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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환자 63만 명 진료수입 1조 원 불법 브로커 감시는 낙제점

의료관광 5년 성적표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외국인 환자 63만 명 진료수입 1조 원 불법 브로커 감시는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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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한 임원은 “알선행위를 합법화하면서 의료의 질보다 광고홍보비와 알선수수료가 병원의 성패를 좌우하는 실정인데도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불법 브로커는 환자와 병원, 합법적인 등록업체와 국고에도 손해를 끼치는 공공의 적이니만큼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불법 브로커는 외국인 환자 알선행위가 법으로 허용되기 이전부터 진료비를 멋대로 부풀려 환자를 등쳐먹고 의료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힌 주범이다. 2009년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등록업체에만 외국인 환자 알선행위를 허가한 것도 불법 브로커의 근절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그럼에도 병원이나 환자에게서 고액의 알선수수료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뜯어내는 불법 브로커가 여전히 활개를 친다. 의료법에서 정한 알선수수료 15~20%는 강제조항이 아닌 권고사항이기에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것이 문제. 불법 브로커는 대체로 정부가 권장하는 15~20%의 2배 수준인30~40%의 알선수수료를 요구한다. 예전에는 수술비를 원래 진료비의 10배까지 부풀려 환자에게 현금으로 받은 후 병원에는 수술비만 주고 차익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최근 중국 정부가 해외로 나갈 때 가져갈 수 있는 현금액수의 한도를 정해 놔 신용카드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진료비를 현금으로 내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끊어 근거를 남기는 환자도 적지 않다. 진료비로 얼마를 썼는지 근거를 남겨두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겼을 때 불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신용카드를 쓰든, 현금으로 계산하든 영수증을 챙겨간다. 한 의사는 “한국의 성형수술비용이 중국에 알려져 있어 불법 브로커가 예전처럼 수술비를 크게 부풀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의 질보다 규모에 현혹



하지만 등록업체 대표의 얘기는 달랐다. 현금으로 계산하게 하는 건 지금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통장에 돈이 들어 있으면 한국에서 체크카드로 현금을 얼마든지 빼 쓸 수 있다. 현금 할인을 명목으로 영수증을 안 끊게 하기 때문에 근거도 남지 않는다. 수술비도 연예인이 많이 하는 명품 수술이라는 이유로 크게 부풀리면 환자는 속을 수밖에 없다. 요즘은 수술 후 어떤 모습이 되는지 바로 앞에서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예뻐지고 싶은 욕구를 참기가 어렵다. 환자가 현금으로 지불한 진료비는 탈세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불법 알선행위를 한 브로커나 이를 방관한 병원이 세금부담을 안고 소득신고를 투명하게 할 리 만무하다.

불법 브로커는 환자의 건강 상태나 취향은 안중에도 없고 알선수수료의 액수를 기준으로 병원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다음은 한 성형외과 원장의 경험담이다.

“불법 브로커 중에는 중국 유학생이나 조선족이 많다. 중국 내에서는 환자 알선행위가 통용돼서인지 길 가다 성형외과가 어딘지 묻는 중국인을 해당 병원에 데려다주고도 소개비를 받아간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받고 싶어 찾아온 외국인 환자를 더 좋은 병원이 있다며 빼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불법 브로커는 의사가 직접 상담하고 수술하는지, 수술을 잘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자기에게 수수료를 얼마나 줄 건지를 물어본 후 가장 큰 금액을 챙길 수 있는 병원에 환자를 데려간다.”

불법 브로커의 횡포가 도를 넘어섬에도 병원에서는 이를 묵인한다. 한 등록업체 관계자는 “환자 한 명이 아쉬운 판국에 불법 브로커가 데려오는 환자라고 해서 안 받을 수 있겠느냐”며 “불법 브로커가 판치는 데는 누구보다 의사의 책임이 크다. 병원에서 음성적으로 활동하는 불법 브로커를 계속 받아주는 한, 의료관광의 질은 개선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의사들도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우리 병원에서 안 받아주면 다른 병원에 환자를 뺏기게 되니 불법 브로커의 출입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불법 브로커가 선호하는 병원은 홍보와 광고를 많이 해 인지도가 높고, 호텔 못지않은 규모에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대형병원. 중국인 환자 중 상당수가 한국에 올 때 이미 자기가 수술받을 병원을 마음에 정해두지만 여러 군데 상담을 거치다보면 십중팔구는 대형병원에서 수술받기를 원한다. 중국인은 큰 것을 좋아해서 원장 혼자 진료하는 개인병원보다 여러 명의 전문의를 두고 호화롭게 꾸며진 대형병원을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형병원은 개인병원보다 알선수수료도 후하게 준다. 개인병원은 환자가 많지 않아 알선수수료를 많이 떼줄 수 없는 구조지만 대형병원은 사정이 다르다. 사이버 공간에서 온종일 환자를 유인하는 온라인 홍보팀과 10여 명의 월급의사를 두고 수술건수를 올리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환자만 많이 데려가면 진료비의 30% 이상을 수수료로 준다.

“환자 민원에 조폭 동원하기도”

문제는 의료사고가 가장 잦은 곳이 대형병원이라는 데 있다. 한 관계자는 “대형병원에서는 수술건수가 많아 의사 한 사람이 하루에 쌍꺼풀 수술을 20~30건씩 한다. 새벽 두세 시까지 수술하는 건 보통이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피로가 쌓이면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개인병원에서 수술한 환자는 만족도가 높은 반면 대형병원에서 수술한 환자는 나중에 불평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때 기꺼이 책임을 감수하는 병원은 흔치 않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제보자는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조폭을 동원해 환자의 민원을 해결한다”며 “불만을 제기한 환자를 방에 가두고 조폭이 칼을 만지작거리면 누가 그 앞에서 순순히 불만을 털어놓겠나. 일부 대형병원에 법무팀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주장했다.

의료사고가 법정까지 가더라도 외국인 환자가 이길 승산은 거의 없다. 특히 불법 브로커를 끼고 수술한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외국인 환자는 본인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힘들고, 병원의 잘못을 입증하기는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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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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