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자 편의성, ‘그립’감 높여 차별화한 디자인
- 심박센서는 의료용 아닌 헬스와 피트니스용
- 글로벌 판매망 늘리고 가격 낮춰 경쟁력 상승
기존 스마트폰보다 눈에 띄게 진화한 갤럭시S5는 4월 11일 세계 125개국에서 동시 출시한 지 25일 만인 5월 6일 1000만 대가 팔렸다. 삼성전자 자료에 따르면 갤럭시S는 1000만 대를 팔기까지 7개월, 갤럭시S2는 5개월, 갤럭시S3는 50일, 갤럭시S4는 27일이 걸렸다. 역대 최단기간에 ‘1000만 고지’에 오른 갤럭시S5의 선전은 새로운 수요 창출이 여의치 않은 시장 상황과 갖가지 논란을 딛고 세운 기록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소비자 가치가 최우선
갤럭시S 시리즈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억 대가 넘게 팔렸다. 2011년부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해마다 갤럭시S 시리즈의 새 모델을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장에서 처음 공개해왔다. 갤럭시S5도 2월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언팩2014 행사에서 첫선을 보였다. 신종균 삼성전자 모바일(IM)부문 대표가 갤럭시S5를 직접 들고 나와 검은색(차콜블랙), 흰색(쉬머리화이트), 파란색(일렉트릭블루), 금색(코퍼골드)의 네 가지 버전과 웨어러블 기기인 삼성 기어 3종을 소개했다.
베일에 싸였던 갤럭시S5의 실체가 드러나자 외신은 방수·방진 기능과 고효율 배터리 등으로 기존 스마트폰의 취약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점에 주목하며 호평을 쏟아냈다. 반면 이전 모델과 유사해 보이는 외관 디자인은 아쉬움을 샀다. 기능과 성능은 놀랍게 진전했지만 디자인 혁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었다. 많은 혁신기술을 담으려 디자인을 양보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자인과 기술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지만 때로 외관의 형태나 스타일이 탑재하려는 기능이나 기술과 배치될 때도 있다. 이때 삼성전자의 선택 기준은 철저히 소비자 가치다. 소비자의 삶에 가치를 창출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삼성전자는 제품의 외양과 스타일을 넘어 소비자에게 쉽고 스마트한 사용 편의성을 제공해 삶의 가치 혁신에 기여해야 한다는 디자인철학을 바탕으로 기술과 디자인이 상호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갤럭시S5의 디자인은 기존 갤럭시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개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 욕구를 반영해 파격적인 색상과 소재로 차별화를 꾀했다”며 후면 커버의 양가죽 질감 소재와 타공 패턴을 예로 들었다.
갤럭시S5 후면 커버는 갤럭시노트3부터 삼성 모바일 제품의 상징처럼 이어져온 가죽 질감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더 부드러운 감촉과 손에 쥐었을 때 편안한 느낌이 나는 신소재로 제작됐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은 의류와 신발, 각종 액세서리에 쓰이는 소재를 죄다 분석해 수백 차례의 질감 테스트를 거친 끝에 이 소재를 찾아냈다. 후면 커버를 장식한 균일하고 섬세한 타공 패턴은 지난 1년간 구멍의 크기와 모양이 다른 수백 개의 시안을 매일 검토한 끝에 얻은 결과물이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으면서 손에 닿는 촉감이 좋고, 지문이 덜 남는 디자인을 골랐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위기를 기회로
갤럭시S5가 글로벌 출시를 한 달 남짓 앞둔 3월 중순에는 카메라 모듈의 렌즈 수율을 문제 삼는 의혹이 제기됐다. ‘렌즈 수율이 낮아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는 요지였다. 하지만 당시 갤럭시S5의 카메라 렌즈 수율은 “양산 초기 기준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이었다”고 관계자는 말한다. 갤럭시S5는 오히려 예상보다 빠른 3월 27일 SKT를 통해 전격 출시되며 한국 소비자를 먼저 만났다. 글로벌 출시일인 4월 11일에는 갤럭시S4를 내놓은 지난해보다 두 배가 넘는 125개국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국내에서는 심박수를 측정하는 심박센서의 활용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은 상태로 출시됐다. 갤럭시S5가 스마트폰 최초로 탑재한 심박센서는 내장형이라 다운로드해 쓰는 심박수 측정 앱보다 정확도가 높다. 심박센서는 ‘삼성 기어2’ ‘삼성 기어핏’ 등 웨어러블 기기와도 연동된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실시간 피트니스 코칭 기능으로 스스로 운동량 등을 지속 관리할 수 있다. 이전 모델과 차별화한 특징 중 하나인 심박센서는 4월 8일 이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정상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날 운동이나 레저용 심박수계 및 맥박수계를 의료기기 관리대상 품목에서 제외하는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의 일부 개정을 고시한 데 따른 조치다. 식약처는 3월 17일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심박수를 표시하는 제품은 이전까지 용도와 상관없이 식약처의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의료기기로 취급됐다. 심박센서를 내장한 갤럭시S5도 의료기기가 될 뻔했다. 식약처는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현실 여건을 감안해 운동이나 레저용으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스마트기기를 의료기기 관리대상에서 분리했다. 건강보조식품을 약과 구분하는 것처럼 건강보조기기도 의료기기와 구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1위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의 자존심을 걸고 어느 때보다 치밀하고 엄격한 여론의 검증과정을 거친 갤럭시S5는 글로벌 출시와 동시에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글로벌 출시 첫날인 4월 11일 갤럭시S5가 올린 판매 실적은 갤럭시S4보다 1.3배가 높았다. 미국에서는 이날 버라이존, AT·T, T모바일, 스프린트, US셀룰러 5개 사업자가 처음으로 동시에 갤럭시S5를 선보였다. 영국에서는 이날 갤럭시S4의 두 배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프랑스 파리 삼성스토어에서는 오전 8시 판매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200대가 팔렸고, 준비한 수량 800대가 그날 매진됐다. 이동통신사의 영업 정지로 정상 판매가 안 된 국내에서도 하루 1만여 대가 팔렸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임에도 갤럭시S5가 역대 가장 빨리 1000만 대가 팔린 데는 공격적 마케팅이 큰 힘을 발휘했다.
갤럭시S4는 60개국에서 동시 출시한 데 비해 갤럭시S5는 그보다 두 배가 넘는 125개국에서 동시 판매를 개시했다. 갤럭시S5와 동일한 32GB를 기준으로 갤럭시S3 출고가는 99만4400원, 갤럭시S4는 89만9800원이었다. 갤럭시S5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집약된 첨단 기능을 많이 탑재했음에도 제조기술 혁신 등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으로 86만6800원으로 출고됐다.
품질경쟁력&마케팅의 힘
기어핏.
4월 하순 미국에 유통된 일부 물량에서 카메라 결함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삼성전자에 타격을 주기보다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바로 문제를 인정하고 이상이 나타난 제품을 무상 교체나 무상 수리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조치한 덕분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기 생산된 극소량의 제품에서 ‘카메라를 실행할 수 없다’는 에러 메시지가 나타나 원인이 된 부품(ROM)을 찾아 즉각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서비스가 좋아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힘은 품질에서 나온다. 국내외 사용자는 갤럭시S5를 구매한 요인으로 카메라 성능, 방수·방진 기능, 뛰어난 디스플레이를 꼽았다. 글로벌 출시 이후 영국 IT전문지 ‘스터프’는 크고 밝은 5.1형 수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1600만 화소에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고화질 카메라, 온종일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배터리 수명을 극찬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종합적인 스마트폰 패키지”라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갤럭시S5는 심장을 가진 스마트폰”이라고 표현했다.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소비자 잡지로 꼽히는 미국 ‘컨슈머리포트’도 갤럭시S5를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인정했다. 컨슈머리포트가 4월 24일 미국 4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 스프린트용으로 나눠 진행한 스마트폰 평가에서 갤럭시S5는 화질, 사용성, 메시징, 웹브라우징, 전화, 배터리수명 등에서 모두 최고점인 ‘탁월(Excellent)’을 받으며 종합순위 1위를 차지했다. 카메라와 휴대성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컨슈머리포트는 “갤럭시S5는 사용하기 쉽고 방수·방진 기능을 제공하는 등 견고한 제품”이라며 “1600만 화소의 고성능 카메라와 ‘울트라 파워 세이빙 모드’ 등 배터리 수명이 크게 향상됐고 지문인식 기능으로 보안 문제도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결제까지 가능한 지문인식 기능과 함께 칼로리 섭취·소비량까지 알려주는 S헬스 기능은 생활 친화적인 갤럭시S5의 정체성을 살린 대표적인 특징이다.
생활친화적 혁신 호평 받아
신종균 대표는 언팩 행사에서 “본연의 기능을 가장 충실하게 완성한 스마트폰이며, 소비자의 일상생활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갤럭시S5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혁신”이라고 밝혔다. 그 뒤에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카메라 성능을 향상시킨 무선사업부 카메라개발그룹 장동훈 전무는 “리치톤 HDR(High Dynamic Range)은 기존 촬영 후 후보정 방식의 HDR 기능에서 한층 더 진화해 촬영 시 실시간으로 HDR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라며 “실제 눈으로 보는 것 같은 밝기나 화질을 확보하려 많은 어려움을 극복했는데, 완성된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협력 부서에도 보여줄 수 있게 됐을 때 보람 있고 속 시원한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문인식 기능을 발전시킨 무선사업부 시큐리티개발그룹 박진환 상무는 “지문인식을 통한 잠금 해제 외에 온라인 결제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협력사들의 결제 인프라와 완벽한 협력 서비스를 구축해야 했다”며 “당사와 협력사들도 처음 하는 시도이고 고객 개인정보에 대한 안전과 사용 편의성 등 여러 관계를 고민하다보니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심박센서 탑재 관련 업무를 맡은 무선사업부 혁신솔루션개발그룹 담당자들은 “스마트폰의 심박 기능을 실제로 어떤 용도로 쓸 수 있는지를 예상하고 문제점을 미리 찾아서 대비하는 데는 제품 개발보다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내부적으로 ‘곰돌이 현상’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는데 심박센서는 몸속의 혈류를 측정할 정도로 예민한 장치여서 작은 진동도 검출 가능한데, 이 경우 곰인형 같은 사물에 센서를 댔을 때 반응할 수도 있다. 이런 오류가 줄도록 설계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상상력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배터리 수명을 대폭 늘린 ‘울트라 파워 세이빙 모드’ 탄생의 주역인 무선사업부 선행요소기술그룹 담당자들은 “스마트폰을 한 번 충전해서 오래 사용하고자 하는 니즈, 반면 더 큰 화면, 더 다양한 기능을 원하는 니즈를 모두 고려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고자 했다. 평상시에도 물론 최적화를 통해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리지만, 충전이 불가능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꼭 필요한 기능이라도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이어 “‘스마트폰의 최소 기능’을 어디까지 정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휴대전화의 기본, 스마트폰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인 통화, 메시지, 인터넷 3가지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사용자가 직접 3가지 선택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언팩 이후 많은 미디어와 소비자로부터 호평받아 큰 보람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가 스마트폰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며 “갤럭시S5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글로벌 판매망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