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소련이 발전시킨 중소형 원전
스마트 원자로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은 “가격이 비싸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 원자로의 가격은 한국이 개발한 상업용 원전 APR-1400의 절반가량인데, 생산하는 전기는 1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신동아 5월호 기사의 취재원들도 그점을 지적하며 스마트 원자로의 비경제성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김학노 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스마트 원자로가 노리는 시장과 APR-1400 같은 상업용 원전이 노리는 시장은 전혀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APR-1400 같은 대형 원전이 전기 소비가 많은 지역을 위한 것이라면, 스마트는 대형 원전이 들어갈 수 없는 틈새시장을 위한 원자로다. 중소형 원전은 구소련이 발전시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제공해온 것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늘 물 부족에 시달려왔다. 물이 적으니 대도시를 만들지 못하고 흩어져 살아 국가 발전이 늦었다. 구소련은 카스피 해나 아랄 해의 물을 담수로 바꿔주면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유목생활에서 벗어나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중앙아시아 초원에는 낙차 큰 강이 없으니 수력발전을 하기 어렵다. 도로도 부실해 실어 날라야 하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소를 세우기에도 부적당했다. 인구 50만이 넘는 대도시가 드물 뿐만 아니라, 그러한 도시들 간의 거리도 매우 멀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대형 원전을 짓고 그러한 도시들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송전시설을 짓는 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된다.
고민을 거듭한 구소련이 찾아낸 해법이 인구 50만의 도시를 위한 중소형 원전이다. 이 중소형 원전의 발전(發電) 단가는 대용량 원전보다는 비싸다. 그러나 그러한 지역에는 대형 원전을 지을 수 없으니 그곳에서는 가장 싼 전원(電源)이 된다. 구소련이 무너지고 난 후 원자력연구원이 이 개념을 받아들여 설계한 것이 스마트 원자로다. 스마트 원자로는 APR-1400 같은 대형 원전과는 경쟁하지 않는다. 스마트 원자로가 노리는 시장은 전혀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스마트 원자로 수출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구소련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지어준 중소형 원전의 수명이 다 끝나갔기에, 그 대체재로 스마트 원자로를 수출하려고 했던 것. 그런데 잘나가던 중앙아시아 국가 경제에 ‘붉은 불’이 들어오면서 연기돼버렸다. 그때부터 한국은 오일머니를 쥔 중동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중동 문은 중앙아시아와 자연조건이 비슷하다. 중동 사람들은 물이 있는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독립된 형태의 도시를 이뤄 살아왔다. 오아시스 도시를 발전시키려면 해수를 담수화해 그 물로 농사를 짓고 산업을 일으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전기가 있어야 한다. 가장 값싼 전원이 원전이다. 그런데 대형 원전을 지어 멀리 있는 대도시까지 송전하려면 송전시설 건설 비용이 더 들어가니, 중앙아시아 국가들처럼 인구 50만 규모의 도시와 그 주변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중소형 원전을 짓는 것이 경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