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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제언

법 지키며 번 돈 법으로 지켜주라

우리가 다시 번영하려면…

  • 변양호 | 前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경제학박사

법 지키며 번 돈 법으로 지켜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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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과제

이 세 가지는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가 많은 상태에서 복지 지출을 늘리려 증세를 한다면 착취적인 시스템이 된다. 능력 있는 사람들의 창의와 열정은 죽이면서 세금만 많이 거두어 가는 시스템이 되기 때문이다.

복지 지출을 늘려도 선망하는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번영은 경쟁 촉진과 사유재산권 보호에서 나온다. 단순한 복지 지출 확대는 나라의 번영을 가져오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반대로 복지 지출 확대 없이 경쟁을 촉진하기는 어렵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쟁을 촉진하려면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먼저 복지 문제를 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2012년 기준 26.8%)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34.5%)보다 상당히 낮다. 만약 국민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면 거의 100조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의 경쟁 수준이나 사유재산권 보호 수준이 OECD 평균 수준이 된다면 우리나라만 낮은 국민부담률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 경쟁의 정도와 사유재산권 보호 정도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면서 국민부담률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면 번영과 복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증세를 하려면 먼저 개인소득세의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 현재 연소득이 3억 원을 넘으면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3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나 수백억, 수천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나 같은 세율로 낸다. 불공평하다. 또한 각종 소득을 분리해 세금을 내고 일정 경우에만 종합과세를 한다. 근로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임대소득, 양도소득, 상속소득 등 여러 소득이 있지만 개인의 처지에서 보면 똑같은 소득이다. IT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국세청은 납세자보다 납세자의 소득 정보를 더 잘 안다. 세원 포착 면에서는 분리 과세할 이유가 없다.



이런 면에서 개인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을 다 더하고 여기서 공제와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소득에 누진적인 과세를 해야 한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근로소득, 이자·배당·임대소득·양도소득 등 자본소득을 모두 더한다. 상속소득도 더한다. 거기서 필요한 공제와 자본손실 등 비용을 빼준다. 그것이 개인에 대한 과세소득이 된다. 과세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과세소득이 적은 경우에는 면세가 되거나 국가의 지원 대상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팔았는데 양도소득이 있으면 그만큼 과세소득이 늘어난다. 만약 손해를 보고 팔았다면 그 손해액만큼을 과세소득에서 빼준다. 만약 주식거래에서 돈을 벌었다면 과세소득에 합산하고 손해를 봤다면 그만큼 과세소득에서 빼준다. 한 금융기관 같은 창구에서 두 개의 펀드 상품을 샀는데 한 상품에서는 이익이 났지만 다른 상품에서는 큰 손해가 발생해서 전체적으로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자. 현 체제에서는 이익이 발생한 펀드에서는 과세가 되고 손해가 발생한 펀드에서는 아무런 공제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는데도 과세가 된다. 공평하지 않다. 손해액만큼은 과세소득에서 빼게 세법을 고쳐야 한다.

법 지키며 번 돈 법으로 지켜주라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번영할 것이다.

‘투명한 누진과세’ 부터

이렇게 계산된 과세소득에 대한 세율은 형평성에 맞게 누진과세를 해야 한다. 지금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3억 원보다 높은 소득 구간을 만들어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다. 예컨대 3억 원 이상 10억 원까지, 10억 원 이상 50억 원까지, 50억 원 이상 100억 원까지, 그리고 100억 원 이상 소득에 대해 누진적으로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도 과거 1980년대 초까지는 최고 한계세율이 거의 90%까지 올라갔다.

개인소득세 개편을 통해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하는데, 많으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부담해야 하고 매우 적으면 면세가 되거나 국가 지원 대상이 된다’라는 간단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 다만 개인소득세를 소득 합산을 통한 누진과세로 이행한다 하더라도 세수 증대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부가세 등 간접세율의 조정도 필요하다. 개인소득세 부분에서 투명하고 누진적인 과세가 이루어지면 간접세 조정은 보다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다. 소득이 적어 면세가 되는 국민도 간접세는 부담한다. 국민개세원칙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국세청의 능력으로 볼 때, 소득합산을 통해 종합소득과세로 이행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외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누진세율을 부과할 경우에는 국가 간 공조가 필요하다. 고액납세자가 외국으로 이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의 모든 주요 국가가 재정적자와 빈부격차라는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 세제개편을 위한 국제 공조가 가능할 수 있다. 세제개편 논의를 위한 국제기구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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