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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군폭(軍暴)과의 전쟁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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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특별인권교육을 받는 육군 30사단 장병들. 8월 8일 전군은 국방부 장관 지시로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

그날(4월 6일) 오전 7시30분 윤 일병은 잠을 잔다는 이유로 이 병장에게 폭행당한 것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4인에게 시달렸다. 20분 뒤 이 병장의 폭행으로 윤 일병의 안경이 부러졌다. 9시쯤에는 이 병장과 하 병장이 때렸고, 10시에는 이 병장이 가래침을 뱉고는 핥아 먹으라고 했다. 거듭된 폭언과 폭행으로 윤 일병이 매우 힘들어하자 이 병장은 수액(링거)주사를 놓았다. 윤 일병은 오후 2시까지 이 주사를 맞았다.

윤 일병이 2시간여 동안 수액주사를 맞고 일어난 오후 3시50분쯤, 4인은 윤 일병이 냉동식품을 쩝쩝거리고 먹는다며 또 폭행했다. 그로 인해 윤 일병이 입 안에 있던 음식물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이 병장은 이를 핥아먹게 했다.

그리고 40여 분간 폭행과 얼차려가 이어졌고 4시30분쯤 윤 일병이 침을 흘리고 오줌을 싸며 쓰러졌다. 그런데도 꾀병을 부린다며 이들은 윤 일병의 뺨을 때리고 배와 가슴을 거듭 가격했다. 윤 일병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이 병장 등은 윤 일병을 앰뷸란스에 태워 병원으로 갔다.

포대장이 대략적으로 알아낸 사건 개요다. 자정을 넘긴 4월 7일 새벽 0시30분쯤 감을 잡은 당직사령이 4인을 지휘통제실로 불러 시간대별로 윤 일병의 하루 일과를 설명하게 했다. 그러나 4인은 범행을 실토하지 않았다.

날이 밝은 오전 7시30분쯤 포대장은 목격자의 진술 등을 서류로 작성해 지휘통제실로 올렸다. 4인이 범인임을 짐작한 육군은 위중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오전 9시, 6군단 헌병대로 하여금 4명을 임의동행해 조사하게 했다.



4인은 허위진술을 거듭했다. 6군단 헌병대장은 이들을 1명씩 분리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윤 일병이 곧 깨어날 것이라는 연락이 왔다. 그가 깨어나면 누가 어떻게 때렸는지 다 말할 것이다. 감췄다가 드러나면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고 다그쳤다. 그러자 구타한 사실을 자백하기 시작했다. 4인조가 자백을 한 날 의정부 성모병원에 있던 윤 일병은 오후 4시20분쯤 기도(氣道) 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폭행 사실을 확인한 헌병대는 오후 7시33분쯤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사망일 6일이냐, 7일이냐

윤 일병이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는 사실은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에게도 간략히 보고됐다. 육군은 국방부 기자실에도 구두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는 3월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견된 북한 무인기 사건의 파장이 클 때라 이 사건에 주목하는 이가 드물었다.

이틀이 지난 4월 9일 상해치사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28사단 검찰부는 4인을 구속하고 후속 수사에 들어갔다. 이것이 사건일지를 토대로 재구성한 윤 일병 사건의 윤곽이다.

사건일지를 종합하면 심한 구타를 당한 4월 6일 윤 일병은 호흡이 멎어 1차 사망했으나, 심폐소생술과 의약품 투여로 심장은 뛰는 일종의 뇌사 상태로 있다가 다음 날 심장마저 멈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 운영위원이기도 한 김대희 전문의는 “전문 심폐소생술을 하다보면 사망한 후에도 약 같은 것으로 다시 심장이 뛰고 호흡이 돌아오는 자발순환을 하게 할 수가 있다. 윤 일병은 자발순환은 돌아왔으나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민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자발순환도 유지되지 못해 완전 사망한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스스로 호흡하지 못한 4월 6일 뇌진탕으로 사망한 것으로, 군은 심장이 멈춘 4월 7일을 사망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이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군이 하루 동안 윤 일병 사망 사건을 은폐했다는 근거로 보긴 어렵다. 포대장을 비롯한 28사단 관계자와 헌병대도 은폐를 시도하지 않았다. 은폐는 가해자 4인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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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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