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8일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 있는 ‘최참판댁’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윤상기 군수.
윤 군수는 현장을 중시한다. 관심 있는 곳을 수시로 둘러보고 사람 만나는 일을 즐긴다. 취임 후 한 달여 동안 13개 읍면을 돌며 ‘주민과의 대화’를 실시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현장 중심, 사람 중심, 실천 중심 이 세 가지를 실천하겠다고 공약했으니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행정을 할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오늘처럼 현장에서 회의하려 한다.”
▼ 돌아보니 어떤가. 주민이 뭘 바라던가.
“큰 걸 바라지 않는다. 군수와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손 한 번 잡는 걸 기쁘게 생각하더라. 특히 노인들은.”
▼ 그래도 물질적 지원을 바랄 텐데.
“마을을 방문하면 꼭 기초생활수급자 집을 둘러본다. 생활 실태를 살펴보고 지원방안을 찾는다. 더러 선물도 갖고 간다. 며칠 전 어느 동네에 가보니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못하는 주민이 있었다. 내 친구인 진주 모 병원 원장에게 무료 수술을 부탁해 치료받게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절실하다는 걸 느꼈다.”
하동군의 올해 예산은 3280억 원. 재정자립도가 7.6%로 매우 낮은 편이다. 자체 세원이 없기 때문이란다. 제조업이 약한 게 큰 이유다. 윤 군수 표현대로라면 “돈 될 만한 게” 화력발전소밖에 없다. 그나마 관광사업이 좀 되는데 큰 수익은 아니라고 한다.
삼성궁 공연 티켓
“관광사업이 제대로 되려면 사람들이 와서 머물러야 한다. 먹고 자고 구경하면서 돈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간 하동의 관광은 흘러가는 관광이었다. 하루 와서 둘러보고 가버렸다. 그걸 바꿔야 한다. 한번 오면 1박2일 이상 머물게 해야 한다. 그래서 체험 코너를 많이 만들려 한다. 얼마 전엔 등산로도 하나 새로 개발했다. 서산대사가 하동 원통암에서 출가했다. 그 밑으로 등산로를 만들어 ‘서산대사 등산로’라고 이름 붙였다. 서산대사가 평소 다녔다는 계곡길을 따라 만들었는데 의외로 관광객이 많이 온다.”
그가 신이 나서 설명한다.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 일을 마지못해 하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 혹은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과 일을 찾아나서는 사람. 윤 군수는 두 경우 다 후자에 속한다. 이런 사람 옆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덩달아 기운이 나고 의욕이 솟구치기 마련이다.
“지난주 일요일에는 새 등산로를 찾느라 보부상길을 둘러봤다. 보부상들이 봇짐을 지고 구례에서 화개장터로 넘어오던 길이다. 태풍으로 비바람이 쳤다. 그 비를 맞으며 4시간 동안 곳곳을 살펴봤다. 8㎞쯤 되는데, 둘러보니 참 좋더라. 서산대사길과 보부상길을 연결하면 훌륭한 등산로가 될 것 같다.”
아이디어가 샘물처럼 솟는 모양이다. 얘기가 재미있어서 끊을 수가 없다.
“도중에 목통마을이라고 있다. 지리산 계곡의 원수(原水)가 내려오는 첫 동네다. 예전에 거기서 물레방아를 돌려 밀을 빻아 가루를 냈다. 최근 물레방아 소유자가 마을 복원을 건의했다. 물레방아를 복원해주고 마을 입구를 막아 차가 못 들어가게 할 생각이다. ‘탄소 없는 마을 1호’로 지정해 하루 평균 100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려 한다.”
▼ 하동엔 명승지가 많다. 하동 출신으로서 외지인에게 정말 자랑하고 싶은 것 하나를 꼽는다면?
“청학동에 삼성궁이 있다. 30년쯤 전 한풀선사가 만들어놓은 단군성전이다. 문화예술인이 많이 찾는다. 돌탑을 수백 개 쌓아놓았는데 탑마다 의미를 다르게 부여했다. 그 너머 계곡에 마고할미를 모시는 마고성을 짓는데, 올 연말 완공된다. 앞으로 그곳이 하동 관광의 핵심이 될 거라 본다.”
청학동의 행정지명은 하동군 청암면이다. 삼성궁에선 봄·가을 두 차례 천제(天祭)를 올린다. 윤 군수는 “천제를 더 발전시키고 이론적으로도 정립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고 야심 찬 포부를 드러냈다.
“올가을 대중가수와 오페라 가수들을 불러 삼성궁에서 공연을 열 계획이다. 곧 서울에서 50만 원짜리 공연티켓을 팔 거다. 1박2일간 거기서 먹고 자고 공연 보는 비용이다. 500장을 팔 생각인데, 반응이 괜찮다.”

8월 4일 어린이집을 방문한 윤상기 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