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신규 카지노 노린 리조트 건설 고용창출·경제 활성화 연계 안돼

제주도 중국 투자 자본의 실체

  • 제주=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4-06-20 16: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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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특별자치도 중국 투자 확대,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아
    • 신화역사공원 설계도에 카지노 등장
    • 상인 60% “중국관광객, 제주 경제 활성화 도움 안 된다”
    • KDI “투자 수요 고려치 않은 사업 추진, 예산 낭비로 이어져”
    신규 카지노 노린 리조트 건설 고용창출·경제 활성화 연계 안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을 방문 중인 중국인 관광객들(왼쪽). 6월 초 성산일출봉에는 중국, 대만 암웨이 단체관광객을 위한 입간판이 설치됐다.

    “제주도지사가 외자유치 개념을 모르는 것 같다. 외자유치는 산업자본을 들여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지, 땅을 팔아먹자는 게 아니다.” (소설 ‘정글만리’ 작가 조정래)

    “선거기간 동안 가장 큰 화두가 중국 투자 자본이었다. 도민들에게 가장 많이들은 말이 ‘중국사람한테 땅 좀 팔지 말라’였다. 제주도의 자연과 자산을 지키는 ‘건강한 투자’는 없고 콘도 지어서 부동산 분양하는 ‘투기성 투자’만 난무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2006년 7월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 재탄생했다. 규제 완화, 자치권 강화를 바탕으로 외국 투자 자본을 유치해 독자적 발전을 함으로써 홍콩, 싱가포르에 필적하는 동북아 경제의 중심도시로 성장하겠다는 것.

    제주도는 관광, 의료, 교육, 청정 1차산업 및 이에 기반을 둔 첨단산업을 ‘4+1 핵심산업’으로 선정했고, 국토부 산하 공기업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체가 돼 6대 핵심 프로젝트와 5개 전략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6대 핵심 프로젝트는 △제주영어도시 △제주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첨단과학기술단지 △서귀포관광미항 △휴양형 주거단지 건설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2년부터 10년간 제주특별자치도의 6대 프로젝트에 정부가 투자한 돈은 8000억 원이다.

    또한 제주도는 △중국인 무비자 출입국 허가 △부동산투자이민제도(외국인이 5억 원 이상 투자하면 영주권 제공) △투자 기업에 면세 등의 혜택을 주는 투자진흥지구 도입 등 외국 투자자 유인책도 마련했다.



    그 후 8년, 제주도는 비약적 성장을 했다. 2012년 연간 외국인 관광객이 200만 명을 돌파했는데, 특히 중국인 여행객 수가 크게 늘었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로 영주권을 획득한 중국인은 2000여 명이 고 중국 자본 투자도 늘어나 중국인이 소유한 콘도미니엄, 리조트 등은 40곳에 달한다. 특히 최근 중국 녹지그룹, 홍콩 란딩그룹, 싱가포르 겐팅그룹 등 국제적인 레저 및 투자 기업이 제주도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제주도는 국무조정실 평가에서 전체 53개 평가지표 중 43개 지표에 ‘양호’ 이상 평점을 받았다. 특히 △ 관광객 969만 명 유치에 따른 관광산업 성장 △수출 증가(4억6000만 달러) △내외국인 기업 유치(6건) △청정 1차산업 성장(농산물 매출액 314억 원) 등이 주요 성과로 언급됐다. 제주도는 성과에 대해 “4차례에 걸친 제도 개선 및 규제 완화의 결과”라고 평했다.

    우근민 전 지사는 지난해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국제자유도시를 만들면 제주도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부와 직접 연관이 있다. 제주가 관광 관문의 역할을 하면 중국 상하이 푸둥처럼 국제자유도시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의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 의문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늘었으나 고용 창출이나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효과가 미미하고, 리조트 건설 위주의 투자가 주를 이루다보니 난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 무엇보다 제주도가 추진했던 핵심 프로젝트 중 일부가 본래 목적과 달리 신규 카지노 입점을 노린 숙박단지 건설에 그치고 있다.

    사라진 ‘신화역사공원’

    대표적인 사례가 신화역사공원을 둘러싼 갈등이다. JDC는 2001년 제주신화역사공원 설립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한라산 중턱에 제주의 자연과 세계의 문화가 어우러진 글로벌 테마 복합관광단지를 개발하겠다는 목표였다.

    3년 후 JDC가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일대 땅을 매입하면서 사업이 본격화했다. 본래 이 땅은 일제 강점기부터 마을 주민 120여 명이 공동으로 소유하던 마을 목장이었다. 전 조합원은 “이 땅은 생물다양성이 높고 지하수가 생성되는 곶자왈(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숲) 지형이다. 농사짓기 어렵고, 조합 공동소유라 소유권이 불분명해 ‘기회가 왔을 때 팔자’는 의견이 많았다. 게다가 제주는 신화와 역사가 풍부한 곳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제주도의 신화를 알리는 공공시설을 만든다는 뜻에 동감했다”고 말했다.

    신규 카지노 노린 리조트 건설 고용창출·경제 활성화 연계 안돼

    4월 제작된 제주신화역사공원 사업계획서. 신화역사공원이 들어선다는 J지구는 개발에서 제외한 채 카지노 등 숙박시설 건설만 계획돼 있다.

    2007년 부지 조성 사업이 시작됐지만 JDC는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미국 파라마운트, 홍콩 GIL,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 등과 협의했으나 경제효과에 대한 의문 때문에 성사되지 않은 것. 그러다 지난해 8월 JDC는 드디어 란딩그룹과 투자 협약을 맺었고 11월 겐팅그룹도 참여했다. 김한욱 JDC 이사장은 6월 10일 기자회견에서 “신화역사공원에 2조5000억 원 외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취임 1주년 성과로 밝히기도 했다.

    다른 기업들은 사업성을 이유로 투자를 포기한 이 지역에 대해, 왜 홍콩과 싱가포르 기업이 투자를 결정했을까? 란딩그룹은 아파트·호텔 등을 건설·운영하는 부동산개발업체고, 겐팅그룹은 아시아 최대 복합리조트 리조트월드센토사를 운영한다.

    제주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들 그룹이 신화역사공원에 투자해 대규모 숙박단지와 카지노를 지으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JDC는 부인했다. 3월 27일에도 JDC 김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JDC와 란딩그룹, 겐팅그룹 3자 합의서에 카지노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거듭 밝혔다.

    올 4월 ‘신동아’는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과 관련해 제주도청이 작성한 사업보고서 및 설계도면을 입수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란딩그룹과 겐팅그룹 사업에는 신화역사공원이 설립되는 J지구가 ‘추후사업’으로 제외돼 있으며, 휴양문화시설, 숙박시설이 예정된 A, R, H지구 사업만 계획돼 있다. 도로와 인접한 A지구에는 대규모 호텔이 들어서는데, 지상 2층, 지하 4층 규모의 이 호텔에서 지상과 연결되는 지하 3층에는 대규모 카지노 시설이 설계돼 있다.

    한 건축가에게 이 도면을 보여주자 “카지노와 리테일숍, 숙박시설이 연계된 전형적인 카지노 건물”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란딩그룹이 지난해 11월 설계사무소에 설계 제의를 할 때부터 ‘주문자 요구 사항’에 카지노 건설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기자는 JDC에 △JDC와 란딩그룹, 겐팅그룹 투자자 간에 카지노에 대한 협의가 없었는지 △땅을 소유했던 주민이 이 땅이 본래의 목적(신화역사공원 건설)대로 쓰이지 않았기에 JDC를 상대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질의했다. JDC 담당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본래 사업계획에 부합하게(숙박시설이 예정된 곳에 숙박시설을 짓는 것) 계약이 맺어졌기 때문에 환매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3월 기자회견 한 대로 투자기업과 카지노에 대해 협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주도특별법에 ‘ FDI(외국인직접투자) 5억 달러 이상이면 외국인투자기업이 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추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란딩그룹과 겐팅그룹의 투자액이 기준치 이상이기 때문에 신규 카지노 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내용은 JDC와 무관하다.”

    JDC 측에 “결국 란딩그룹과 겐팅그룹이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카지노 건설 목적으로 투자한 것 아닌가”라고 거듭 물었다. JDC의 답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법을 제정했다. 투자자가 법이 보장한 권리 행사하는 것을 두고 비난할 수 있는가? 게다가 카지노 허가는 도지사의 권한이기 때문에 JDC는 관계가 없다.”

    헬스케어타운 대신 숙박시설만

    6대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인 ‘헬스케어타운’ 역시 당초 목적과 다르게 진행 중이다. 2012년 10월 중국 녹지그룹은 “의료서비스와 관광을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체류형 복합의료타운을 만들겠다”며 제주 서귀포시 동흥동 일대를 개발했다.

    당시 JDC와 녹지그룹은 3단계에 걸쳐 사업을 추진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1단계는 휴양콘도(숙박시설), 2단계는 상가 및 휴양문화시설이고 3단계에서야 비로소 의료시설이 도입되는 구조였다. 도민의 반발로 2013년 의료시설 건설이 3단계에서 2단계로 앞당겨지도록 개발 계획이 변경되긴 했으나, 1단계 휴양콘도미니엄이 일부 분양을 한 현재까지 의료시설은 착공도 못했다.

    헬스케어타운에 투자한 녹지그룹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부동산개발 주력 기업이다. 분양면적이 중국 1위이고 상하이 시가 51%의 지분을 소유한, 사실상 지방 공기업이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순방 당시 녹지그룹 장위량 회장과 만났다. 당시 녹지그룹은 언론을 통해 “장 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녹지그룹이 제주 헬스케어타운에 투자한 것에 대해 보고했고, 박 대통령에게 칭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제주 지역 언론사 ‘제주의 소리’는 “시진핑 주석이 당시 박 대통령에게 녹지그룹의 ‘제주 프로젝트’에 관해 각별한 관심을 부탁했고, 청와대는 제주도로 관계자를 보내 우근민 지사에게 녹지그룹에 대한 행정지원을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지방선거 1주일 앞두고

    신규 카지노 노린 리조트 건설 고용창출·경제 활성화 연계 안돼

    중국 녹지그룹이 제주시 노형동에 건설하려는 218m 초고층빌딩 드림타워 조감도.



    녹지그룹은 헬스케어타운뿐 아니라 제주시 노형동의 218m 초고층빌딩, 드림타워에도 투자했다. 6·4 지방선거 1주일을 앞둔 5월 29일 제주도가 드림타워에 대해 건축설계변경허가를 내준 덕에 드림타워 내 카지노 건설이 가능해졌다. 녹지그룹은 이전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드림타워에 대규모 카지노를 짓겠다”는 의향을 비쳤다.

    다른 후보들이 “드림타워 문제는 민감하므로 다음 도정으로 넘기라”고 당부했지만 우근민 전 지사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한 공무원은 우 전 지사가 “30년 만에 투자한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나”라며 도리어 화를 냈다고 전했다. 게다가 우 전 지사가 6월 2일 열린 임기 마지막 직원 조회에서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지 말고 결재가 필요한 것은 (원 도지사가 정식 취임하기 전인) 6월 30일까지 주저 말고 마무리할 수 있게 일해달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그가 드림타워 승인을 임기 마지막 ‘미션’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드림타워 건설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드림타워가 제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며 △건설 경기 활성화 효과가 있고 △카지노가 문을 열면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드림타워 예정 부지는 제주에서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곳이고 주거 밀집지역이라 반경 1km 내 학교만 13개에 달한다. 또한 일조권 문제, 환경문제, 재난 대비 안전 문제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드림타워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소송단을 꾸리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원 도지사가 “드림타워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녹지그룹의 입지가 좁아졌다. 녹지그룹은 언론보도를 통해 “행정 일관성이 흔들리고 외국 기업의 수조원대 투자를 발목 잡았다. 그로 인해 한국에 대한 해외신인도가 떨어지고 경기 활성화가 지체될 수 있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카지노 도입 편법 가능성

    제주도에 유입되는 중국 투자 자본은 건설업에 한정돼 있다. 아덴힐리조트, 라온프라이빗타운 등 최근 제주에 중국자본으로 지어 분양한 빌라는 수십 곳에 달한다. 특히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는 중국 자본으로 지어진 ‘골프텔(골프장+호텔)’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2011년 준공한 라온프라이빗타운의 경우 155㎡ 1채가 5억 원 선에 분양됐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에 따라 이 집을 구매한 외국인은 제주도 영주권을 획득했다. 한 건설업자는 “중국 일부 지역 사람들은 바다를 보려면 2시간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바다가 보이는 제주도 빌라를 선호한다. 이제 중국인들 사이에 ‘제주도에 집 한 채 없으면 부자 아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운영하는 국가는 많다. 그러나 기준이 제주(부동산 등 5억 원 이상 투자)보다 높다. 미국은 50만 달러 투자에 10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호주는 투자금액 기준이 500만 호주달러(47억 원)에 달한다. 김현국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위원은 “제주도는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실정도 아닌데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운영하고 있다. 결국 골프장과 위락시설을 짓는 제주 내 건설사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현재 제주도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8곳. 제주도는 지난해 카지노 매출액이 2169억 원으로 2012년(1439억 원)보다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시내 카지노를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대부분 작년에야 겨우 적자를 면했다” “8곳 중 절반 이상은 여전히 영세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범(汎)중국계 자본이 투입돼 건설 예정인 신규 카지노는 신화역사공원, 드림타워, 버자야리조트 등 총 6곳. 국내 카지노 업체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대규모 카지노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 기존 카지노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관광객도 한국 자본이 운영하는 카지노보다 자국 자본 카지노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가 “당분간 신규 카지노 허가는 없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최근 신화역사공원에 투자한 란딩그룹이 서귀포시 하얏트호텔과 카지노를 1200억 원에 인수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두고 “란딩그룹이 신화역사공원에 신규 카지노 허가를 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하얏트호텔 카지노 권리를 매매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기존 카지노 운영권을 확보한 뒤 영업 장소를 변경하는 수법으로 신화역사공원에 카지노를 차릴 수 있다는 것.

    JDC는 “란딩그룹의 하얏트호텔 카지노 매입이 ‘신화역사공원 내 카지노 도입을 위한 배수진’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면서도 “JDC가 동업자인 겐팅그룹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하얏트호텔 카지노 인수는 동업자인 겐팅그룹과 무관하게 란딩그룹에서 자체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제주도에 있는 외국인 대상 카지노는 세금 대신 ‘관광개발진흥기금’으로 매출액의 10%를 낸다. 외국인을 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세금을 징수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중국 자본 카지노가 도입된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자본 카지노의 수익금 상당액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바오젠거리, 암웨이 일출봉

    지난해 여름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일대 상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외국인 관광객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바오젠은 중국 화장품 미용전문회사다. 2011년 제주도는 그 회사에서 매년 제주도에 연수, 관광 목적으로 직원 3만 명을 보내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거리 이름을 변경했다. 그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 일명 ‘제주의 명동’이라 불리는 곳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매출에 끼친 영향이 크다”는 답변은 응답자의 20%에 불과했고, “매출과 관계없다”는 답변은 60%에 달했다. 심층 면접에서는 “현재 임대료가 너무 높다. 매년 100~200%씩 임대료가 오른다” “바오젠거리에 중국인이 건물주로 들어와 우리가 중국인 사장 밑에서 일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 “2012년 12월 건물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2013년 12월에도 임대료를 또 올린단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한 제주 상인의 말이다.

    “2~3년 전만 해도 제주 연동 그랜드호텔 주변은 특색 있는 음식점, 상점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그랜드호텔 내 파라다이스카지노에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변에 발마사지 업소, 금은방만 남았다.”

    중국인 대상 여행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2010년 이후 설립된 중국인 운영 여행사 3곳이 거의 독점한 상태. 이들은 주로 중국계 자본이 설립한 숙박업소,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이드 회사에 손님을 소개한다. 한 택시기사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왔다지만 거의 태워본 적 없다”고 말했다.

    미래 도민의 권익도 보호하자

    ‘제주도에 대한 중국 자본 투자가 늘어도 제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은 지난해 KDI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따른 경제적 성과 분석’ 보고서는 “2007년 이후 제주도의 국내외 관광객 수는 증가했으나 관광산업 생산유발효과가 낮고 도내 관광수입 상당수가 유출됐다” “2006년 이후 관광지 개발 등의 용도로 외국인 투자금 3000억 원을 받았으나 외국인 기업 이전은 없었고 투자 파급 효과도 미미했다” “현재처럼 투자 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6월 초, 인터넷에는 ‘성산일출봉 점령한 암웨이?’라는 글이 화제가 됐다. 중국, 대만 암웨이 사업자 1만7000여 명이 포상 차원에서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제주도를 방문했는데 제주도청이 이를 반긴다며 성산일출봉 언덕 한복판에 커다란 암웨이 간판을 설치한 것.

    이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상당수 네티즌은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유산에 웬 중국인을 위한 간판인가” “암웨이 중국지사한테 제주도를 팔고 싶어서 저러나” “하도 정부에서 난리를 치니 제주도가 중국땅인지 한국땅인지 헷갈릴 지경”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를 두고 한 제주도의원은 “중국 투기자본에 대한 도민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 투자자와 도민들 간 첨예한 갈등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백승주 고려대 법대 교수는 “한정된 제주지역의 토지자본을 계속 팔아치우는 것은 헌법상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의 원칙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도민의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제주도의 본분에도 맞지 않다. 당장의 성과보다 수십 년 앞을 내다보며 미래 도민의 권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제주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아름다운 제주와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투자자본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길은 그토록 요원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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