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월드컵 당시 서울 세종로를 가득 메운 응원 인파.


박주호 낙마로 스리백 날아가
문제는 스리백 전술은 선수 체력소모가 막대하다는 사실이다. 수비수에 준하는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를 대거 보유하지 않고서는, 스리백으로 16강 이상을 항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 선수 중 이 기준에 부합하는 유일한 선수인 박주호는 부상으로 낙마했다. 그 탓에 홍명보 감독의 수비전술 사용 폭은 그만큼 좁아졌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에서 스리백으로 4강을 달성했는데, 그가 3-4-3 포메이션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은 ‘압도적인 체력의 확보’였다. 히딩크는 ‘대표팀 18개월간 합숙훈련’이라는,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시간과 전권을 부여받았다. 체력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런데도 한국은 미국 전 이후 수비진의 체력이 사실상 바닥나며 위태로운 항해를 해야 했다. 홍명보 감독이 김진수-홍정호-김영권-이용으로 이어지는 포백 전술을 쓴다는 것은 수비진의 체력소모를 줄여 16강 이상을 바라보겠다는 의미다.

박주영 선수.
매번 월드컵엔 ‘그 선수가 부상당할 경우 작전 자체가 흐트러지는’ 대체 불가 선수가 있다. 2006년엔 최진철이었고 2010년엔 박지성이었다. 월드컵은 아니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공수 전환의 핵심인 와일드카드 선발멤버 홍명보가 대회 직전 부상으로 낙마했다. 허정무의 올림픽 사단은 준비했던 전술의 50% 이상을 단 한 번도 써먹지 못하고 사장(死藏)시켜야 했다.
이번 월드컵의 홍명보호는 백업 멤버의 기량이 고른 편이다. 그래도 대체불가 선수를 꼽자면 필자는 기성용을 들고 싶다.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우리의 볼 유효 점유율은 40% 초반일 터다. 전방으로 연결할 기회 자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90분 내내 몸싸움을 하고, 패스의 낭비가 없는 가운데 달려가는 선수의 스피드에 맞춰 빠른 패스를 찔러주며 코너킥과 프리킥의 전담 키커로서 찬스를 만들어낼 세계적 수준의 선수는 지금 우리 대표팀에선 기성용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