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에 민감한 CF업계와 예능 프로그램에선 출연 제의가 잇따랐다. 그의 일거수일투족과 방송에서 흘린 말 한마디까지 이슈가 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은 그칠 줄을 몰랐다. 대신 클라라의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이렇다 할 연기 대표작이 없는 데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보니 방송인 이미지가 강해진 탓이다. 한동안 그가 방송활동을 접고 영화 ‘워킹걸’ 촬영에 매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워킹걸’은 그에게 생애 첫 주연을 안겼다. 최근 촬영을 마친 이 영화는 장난감회사의 우수사원 보희(조여정 분)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해고를 당한 후 성인용품 판매업자인 난희(클라라 분)와 함께 성인용품 사업을 벌이며 일과 가족 사이에서 겪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그린 코믹물이다. 8월 5일 만난 클라라는 “겉모습은 화려하고 섹시하지만 내면에 상처가 많은 외로운 영혼”이라고 난희 캐릭터를 소개하며 “나와 닮은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 어떤 점이 닮았다는 건가요.
“저도 오랫동안 무명배우로 지내다보니 힘든 적이 많거든요. 그럴 때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도 별로 없고요. 제 자신이 되게 심심하게 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엉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성격 자체가 평범하지 않고 굉장히 밝은 ‘초긍정(超肯定)’이라나. 영화에 그런 면이 많이 녹아나요.”
▼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감독님이 저를 염두에 두고 난희를 그렸는지 첫 장면부터 제가 레깅스를 입고 나와요. 성인용품 사업이라는 것도 생소할뿐더러 (조)여정 언니랑 저랑 만날 어디로 튈지 모르게 행동해서 촬영하며 정신없이 웃은 기억밖에 없어요.”
▼ 무명 시절이 길었으니 연기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 법한데.
“실은 이 일이 안 맞는 것 같아서 지난해까지만 활동하고 배우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8년 동안 열심히 했으니 후회할 것도 없다, 결혼을 생각할 나이도 됐고 다른 일을 찾아보자, 이러고 있었는데 시구로 유명해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시구 이후 많은 게 바뀌었어요. 결혼 생각도 싹 가시고. 인생은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웃음)”
▼ 원래 꿈이 배우였나요.
“아니요. 패션디자이너였어요. 중학교 시절엔 용돈과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몽땅 옷을 샀을 정도로 옷에 관심이 많았어요. 패션디자이너를 꿈꾼 것도 그때부터예요. 대학(미국 캘리포니아 주 엘카미노대)에서도 디자인을 전공했고요.”
▼ 그럼 어쩌다 연예계에 진출한 거죠?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길거리를 다닐 때도 연예기획사 명함을 여러 번 받았어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 삼아 광고에 몇 번 출연했고요. 그러다 한인페스티벌에서 SM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되면서 연예계 진출을 결심하게 됐죠. 엄마가 ‘더 늦기 전에 연예활동을 경험해보라’고 권하셨거든요. 아빠는 연예계 생활이 만만치 않다며 반대했지만 엄마는 어릴 때부터 저를 연예인으로 키우고 싶어 하셨어요. 엄마 말로는, 제가 어릴 때부터 거울이랑 음악만 있으면 몇 시간씩 춤을 출 정도로 끼가 있었대요. 정말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데뷔하게 돼서 2005년 휴학계를 내고 엄마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