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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땅에 샘솟는 희망 제2 중동 붐 일어날까

종전 11년, 이라크를 가다

  • 글·사진 이진숙 │ MBC 보도본부장 leejs@mbc.co.kr

위기의 땅에 샘솟는 희망 제2 중동 붐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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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키 총리는 제2 사담 후세인

2006년부터 집권한 말리키 총리가 이번에 다시 집권에 성공하면 그는 12년을 집권하게 된다. 내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가안보부 장관 등이 공석인 상태에서 그는 3개 부처의 장관직을 대행한다. 총리직과 함께 내무부, 국방부, 국가안보부 등 주요 부처의 권력을 독점한 셈이다.

그럼에도 말리키는 시아파만의 총리로 불린다. 북부 쿠르드 지역은 사실상 자치독립을 유지하고, 사담 후세인 정권 때 집권세력이던 수니파는 말리키 정권에서 배제돼 그의 영향력은 시아파에만 미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최근 이라크 영토의 30%를 점령해 3차 이라크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말리키 정부가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011년 미군 철수를 완료한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을 때는 군사행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을 밝혔고,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면서 유가가 급등했다.

오바마 정부는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에 지상군을 투입해 2011년 말 철수할 때까지 9년 동안 이라크에 주둔했지만 치안을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다. 미군은 공식 사망자 4400명에 부상자 1만2000명이라는 희생을 치렀지만, 큰 소득 없이 이라크를 떠나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연임에 성공해 12년 집권을 보장받은 말리키 총리는 사담 후세인에 견줄 만큼 독재 정권을 유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필자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내가 답변하기보다 지금의 상황이 답을 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이라크 국민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언론의 자유를 누립니다. 그들은 나를 비판할 수도 있고 때로는 모욕을 주기도 하죠. 언론의 자유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담 후세인의 지지자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은 후세인 정권 때는 이런 말을 할 수도 없었죠. 반대파의 귀에는 정부에 반대한다는 말만 들릴 뿐입니다. 그들은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애쓸 뿐이죠.”



리버사이드 게스트하우스는 이라크에서 사실상 해방구 같은 시설이다. 무장한 장갑차가 24시간 주변을 감시하는 리버사이드 게스트하우스의 육중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20대가량의 SUV 차량이 대기 중인 주차장이 나타난다. 모두 특수 제작된 차량으로, 창문은 두꺼운 방탄유리,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는 방탄철판이 만약에 있을 수 있는 외부의 공격을 막아준다. 그러나 리버사이드 게스트하우스의 철문 바깥쪽과 안쪽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주차장 바깥이 언제 어디서 총탄 공격을 받을지, 납치당할지, 자살폭탄 공격의 희생자가 될지 모르는 전쟁터라면 주차장 안쪽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었다고 할 만큼 평화스러운 광경이 펼쳐진다. 잘 가꿔진 잔디밭에 아이보리 색깔의 건물이 자리 잡고 있고, 야자수 앞에는 흔들의자와 해먹이 놓여 있고, 건물 앞 야외수영장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한국 투자를 기다린다”

마진 사장이 운영하는 이 게스트하우스는 한화건설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우건설 등 우리나라 기업 임직원들이 치안을 염려하지 않고 머물 수 있게 숙박시설과 경호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라크 전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 이라크 정부 관리들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드나드는 만큼 한국인 주방장을 고용해 하루 세끼 식사에 반드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놓았다. 김치는 물론 된장찌개, 멸치볶음, 나물무침 따위를 제공한다.

이라크를 방문하게 된 것은 말리키 총리와의 인터뷰 약속이 성사됐기 때문이었다. 이라크전쟁이 끝난 이후 전후 특수를 노린 한국 기업의 진출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말리키 총리는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컸다. 제2의 중동 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한국 기업이 이라크로 향하고 있었고 여러 의미에서 말리키 총리와의 인터뷰는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4월 15일 이라크 총리 공관, 당초 인터뷰는 그의 집무실에서 하기로 약속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장소가 변경됐다. 총리공관 지하에 있는 커다란 홀에 인터뷰를 위한 세트가 마련됐다. 비서실 직원들은 말리키 총리 뒤로 ‘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라크 국기를 배치했다. 카메라와 조명, 의자와 테이블, 국기까지 배치가 끝나자 말리키 총리가 들어왔다. ‘뚱한 말리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그는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의 인물로 알려졌다. 총리 임기는 4년이지만 2006년부터 계속 연임에 성공한 그의 지도자로서 성패는 국가 안정과 치안 확보에 달려 있다. 그래선지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요청은 절실했다.

“투자를 원하는 다른 기업들에 환영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라크 진출에 우려를 갖고 있다면, 여러분보다 먼저 이라크 투자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안전 문제를 겪지 않았다고 말씀드립니다. 또 치안이 완전히 확보된 지역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방문과 한국 기업과의 경험에 비춰볼 때, 나는 한국은 모든 면에서 능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건설, 주택, 교통, 철도, 석유, 항만, 공항 등 전 분야에 걸쳐 한국은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전 분야에 진출해주기를 바랍니다.”

“비스마야는 이라크 국가 재건의 기반”

4월 16일,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에서는 한화건설의 PC플랜트 준공식이 진행됐다. 준공식에는 이라크 정부 행사로 착각할 만큼 이라크 관리가 대거 참석했다. 비스마야 아파트를 사전 청약한 주민들도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행사장을 방문했다. 말리키 총리와 사미 알아라지 국가투자위원회 의장 등은 축사까지 했다.

이라크 정부는 비스마야 10만 가구 프로젝트에 차기 정부의 성패를 걸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을 실어준다. 1830ha, 여의도 면적의 6배에 달하는 신도시 건설은 바그다드 주변의 지도를 바꿀 예정이다. 이라크 정부는 전후복구 사업으로 100만 가구 프로젝트를 계획하는데, 이 가운데 10분의 1인 10만 가구 공사를 한화건설에 맡겼다. 단일 기업이 짓는 최대 규모 주택공사로 알려진 비스마야 프로젝트로 한화건설이 받는 돈은 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조 원에 육박한다. 10만 가구, 60만 명의 보금자리가 될 신도시가 건설되면 국민 주택 문제가 해결되면서 나라가 안정될 거란 게 말리키 정부의 기대다. 비스마야 항공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말리키 총리실은 필자의 취재팀에 경호팀의 헬기까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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