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반도

“압록강 인민군대는 軍이 아니다, 밀수·인신매매 장사꾼일 뿐”

국경경비대 출신 탈북자 수기

  • 구술 = 박철용 북한이탈주민 정리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압록강 인민군대는 軍이 아니다, 밀수·인신매매 장사꾼일 뿐”

2/4
“압록강 인민군대는 軍이 아니다, 밀수·인신매매 장사꾼일 뿐”

북한 신의주 국경경비대 막사가 압록강 너머로 보인다. 2013년 2월 촬영한 사진이다.

국경 부대는 음식도 중국에서 넘어온 좋은 것만 골라 먹는다. 소 족발, 돼지 족발을 포장한 게 인기다. 중국 라면도 넉넉하게 쌓아둔다. 한국 라면? 중국 것보다 비싸다. TV도 삼성전자 게 고급이다. 모든 게 중국산보다 한국산이 비싸다.

돈을 잘 벌다보니 국경경비대 전사들은 군복도 부대에서 내주는 것은 촌스럽다고 여겨 사비로 직접 옷을 제작해 입는다. 혜산의 국경경비대 여전사들은 군복바지 안에 높은 굽 구두를 신는다. 구(舊)대원들은 정기적으로 드나들며 오입하는 집이 있다. 오래될 ‘구’자를 쓰는, 그러니까 군 생활을 오래한 전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밀수일하는 집마다 아가씨들이 다 있다. 그 집에서 고정적으로 여자 맛을 본다.

북한 여자는 오입질하기 편하다. 아니, 여기와 똑같다. 한국의 클럽에서 눈 맞는 것과 비슷하다. 와서 보니 경제 상황과 사회·정치 시스템이 다를 뿐 사람 사는 것은 똑같더라. 서로 깎아내리기 하고, 권력 두고 파벌을 나눠 다투고 하는 게.

2006년께 김정일이 군기 확립을 지시해 조금 팍팍했던 적이 잠시 있기는 했지만, 다시 한 번 밝히건대 북한 군대는 군기가 서 있는 정상적인 군대가 아니다. 마음대로 밖에 나다니면서 돈벌이도 하고, 오입도 한다. 농번기에 농사짓고, 현장서 건물 짓는 것도 다 군인이다.

대(代)를 이어 군에 복무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인민군 군관은 농촌 출신 일색이다. 그렇다보니 농촌엔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 또한 사람들이 협동농장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장사하는 게 돈벌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2년 정도 복무하면 군기가 확립될 텐데, 10년씩 군 생활을 하니 그게 어렵다. 10년 동안 복무하다보면 인간관계가 어떻게 되겠는가. 연대장과도 서로 잘 통하고, 그냥 사회에서처럼 지내는 것이다. 한국 군인은 주둔지 밖을 못 돌아다닌다고 들었다. 자본주의 군대가 더 군대다운 모양이다.

지난해 말부터 경비 강화돼

국경지역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중국 게 터진다. 오늘도 혜산에 있는 친구와 통화했다. 서울에서 통화하려면 중국 식별번호를 누르고 국제전화를 걸면 그만이다. 1분당 1500원가량이어서 자주 연락하지는 못한다. 북한 당국이 전파 감지기를 많이 설치해놓아 5분 넘게 통화하면 탐지기에 적발될 수 있다. 그래서 통화를 짧게 한다.

카카오톡 같은 것도 할 수 있느냐고? 북한 사람들은 그것을 설치하는 방법을 모른다. 중국에서 SNS를 설치해 북한에 들여온 것도 있는데, 그것은 간첩 잡는 기관에 적발될 사안이다. 국가정보원 같은 곳에서 그런 것을 해서 들여보내는 것으로 안다.

평성 같은 내륙지역에선 중국 휴대전화가 당연히 터지지 않는다. 북한 휴대전화로는 국제전화를 할 수 없다. 중국 휴대전화를 가져와 개조해 ‘조선에서 만든 것’이라고 거짓말하고 판다. 중국돈으로 100~300위안(한국 돈 1만6000~4만8000원) 하는 폴더형 휴대전화를 300~400달러(한국 돈 30만~40만 원)를 받고 주민에게 판다. 휴대전화를 인민의 돈을 빨아들이는 수단으로도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에선 폴더형 휴대전화를 무료로 주더라.

북한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 나도 여러 편을 봤다. 남자들도 많이 본다. 과거에는 CD알(CD의 북한식 표현)로 주로 들어왔는데, 요즘엔 노트북 컴퓨터를 활용한다. USB에 담긴 형태로 북한에서 유통된다. 노트북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노트북이 없으면 가난한 집이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 정보당국이 신의주와 온성을 통해 한국 드라마가 담긴 대량의 CD알을 공작 차원에서 북한에 들여보내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 종국엔 혜산을 통해 CD알을 북한에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고 들었다. 북한 인민에게 자본주의의 우수성을 알리려고 그런 일을 한 것 같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돈 많은 이는 엄청 부자다. 한국 사업가처럼 돈이 많지는 않지만 40만~50만 달러를 소유한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돈 많은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국경은 2008년까지는 마음대로 오갈 수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08년 이후 경비가 강화됐지만 지난해 말까지는 강을 건너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엔 경계가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나무에 송곳을 박은 부비트랩도 설치해놓았다고 한다. 시력 상실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탈북자와 밀수꾼 일을 돕는 행위를 철저히 봉쇄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4대 범죄 처단 특별지시도 내려졌다고 혜산에 사는 친구가 말했다. 국경경비대가 국경여단 산하에 독자적으로 있었는데,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으로 넘어갔다고도 한다.

북한 지역 국경에는 철책이 없다. 중국 쪽은 철책을 쳐놓았다. 나는 솔직히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왔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잘 와 닿지 않는다. 중국 국경경비대는 도강을 막는 일에 관심이 없다. 중국 쪽 철책에 개구멍이 곳곳에 있다. 밀수꾼들이 만들어놓은 통로다. 사람들은 그곳을 통해 국경을 밥 먹듯 오갔다.

2/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압록강 인민군대는 軍이 아니다, 밀수·인신매매 장사꾼일 뿐”

댓글 창 닫기

2021/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