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인터내셔날 조성칠 대표(왼쪽)와 김진하 전무. 추가공사비 내역이 담긴 서류와 롯데건설에 대한 공정위 신고서.
6월 9일. ‘신동아’에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공정하도급 행위에 관한 내용이었다. 대기업 건설사 공사에 하도급사로 참여했다가 제때 추가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한 한 업체의 하소연이었다.
6월 10일 업체 대표와 전무를 만났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관련 자료를 싸들고 왔다. 6월 11일 신동아 회의실에서 업체 대표·전무와 정식 인터뷰를 진행했다. 업체 이름은 다윈인터내셔날(이하 다윈)이다. 실내건축·창호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다윈은 사인(간판)과 VMD(비주얼 머천다이징) 분야도 아우르는 인테리어 전문회사다. 다윈이 참여한 대표적인 공사로는 여수엑스포 카자흐스탄관, 경기 고양시 원마운트 스노우파크 등이 있다.
조성칠 다윈 대표는 “2건의 롯데건설 공사에 하도급업체로 참여했다가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며 “(롯데건설이) 하도급계약 이후 구두로 추가공사를 수시로 지시하고, 그에 따른 계약변경을 요청하면 ‘나중에 정산해주겠다’고 미룬 뒤, 막상 정산 때에는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터무니없이 낮은 단가 적용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롯데건설이 시공한 ‘제주 롯데시티호텔 신축공사 중 인테리어 공사(2공구)’와 ‘제2롯데월드 중 저층동 수족관 인테리어 및 공용홀 D/P 공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추가공사 등에 따른 계약변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에 따른 정산마저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다윈 측은 5월 26일과 6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건설을 불공정하도급거래를 이유로 제소했다. 다음은 6월 10, 11일 두 차례 인터뷰를 통해 청취한 내용과 공정위 제소 서류 등을 토대로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12억1200만 원 vs 4억1700만 원
▼ 어떤 이유로 롯데건설을 공정위에 제소했습니까.
“제주 롯데시티호텔 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2013년 8월 14일부터 2014년 4월 30일까지 롯데건설과 하도급계약을 맺고 2공구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된 이후 (롯데건설 측은) 2014년 2월 개장 예정일에 맞춰 공사를 끝내야 한다며 계약기간보다 다섯 달 이상 앞당겨 공사를 마치라고 요구했습니다. 처음에는 11월 말까지 끝내라고 했다가 나중에 일정이 미뤄져 12월 말까지 공사를 끝내라고 했습니다. 결국 돌관공사(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긴박하게 이루어지는 공사)를 했습니다. 돌관공사를 하려면 인원도 더 투입해야 하고, 야간작업, 철야작업까지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또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건축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과 설계가 미진한 점 때문에 (계약서에 없는) 추가공사가 여러 건 나왔습니다. 추가공사에 따른 설계변경과 계약변경을 롯데건설 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공사가 끝난 다음에 정산해주겠다’며 이런저런 이유로 미뤘습니다.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는 2013년 3월부터 지금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사기간은 올 연말까지입니다만, 공사 시작 이후 추가공사와 설계변경이 잦아 지금까지 공사 계약금액 22억9500만 원의 두 배 가까운 40억 원 정도의 공사비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도 계약변경을 해주지 않아 추가공사에 들어간 기성금 등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 롯데시티호텔 공사는 이미 마쳤는데, 아직까지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롯데시티호텔 공사에) 추가공사와 돌관공사를 진행하느라 당초 계약금액(12억2800만 원)과 비슷한 규모의 12억1200만 원이 더 들었습니다.(조 대표는 추가공사에 든 비용내역이라며 재료구입내역과 세금계산서 등 관련서류 일체를 가져왔다.) 그래서 저희가 계약금액과 추가공사비를 합해 24억4000만 원으로 종합정산서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롯데건설 측에서는 16억4500만 원으로 정해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 추가공사비가 그렇게 많이 든 이유가 뭡니까.
“추가공사는 건설공정에 있는 부분도 있고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건축공정에서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을 공사하려면 현실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벽체를 세우는 공사를 예로 들면 넓은 면적에 큼지막한 벽체를 수십, 수백 개 세우는 건축공정 단가는 대폭 낮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벽체 맨 끝 마무리 부분은 크기에 맞게 자르고 붙여야 해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그런데 그것을 감안하지 않고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것은 ‘단가 후려치기’를 하려는 의도로밖에는 해석되지 않습니다.”
추가공사비용 단가와 관련해 김진하 전무가 보충 설명을 했다.
“단위면적당 공사비 등을 산정할 때는 국가에서 공인한 표준 품셈표에 따라 하도록 돼 있습니다. 표준 품셈표에 따라 산정할 때 네고율이 적용되는데, 정부 공사 네고율이 보통 12%, 많아야 17~18% 됩니다. 그런데 롯데건설은 임의로 25~30%씩 적용합니다. 그리고 제주도 현장은 섬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육지에서 공사할 때보다 운임비를 포함해 25% 정도 비용이 더 드는데도 그런 특수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거죠.”
▼ 추가공사나 설계변경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가 안 돼 정산 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 추가공사를 할 때 계약변경을 하지 않은 이유는 뭡니까.
“공사 현장에서 추가공사가 생길 때마다 바로 계약변경과 설계변경을 요청했지만 ‘나중에 정산하자’며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법적으로는 15일 이내에 (계약변경을) 하도록 돼 있다.
“롯데건설이 대기업이고, 공사현장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저희가 (계약변경에 따른) ‘작업지시서 없이는 일을 못 한다’ 이렇게 얘기하기가 힘듭니다. 저희뿐 아니라 하도급업체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 ‘계약변경 안 해줘서 일을 못 하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 그냥 끝나는 거죠.”
▼ 하도급계약을 해지하는 건가요.
“네. 해지까지 가기 전에 압력을 강하게 넣습니다. (하도급사) 본사로 전화해서 ‘왜 일 안 하느냐. 정산하기 싫으냐’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그런 압력에도 ‘계약변경 없이는 일을 못 하겠다’고 버티면 해지를 하죠.”
▼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부풀려 받는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테리어 공사비는 자재비든 인건비든 모두 공개돼 있습니다. 또 입찰 때 최저가로 무한경쟁을 시키기 때문에 저가수주가 만연해 있습니다. 공사비가 과하게 책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롯데건설 외에 다른 대기업 건설사들과도 일한 경험이 있습니까.
“GS, 홈플러스, 엠코, 현대엔지니어링 등 여러 업체와 일을 해봤습니다만, 이번 경우처럼 추가공사하고 제값을 못 받은 경우는 없습니다.”
▼ 기사가 나가면 다윈과 조 대표, 김 전무가 피해를 볼 수도 있을 텐데요.
“롯데건설과는 더 이상 일할 생각이 없습니다.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뿐입니다.”
6월 13일, 다윈 측 주장에 대한 롯데건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공사 현장 담당자들에게 연락을 취한 이후 신동아 마감 직전인 15일 오후 조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김 전무에게 롯데건설 측에서 어제(14일)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공정위에 제소하고, ‘신동아’에서 연락 오게 만들었던데, 그러면 정산이 잘될 줄 아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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