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박용인
정순미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전 정말 강계로 간다고요.”
아직은 두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 이들이 위장한 보위부원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때 사내가 풀썩 웃었다.
“우리가 보위부 정보원 같았으면 진즉 동무 데리고 갔지요. 안 그렇습니까?”
“…”
“이렇게 트럭에 숨어 타고 북행한 것만으로도 중죄지요. 가서 취조를 받으면 술술 자백하게 될 것이고.”
“…”
“우리가 참 답답해서 동무한테 말해준 겁니다. 놔두려다 이 사람이 우리도 좋은 일 한번 해보자고 해서요.”
“두 분 아저씨 아주머니는 정말 강 넘어서 가세요?”
“그래요.”
이번에는 여자가 대답했다. 머리를 든 여자가 정순미를 보았다. 장터의 소음이 들려오고 있다. 오후 8시 15분이다. 8시가 넘으면서부터 손님이 모여드는 것이다. 여자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옌지에 사는 친척이 차주 김씨하고 잘 압니다. 그래서 강계까지 태워다 주기로 친척하고 차주하고 거래가 된 것이라고요.”
주위를 둘러본 여자가 목소리를 낮췄다.
“차주는 우릴 어떻게 못해요, 하지만 아가씨는 위험해.”
그때 정순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들거려서 차체를 잡고 겨우 섰다.
“감사합니다, 은혜 잊지 않을게요.”
“어디로 가시려고?”
남자가 묻자 정순미는 숨을 들이켰다.
갑자기 목이 막혔기 때문이다. 갈 곳은 생각하지 않았다. 겁이 나서 무작정 일어섰을 뿐이다. 그때 여자가 물었다.
“강계에서 어떻게 할 작정이었수?”
“거기서 만포를 거쳐 국경을 넘으려고….”
“어이구!”
혀를 찬 여자가 신음을 뱉으며 일어섰다. 허리를 주먹으로 두드리면서 여자가 말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지도만 보고 올라오다니, 정말 답답한 아가씨로구먼, 큰일 나겠어.”
“이봐 어쩌려고 그래?”
남자가 묻자 여자는 내쏘듯 대답했다.
“그럼 가만두란 말야? 할 수 있는 데까진 해줘야지.”
그 시간에 윤기철은 술잔을 들었다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식당 안으로 신이영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어?”
하면서 술잔을 내려놓았더니 임승근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불렀다.”
“아유, 냄새.”
하면서 신이영이 다가왔으므로 윤기철은 입을 다물었다. 그 표정을 본 신이영이 옆쪽 자리에 앉으면서 이맛살을 찌푸렸다.
“내가 반갑지 않은 모양이네?”
“아니, 그게….”
“그면 왜 그케 똥 밟은 얼굴이야?”
“이 여자 말하는 것 좀 봐.”
“내가 불렀다.”
신이영의 잔에 소주를 따르면서 임승근이 끼어들었다.
“네가 늦으니까 연락하지 말라고 했지만 말야.”
“아, 됐어, 됐어.”
술잔을 쥐면서 신이영이 두 남자를 흘겨보았다.
“그런데 무슨 심각한 이야기 중이었어? 내가 끼면 안 돼?”
“안 될 거 없어, 바로 그대 이야긴데.”
임승근이 능글능글한 표정을 짓고 말을 이었다.
“뭐 임신과 중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었거든.”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신이영이 윤기철을 보았는데 못 들은 표정을 짓고 있다. 노련한 반응이다. 그때 윤기철이 한 모금에 술을 삼켰다. 더 이상 정순미의 이야기는 끝이다. 임승근은 그래서 신이영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