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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태우고 짓뭉개라!” ‘黨中黨’ 조직지도부 ‘군부 사냥’

‘김정은 궁정’ 70인 숙청 드라마 내막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불태우고 짓뭉개라!” ‘黨中黨’ 조직지도부 ‘군부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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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살아남는 법 아는 이가 없다”
  • ● 오일정(오진우 아들)이 주도하는 ‘사상투쟁’
  • ● 김정은 업고 무소불위 권력 휘둘러
  • ● 조연준·김경옥·황병서·이재일의 말로는?
“불태우고 짓뭉개라!” ‘黨中黨’ 조직지도부 ‘군부 사냥’
총연출은 누굴까. 지난 5월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4월 30일께 평양 강건종합군사학교 사격장에서 고위 군 간부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고사총으로 총살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올해에만 고위간부 15명을 처형했으며 김정은 집권 후 3년간 죽임을 당한 고위인사가 70명에 달한다고 국정원은 덧붙였다.

‘吳씨 3인방’의 사상투쟁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평양에서 사상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 군부에 살아남는 법을 아는 사람이 없다. 김정일 운구차에 손댄 8명 중 김정은과 당 출신 2명(김기남, 최태복)을 제외하고 계급장 단 사람은 다 나가떨어졌다. 숙청되거나 좌천된 이들의 자리를 차지한 이들도 죽거나 좌천됐다.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 선례를 찾을 수 없다.”

최근 북한에 ‘평양 속도’ ‘평양 정신’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6·25전쟁으로 초토화한 평양을 재건할 때처럼 ‘사상적으로 무장하자’는 것이다. 위의 소식통은 이렇게 덧붙였다.



“오진우(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 오백룡(전 호위총국장)의 아들 오금철·오철산 셋이 사상투쟁을 주도한다. ‘오씨 3인방’으로 불린다. 사상투쟁이 벌어지면 누구든 죽어나가게 마련이다. 사상투쟁의 극악을 보여준 중국 문화혁명 때의 전례를 고려하면 노동당 창건일 전후로 또 한 번 숙청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두려움을 느끼는 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올해 10월 10일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이다.

“뒤에 가서는 수령의 권위를 헐뜯고, 수령의 명령에 불복하고….”

5월 23일 조선중앙TV는 해전(海戰) 영상을 배경으로 인민무력부 조선인민군창작사 신병강이 쓴 ‘백두산의 칼바람-2’를 방영했다. 장성택을 언급하며 앞에선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선 수령의 권위를 헐뜯고 불복하면서 개인 향락에 젖어 주머니를 채우던 자라고 비난했다. 신병강은 조선작가동맹 김만영·오영재,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부총장 명준섭과 함께 북한에서 이름난 시인. ‘백두산의 칼바람-2’는 6·25 때 숙청한 박헌영과 1956년 8월 종파사건 때 숙청당한 인물을 거론했다. “이제 우리 당 안에 박헌영 리승엽 최익창이와 같은 반당종파 놈들이 다시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겠소?”라고 물으면서 반역·불경세력을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서사시를 방영한 것은 김정일 시절에는 없던 일이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은 2013년 12월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동상이몽(同床異夢)’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딴 마음을 품는다)’가 죄목으로 지목됐다. 양봉음위는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북한에서는 누구나 아는 말이다. 북한 청소년들은 이른바 ‘김일성 동지 혁명 역사’를 필수과목으로 익힌다. 김일성에게 도전한 ‘반당반혁명종파분자’의 말로를 배우면서 양봉음위라는 낱말을 귀가 따갑게 듣는다. 1956년 ‘8월 종파사건’으로 숙청된 소련파, 연안파에 덧씌운 낙인도 반당반혁명종파분자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숙청 이후 북한의 군 강연 등에서 현영철은 ‘당의 영도를 거부한 군벌 관료주의자’ ‘전횡을 일삼은 군벌주의자’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영철이 ‘군벌’을 조직하려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학습제강’이 최근 배포됐다고 한다. 현영철은 “젊은 사람(김정은)이 정치를 잘 못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없애라”

평양은 1969년 김창봉 민족보위상 등 빨치산파 군부 인사를 숙청할 때도 반당반혁명종파분자라는 죄명에 덧붙여 ‘군벌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46년 전 종파 행위와 현영철을 같은 방식으로 다룬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의 분석은 이렇다.

“고위 탈북자 A씨가 현영철이 과거에 김정은이 ‘군사가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고 불평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당의 영도’를 ‘수령(김정은)의 영도’와 동일시하는 북한 체제에서 군대에 대한 당의 영도를 보장하는 ‘총정치국장’보다 총참모장이나 인민무력부장 같은 ‘군사가들’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발언은 ‘군벌관료주의적’ 의견으로 간주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군사가들’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같은 정치간부가 아니라 숙청된 이영호, 현영철 등 군사간부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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