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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 따라 걸으며

  • 손상원 정동극장 극장장

정동길 따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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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극장

정동극장과 예원학교를 지나 캐나다대사관 앞에 오면 520년 된 회화나무가 서 있다. 1976년 서울 중구 보호수로 지정된 이 회화나무는 높이가 17m이고 둘레는 5.16m에 달한다. 나무 옆 안내판에는 이 나무의 나이가 520살이라고 적혀 있다. 

정동은 구한말 외교의 중심지였다. 1883년 미국 공사관과 사택을 덕수궁 옆에 세우면서부터 영국, 러시아, 프랑스 공사관이 들어서게 된다. 아관파천, 대한제국 선포 등 정동은 당시 우리나라 정치와 외교의 중심지였다. 이곳에서 오랜 기간 한자리를 지켜온 회화나무가 그동안 말없이 우리 근대사를 지켜보며 나이테에 적어왔다고 생각하니 숙연해지는 마음이 든다. 

그 외에도 정동길에는 지금은 사라지고 터만 남은 최초의 근대식 호텔인 손탁호텔,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 교회당인 정동교회, 최초의 신식 여학교인 이화학당 등 근대사의 의미와 건축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장소와 흔적이 많다. 각 장소들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건축사적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줄 것이다. 

정동극장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의 복원 이념 아래 1995년에 건립됐다. 하지만 원각사의 원래 위치는 종로구 새문안교회 자리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원각사 터임을 알리는 비석이 있다. 정동길에서 정동극장은 전통예술을 공연하는 공연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금 까지 소개한 정동길은 근대사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서구 문화가 전해진 곳이고 근대식 건축·교육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초’라 불리는 것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 오랜 기간을 나이테에 고스란히 기록해온 나무도 빼놓을 수 없는 정동길의 역사다. 

우리나라에 온 해외 관광객이 한때 정동극장을 많이 찾아준 적이 있다. 정동극장에서는 그러한 해외 관광객만을 위한 전통 공연을 오랜 기간 선보여왔다. 아쉬운 것은 그러는 사이, 우리 관객에겐 정동극장이 먼 추억 속의 극장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지난 역사를 담고 있으면서도 현재를 그려가는 정동길처럼, 정동극장도 이제 우리 전통을 담아 현재의 우리가 즐겨 찾을 수 있는 공연장이 됐으면 한다. 정동극장에서는 작은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정동극장의 변화는 전통의 아름다움, 그 우수한 예술적 가치가 지금 우리 관객에게 사랑받기 위한 방향으로 펼쳐지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 작품이 결국엔 이곳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알려질 것이라 믿는다.



25년 전 추억이 깃든 정동길은 외관상으로는 그때와 비슷해 보여도 실제론 많은 변화가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임을 느낀다. 이 길처럼 나 또한 이곳의 시간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


정동길 따라 걸으며
손상원
● 1971년 서울 출생
● (재)정동극장 긍장장, 전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 전 (주)이다.엔터테이먼트 대표이사. 
뮤지컬 '해를품은달' '그날들' 연극 '모범생들' '늘근도둑 이야기' '멜로드라마' '환상동화' 제작, 2004 연극열전 프로듀서




신동아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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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원 정동극장 극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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