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외국인 환자 63만 명 진료수입 1조 원 불법 브로커 감시는 낙제점

의료관광 5년 성적표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입력2014-06-20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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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등고객 중국 환자 5년 사이 12배 급증
    • 불법 성행, 영세 알선업체 줄도산
    • ‘국비 지원’ 유명무실한 의료관광코디네이터
    • 진료비 부가세 환급 등 보완책 마련 시급
    외국인 환자 63만 명 진료수입 1조 원 불법 브로커 감시는 낙제점

    2013년 화순전남대병원을 찾은 외국인이 암 표지자 검사를 받고 있다.

    2012년 초 러시아인 부부가 서울 제일병원을 찾았다. 결혼 후 7년간 임신에 실패해 러시아 지인의 추천으로 난임을 치료하러 온 것이었다. 제일병원에서 제공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아이소망센터에서 난임 치료에 나선 부부는 지난해 2월 세 쌍둥이를 출산하는 기쁨을 맛봤다. 한꺼번에 1남2녀를 얻은 이들은 “전담 의료진과 간호사, 통역사는 물론 게스트하우스까지 제공해준 병원의 배려로 1년 동안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몽골의 한 수의학 박사는 2011년 B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 증상이 날로 심해져 간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2년을 못 넘길 위기에 처했다. 그에게 기적의 손을 내민 건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이 병원의 간 이식 팀 15명은 몽골 현지 병원을 찾아 15시간 30분에 걸쳐 생체 간 이식 수술을 실시했다. 경과는 좋았다. 월경이 끊겨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던 환자는 지난해 3월부터 월경을 다시 시작한 덕분에 셋째를 낳았다. 그는 “둘째를 낳은 지 9년 만에 그토록 바라던 딸아이를 얻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성형환자 5년 새 10배 증가

    최근 몇 년 사이 불임, 소아암, 말기신부전증 등 난치병을 앓는 외국인 환자가 치료를 목적으로 한국을 찾거나 한국 의료진이 해외로 나가 진료하는 일이 잦아졌다. 2009년 우리나라가 세계 의료관광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생긴 변화의 단면이다.

    당시 정부는 의료와 관광을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의료관광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선정하고 2009년 1월 의료법을 개정해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알선 행위를 허용했다. 그때부터 국내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합법적인 의료관광 에이전시가 생겨났다. 정부는 관할 지자체에 외국인 환자유치업자로 등록한 업체(이하 등록업체)에만 알선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등록업체가 환자 알선 대가로 받는 수수료의 적정선은 진료비의 15~20%로 책정했다.



    그로부터 5년 만인 지난해 한국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은 외국인 환자는 21만여 명. 2009년 6만여 명에 비해 3.5배가 늘었다. 지난 5년간 외국인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36.9%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한 외국인 환자는 63만여 명이며 이들이 쓴 진료비는 약 1조 원(9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액면만 보면 한국 의료관광은 지난 5년 새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미용성형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성형외과나 피부과는 물론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등록업체는 대체로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정부가 숫자로 내민 성과는 전시행정의 산물일 뿐 안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쌓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체 문제가 뭘까.

    불법 브로커 처벌 규정 없어

    중국 환자 유치를 전문으로 해온 등록업체 전 직원은 “중국 환자가 주로 가는 성형외과 진료비는 기본이 1000만 원이다. 대부분이 눈과 코 수술을 같이 하고 옵션을 추가하기 때문에 그 정도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1인당 평균 진료비가 쌍꺼풀수술비도 안 되는 181만 원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병원에서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정부 차원에서 의료관광을 활성화해 큰 성과가 난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외국인 환자유치업체로 등록만 하게 했지,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이 거의 없어 자본력이 달리는 영세한 등록업체는 대부분 망했다”고 관계자는 귀띔한다.

    “사업자등록증과 사업장, 1억 원짜리 보증보험만 있으면 누구나 등록업체가 될 수 있다. 1억 원짜리 보증보험은 한 달에 30여만 원만 내면 되고 오피스텔을 얻어 사업장이라고 신고하면 되니까 너도나도 등록업체 자격을 얻었다. 처음에는 정부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서 등록만 하면 돈이 될 줄 알았던 거다. 하지만 정착하려면 초기 몇 개월간 수입이 없어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 점을 간과한 등록업체는 일찍이 나가떨어졌다.”

    국내에서 진료받은 외국인 환자와 그들이 지출한 진료비가 정부에서 집계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등록업체가 환자를 유치하면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사이트에 환자의 이름과 나이, 진료한 병원과 진료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하게 했는데 근거를 남기는 게 꺼림칙해 있는 그대로 올린 등록업체는 거의 없기 때문. 환자를 10명 유치해도 2~3명의 기록만 올리거나 아예 올리지 않은 등록업체도 있다. 관련기관에서 추궁해도 “유치하려고 노력했는데도 환자가 안 온다”고 둘러대면 무사 통과다.

    정부는 그렇게 올린 등록업체의 실적으로 성과를 냈다고 떠벌리고 우수업체를 선정해 상을 주는데 그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합법적인 등록업체만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외국인 환자 알선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다 엄격하고 확고한 법적 기준을 만들어 안정된 유치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성형수술비의 40%를 세금으로 떼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알선수수료를 지불하게 해놓고 이를 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세금을 그렇게 많이 떼면 어느 병원이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겠나. 깨끗하고 투명하게 하는 사람에게 득이 되도록 세제 혜택과 각종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한 임원은 “알선행위를 합법화하면서 의료의 질보다 광고홍보비와 알선수수료가 병원의 성패를 좌우하는 실정인데도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불법 브로커는 환자와 병원, 합법적인 등록업체와 국고에도 손해를 끼치는 공공의 적이니만큼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불법 브로커는 외국인 환자 알선행위가 법으로 허용되기 이전부터 진료비를 멋대로 부풀려 환자를 등쳐먹고 의료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힌 주범이다. 2009년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등록업체에만 외국인 환자 알선행위를 허가한 것도 불법 브로커의 근절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그럼에도 병원이나 환자에게서 고액의 알선수수료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뜯어내는 불법 브로커가 여전히 활개를 친다. 의료법에서 정한 알선수수료 15~20%는 강제조항이 아닌 권고사항이기에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것이 문제. 불법 브로커는 대체로 정부가 권장하는 15~20%의 2배 수준인30~40%의 알선수수료를 요구한다. 예전에는 수술비를 원래 진료비의 10배까지 부풀려 환자에게 현금으로 받은 후 병원에는 수술비만 주고 차익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최근 중국 정부가 해외로 나갈 때 가져갈 수 있는 현금액수의 한도를 정해 놔 신용카드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진료비를 현금으로 내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끊어 근거를 남기는 환자도 적지 않다. 진료비로 얼마를 썼는지 근거를 남겨두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겼을 때 불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신용카드를 쓰든, 현금으로 계산하든 영수증을 챙겨간다. 한 의사는 “한국의 성형수술비용이 중국에 알려져 있어 불법 브로커가 예전처럼 수술비를 크게 부풀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의 질보다 규모에 현혹

    하지만 등록업체 대표의 얘기는 달랐다. 현금으로 계산하게 하는 건 지금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통장에 돈이 들어 있으면 한국에서 체크카드로 현금을 얼마든지 빼 쓸 수 있다. 현금 할인을 명목으로 영수증을 안 끊게 하기 때문에 근거도 남지 않는다. 수술비도 연예인이 많이 하는 명품 수술이라는 이유로 크게 부풀리면 환자는 속을 수밖에 없다. 요즘은 수술 후 어떤 모습이 되는지 바로 앞에서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예뻐지고 싶은 욕구를 참기가 어렵다. 환자가 현금으로 지불한 진료비는 탈세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불법 알선행위를 한 브로커나 이를 방관한 병원이 세금부담을 안고 소득신고를 투명하게 할 리 만무하다.

    불법 브로커는 환자의 건강 상태나 취향은 안중에도 없고 알선수수료의 액수를 기준으로 병원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다음은 한 성형외과 원장의 경험담이다.

    “불법 브로커 중에는 중국 유학생이나 조선족이 많다. 중국 내에서는 환자 알선행위가 통용돼서인지 길 가다 성형외과가 어딘지 묻는 중국인을 해당 병원에 데려다주고도 소개비를 받아간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받고 싶어 찾아온 외국인 환자를 더 좋은 병원이 있다며 빼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불법 브로커는 의사가 직접 상담하고 수술하는지, 수술을 잘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자기에게 수수료를 얼마나 줄 건지를 물어본 후 가장 큰 금액을 챙길 수 있는 병원에 환자를 데려간다.”

    불법 브로커의 횡포가 도를 넘어섬에도 병원에서는 이를 묵인한다. 한 등록업체 관계자는 “환자 한 명이 아쉬운 판국에 불법 브로커가 데려오는 환자라고 해서 안 받을 수 있겠느냐”며 “불법 브로커가 판치는 데는 누구보다 의사의 책임이 크다. 병원에서 음성적으로 활동하는 불법 브로커를 계속 받아주는 한, 의료관광의 질은 개선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의사들도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우리 병원에서 안 받아주면 다른 병원에 환자를 뺏기게 되니 불법 브로커의 출입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불법 브로커가 선호하는 병원은 홍보와 광고를 많이 해 인지도가 높고, 호텔 못지않은 규모에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대형병원. 중국인 환자 중 상당수가 한국에 올 때 이미 자기가 수술받을 병원을 마음에 정해두지만 여러 군데 상담을 거치다보면 십중팔구는 대형병원에서 수술받기를 원한다. 중국인은 큰 것을 좋아해서 원장 혼자 진료하는 개인병원보다 여러 명의 전문의를 두고 호화롭게 꾸며진 대형병원을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형병원은 개인병원보다 알선수수료도 후하게 준다. 개인병원은 환자가 많지 않아 알선수수료를 많이 떼줄 수 없는 구조지만 대형병원은 사정이 다르다. 사이버 공간에서 온종일 환자를 유인하는 온라인 홍보팀과 10여 명의 월급의사를 두고 수술건수를 올리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환자만 많이 데려가면 진료비의 30% 이상을 수수료로 준다.

    “환자 민원에 조폭 동원하기도”

    문제는 의료사고가 가장 잦은 곳이 대형병원이라는 데 있다. 한 관계자는 “대형병원에서는 수술건수가 많아 의사 한 사람이 하루에 쌍꺼풀 수술을 20~30건씩 한다. 새벽 두세 시까지 수술하는 건 보통이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피로가 쌓이면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개인병원에서 수술한 환자는 만족도가 높은 반면 대형병원에서 수술한 환자는 나중에 불평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때 기꺼이 책임을 감수하는 병원은 흔치 않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제보자는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조폭을 동원해 환자의 민원을 해결한다”며 “불만을 제기한 환자를 방에 가두고 조폭이 칼을 만지작거리면 누가 그 앞에서 순순히 불만을 털어놓겠나. 일부 대형병원에 법무팀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주장했다.

    의료사고가 법정까지 가더라도 외국인 환자가 이길 승산은 거의 없다. 특히 불법 브로커를 끼고 수술한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외국인 환자는 본인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힘들고, 병원의 잘못을 입증하기는 더 어렵다.

    병원에서는 수술 전후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아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환자가 책임진다는 내용의 수술계약서를 보여주고 사인을 받는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 환자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수술 후 일주일도 안 돼 출국하는 환자는 스스로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데 주의사항을 따르지 않아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한 등록업체 직원은 “나 같은 경우는 출국 전 종이에 주의사항을 써주는데 그렇게 해도 사고가 나더라. 이럴 때 등록업체에서는 중간에서 의견을 조율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지만 불법 브로커를 낀 경우엔 해결책을 찾기가 힘들다. 불법 브로커는 수수료를 챙기는 순간 자기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긴다. 문제가 생겨도 나 몰라라 한다. 성형 선진국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게 하려면 알선행위를 하는 자가 등록업체의 현 직원인지를 확인하게끔 정부가 나서서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불법 브로커를 솎아내고 탈세를 막을 수 있는 최상의 해결책으로 ‘진료비의 부가세 환급’을 내놨다. 외국인 환자가 출국할 때 국내 의료기관에서 지출한 의료비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되돌려주는 환급제도를 시행하자는 주장이다. 의사회의 한 임원은 “부가세 환급을 통해 환자가 수술비로 얼마나 썼는지를 알게 하면 탈세와 불법행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수술 전후 사진을 조작해 거리와 대중교통, 인터넷에 올려 성형쇼핑을 부추기는 무분별한 광고·홍보 행위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관광이 창출할 ‘좋은 일자리’로 기대했던 의료관광코디네이터도 유명무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의료관광코디네이터는 외국인 환자의 쇼핑과 관광을 돕고 병원과의 소통 창구 노릇을 도맡는 신종 직업이다. 2009년 정부가 의료관광을 돕는 의료관광코디네이터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후 전국 각지 직업교육원은 의료관광코디네이터 과정을 신설했다. 60만 원 내외의 교육비와 짧게는 15일, 길게는 한 달 반의 시간을 투자해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들에게는 일정 시험을 거쳐 민간자격증을 발급했다. 하지만 이런 민간자격증이 실무 경험을 중시하는 등록업체나 병원에 바로 취업할 수 있는 보증수표는 될 수 없었다.

    김빠진 의료관광코디네이터

    등록업체 관계자들은 “외국인과 언어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병원의 진료내용을 익히고 현장 경험을 한두 달 쌓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의료관광코디네이터”라고 말한다. 등록업체들은 사업 초창기 중국인과 언어 소통이 가능한 조선족과 중국인 유학생, 중국알선업체의 한국지사 직원 등을 채용해 의료관광코디네이터로 키웠다. 이들에게 부족한 진료에 대한 이론교육과 현장실습 경험은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에서 지원해줬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중국인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도 중국어를 잘하는 직원을 자체적으로 뽑아 업무를 가르친 후 의료관광코디네이터 노릇을 하게 한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의료관광코디네이터자격증이 있다기에 면접을 봤는데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 이론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아는 게 없었다. 의료관광코디네이터로 채용되면 기본급 얼마에 환자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 몇 %를 받는다고 들었다며 월급에만 관심을 보였다. 그 뒤에는 그런 자격증이 없는 사람만 뽑아 우리 병원의 특성에 맞는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해 현장에 투입한다”고 했다.

    직업교육원들에서 발급을 남발하던 민간자격증은 지난해 9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시험을 처음 시행한 이후 사라졌다.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시험은 1차 필기, 2차 실기시험이 있고 1, 2차 모두 합격한 이에게 자격증을 준다. 지난해 이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모두 662명. 실기시험까지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한 이는 49명뿐이다. 합격률이 10%를 밑돈다.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합격하기 힘든 시험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교육과정을 올해 개설한 직업교육원은 전국에 39곳뿐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업교육원의 취업률과 강사, 교육내용 등을 종합해 국비를 지원한다. 국비 지원을 받는 교육과정이 10만 개에 이르는데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라는 이름의 교육과정이 39개밖에 열리지 못한 것을 보면 ‘수요가 많고 취업이 잘되는 인기 직업’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자격시험은 8월에 실시된다. 현재 이 교육과정을 개설한 직업교육원에서는 60시간만 수강하면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교육원 직원은 “국비 지원을 받을 순 있지만 교육비 카드가 나올 때까지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며 “시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실기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대부분이 59만 원의 수강료를 다 내고 교육을 받는다”는 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의료관광이 돈벌이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성토가 감성에 치우친 넋두리만은 아닌 듯하다.

    정부 차원에서 의료관광을 육성하면서 의료업계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질보다 양이, 의사의 양심보다 주머니가 먼저 고려되는 씁쓸한 일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정부는 이런 와중에 의료법인이 영리자회사 설립 외에도 여행업, 외국인 환자유치사업, 온천·목욕사업, 숙박업 등의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6월 11일부터 7월 22일까지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업들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한 성형외과 원장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돈 놓고 돈 먹는 세상이다. 왜 그렇게 힘들게 공부했을까. 대기업에 들어가서 월급 받으며 살걸.”

    외국인 환자 의료관광 실태

    “중국인 가장 많고 성형외과 선호”


    국적별 외국인 환자 수는 중국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1년까지 한국 의료관광의 일등 고객이던 미국은 2012년부터 2위로 내려앉았다. 러시아는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3위국으로 부상했다. 카자흐스탄과 아랍에미리트 환자도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 각각 118.0%, 186.9%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한 외국인 환자의 국적은 총 191개국에 달한다.

    연간 1000명 이상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 의료기관은 2009년 16개소에서 2013년 58개소로 늘었다. 외국인 환자 유치 규모가 연간 100명 이상인 곳도 2009년 66개소에서 2013년 223개소로 3.4배 증가했다. 2013년 의료기관의 종별 외국인 환자 유치 비중은 상급 종합병원이 36.8%로 가장 높았고, 종합병원이 25.1%로 그 뒤를 이었다. 종합병원의 외국인 환자 수는 전년 대비 56.2%가 늘어난 데 반해 한방병원의 외국인 환자 수는 전년대비 14.3% 줄었다.

    진료과별 외국인 환자 비중은 내과가 가장 높았고 검진센터, 피부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순이었다. 2013년 검진센터의 외국인 환자 수는 전년 대비 17.7%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성형외과의 외국인 환자 수는 전년 대비 51.4%가 늘어났다.

    지난 5년간 외국인 환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진료과도 성형외과다. 2009년 2851명에서 2013년 2만4075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중국 환자가 2009년 4725명에서 2013년 5만6075명으로 12배 가까이 늘어난 점과 맥을 같이한다.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진료과목이 성형외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진료비를 지출한 외국인 환자의 국적도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인 환자가 지출한 총 진료비는 1016억 원으로 전체 진료수입의 25.8%를 차지했다. 러시아 환자가 쓴 총 진료비는 총 879억 원. 전체 진료수입의 22.3%다. 지난해 러시아 환자는 1인당 평균 366만 원을 진료비로 썼다. 반면 중국 환자는 1인당 181만 원의 진료비를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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