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국군 화생방방호사령부 활용 방사능 사고, 북핵 접수 대비하자

원전사고와 북핵 대응책

  • 이정훈│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14-06-20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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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안전처 기능에 방사능 사고 대비 빠져
    • MB가 살려낸 원안위, 박근혜 정부가 축소
    •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세월호 참사 비교
    • 원전 해체는 신수종 산업
    국군 화생방방호사령부 활용 방사능 사고, 북핵 접수 대비하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신설을 언급한 국가안전처의 윤곽이 드러났다. 소방방재청의 모든 사무와 해양경찰청의 해상구조·구난 및 방제·경비 업무에 안전행정부(안행부)의 안전본부를 통합해, 산하에 소방본부와 해양안전본부, 특수재난본부를 두기로 한 것이다. 특수재난본부는 항공·에너지·화학·통신 인프라 등의 재난에 대비할 예정이다.

    이러한 국가안전처 구성에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능(원자력) 재난을 맡은 조직이 없다는 것.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보듯이 방사능 사고는 큰 재난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23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여러 병원에서 방사선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니 방사능 사고에도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안전처의 특수재난본부는 방사능 재난을 담당하지 않는다.

    방사능 사고 대비 빠뜨린 정부

    방사능은 특수한 분야라 국가안전처 같은 일반 기구로는 대응할 수가 없다. 방사능 사고의 예방과 대응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해야 한다. 원안위의 방사선방재국이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를 만들어 종합 관리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국(局)은 ‘손발’을 갖고 있지 않다. ‘병사’ 역할은 원자력을 잘 아는 현장 기술자들이 해야 하는데, 이들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연) 등에 몰려 있다.

    한수원과 원연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제를 받는다. 따라서 양 부처의 협조가 있어야 전문가들을 투입할 수가 있다. 사고 지역의 자치단체와 모든 사고에 대응하는 소방방재청과 경찰청, 그리고 환경부와 국방부도 대응해야 한다. 의료진을 동원하려면 보건복지부의 협조도 필요하다. ‘꼬마 기구’인 원안위가 정부의 부처 간 장벽을 뚫고 이들을 통합 지휘할 수 있다고 본다면 정말단견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세월호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나면 안행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만들어 대응하도록 규정해놓았다. 그러나 안행부는 해양 사고에 대처할 손발이 없다. 그것은 해양경찰청과 해군이 갖고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도 해경청과 해경청을 거느린 해양수산부는 따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만들어 대응했다. 국방부와 해군도 유사한 본부를 만들었다.

    세월호 사건 수습은 겉으로는 해경이 주도했지만, 해군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컸다. 거기에 안행부, 해수부, 총리실 등이 가세하다보니 몸통은 하나인데 머리가 아홉인 ‘히드라’ 같은 혼선이 빚어졌다. 차후 이런 일을 피하려면 방사능 사고 시 원안위가 모든 부처를 통합 지휘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별다른 발표가 없다. 국가안전처 신설 카드가 세월호 참사 비판만 비켜가겠다는 얄팍한 꼼수로 비치는 까닭이다.

    원안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부터 살펴보자. 원안위는 1997년 미래창조과학부의 전신인 과학기술처 소속으로 출범했다. 원안위원장은 과학기술처 장관이 겸임했다. 과학기술처 장관은 본질적으로 ‘진흥’을 담당하는 자리다. 원자력 분야로 한정해서 설명하면, 원자력을 발전(發展)시키는 일을 한다. 사고를 막기 위한 ‘규제’도 하지만, 핵심 역할은 진흥이다. 그러한 진흥 책임자가 규제 책임자(원안위원장)를 겸하게 됐으니, 그는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진흥하는 기구가 규제도 해?

    세상을 규율하는 기본 논리는 ‘경제’이다. 사람들은 먹고살 것을 벌기 위해 ‘위반’을 한다. 조금이라도 먼저 가서 벌려고 무단횡단을 하고 과속을 한다. 그래도 사고는 잘 나지 않는다. 따라서 진흥과 규제가 경쟁하면 대부분 진흥이 승리한다. 규제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만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과기처 장관은 진흥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원안위는 이름만 있는 페이퍼 위원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원안위가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때 일본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당한 우리 정부 이상으로 허둥거렸다. 방사능 사고를 담당하는 경제산업성 산하의 ‘원자력안전·보안원(安全·保安院)’의 대응이 지리멸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날 때까지 일본은 원자력의 모든 것을 경제산업성에 맡겨놓고 있었다. 진흥과 규제를 함께 하게 한 것이다. 진흥은 ‘자원에너지청’이, 규제는 ‘원자력안전·보안원’에서 하게 했다. 두 부서는 모두 경제산업성 안에 있었으니 인사 교류를 했다. 그렇게 되면 ‘경제 논리’에 따라 진흥 쪽의 힘이 세진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우리의 원안위 같은 처지였다.

    안보와 안전을 책임진 이들은 ‘Think the Unthinkable(생각할 수도 없는 일을 생각하라)’의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힘이 없어선지 원자력안전·보안원은 ‘Think the Thinkable(생각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라)’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후쿠시마 원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지진해일(쓰나미)이 잦은 현실을 무시하고 너무 낮은 지대에 지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파제라도 높이 쌓았어야 했다. 이들은 후쿠시마의 방파제가 낮다는 것을 인식해 증축했지만, 충분히 더 올리지 못했다.

    항해 중 기울어진 선박은 시간이 지나면 완전 전복하거나 침몰해버린다. 완전 전복하거나 침몰하기 전까지가 바로 탑승객을 탈출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선박 사고 시 골든타임은 수십여 분에 불과하지만 원전 사고의 골든타임은 상당히 길다. 모든 전기가 나갔다고 해서 바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24시간, 보통은 48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다.

    그 사이에 비상발전기를 살려내거나 외부 전원을 연결해 물을 집어넣을 펌프를 돌려 원자로를 냉각시킨다면,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는 중대(重大)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쓰나미로 올라온 바닷물은 결국 바다로 빠져나간다. 그 시간은 길어야 1시간 남짓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골든타임이 쓰나미에 잠겼던 비상발전기를 수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시간도 아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유는 비상발전기를 지하실에 두었기 때문이다. 비상발전기는 컨테이너만큼 크니, 그것을 넣은 지하실은 더 커야 한다. 지하실로 들어간 바닷물은 빠져나가지 않는다. 빼내려면 대용량의 펌프를 가동해야 하는데, 후쿠시마에는 그러한 펌프를 돌릴 전기가 없었다. 이것이 결정적이었다.

    지하 비상발전기실을 가득 채운 바닷물을 보고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길고 긴 골든타임이 다 지나가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후쿠시마 발전소를 운영하는 도쿄(東京)전력이 조금만 더 생각해보았더라면, 비상발전기를 지하실에 두는 설계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Think the Thinkable’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뼈아픈 고통을 당한 일본 정부는 비로소 진흥과 규제 기능은 다른 부서에 둬, 서로 갈등하고 견제케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을 환경성으로 보내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개칭케 했다. 이것이 한국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었다. 그때까지 한국의 과학교육기술부(과학기술처 후신)는 원자력 진흥과 규제 부서를 모두 거느리고 인사 교류도 활발하게 해왔다. 교과부 장관이 위원장을 하는 원안위는 수족 없는 허울로만 존재했다.

    후쿠시마 교훈 무시한 박근혜 정부

    현실을 파악한 이명박 정부는 원안위를 즉각 대통령 직속 기구로 승격시켰다. 교과부 안의 규제 부서를 이끌고 나와 교과부에서 독립시켰다. 위원장은 장관급이 되었다. 진흥만 담당하게 된 교과부 장관에 맞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원안위를 박근혜 정부가 찍어 눌렀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낮추고 위원장 직급도 차관급으로 강등시켰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당하자 허둥지둥 국가안전처를 만들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방사능 사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원전 강국들은 대부분 방사능 사고를 당했다. 미국은 TMI(스리마일 섬), 러시아는 체르노빌,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를 겪었다. 프랑스도 고속증식로를 실험 운영하다가 작은 규모의 사고를 낸 적이 있다. 이들은 원전 강국이라는 자만심으로 ‘설마’하다가 당했다. 그 전철을 우리가 밟아서는 안된다.

    방사능 사고는 특별한 사고라 소방방재청이나 국가안전처가 아닌 원안위가 맡는 게 옳다. 9·11테러 후 미국은 재난과 사고에 대처할 부서를 모아 국토안보부를 만들었지만, 방사능 사고 대처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원자력위원회(NRC)에 맡겨놓았다. 일본도 환경성의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담당한다. 문제는 차관급 위원장이라는 핸디캡을 가진 원안위의 권한을 어떻게 강화해줄 것이냐는 점이다.

    다행히도 지난해, 원전에 납품된 여러 부품에 대한 서류가 위조된 것이 밝혀져 모처럼 원안위는 규제기관으로서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모든 부품에 대한 서류를 전수(全數)조사해, 문제가 있는 것은 정상화하고, 위조 서류를 제출한 업체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게 했다. 그러나 방사능 사고 시 원안위가 여러 부처를 통제하도록 돼 있는 계획은 여전히 탁상공론(卓上空論), 도상(圖上)으로만 존재한다.

    원전사고 시 골든타임은 충분하다

    방사능 사고는 골든타임이 길기에 겁 내지 말고 여러 부처가 합심해 대처하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방사능 사고는 두 가지 형태로 일어난다.

    첫째는 설비 고장으로 인한 사고다. 이에 대해서는 원자력 기술자들이 이미 많은 대비책을 만들어놓았다. A설비가 고장 나면 자동으로 B설비가 가동하고, B설비가 고장 나면 C설비가 작동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설비 고장에 의한 사고는 원자력 시설 안에서 일어나는데, 이는 제작과 설계 개선 그리고 기술진의 관찰로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문제는 둘째인 천재지변이나 공격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한 사고다. 이러한 재난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막기도 어렵다. 그러나 긴 골든타임을 이용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후쿠시마가 바로 천재지변을 당한 경우이므로 사고 전후 상황을 정밀 분석해보기로 한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발전소 정직원보다 훨씬 많은 수의 협력업체 직원이 들어와 일한다. 원전 직원들은 원자로를 가동하는 일만 하고, 각종 수리와 보수·보급은 협력업체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지진에 이어 쓰나미가 발생해 비상발전기가 돌지 않아 원자로가 녹을 수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을 때 협력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도피했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발전소를 운영하던 도쿄전력도 대피령을 내렸으니 그들의 피신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원전 운영 직원들의 행동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방사능 피해를 입지 않은 원전본부 건물로 들어와 요시다 마사오 소장의 지휘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때처럼 현장과 중앙이 따로 움직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확한 판단은 현장에서 할 수 있는데, 당국은 현장에 재량권을 주지 않은 것. 방사능 누출을 초래하는 수소폭발을 막으려면 물을 집어넣어야 한다. 후쿠시마 발전소는 바닷가에 있으므로 물(해수)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요시다 소장은 현장에 있는 자동차들의 엔진과 소방전 등을 모두 돌려 바닷물을 퍼올려 원전 안에 넣게 했다. 그 즉시 도쿄전력 본사는 이를 총리실에 알렸는데, 간 나오토 총리가 “왜 해수를 넣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주눅 들어 있던 도쿄전력이 요시다 소장에게 해수 주입 중지 명령을 내렸다.

    도쿄전력은 해수를 넣은 것이 더 큰 사고를 막는 유일한 방법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총리의 뜻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처사였다. 사고 현장의 요시다 소장은 이를 무시하고 해수 주입을 계속하게 했지만 골든타임이 거의 다 지나간 다음이라, 4개 호기에서 연속으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산지사방으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공황을 막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원자력방호법’등에 따르면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면 원전 소장이 전권을 갖고 대처하게 돼 있지만, 과연 소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사건에서 우리 또한 책임 회피주의와 부처 간 이기주의, 현장에 권한을 위임하지 않으려는 관료 우위 문화가 팽배해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장벽을 극복하려면 그러한 사고에 대비한 계획을 만들어놓고 계획대로 움직여보는 연습을 해보아야 한다. 제대로 연습해보면 탁상공론인 부분이 드러날 터이니, 이를 수정해 보다 정교한 계획을 만든다. 그리고 반복된 연습으로 대처법을 익히는 것이다.

    방사능 사고 시에는 인근 주민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한다. 방사능 사고에서 가장 염려되는 것은 ‘공황’이다. 지진과 쓰나미로 이미 초토화 한 탓인지 후쿠시마 사고 시 일본 정부가 주민 대피령을 내렸을 때 혼란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미국 TMI 사고 때는 임산부와 10세 이하의 아이들만 안전 지역으로 이동하라는 권고가 발동됐는데, 사고 현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까지 수십만 명이 차를 몰고 나와 도로가 마비되는 ‘난리’가 일어났다. TMI에서는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았는데도 공황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방사능 사고에서는 이러한 공황이 문제가 된다. 방사능이 누출된 상태에서, 겁에 질린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면 피폭자 수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옥내 대피’를 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그렇다면 집을 버리고 이동 할 지역과 옥내 대피를 할 지역을 미리 구분해놓아야 한다. 이동할 사람들에게는 집결지와 대피소도 먼저 알려주어야 한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이 있다. 한국 원전은 후쿠시마 같은 사고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유는 원자로를 둘러싼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인 격납용기의 두께와 체적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격납용기 두께는 16cm에 불과했으나 우리 원전은 120cm이고 고리 1호기 등 초기 원전만 60cm다. 체적도 우리 것이 5배 정도 크다. TMI의 격납용기 두께는 1m였다. 그 때문에 수소폭발을 견뎌냈다. 밖으로 방사능을 유출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격납용기는 수소폭발을 견뎌내지 못하고 틈이 생겨 방사성 물질이 새나갔다. 최악의 사태는 구(舊)소련의 체르노빌에서 일어났다. 체르노빌은 아예 격납용기가 없었기에 방사능이 마구 뿜어져 나갔다. 우리 원전은 강력한 격납용기를 갖고 있기에 TMI처럼 방사능이 새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이 가서 누출된다고 해도, 골든타임은 일본보다는 훨씬 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시설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국의 방사능 사고는 자연재해보다는 북한군의 공격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원전을 맞히거나 북한 공군기가 가미카제 식으로 원전으로 돌진하는 경우다.

    이러한 가능성은 9·11테러를 당한 미국이 먼저 검토했다. 9·11테러 후 미국은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첫째 요인으로 핵테러를 꼽았다. ‘테러리스트들은 원전으로 침투해 폭파하거나 비행기를 몰고 원전으로 돌진할 수 있다. 원자력연구소의 핵물질을 빼내 사람이 많은 곳에 뿌릴 수 있다’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

    국군 화생방방호사령부 활용 방사능 사고, 북핵 접수 대비하자

    세월호 참사 발생 직전 박근혜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3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중 가장 위험한 것이 적국이 원전을 향해 미사일을 쏘거나 제3국에서 항공기를 탄 테러리스트가 항공기를 빼앗아 돌진하는 경우다. 미국은 MD(미사일방어체계)와 항공안전 및 방공시스템 등 다양한 체제를 동원해 이를 막기로 했다. 미국은 테러 단체가 외국에 있는 원자력 시설을 습격해 핵물질을 확보한 다음 미국을 공격하는 것도 염려했다. 이러한 위험을 없애려면 원자력 시설을 가진 나라끼리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2010년 워싱턴에서 첫 번째 핵안보정상회의를 열었다.

    미국은 북한을 핵공격과 핵테러에 관여할 수 있는 유력한 나라로 봤기에 2차 핵안보정상회의는 2012년 3월 서울에서 열게 했다. 한국(이명박 정부)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어 적극 유치했는데, 때마침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 이 회의는 대단한 관심을 끌게 되었다. 2차 핵안보정상회의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은 나라의 정상이 한국을 찾은 행사가 되었다. 지난 3월 헤이그에서 열린 3차 회의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러한 역사가 있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원안위의 권한을 위축시킨 채 방사능 사고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방사능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계획에 있는 대로 경찰과 군 지방자치단체를 동원해 실제와 같은 연습을 해보아야 한다. 유사시 향토사단과 경찰은 지역과 도로를 통제하고 자치단체는 주민을 대피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연습해보아야 한다.

    국군 화방사를 활용하라

    국군 화생방방호사령부 활용 방사능 사고, 북핵 접수 대비하자

    북한이 쏜 화학무기로 인한 오염을 제거하는 작전을 훈련하는 국군 화방사 요원. 이들에게 핵시설 장악 훈련도 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북한 공격에 의한 핵사고에 대처하려면 군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폭발이 일어난 후의 후쿠시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사능이 누출된 후 후쿠시마 직원들은 ‘특공대(特攻隊)’ 구성을 자원했다. 그러나 특공대라고 해서 ‘가미카제’처럼 죽을 때까지 작업을 하게 둘 수는 없으니, 요시다 소장은 교대로 특공대를 투입했다.

    그러한 노력에도 해수 주입에 성공하지 못하자 일본 정부는 자위대를 출동시켰다. 산불을 끄는 소방헬기처럼 자위대 헬기가 바닷물을 싣고 원전 위로 날아가 투하하게 한 것. 그것도 실패하자 미 7함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7함대는 핵전쟁도 대비하니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인데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결국 일본은 후쿠시마 직원과 자위대의 힘으로 추가적인 방사능 누출을 막아냈다.

    북한 공격에 의한 대형 방사능 사고를 막아내려면 군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방부는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 를 앞두고 북한군의 화생방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육군 수방사의 화학여단을 모태로 3군의 화학전 부대를 모아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화방사)를 만들었다. 2004년 한미 양군은 화생방전은 화방사가, 북핵 제거 작전은 미 육군 20지원사가 맡기로 하고, 그에 맞는 작전계획을 만들었다. 북한 급변사태 등으로 한미연합군이 북진하면 북한의 화생방 무기 시설은 화방사가 제압하고 핵시설은 미국 20지원사가 장악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그럴듯한 준비이지만 허점이 있다. 북한 급변사태가 일어나 북핵 시설이 털릴 상황이 벌어진다면, 미국에 있는 20지원사는 바로 출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화방사가 육군 항공작전사령부(항작사)의 도움을 받아 헬기를 타고 바로 들어가 제압하는 것이 낫다.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화방사는 핵시설 장악과 방사능 사고 대비 훈련도 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원전이 사고를 당한 경우를 가정해 훈련한다면, 이는 원전계와 화방사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거 양득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를 당했지만 반사 이익을 얻었다. 원전 해체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除染)을 하고 하나씩 설비를 잘라내야 한다. 초기에 건설된 원전은 운용수명이 지나 이제 막 해체해야 하는 단계에 있기에, 해체는 누구도 도전해보지 못한 첨단 분야로 꼽힌다. 일본은 사고를 낸 후쿠시마 원전을 해체하면서 해체 기술을 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세계에는 420여 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정도가 운용수명이 다해 조만간 해체해야 한다. 따라서 제염과 해체는 새로운 산업이 될 가능성이 매우높다.

    이러한 신산업에서 한국이 일본을 이기려면, 원안위와 원전계, 화방사를 세트로 묶은 방사능 사고 훈련을 제대로 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설계수명이 한참 지나 북한이 이미 가동을 중지한 영변원전을 장악해 바로 해체할 준비도 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사고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이다. 다행히도 국내에는 제염과 원전해체 산업에 관심을 가진 기업과 지자체가 있다.

    사고 대비는 새로운 산업

    월성과 한울원전이 있는 경북도는 제염과 해체가 지역경제를 일으킬 새로운 산업으로 판단하고, 이 시설을 유치하려고 김관용 지사 이하 전 공무원이 움직이고 있다.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지역은 일부 반대가 있긴 하지만 역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활용해 원전 제염과 해체 능력을 갖춘다면 이는 방사능 사고와 북한 핵위기에 대비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구를 해온 이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서균열 교수다. 그는 “방사능 사고를 두려운 눈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핵심은 방호와 제염인데 이는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는 원전해체 산업과 연관돼 있다. 우리도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를 시작으로 한 해체 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북핵도 접수할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으면 그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이제 원자력은 컨트롤할 수 있는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TMI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방사능으로 숨진 이는 한 명도 없다. 그러나 격납용기가 없었던 체르노빌에서는 5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제대로 된 격납용기를 갖춘 원전을 만들어 제대로 돌리고, 사고 시 제대로만 대처한다면 방사능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방호법 등을 개정하거나 신설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부터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부담을 모면하려는 면피성 정책만 내놓지 말고 숨어 있는 방사능 사고 위험을 없애면서 미래의 산업을 키우고 안보 문제까지 해결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박 정부는 원자력인들이 오히려 적극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원자력인들은 “방사능 사고 대처 능력을 갖고 있으면 해외 원전을 수주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그만큼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방사능 방재 강화를 부끄러운 일로 보고 감추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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