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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의 호모에로티쿠스

“성욕은 사람을 지탱하는 것 예술은 금기를 건드리는 것”

발칙한 에로티시즘 화가 이혁발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성욕은 사람을 지탱하는 것 예술은 금기를 건드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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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알몸을 그리고, 성행위 광경을 그린다고 해서 모두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텐데…. 진부한 질문이지만, 예술과 외설의 차이가 뭐라고 보나.

“자신의 철학을 갖고 새로운 형식과 기법으로 사람들에게 정서적 자극을 줘서 그들의 아름다운 삶에 봉사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성욕을 자극한다 해도 예술로 봐야 한다. 외설은 상업적 목적으로 철학도 없고 아름다운 삶에 대한 정서적 자극을 주지 못하고 예술적 구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만 지칭돼야 한다. 성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무조건 터부시하는 것은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증류수 같은 사회를 만들려는, 결벽증 걸린 사회다. 풍성한 삶을 위해 성적 자극이 되는 아름다운 예술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사회가 돼야 한다.”

▼ 그래도 기준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고등학교 때만 해도 비디오에 여자 젖꼭지가 보이면 안 됐다. 잡지도 젖꼭지는 까맣게 칠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젖꼭지가 개방됐다. 여자 젖꼭지가 드러났다고 무슨 큰일이 벌어졌나. 마광수 교수가 ‘야한 여자’론을 처음 들고 나왔을 때 모두 그를 비난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많은 여성이 손톱 길게 기르고, 컬러 매니큐어 바르고, 하이힐 신고, 미니스커트 입고, 이른바 ‘술집여자’보다 더 섹시한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했다.”

그는 “내가 1990년대에도 주장했지만, 포르노를 허(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을 뒤져 힘들게 무료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겨우 찾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청 경고 화면이 뜬다(웃음). 나, 참…. 그런 게 자꾸 반복되니까 황당하고 열 받더라. 그래서 만든 게 ‘욕망과 국가의 통제’라는 행위예술이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여자의 다리를 핥는 퍼포먼스인데, 시늉만 할 뿐 진짜 핥지는 않는다. 인터넷으로 포르노를 보는 게 섹스의 느낌만 갖는 거지 진짜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상징한다. 그리고 우리의 자잘한 행복까지 국가에서 간섭하고 빼앗아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성욕은 사람을 지탱하는 것 예술은 금기를 건드리는 것”

2013년 공연한 행위예술 ‘욕망과 국가의 통제’.

하는 즐거움, 당하는 즐거움

“성욕은 사람을 지탱하는 것 예술은 금기를 건드리는 것”

‘섹시 미미-방문에 기댄 여인’ 2003년 작.

이혁발을 이야기할 때 2003년 개인전 ‘섹시 미미’를 빼놓을 수 없다. “섹시 미미는 내가 대한민국에서 자라면서 느낀 여성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모델, 성매매 여성, 가정부 등 여성성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성적 모습을 보여준다. 짙은 화장과 하이힐, 굵은 웨이브 머리카락, 볼록한 가슴과 가는 허리. 검은색 가터벨트로 몸을 조인 여자가 농염한 섹시미를 드러내며 유혹의 눈빛을 보낸다.

그런데 전시된 사진들을 둘러보던 관객은 이내 경악한다. 섹시 미미의 치마가 들춰지며 남성 성기가 노출된 사진 때문이다. 모델이 여자인 줄만 알았던 관객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모델이 바로 이혁발인 걸 알고 또 한 번 놀란다.

▼ 직접 여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섰는데.

“원래는 모델을 섭외하려 했는데 돈도 없었고, 하겠다는 모델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모델이 되고, 사진도 직접 찍었다. 결과적으로 훔쳐보는(관음) 것과 훔쳐보기 당하는(관음 대상), 이중적이고 복잡한 심리 상황이 잘 표현됐다. 욕망하거나 욕망의 대상이 되거나 둘 다 즐거운 일이다. ‘행복한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니까.”

▼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5년 동안 준비했다. 옷값도 만만치 않아 경제적 어려움도 컸다. 남자인 내가 S라인 몸매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헬스클럽에 다니며 피나는 노력 끝에 31인치였던 허리를 27인치까지 줄였다.”

▼ 단순히 여장남자를 표현한 것은 아닌 듯하다.

“언론을 통해 트랜스젠더를 알게 되면서 호기심이 생겼다. 성형외과 광고를 보면 성형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여주지 않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드라마틱한 게 트랜스젠더였다.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바뀐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트랜스젠더와는 또 다른, 쉬메일(Shemale)이란 존재를 알게 되었다. 여성스러운 몸에 남자 성기가 달린 사람들이다.”

▼ 성 전환 수술을 하기 전 트랜스젠더를 말하는 건가.

“꼭 그렇지는 않다. 가슴 성형수술은 했는데 남성 성기는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완벽한 여자가 되려 하기보다는 남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들은 성관계를 할 때 왕성하게 발기한다. 나는 그들을 ‘얌자’라고 명명했다. 그들의 심리와 상태가 궁금했고, 그걸 작품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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