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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지방권력과 미래권력

구태 전략·내부 불통이 이길 수 있는 선거 놓쳤다

前 김부겸 캠프 대변인의 직설

  • 이송하 │전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 대변인·전 연합뉴스 기자

구태 전략·내부 불통이 이길 수 있는 선거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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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 보좌관 서너 명의 합리적 의견을 참고해 결정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실제론 사소한 일을 결정하는 데에도 너무 시간이 걸렸다. 집단 지혜가 발휘된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후보와 캠프 구성원들의 관계는 왕과 신하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후보에 대한 충성 경쟁은 대단하다. 후보의 신임도가 조직 체계보다 앞서다보니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캠프는 구성원들의 실력이 있건 없건, 실수를 했건 말건 그냥 간다. 온갖 문제가 일어난다. 결국 능력 있는 화합형 인사들로 준비하는 것이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는 ‘전원공격 전원 수비’ 전략을 썼다. 공격수도 수비해야 했고 수비수도 틈을 노려 공격해야 했다. 히딩크는 모든 선수에게 전체 전략을 주지시켰다. 선수들은 자신의 임무뿐 아니라 동료 선수의 임무, 상대팀의 움직임까지 꿰고 움직여야 했다. 이런 점이 4강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손자병법도 적을 알고 나를 알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우리 캠프는 상대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우리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게 없었다. 나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캠프 구성원들이 무슨 일을 맡아서 하는지 알지 못했다. 만약 상대 후보가 결정적 실수를 했어도 캠프는 틀림없이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캠프의 한 멤버가 승부를 가를 중요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우리는 이를 알 수도 없었고 채택할 수도 없었다. 내부 불통은 심각했다.

캠프 멤버들은 모래알과 같았다. 시스템이 고장 난 게 아니라 아예 없었다. 각 팀이 각자 업무를 충실히 하려는 경향 때문인지 팀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평가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구멍가게라도 적자인지 흑자인지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캠프엔 이게 없었다. 팀원이 해놓은 결과가 일정 수준이 되는지, 상대 후보가 내놓은 결과보다 품질이 나은지 따져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지고 있었음에도 공격은커녕 수세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캠프가 내놓는 보도 자료는 수준이 너무 떨어져 기삿거리가 되지 않았다. 페이스북 등 SNS도 얌전한 색시처럼 인상 깊지 않았다. 투표일 2주 전쯤 SNS는 내 소관으로 넘어왔으나 나는 전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내가 의견을 얘기하면 ‘기획팀과 상의하라’고 하고, 상의하면 의견이 달랐다. 무엇보다 각 팀에 몸담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기 싫었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맞다고 믿는 확신범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인상 깊지도 않고 득표에 도움 될 것 같지 않은 글이나 사진이 매일 SNS를 채우고 있었다. SNS는 네티즌의 반응과 소통이 중요한데 그런 수준으로는 눈길을 끌기도 불가능해 보였다.



5월 하순, 정책팀으로부터 공약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허술해 ‘큰일 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주 표어를 ‘300만 대구시대’로 내세웠으나 별 감흥이 없었다. 남부권 신공항과 동서 광역철도망, 남부권 광역경제권 같은 거대 공약이 있었다. 그러나 ‘대구시장 공약으로 적절할까?’ 의문스러웠다. 무엇보다 현실성과 현장감이 없었다. 예산 전문가가 점검해야 했지만 그런 절차 없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교육 공약으로 공약 관련 첫 보도자료가 나왔다.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것은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거 해결할 수 있으면 대통령 해도 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나는 김부겸의 인간됨과 현안을 중심으로 기삿거리를 내보내기로 했다.

인간 김부겸의 눈부신 개인기

나는 5공화국 때부터 연설 잘하는 사람을 많이 봐왔다. 그러나 김부겸만큼 잘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는 소위 ‘벽치기 연설’이나 ‘폭풍 게릴라 유세’를 하곤 했다. 적은 사람 앞에서 연설하는 이유는 진심이 통할 거라는 기대 때문인 것 같았다. 일단 그의 연설을 들은 사람은 다 넘어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대구의 유권자는 200만 명이 넘는다. 그의 작전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5월 22일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날부터 후보 차량 뒤에 별도 차량을 따라붙이기로 했다. “후보가 시민을 만날 때 하는 말들이 기삿거리인데 그것들이 매체엔 거의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에게 피해 안 가게 멀찍이 따라가게 하겠습니다.” 나는 김부겸이 기득권인 ‘그들 중 한 명(One of Them)’이 아니라 서민인 ‘우리 중 한 명(One of Us)’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김부겸의 유머나 언어를 기사나 SNS로 퍼 나르려고 노력했다.

김부겸은 TV 토론 실력도 뛰어났다. 첫 토론 준비를 위한 독회 때 일이다. 그는 원고를 놓고 몇 사람의 의견을 들은 뒤 어지럽게 메모했다. 그 원고 내용이 썩 뛰어난 편이 아닌 데다 조언 내용도 복잡해 그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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