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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살길 찾으려면 박정희 · 김대중 영웅화 그만두라”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대한민국 살길 찾으려면 박정희 · 김대중 영웅화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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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5 · 16, 6 · 29는 죽은 길…‘참회 시간’ 가져야
  • ● 국가가 혈족 이익 위한 활용·탈취 대상으로 전락
  • ● 선진화(善進化) · 덕진화(德進化)로 극복 · 승화해야
“대한민국 살길 찾으려면 박정희 · 김대중 영웅화 그만두라”
김진현(79)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도착적 근대화(perverted modernization)가 전개되면서 악성 변종(malign hybrid) 국가공동화가 한국 사회에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동양 전통의 혈연연대와 서양 근대의 개인주의 · 자유주의가 만나 ‘자유로운 개인의 가족 같은 연대로 이뤄진 합리적 · 다원적 사회공동체’가 구축된 게 아니라 혈연 · 가족왕국, 재벌왕조, 독선적 이념왕국으로 도착되고 변질됐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연, 학연, 부와 권력의 혼맥으로 이뤄진 ‘한국 새 귀족’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및 ‘군자(君子)다움’의 결여가 갈등을 증폭한다”면서 “지식인, 언론인, 문화예술인이 재벌-권력을 잇는 금권정치(plutocracy) 주변을 배회한다”고 지적했다. “인간, 사회공동체, 국가가 한갓 혈족의 이기적 목적을 위한 이용 · 활용 · 착취 · 탈취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참회의 시간’ ‘참회의 무대’를 가지면서 도착적 근대화를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강의 기적에만 매몰된 경제 제일주의, 운동권적 시각으로만 사안을 들여다보는 민주화 제일주의, 폭력적 진보의 독선, 재벌중심주의, 혈족이기주의가 계속되면 자율적 · 합리적 사회공동체는커녕 법과 국가도 존재할 여지가 없다”고 개탄하면서 “근대, 현대의 길을 넘어서는 문명사적 격변, 즉 개벽(開闢)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너무 리버럴한 한국

김 이사장은 동아일보 논설주간, 과학기술처 장관, 세계화추진위원장, 서울시립대 총장, 문화일보 회장을 지낸 원로다.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한국이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천착해왔다. 5월 20일 ‘신동아’와 한 대담에서 그는 “산업화, 민주화의 기적에만 매달리는 찬양, 안주, 현상 연장의 길은 죽은 길”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세계적 한국 모델, 세계 새 평화 질서를 창조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일본에 지인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2006년에는 ‘일본 친구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도 내셨고요. 한일관계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것으로 압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한일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이라고 할 만합니다. 한일관계 악화는 국가미래전략 차원에서도 손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악화된 한일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비대칭적 힘’ 키워야

“역사라는 게 배반적이라고나 할까요, 일직선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일본 외무성이 발표한 ‘외교청서’에서 일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나라, 한국은 그렇지 못한 나라라고 했더군요. 일본이야말로 정치 · 이념적으로 보나, 사상적 지형으로 보나 일리버럴(illiberal, 자유를 제한하는)한 나라예요. 비(非)보편주의적 가치와 제도, 문화를 가졌습니다.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오히려 너무 리버럴해서 문제죠. 사회도 일본보다 훨씬 다원적이고요. 북한을 찬양하는 정치인도 있으니까요. 요컨대 한국은 일본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훨씬 더 이뤄진 곳입니다. 일본이 우리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올바로 하지 않는 나라로 몰아가는데도 한국이 방어불능 비슷한 상태에 와 있는 것은 역설적입니다.”

▼ 대응은 어떻게….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호소해야 합니다. 일본과 1대 1로는 안 돼요. 일본을 ‘시민사회화’하려면 미국, 유럽연합(EU), 아시아에서 자유주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과 공동전선을 꾸려 대응해야 합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태와 잃어버린 20년 등으로 일본의 자존심이 무너졌습니다. 소니가 삼성전자에 밀렸느니, 미쓰비시가 현대중공업에 졌느니, 한국 K팝이 아시아를 지배하느니 할 때 일본의 프라이드가 얼마나 손상됐는지 우리가 간파하고 성숙하게 대처했어야 합니다.

아시아 전체가 정상적 시민국가로 가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가 돼야 합니다. 일본과 중국이 끝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미국, 유럽 등에 아시아가 보편적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한국 역사에서 자발적으로 중국, 일본과 싸워본 적이 없습니다. 두 나라는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를 상대로,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한 나라예요. 중국이 중화주의, 패권주의를 지향하고 일본이 그러한 중국에 맞서는 동시에 우경화에 속도를 낸다면 우리 힘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습니다. 일본, 중국의 위협에 맞서 국방력을 강화한다 해도 두 나라 인구나 능력을 볼 때 대적이 되겠습니까. 중국은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완성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진 나라입니다. 일본도 내일 곧바로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고요. 일본의 미사일 실력은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1945년 이후 우리는 ‘근대화 혁명’에 성공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140개 가까운 나라 중 근대적 경제성장, 민주화, 교육의 고등화, 과학기술 선진화, 문화예술 다양화, 사회 다원화를 이뤄낸 유일한 국가가 우리예요. 나는 이를 ‘대한민국 근대화 혁명’이라고 합니다.

우리 기준으로는 어마어마한 성취를 이뤘으나 중국, 일본이 그 기간 잠을 잔 게 아닙니다. 종래 개념으로서의 국력이니 힘이니 하는 것으로는 중국, 일본에 대응해 평화를 지켜내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비대칭적 힘을 키워야 합니다. 스위스, 이스라엘이 가진 게 뭡니까. 훨씬 큰 미국, 독일, 영국이 스위스, 이스라엘을 무시하지 못하는 까닭이 뭡니까. 스위스가 2차대전 때 중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기를 만드는 데 필수불가결한 정밀기계, 정밀화학 기술 덕분입니다. 이스라엘이 가진 특수무기 기술과 정보력은 또 어떻습니까. 이스라엘이 인구 780만 명으로 아랍에서 살아남은 것은 비대칭적인 힘 덕분입니다.

대한민국은 비대칭적인 힘을 가져야 합니다. 군대를 늘린다, 해 · 공군력을 확충한다, 이런 식이 아니라 중국, 일본이 비수(匕首)로 느낄 만한 비대칭적 연성력(soft power), 군사력, 과학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의 전략이 그런 쪽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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