니다. 해경이 잘못했죠.”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당일 오전 “단 한 명도 피해가 없도록 구조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의 뉘앙스를 보면, 박 대통령도 정 총리처럼 ‘모두 구조될 것 같다’는 취지의 허위보고를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여러 언론도 이날 오전 “학생 338명 전원 구조”라고 오보를 냈다. 이 보도의 출처를 역으로 추적하면, 경기도교육청은 단원고의 발표를 근거로 기자들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단원고는 학부모들이 학교로 몰려오자 해경에 피해 상황을 문의해 오전 11시 5분께 해경으로부터 ‘전원 구조’를 통보받았다고 한다. 결국 허위 집계의 원 출처는 모두 해경이었던 셈이다.

    이후에도 정부는 생존자·사망자·실종자 발표에서 오류를 몇 차례나 더 반복했다. 이 역시 해경 탓이다. 해경이 중대본에 보낸 ‘목포, 항해 중인 여객선 침수사고 발생’ 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은 당일 오후 1시까지도 “총 370명 구조”라는 잘못된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실제 생존자 172명.)

    ‘전원 구조’가 ‘대형 참사’로 뒤바뀌면서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충격이 더 커졌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크게 고조된 계기가 됐다. 또한 이러한 사건 초기 허위보고가 없었다면 정부의 인명구조 대응이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달라졌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내각 총사퇴로 해결 안 돼”

    당원들도 뿔나…朴心 안 먹혀 당 대표 선출 후 조기 레임덕 가능성

    5월 14일 새누리당의 친박(親朴) 서청원 의원(서있는 사람)과 비박(非朴) 이재오 의원(앞)이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질타하고 있다.

    사고 며칠 후 해경의 세월호 구조 영상이 공개됐다. 이를 보면 해경 헬기와 경비정은 오전 9시 34분경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세월호는 45도 정도만 기운 상태였고 승객이 밀집한 3, 4, 5층 선실은 물에 잠기지 않았다. 이후 10시 17분(선실 내에서의 마지막 카톡 전송)까지 50여 분에 걸쳐 배가 서서히 넘어가는 동안, 배 안의 학생들이 “해경이 왔다”며 안도하는 동안, 해경 구조선은 배 주변만 맴돌았다. 요행히 스스로 바다에 뛰어든 승객들만 건져 올렸다. 해경은 선실로 들어가지도 않았고 승객들이 들을 수 있게 “밖으로 나오라”고 알리지도 않았다. 세월호가 선수 일부만 남기고 완전히 잠기는 순간까지 해경은 멀뚱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와 관련된 A씨와의 대화 내용이다.

    ▼ 해경이 더 살릴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네요.

    “나도 이런 의문을 갖고 있어요. 배 안으로 들어갔어야 했다, 인명을 더 구조할 수 있었다….”

    ▼ 해상재난구조는 해경의 고유 임무로 되어 있는데요. 소방관이 불속으로 뛰어들어가 사람 구조하듯이 해경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나요? 재난 때 그렇게 하라고 월급 주고 연금 주는 것인데. 해경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정부는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라는. 정부 전체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는 것 같은데요?

    “그렇죠. 해경이 해양수산부 소속으로 정부의 일부분이니까. 역으로 해경이 헌신적으로 구조했다면 정부 전체가 욕을 먹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사실 해양수산부나 해경은 정부 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 사각지대예요. 경찰만 해도 언론이 늘 상주하고 감시하고 질타하지만 해경은 어디 그런가요? 해경은 주로 항만에 있는데 거기까지 외부의 눈길이 잘 안 미쳐요. 무사안일, 관료주의, 적폐가 있어왔습니다. 이렇게 가장 취약한 곳에서 누적된 문제가 터진 거죠.”

    ▼ 정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히고 박 대통령이 수용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명박 정부 시절 구제역 사태가 발생했을 때 유정복 당시 장관은 ‘구제역 수습하고 물러나겠다’고 했어요. 그러나 이번에 총리는 조건 없이 물러나겠다고 했죠. 언론에선 ‘힘 빠진 총리가 제대로 통솔하겠느냐’고 하고, 일부 유가족도 ‘사퇴한다는 총리가 뭘 할 수 있다고’라고 말해요. 그러나 막상 유가족 대표 분들과 총리는 진지하게 대화합니다. 미움의 감정이 100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엔 70으로 좀 누그러진 듯해요.”

    ▼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새 총리 지명, 내각 쇄신, 관피아 척결 같은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 사고는 수습과 치유의 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겁니다. 아마 찬바람 불어야…. 내각 총사퇴를 하더라도 아물긴 어려워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겠지만, 인위적으로 국면 전환하려 하면 스텝이 더 꼬입니다. 이 건은 이 건대로, 민생은 민생대로. 앞으로 책임회피와 거짓말 안 하는 게 더 중요해요. 이게 섞이면 회복 불능입니다. 사고 전모와 잘못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책임질 공무원들·부처들에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해요.”

    ▼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KBS 사장에게 요구해 KBS 보도국장이 인사조치된 것을 두고 말이 많은데요.

    “평시라면 외압이고 언론통제겠지만 지금은 비상상황이잖아요. 보도국장의 말이 왜곡 보도된 것일 수 있지만 어쨌든 세월호 사고와 교통사고라는 말이 나온 건 사실이고. 보도국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격앙된 심정, 어디 갈 데도 없어서 청와대로 달려온 이분들의 사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니니 방송사와 협조해 이분들을 조금은 달래드려야 하잖아요.”

    “구제불능조직”

    해경과 관련해, 여권 내에선 ‘반드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는 “김석균 해경청장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농림수산식품위원회)은 기자에게 “4개 지방해양청 폐지와 경감급 이상 간부의 일괄 1계급 강등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

    ▼ 2006년, 2012년 4개 지방해양청 설립에 해경의 기관 이기주의라든지, 당시 정권의 배려가 있었다고 보나요?

    “해경은 해상안전 강화 같은 명분으로 조직을 키웠으나 실제론 일선 현장 인력을 늘리기보다 간부 자리 늘리기에 급급했어요. 관리조직인 본부와 지방청 인원은 246% 증가한 반면 재난구조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일선 경찰서 인원은 25% 증가에 그쳤습니다.”

    당원들도 뿔나…朴心 안 먹혀 당 대표 선출 후 조기 레임덕 가능성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인 4월 16일 오전 TV뉴스 장면.

    ▼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기 전 해경의 인명구조 활동이 충분했다고 보나요?

    “선체에 진입해 적극적으로 구조했다면 희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침몰하지 않은 조타실에서 마이크로 탈출 방송을 할 수 있었음에도 그마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청와대와 상부엔 구조자 수만 강조하고 실종자 수는 숨기는, 공은 키우고 과는 숨기는 상황보고를 했죠. 검찰 수사정보를 한국선급에 미리 넘겨주는, 업체와의 유착도 드러났고요. 그들만의 폐쇄적 인사 구조를 바꿔야 해요.”

    ▼ 간부 1계급 강등은 어떤 절차로 시행될 수 있나요?

    “징계위원회에서 의결하면 됩니다. 지방해양경찰청 폐지는 대통령령을 개정하면 되고요.”

    ▼ 해경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을까요?

    “실무를 등한시했고 간부 자리 늘리기에 여념이 없었죠. 조직 재정비가 필요해요.”

    해경 교관 출신인 S대 김모 교수는 기자에게 “해경은 1996년 경찰청에서 독립한 뒤 경찰청과 대등해지려 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장이 치안총감이니까 해경청장도 치안총감으로 만들었어요. 경찰이 경찰대를 갖고 있으니까 자기들도 해양경찰교육원을 만들었죠. 사실 예전처럼 해군에 위탁교육 받아도 아무 문제 없는데도요. 경찰이 수사·정보·형사 파트 두니까 자기들도 그렇게 했죠. 경찰이 골프장(경찰대 체력단련장)을 갖고 있으니까 자기들도 골프장을 조성해요. 과거엔 인력 3000명으로도 업무를 잘 수행했어요. 지금은 인력이 1만 명 넘게, 예산이 1조 원이 넘게 비대해졌지만 정작 해상재난구조업무는 훈련·장비 면에서 형편없어요. 이참에 해경을 경찰청에 다시 편입시키는 게 낫다고 봅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원 소장도 기자에게 “해경을 없애버려야 한다. 경찰에 통합시켜야 한다. 해경은 구제불능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아주 작은 규모로 경찰에서 떨어져 나가서는 흉내 낼 건 다 흉내 내요. 조선학 박사가 특채돼 정보수사국장 되는 건 경찰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해경에선 가능합니다. 피의자를 직원 집에 재우질 않나. 해난구조 전문성과 직업윤리가 형편없다는 점도 확인됐죠. 집계도 못하고 구조도 못하고. 공직자가 부패해도 유능할 순 있지만, 해경은 기본적으로 이익집단들과 너무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에 유능하기도 글렀어요.”

    “박심? 됐거든!”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 김황식 후보(전 총리) 측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여권 인사 B씨는 “해경도 해경이지만 대통령과 정부가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많다. 골수 새누리당 당원들도 세월호 참사로 정부에 뿔이 나 있다”고 말했다.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이후 박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들어설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 경선 결과를 보면, 김황식 후보의 득표율이 정몽준 후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더군요. (정 후보 3198표, 김 후보 958표)

    “김 후보는 경선 후반 ‘박근혜 대통령이 내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까지 했잖아요. 여러 논란을 부를 수 있음에도요. 후보가 이 정도까지 말했으면, 새누리당 당원들, 특히 친박 진영은 ’박심(朴心)이 김황식에게 있다’고 다 짐작하게 됐단 말입니다.”

    ▼ 그게 사실이면, 김 후보의 득표율이 왜 저조한 거죠?

    “김 후보가 득표한 900여 표는 정치 초년생인 그분이 그동안 열심히 개인 플레이해서 얻은거예요. 친박에서 서울시내 당협위원회(옛 지구당) 중 10개 정도는 밀어줘야 김 후보가 2700표 정도 얻어 정 후보와 싸움이 되는데 이게 ‘제로’였어요.”

    ▼ 친박 진영조차 김 후보를 외면했다는 이야기인데….

    “일부 친박 진영은 움직였어요. 더 큰 문제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이었죠. 세월호 여파로 이분들도 화가 나 있어요. ‘박심은 김황식’이라고 짐작하면서도 ‘됐거든!’이라고 외면한 거죠. ‘대통령을 이번에 별로 도와주고 싶지 않다’ 이거죠. 이 바람에 호남 손님(김황식)은 초대받아 갔는데 문전박대만 안 당했을 뿐이지 엄청 냉대 받은 셈이죠. 막판에 정몽준 후보가 얼마나 실수를 많이 했나요? 막내아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언급하면서 ‘국민이 미개하니 국가가 미개하다’고 했죠. 부인이 ‘(막내아들이) 바른 소리 했다고 격려해주시는데 시기와 말 선택이 안 좋았다’고 했죠. 심지어 정 후보 본인도 자기 지역구를 부인에게 물려주겠다고 했다가 농담이라고 했죠. 그래도 당원들이 정몽준만 끼고 돈 거니까.”

    ▼ 박 대통령 측에 정치적 위기가 왔다?

    “지방선거 후에 있을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가 바로미터가 될 겁니다. 로열티(신의)를 의심할 여지없는 서청원 의원 같은 분이 당 대표가 되면 박 대통령 측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박 대통령과 격돌한 적이 있는 김무성 의원 같은 분이 당 대표가 되면, 이런 분도 대통령의 뜻을 티 나게 거스르진 않겠지만, 박 대통령 측은 꽤 힘들어질 겁니다. 문제는, 김황식 득표율에서 확인되듯이 박 대통령 측이 내심 원하는 인물이 경선에서 당 대표로 선출될지가 확실치 않다는 거죠.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하면 이런 불확실성이 더 커집니다. 핵심 친박조차 새 권력 쪽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어요. 차기 당 대표가 2016년 총선 공천에 관여하니까요. 조기 레임덕이 올 수 있는 거죠. 박 대통령이 내놓을 세월호 수습안에 대한 여론, 지방선거 결과, 전당대회 결과가 맞물려 정권이 출렁일 겁니다.”

    “MB였다면 어땠을까?”

    ▼ 일부에선 ‘세월호 참사는 선사와 선원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직접적 원인이므로, 대통령과 정부에 너무 과도하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의 대응이 무기력하게 비친 것도 사실이죠. 대통령이 명령해도 장관이나 지휘관은 귓등으로 들었다기보다는 그냥 자기 해오던 대로만 한 거예요. 실질적 결과물은 하나도 못 만들어내고. 국민이 며칠 지켜보다 속이 터진 거죠. 여당 당원 중 상당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합니다.”

    ▼ 아, 그런가요?

    “이 대통령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거죠. 경찰이 아동 성추행 미수사건에 늑장 대응했을 때 이 대통령이 일산경찰서에 가서 호통쳤고 결국 범인을 잡았잖아요. 우리 선원 20명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을 때도 해군 보내 해적 완전 소탕했고 전원 구해냈잖아요. 이 대통령이었다면 점퍼 입고 지하벙커에서 지휘했겠지? 세월호가 가라앉기 전에 해군 특수전전단(UDT)이든 공수부대든 풀었겠지? 아니면 큰 배라도 끌어다가 세월호 안 엎어지게 받쳤겠지? 이 대통령 같은 양반이 생난리 치고 닦달했으면 결과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뭐, 이렇게 상상하는 당원들도 있어요. 정부 재난구조 시스템도 사실 박 대통령 측이 격하한 거죠. 본부를 총리실에서 안행부로 내렸고 총리가 관련 장관들 지휘하도록 한 것을 안행부 장관이 관련 차관들 지휘하도록 했고. 이 때문에 초기에 대책본부가 몇 개니 하는 혼선이 생겼죠.”

    ▼ 박 대통령은 사고 수습 및 국정 쇄신안을 내놓을 것 같은데요.

    “대통령 본인부터 바뀌면 국민이 더 공감할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A로 가는 게 맞다’고 여기면 대통령은 적어도 A-1정도로는 가줘야 하는데 영 다른 데로 가거나 안 가니까. 예를 들어 ‘수첩인사 하지 말라’ ‘만기친람 하지 말라’는 게 여론이면 비슷하게는 가줘야 한다고 봐요”

    그러나 B씨는 “승객 구조를 내팽개친 무능·부패 해경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 전체가 반정부 정서를 뒤집어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 책임의 대부분은 해경과 해수부 책임이다. 초동 보고부터 허위로 올리면 대통령도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 대통령과 해경을 등치하거나 양자를 똑같은 정도로 비난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외신은 박 대통령이 한국의 국민성, 이념 갈등 구도 탓에 참사 책임을 과도하게 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