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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환자 63만 명 진료수입 1조 원 불법 브로커 감시는 낙제점

의료관광 5년 성적표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외국인 환자 63만 명 진료수입 1조 원 불법 브로커 감시는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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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일등고객 중국 환자 5년 사이 12배 급증
  • ● 불법 성행, 영세 알선업체 줄도산
  • ● ‘국비 지원’ 유명무실한 의료관광코디네이터
  • ● 진료비 부가세 환급 등 보완책 마련 시급
외국인 환자 63만 명 진료수입 1조 원 불법 브로커 감시는 낙제점

2013년 화순전남대병원을 찾은 외국인이 암 표지자 검사를 받고 있다.

2012년 초 러시아인 부부가 서울 제일병원을 찾았다. 결혼 후 7년간 임신에 실패해 러시아 지인의 추천으로 난임을 치료하러 온 것이었다. 제일병원에서 제공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아이소망센터에서 난임 치료에 나선 부부는 지난해 2월 세 쌍둥이를 출산하는 기쁨을 맛봤다. 한꺼번에 1남2녀를 얻은 이들은 “전담 의료진과 간호사, 통역사는 물론 게스트하우스까지 제공해준 병원의 배려로 1년 동안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몽골의 한 수의학 박사는 2011년 B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 증상이 날로 심해져 간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2년을 못 넘길 위기에 처했다. 그에게 기적의 손을 내민 건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이 병원의 간 이식 팀 15명은 몽골 현지 병원을 찾아 15시간 30분에 걸쳐 생체 간 이식 수술을 실시했다. 경과는 좋았다. 월경이 끊겨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던 환자는 지난해 3월부터 월경을 다시 시작한 덕분에 셋째를 낳았다. 그는 “둘째를 낳은 지 9년 만에 그토록 바라던 딸아이를 얻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성형환자 5년 새 10배 증가

최근 몇 년 사이 불임, 소아암, 말기신부전증 등 난치병을 앓는 외국인 환자가 치료를 목적으로 한국을 찾거나 한국 의료진이 해외로 나가 진료하는 일이 잦아졌다. 2009년 우리나라가 세계 의료관광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생긴 변화의 단면이다.

당시 정부는 의료와 관광을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의료관광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선정하고 2009년 1월 의료법을 개정해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알선 행위를 허용했다. 그때부터 국내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합법적인 의료관광 에이전시가 생겨났다. 정부는 관할 지자체에 외국인 환자유치업자로 등록한 업체(이하 등록업체)에만 알선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등록업체가 환자 알선 대가로 받는 수수료의 적정선은 진료비의 15~20%로 책정했다.



그로부터 5년 만인 지난해 한국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은 외국인 환자는 21만여 명. 2009년 6만여 명에 비해 3.5배가 늘었다. 지난 5년간 외국인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36.9%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한 외국인 환자는 63만여 명이며 이들이 쓴 진료비는 약 1조 원(9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액면만 보면 한국 의료관광은 지난 5년 새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미용성형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성형외과나 피부과는 물론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등록업체는 대체로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정부가 숫자로 내민 성과는 전시행정의 산물일 뿐 안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쌓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체 문제가 뭘까.

불법 브로커 처벌 규정 없어

중국 환자 유치를 전문으로 해온 등록업체 전 직원은 “중국 환자가 주로 가는 성형외과 진료비는 기본이 1000만 원이다. 대부분이 눈과 코 수술을 같이 하고 옵션을 추가하기 때문에 그 정도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1인당 평균 진료비가 쌍꺼풀수술비도 안 되는 181만 원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병원에서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정부 차원에서 의료관광을 활성화해 큰 성과가 난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외국인 환자유치업체로 등록만 하게 했지,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이 거의 없어 자본력이 달리는 영세한 등록업체는 대부분 망했다”고 관계자는 귀띔한다.

“사업자등록증과 사업장, 1억 원짜리 보증보험만 있으면 누구나 등록업체가 될 수 있다. 1억 원짜리 보증보험은 한 달에 30여만 원만 내면 되고 오피스텔을 얻어 사업장이라고 신고하면 되니까 너도나도 등록업체 자격을 얻었다. 처음에는 정부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서 등록만 하면 돈이 될 줄 알았던 거다. 하지만 정착하려면 초기 몇 개월간 수입이 없어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 점을 간과한 등록업체는 일찍이 나가떨어졌다.”

국내에서 진료받은 외국인 환자와 그들이 지출한 진료비가 정부에서 집계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등록업체가 환자를 유치하면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사이트에 환자의 이름과 나이, 진료한 병원과 진료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하게 했는데 근거를 남기는 게 꺼림칙해 있는 그대로 올린 등록업체는 거의 없기 때문. 환자를 10명 유치해도 2~3명의 기록만 올리거나 아예 올리지 않은 등록업체도 있다. 관련기관에서 추궁해도 “유치하려고 노력했는데도 환자가 안 온다”고 둘러대면 무사 통과다.

정부는 그렇게 올린 등록업체의 실적으로 성과를 냈다고 떠벌리고 우수업체를 선정해 상을 주는데 그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합법적인 등록업체만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외국인 환자 알선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다 엄격하고 확고한 법적 기준을 만들어 안정된 유치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성형수술비의 40%를 세금으로 떼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알선수수료를 지불하게 해놓고 이를 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세금을 그렇게 많이 떼면 어느 병원이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겠나. 깨끗하고 투명하게 하는 사람에게 득이 되도록 세제 혜택과 각종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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