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의 국회법 개정안은 5월 29일 공무원연금개혁법안과 함께 ‘패키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공무원연금개혁법안 통과를 전제로 야당이 막판에 제시한 카드였다.
여당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 야당과 협상을 벌이다 결국 이 카드를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청와대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공무원연금개혁법안 처리 후폭풍이 계속되는 셈.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을 ‘위헌 가능성’을 이유로 거부한다면 정국은 또 한 차례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개혁법안 통과를 전제로 야당이 제시한 ‘카드’ 때문에 여당과 청와대 간에 마찰이 빚어진 게 이번뿐만은 아니다. 5월 2일 여야가 공무원연금개혁법안에 최종 합의하면서 그 전제로 내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현재는 40%)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거세게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여당을 향해 ‘월권’이라며 격한 반응을 쏟아내는 등 당청 간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여야 협상·당청 소통의 중심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장과 대통령정무특보를 겸임했던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 협상은 물론 당청 소통의 중심에 있었다. 주 의원을 포함해 현역 국회의원(윤상현, 김재원)의 대통령정무특보 겸임에 대해 ‘위헌 논란’이 제기돼 국회의장 소속의 국회 윤리자문위원회에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6월 9일,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 및 당청 간 소통 과정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주 의원을 만났다. 정무특보 겸임 논란 당사자로서의 생각도 궁금하던 터였다. 여야가 법안에 합의하면서 공무원연금개혁특위 활동이 끝나 위원직을 내려놨고, 대통령정무특보도 사임한 뒤여서 부담이 덜할 듯했다.
주 의원은 그간 두 개의 자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하나는 대통령정무특보 자리고, 다른 하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장 자리다. 주 의원은 19대 국회 마지막 1년은 예결위원장을 꼭 해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정무특보 자리를 그만둬야 한다. 정부의 예산을 심의하고 감독하는 예결위원장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을 보좌한다면 이해 충돌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 의원은 고심 끝에 5월 2일 청와대에 정무특보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특보는 위촉받는 자리”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윤리위원장을 맡은 김재경 의원이 예결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두 사람 중 누군가 양보하지 않으면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 총선 1년을 앞두고 예결위원장 경선을 치르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주변에선 주 의원에게 양보를 권했고, 결국 주 의원이 예결위원장을 양보하고 대신 정보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많이 억울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물으니 “이건 꼭 정리해주면 좋겠다”면서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작년에 예결위원장 지망자가 없었다. 마침 해보고 싶던 차였다. 그런데 당시 이완구 원내대표가 당 정책위의장을 맡아주면 내년에 예결위원장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다. 예결위원장은 1년 하고 교대하는 것이고, 3선 의원 중에 상임위원장 안 해본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걸 확인해달라고 해서 원내대표단도 그걸 공유했다.
그때 김재경 의원은, 2년 전에 계수조정소위원도 했고 지역에 큰 예산 현안도 없다면서 예결위원장을 거절하고 정무위원장을 하겠다고 했다. 결국 정우택 의원과 경선을 붙어서 떨어졌다. 3선 의원이 아무것도 안 맡고 재선 의원이 4명씩이나 상임위원장을 맡는 건 모양새가 이상했다. 그래서 내가 나서서 윤리위원장으로 이미 내정된 재선의원을 설득해 김 의원에게 양보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예결위원장을 하겠다는 거다.
그래서 경선 준비를 했는데 선후배들이 경선 결과를 떠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후유증도 크고 당의 화합도 해친다’면서 그동안 당 보직도 많이 맡은 내가 양보하는 게 맞겠다고 하더라. 또 김 의원이 나를 네 번 찾아왔다. 당의 화합을 위해서 직전까지 지도부였던 내가 양보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했다.”
대통령정무특보 겸직 논란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부장판사 출신인 그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했다.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이라는 게 ‘따로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그런 거라면 특임장관이나 의원 겸직 장관은 뭔가. 대통령의 지휘를 그대로 받고 따라야 하는 내각으로 들어가는 건데. 정무특보는 말 그대로 특별보좌관이다. 임명도 아니고 위촉받는 자리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윤리자문위원회의 법률 검토 결과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는데, 내가 전해 듣기로는 두세 군데 로펌에 자문한 결과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