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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법피아, 그들만의 리그

“고위직 판검사 출신 취업 제한 ‘전문가 활용’도 감안해야”

인터뷰 - 김희옥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고위직 판검사 출신 취업 제한 ‘전문가 활용’도 감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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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과 시민단체는 개정안에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소위 전문자격자에 대한 취업심사 예외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반발합니다.

“관련 자격증이 없는 퇴직 공무원은 로펌 등에 취업하는 것에 대해 규제를 받지만 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격증이 있더라도 차관급 이상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직위에서 퇴임하면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장의 직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 퇴임한 법조인은 예외 규정을 적용받는 것인데,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 어떤 점이 어렵다는 것인가요.

“공무원이 봉사자성에 의해 어느 정도 규제를 받는 게 맞긴 한데, 공무원도 국민이므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 특히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국민 기본권과 봉사자성의 충돌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헌법에 비례의 원칙이란 게 있습니다. 어떤 제도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적용해 최대한 균형감을 갖고 퇴직 공무원의 취업을 합리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나친 규제 강화는 오히려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과거에도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방지한다며 재직기간 15년이 안 된 판사·검사는 최종 2년간 근무지에서 3년간 개업을 제한하는 규정과 검찰총장의 퇴임 후 2년간 공직 취임 금지 규정을 만들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공지자윤리법 17조 제6항 단서조항에서 규정한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직위에서 퇴임한 사람’으로 되어 있는 취업심사 대상 범위를 합리적인 선에서 확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안행부에서는 당초 예외 조항을 없애려 했는데 관련부처에서 반대의견을 개진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해당 부처에서 어떠한 의견을 냈는지는 아는 게 없습니다. 다만, 정부에서 일할 때의 느낌은 각 부처에 고유의 업무 영역과 이익을 지키려는 관행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례의 원칙

▼ 위원장도 현직에 있을 때 전관예우 부담을 느낀 적 있는지요.

“사건을 처리하면서 선배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넣는 경우가 있죠. 그러나 대법원에서 지침으로 정한 사건처리 기준이 있습니다. 거기에 맞추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 가까운 선배 검사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처리할 때는 아무래도 심리적 부담이 있었을 텐데.

“저는 사건이 끝난 후에 ‘이래서 이런 형량을 구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을 해줍니다. 검사마다 유형이 있어요. 아예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선을 긋는 검사도 있을 수 있고, 도움을 주는 타입도 있을 수 있고, 저처럼 원칙대로 사건을 처리하되 나중에 설명을 하는 타입이 있을 수 있죠.”

▼ 법피아(법조계+마피아)란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고위직 판검사 출신은 아예 변호사 개업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업무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곳에 가지 못하도록 제한 영역을 더 넓힐 필요는 있지만 변호사 자체를 못하게 한다?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사회에서 육성한 전문가를 활용하는 면도 있다고 봐야 하고요. 물론 과하게 돈을 받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게 이해는 됩니다. 국민적 논의를 거쳐 제한 영역의 테두리를 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 퇴임 법조인들의 대기업이나 로펌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다른 공직자도 그렇지만 법관이나 검사 급여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변호사를 하게 되면 그만큼 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위직으로 퇴임해도 변호사를 하지 않으면 생활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의 경우 고위 법조인으로 퇴임하면 공증인을 할 수 있어 전관예우를 기대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한 반면, 우리는 5인 이상(서울 기준) 변호사가 모여야 공증을 할 수 있어 로펌에 속한 변호사만 가능합니다. 대법관, 헌재재판관 등 고위공직 퇴직자는 변호사 업무를 하지 않고도 기본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너희는 뭔데 퇴임 후까지 세금으로 먹고사느냐’는 말이 나오지 않겠어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한 대법관은 퇴임 다음 날부터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서민의 삶으로 돌아가 화제를 모았지만, 몇 개월 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이라는 맹자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대형 로펌에 들어가 충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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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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