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北 마양도 기지 앞에 ‘물귀신’을 침투시켜라

원자력잠수함과 NLL 정치학

  • 이정훈 |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15-06-24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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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잠과 기동함대의 조합, 美 해군 요새작전의 비밀
    • 고농축 우라늄만 아니면 IAEA 사찰 피할 수 있어
    • 좌절된 ‘盧 정부 원잠 프로젝트’ 부활시켜야
    • 공격원잠 보유한 인도, 그 뒤를 따르는 브라질
    北 마양도 기지 앞에 ‘물귀신’을 침투시켜라

    진해기지에 들어온 미 해군의 LA급 공격잠수함. 미 해군은 이 잠수함으로 가상 적의 전략원잠을 꼼짝 못하게 하는 물귀신 작전을 펼친다.

    북한이 ‘북극성’으로 명명한 SL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후 그 대응책으로 우리 군도 원자력잠수함(原潛)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원잠을 갖겠다는 것이니,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원잠은 어떤 무기인가.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연안에서 480여km쯤 떨어진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를 점령함으로써 전쟁이 일어났다.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로 1만여 명의 군대를 보내 승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영국 대처 총리는 탈환 명령을 하달했다. 영국군은 해리어 전투기 42대와 각종 헬기 150여 대를 탑재한 경항모 2척(허미즈, 인빈시블), 상선을 개조한 임시 항모 1척, 구축함 8척, 호위함 15척, 원자력잠수함 5척, 디젤잠수함 1척을 보냈다.

    포클랜드전에서 보여준 위력

    이들은 총력을 기울여 대서양을 남북으로 가르는 1만3000여km 항해에 들어갔다. 그리고 5월 2일 놀라운 소식을 전해왔다. 아르헨티나의 순양함인 제너럴 벨그라노함을 격침한 것이다. 공격자는 영국 원잠이라고만 알려졌다. 그 바람에 아르헨티나는 경항모인 마요함을 출동시키지 못했다. 마요함을 지켜줄 ‘호위무사’가 사라졌기 때문.

    덕분에 포클랜드 일대 상공은 해리어기의 독무대가 됐다. 제해권과 제공권을 장악한 영국군은 5월 26일 본격적으로 상륙해, 29일 아르헨티나군을 항복시켰다.



    전쟁이 끝나자 대처 총리는 영국 잠수함을 전부 핵추진함으로 바꾸게 했다. 이유는 5척의 원잠은 출항 2주 만에 제일 먼저 현장에 들어가 벨그라노함을 격침하고 아르헨티나 해군 기지를 봉쇄했지만, 디젤잠수함은 전쟁이 끝나가던 5주차에야 도착했기 때문이다.

    디젤잠수함이 전속(20노트)으로 잠항하면 배터리는 약 2시간 만에 방전된다. 따라서 물 밖으로 흡기구를 내밀고 공기를 흡입해 디젤엔진을 돌리고, 그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엔진을 돌리면 ‘당연히’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는 배기구로 빼내야 한다.

    흡기-압축-폭발-배기는 엔진의 구동 원리인데, 구동 때 큰 소리가 난다. 소리가 나면 적에 탐지될 위험이 높아져서 디젤잠수함은 엔진을 돌릴 때가 가장 위험하다. 더욱이 흡기와 배기를 위해 수면 가까이 올라와 있어 초계기 등에 달린 ‘눈(眼 · 소노부이 등을 가리킴)’에도 쉽게 탐지된다.

    영국 디젤잠수함은 빨리 가기 위해 먼바다로 나온 다음에는 탐지될 위험을 감수하고 디젤엔젤을 돌리는 부상 항해를 했다. 그런데도 원잠을 따라가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수상함이 30노트로 달리려면 디젤엔진과 함께 가스터빈도 돌려야 한다. 가스터빈을 돌리면 소음이 커지고 연료가 많이 소모되기에, 일반 작전을 할 때는 돌리지 않는다. 다급한 경우에만 가스터빈을 사용한다.

    디젤잠수함에는 가스터빈이 없다. 따라서 물 밖으로 나와 전속으로 달려도 10노트에 불과해 수상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원잠은 가스터빈이 없어도 ‘죽는 날’까지 30노트 속도로 잠항할 수 있다.

    원잠은 디젤엔진 대신 원자로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한다. 원자로는 공기를 쓰지 않고 구동되니 큰 소리를 내는 흡기-압축-폭발-배기 과정이 없다.

    그런데도 힘이 남아돌아 배터리를 충전하고 남은 에너지로 잠수함 밖에 있는 바닷물(H₂O)을 전기분해해, 수소(2H₂)와 산소(O₂)를 만들어낸다. 승조원 호흡을 위해 원잠이 부상항해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원잠이 ‘물귀신’이 된 비밀은 원자로에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은 핵 확산을 막기 위해 발전(發電)용 원자로에는 3~5%로 농축한 핵연료를 쓰게 한다. 연구용 원자로에 대해서는 높게 허용하나, 요즘은 20%까지만 농축을 허용한다. 이를 ‘저농축 핵연료’로 통칭하는데, 저농축 핵연료는 오래 쓰지 못한다. 발전용인 한국형 경수로는 3년마다 핵연료를 교체해야 한다.

    원잠과 원잠기지에는 그러한 일을 해줄 원자력 전문가와 장비를 둘 곳이 없다. 또 원잠은 신속히 작전에 투입돼야 하니,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원자로를 싣는다.

    北 마양도 기지 앞에 ‘물귀신’을 침투시켜라
    소리 전쟁

    즉 핵무기 제작이 가능한 90%대 농축 핵연료를 장전하는 원자로를 탑재하는 것이다. 핵연료의 수명은 30년 이상으로, 원잠의 작전수명(대개 30년)보다 길다. 그러하니 원잠은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고 퇴역할 때까지 전속으로 무한 잠항할 수 있다. 영국 원잠이 수상함보다 먼저 도착한 비밀은 바로 이것이었다.

    원잠은 ‘전략(戰略)원잠’과 ‘공격(攻擊)원잠’으로 나뉜다. 전략원잠은 지상을 공격하는 핵무기 SLBM을 싣고 다닌다. 공격원잠은 재래식 탄두를 단 순항미사일(SLCM)을 탑재하는 경우가 많다. SLBM은 매우 크고 수직으로 발사해야 하기에, 지름이 20m 정도가 되어야 한다. 부수되는 장비도 많아 전략원잠은 1만t이 넘는 대형이다. 공격원잠은 7000~9000여t 규모다.

    공격원잠을 전략원잠 잡는 귀신이라 하는데 그 이유가 매우 흥미롭다. 물속에서는 잠수함의 덩치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커도 어뢰를 맞으면 압력함체(잠수함의 외피)가 깨져 ‘수장(水葬)’되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상대에게 먼저 들킬 수 있는 것은 덩치 큰 고래이지 그보다 작은 고등어가 아니다. 그런데 고래도 고등어가 쏜 어뢰를 맞으면 압력함체가 깨져 가라앉아버리니, 전략원잠은 공격원잠을 피해 다녀야 한다.

    전략원잠과 공격원잠을 모두 가진 나라는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뿐이다. 이들은 냉전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원잠을 갖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다. 이 신경전의 중심에 미국 해군이 있다. 미 해군은 나머지 4개국의 모든 원잠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의 공역원잠을 보유했다. 미 해군은 공격원잠 활용의 달인인데 그 대표가 바로 LA(로스앤젤레스)급이다(표 참조).

    국제법상 영해는 12해리까지다. 평시 미 해군은 LA급을, 가상 적(敵)인 러시아나 중국의 전략원잠 기지에서 12해리 떨어진 해저로 침투시키는 작전을 반복한다. LA급 승조원들은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산소를 호흡하며 ‘귀(耳 · 소나를 의미한다)’만 세우는데, 이를 작전 용어로 ‘매복’이라고 한다. 매복을 할 때는 ‘수동(passive)소나’를 가동한다.

    소나(sonar)에는 두 종류가 있다. 수동소나는 동물의 귀처럼 주변의 소리를 듣기만 한다. 빛도 소리도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을 날아다니는 박쥐는 초음파를 쏴 메아리를 듣고, 동굴의 구조를 파악해 자유 비행을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물속의 잠수함도 음파를 쏴 돌아오는 메아리 분석을 통해 움직이는 물체를 찾을 수 있다. 이 일을 하는 장비를 ‘능동(active) 소나’라고 한다. 능동소나는 깜깜한 밤 손전등을 켜 사방을 살펴보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한다.

    음파를 쏘면, 상대는 수동소나로 그 음파를 듣고 주변에 적 잠수함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능동소나를 가동하는 것은 상대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소리 나지 않게 움직이거나 멀리 있다면, 수동소나로는 알 수가 없으니, ‘전조등’을 켜 찾는 것이다. 그때 내 위치가 노출되는 것은 ‘다음 문제’ 다. 이렇게 소리 문제로 신경전을 펼치는 것이 잠수함전(戰)의 시작이다.

    北 마양도 기지 앞에 ‘물귀신’을 침투시켜라

    맨 위부터 러시아 원잠 유리 돌고루기함(보레아급), 중국 원잠 TYPE 093함(상급), 미국 원잠 버지니아함(버지니아급).



    바다의 요새작전

    상대는 그들 기지 앞에 적 잠수함이 매복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전략원잠을 내보낸다. 이 전략원잠은 잠항하니, 스크루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매복한 LA급은 수동소나를 통해 이 소리가 들리면 자체 스크루를 돌려 추적에 들어간다.

    적 전략원잠은 LA급이 추적해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따돌리려는 행동을 한다. 깊은 바다로 나오면 갑자기 전속력을 내는 것이다. 그러면 LA급도 전속력을 내 ‘100m 달리기’ 시합이 벌어지는데, 그때 양측 원잠의 능력 차이가 드러난다. 적 전략원잠이 우수하면 LA급이 뒤처지고, 그 반대면 계속 추적을 당하게 된다.

    도주하는 적 전략원잠을 놓치지 않았다면, 미 해군은 LA급을 추가로 투입한다. 미 공군 우주사령부에도 알려 SLBM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전문으로 포착하는 조기경보위성 DSP와 SBIRS로 하여금 SLBM이 솟구치는지 감시하게 한다.

    만약 SLBM이 발사되면, 이지스함이 포함된 기동함대를 투입해 바다의 요새(要塞 · bastion operation) 작전’을 펼친다. 이지스함에는 SLBM을 요격하는 SM-3 미사일이 탑재돼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이 작전이 ‘공해(公海)’에서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전쟁을 선포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 해군이 가상적의 영해(領海)에서 그 나라의 전략원잠을 격침시켰다면, 이는 미국이 ‘침략’한 것이 된다. 그러나 공해에서는 어떠한 나라도 주권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법적으로는 침략이 아니다. 미국은 이를 잘 알기에, 2 · 3 · 5 · 6 · 7의 다섯 개 기동함대를 전 세계 공해에 전개시킨다. 이런 기동함대를 가진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기동함대에 속한 항모와 이지스함에는 잠수함 전문 추적 장비인 소노부이(sonobuoy)를 대량으로 투하할 수 있는 초계기와 초계헬기가 실린다. 따라서 기동함대가 참여하면 적 전략원잠 추적은 훨씬 쉬워진다. 적 전략원잠 위치가 파악되면, 미국의 수상함과 공격원잠들은 ‘어뢰나 폭뢰를 쏘겠다’는 의미로 일제히 능동소나를 발사한다.

    능동소나에서 발사된 음파는 파동(波動)이라 이를 맞으면, 전략원잠은 거대한 망치로 얻어맞은 듯 “쩡, 쩡~”울리게 된다. 이 소리는 전략원잠 승조원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안겨준다. 적 전략원잠은 죽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결국 방향을 돌려 귀환한다.

    그때 미 해군이 골탕을 먹이려고 능동소나를 더 많이 발사하면, 적 전략원잠의 승조원들은 ‘소리 고문’을 견딜 수 없어 전략원잠을 부상해 그 정체를 드러내고 만다. LA급으로 맨투맨, 기동함대로 올코트 프레싱 작전을 펼쳐 가상 적의 전략원잠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미 해군의 요새작전이다.

    미국의 정보력은 대단하다. 미군은 오랜 정보활동으로 가상 적국이 어디에 전략원잠을 배치했는지 파악해놓았다. 러시아 해군은 북해와 발틱 · 흑해 · 태평양의 4개 함대를 운영하는데, 전략원잠은 북해와 태평양함대에만 배치했다.

    흑해는 미 해군이 ‘안마당’처럼 사용하는 지중해와 통한다. 따라서 흑해에 전략원잠을 배치하면 꼼짝 못하고 추적을 받고 유사시 제일 먼저 공격을 받는다. 발틱해는 전략원잠이 움직이기에는 너무 얕고 좁은 바다다. 그리고 주변에 지중해 이상으로 많은 친미국가가 있어 전략원잠을 배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탁 터진’ 북극해와 태평양을 접한 북해함대와 태평양함대에만 배치했다. 구체적으로 밝히면 왼쪽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끼고 북극을 향한 바렌츠(barents)해 기지와 대한민국과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 기지에 전략원잠을 배치했다. 미 해군은 태평양잠수함사(司) 소속 LA급으로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전략원잠을, 대서양잠수함사의 LA급으로는 바렌츠해 기지의 전략원잠을 따라붙게 한다. 그런데도 그들이 먼바다로 나오면 6함대와 7함대에 요새작전을 지시한다.

    중국의 고민

    앞의 표에서 보듯 미 해군이 보유한 전략원잠은 러시아나 중국 것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 월등히 많은 공격원잠으로 가상 적국의 전략원잠과 공격원잠을 거의 다 봉쇄할 수 있기에, 미국의 전략원잠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미 해군은 “가상 적국의 SLBM 발사로 일어날 핵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과거 소련은 미군의 해상 봉쇄를 벗어나기 위해, 군비를 늘리다 경제가 붕괴돼 러시아와 CIS 국가 등으로 쪼개졌다.

    중국은 미국이나 러시아가 보유한 것보다 작은 진(秦)급 전략원잠을 4척 갖고 있다. 중국 해군은 이들을 랴오둥반도 끝인 다롄(大連)기지와 하이난(海南)도의 싼야(三亞)기지에 배치해놓았다. 당연히 미 해군은 LA급을 두 기지 앞에 상시 매복시킨다. 그리고 진급 원잠이 나오면 7함대를 동원해 요새작전을 펼친다.

    LA급의 매복은 보이지 않으니 중국 처지에서는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7함대가 요새작전을 연습하기 위해 서해나 남중국해로 들어오는 것은 ‘눈에 띄기’ 때문에 매우 힘들어한다. 중국 해군력이 미국에 형편없이 밀린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을 이겨보겠다고 해군력을 갑자기 증강하다간 자칫 위구르와 티베트 등을 독립시키며 소련처럼 3류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중국은 미 7함대의 중국 접근만은 막고자 한다. 그래서 펼치는 것이 바로 A2/AD 전략이다. A2/AD는 ‘반(反)접근/지역 거부’를 뜻하는 Anti Access/Area Denial의 축약어다. A2/AD를 현실화하려는 것이 바로 ‘도련(島鍊 · island chain) 전략’이다. 목표는 일본에서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섬을 사슬처럼 엮어 미 7함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동 · 서 · 남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중국의 ‘내해(內海)’로 만들겠다는 의도도 내포한다. 내해를 주장하려면 인근 섬부터 영유해야 한다. 중국이 이어도(한국), 센카쿠(일본), 남사군도(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대만), 스카보러 섬(필리핀)을 놓고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을 하는 이유다.

    진(秦)급 전략원잠은 LA급과 크기가 비슷하다. 미국과 러시아 해군은 그 정도 규모의 잠수함에는 SLBM을 실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중국은 우겨넣었으니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의 잠수함은 소음을 줄이기 위해 압력함체를 2중으로 만들고, 그 사이에 흡음재를 넣는다. 그래서 덩치가 커지는데 진급은 이러한 설치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NLL 언제든 철폐 가능

    이러한 ‘원잠 정치학’을 이해하면,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군이 취할 해군 전략의 방향이 명확해진다. 한국군은 여러 맹점을 안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북방한계선 (NLL · Northern Limit Line)에 대한 잘못된 이해다.

    6 · 25전쟁 때 한국군과 미군은 해군력에서 북한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그 때문에 신의주 앞바다 섬까지 장악하고 군사 활동을 했다. 그런 가운데 정전협정이 체결되자 미군은 서해 여러 섬에 들어간 한국군을 철수하게 했다. 이에 한국군이 반발하자,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은 한국군의 북진(北進) 금지선으로 NLL을 그었다.

    그런데 이것이 언제부터인가 북한군의 남침을 저지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선으로 변질됐다. NLL은 북한이 주장하듯 정전협정의 합의물이 아니다. 유엔군사령관이 임의로 그은 것이니 우리와 유엔을 대표한 미국이 합의하면 언제든지 철폐할 수 있다. NLL이 없어지면 남북한은 각자 영토 끝으로부터12해리까지만 주권을 행사한다. 나머지 바다는 힘 있는 쪽이 활용하는 공해가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 해군은 남포 앞 마양도에 있는 북한의 잠수함기지 12해리 앞까지, 장보고나 손원일급 잠수함을 침투시킬 수 있다.

    남 · 북한은 원잠이 없으니 디젤잠수함으로 잠수함전을 벌이게 된다. 북한 잠수함이 12해리 밖 공해로 나오면 이를 추적하다, 우리 영해로 접근하면 서해함대(2함대)나 기동전단(7전단)을 불러 한국판 요새작전을 펼치면 된다. 우리 영해로 진입한다면 이는 명백한 침략이니, 그때는 어뢰나 폭뢰를 쏴 격침하면 된다.

    한국 잠수함이 북한 잠수함기지 앞 공해에 매복했다가 북한 잠수함을 추적하면 북한은 당황할 것이다. 한국의 손원일급 잠수함은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 공기불요체계) 장치를 달고 있어, 북한의 연어급 · 상어급 잠수함정보다 훨씬 오래 잠항한다. 그리고 현무-3 순항미사일(SLCM)을 싣고 있어 물속에서 평양의 주석궁과 영변의 핵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다.

    한국은 비핵화선언을 했기에 핵무기인 SLBM을 탑재하는 전략원잠은 만들 수 없지만, 공격원잠을 만드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단 90%로 농축한 핵연료의 제조가 선결과제다. 한국이 공격원잠을 만들겠다며 우라늄을 90%로 농축하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는 그 우라늄을 핵무기 제조에 전용할 수 있다고 의심할 것이니, 이를 피해나가야 한다.

    北 마양도 기지 앞에 ‘물귀신’을 침투시켜라

    2월 2일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에서 열린 해군 잠수함사령부 창설식.

    “20% 농축 핵연료 쓰자”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잠수함 전문가들은 “90%가 아니라, 20%로 농축한 핵연료를 장전하는 공격원잠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실전 배치된 잠수함은 5, 6년 사용한 후 닳은 것은 꺼내고 새 부품을 넣는 정비를 한다. 잠수함은 여러 개의 토막으로 제작한 다음 그것들을 붙이는 식으로 건조한다. 따라서 정비할 때는 그 반대로, 토막대로 잘라 모든 부품을 교체한 다음 다시 붙이는 용접으로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원잠을 토막 내서 정비할 때도 원자로만은 손대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20%로 농축한 핵연료를 사용해야 하니, 정비할 때 원자로도 열어 핵연료를 교체하게 한다.

    브라질에서 추진하는 원잠이 이런 방식이다. 브라질은 프랑스의 지원을 받아 2030년 완공을 목표로, 20%로 농축한 핵연료를 장전하는 공격원잠을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물론 국제원자력기구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 무기급인 90% 우라늄을 싣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3000t급 디젤잠수함인 ‘장보고-3’를 설계하고 있다. 그리고 잠수함에 넣기에는 크지만 중소형 스마트 원자로를 설계했다. 따라서 스마트 원자로를 더 줄이고 장보고-3를 5000~6000t으로 키운다면, 2030년쯤 브라질처럼 20% 농축 핵연료를 사용하는 공격원잠을 건조할 수 있다.

    허망하게 사라진 ‘바라쿠다의 꿈’

    한국은 한때 원잠 보유를 추진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펼친 ‘362사업’이 그것이다. 프랑스는 현재 농축도 20% 핵연료를 장전하는 2640t짜리 원잠인 루비(Rubis)급 잠수함을 운용한다. 그것을 토대로 5000t급 공격원잠인 바라쿠다(Barracuda)를 설계하고 있다. 한국은 프랑스와 접촉해 바라쿠다 설계도를 가져와 비슷한 크기의 공격원잠을 만들기로 했다.

    해군이 2003년 6월 2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았기에, 이 사업은 ‘362’로 불렀다. 362사업단장엔 잠수함 함장을 지낸 문근식 대령이 임명됐다. 그리고 원자력연구원에서 스마트 원자로사업단장을 한 김시환 박사팀이 공격원잠에 탑재할 원자로를 설계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이 이 사업을 승인한 데는 그해 1월 11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위기를 조성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위(自衛) 차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북한만 사찰할 줄 알았던 국제원자력기구는 그에 앞서 한국부터 사찰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원자력계에서 예상치 못한 소동이 일어났다.

    원자력연구원은 2000년, 이전부터 갖고 있던 우라늄 원석 0.2g을 놓고 10%까지 농축하는 실험을 비밀리에 한 적이 있다. 이후로는 하지 않았는데, IAEA가 갑자기 사찰한다고 하자 그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먼저 자백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외교부가 주도했다.

    한국은 외교부 등 4개 부처 장관을 내세워 비밀 농축을 자백하고 앞으로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리고 ‘군사용 핵물질을 제조하는 것은 스스로 막겠다’며 그 일을 전문으로 하는 원자력기술통제원(KINAC)을 만들었다. 362사업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그리고 올해 북한이 SLBM을 발사(사출)하는 사건을 일으키자 바라쿠다 사업을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2년간 한을 품으며 기다려온 문근식 해군 예비역 대령은 가슴을 치며 이런 지적을 했다.

    “우리는 알아서 기는 나라다. 그때 국제원자력기구는 362사업에 대해서는 사찰하려 하지 않았고 전혀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이는 농축이 아니라 잠수함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이후 정부는 원잠 건조를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우리가 올해 2월 잠수함사령부를 만들었다. 잠수함사령부만 만들면 뭐하는가. 그에 걸맞은 전력을 갖추고, 전략을 세워야지. 잠수함사만 있으면 북한 잠수함정을 완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런 식으로는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없다. 미국을 설득해 우리 잠수함에 대해서는 NLL을 적용하지 않게 하고, 막 시작한 장보고-3 설계를 농축도 20%의 핵연료를 장전하는 공격원잠 설계로 변경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보수 정권은 노무현 정권보다 안보를 등한시한 정권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놈 바짓가랑이나 잡고 늘어진다’고 했던 대통령이 미국이 무서워 공격원잠 설계를 포기한 사실을 잊지 말자. 보수 정권이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안보는 불안해진다.”

    인도는 어떻게 원잠 보유에 성공했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아닌 나라는 원잠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은 허구로 판명된 지 오래다. 이유는 상임이사국이 아닌 인도가 공격원잠을 건조해 실전배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라질이 뒤를 잇고 있다.

    인도는 1인당 국민소득은 낮아도 안보에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인 행동이 1974년 핵실험을 해 핵무장을 한 것이다. 그 때문에 미국의 강한 감시를 받자 소련으로 기울었다. 그때 인도가 원한 것은 미국의 봉쇄를 뚫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격원잠을 보유해 인도를 압박하는 미국 함대를 밀어내는 것이었다.

    소련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니 핵 확산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원칙에서 두 나라가 합의한 것이 공격원잠 임대였다. 인도는 1988년 소련에서 공격원잠 1척을 빌려와 ‘차크라’로 명명해 1991년까지 사용하고 돌려줬다. 그리고 습득한 기술을 기반으로 90%대로 농축한 핵연료를 장전하는 7000여t짜리 공격원잠 ‘아리한트(Arihant)’를 건조해 2012년 실전배치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제외하고는 최초로 원잠 보유국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는 인도를 제재하지 않았다.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는 PSLV에 이어 GSLV라는 우주발사체를 개발해 2013년 화성탐사선 ‘망갈리안(Mangalyaan)’을 발사했다. 따라서 ICBM과 SLBM 개발도 시간문제이다. 그때 아리한트를 건조하고 운영한 경험을 살린다면 인도는 SLBM을 탑재하는 전략원잠도 설계 건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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