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호

인터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미국은 우리를 오해하고 있다”

  • 입력2017-12-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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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통합? 공부들 되게 안 하시는 듯”

    • “토지공개념 개헌 여론 많아”

    • “지대(地代) 불로소득에 과세해야”

    •   서울 시장 경선 출마 불명확

    • “한미 FTA는 미국 국내 정치용 느낌”

    • “대북 군사옵션은 대화 위한 장군·멍군”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격동의 2017년이 저문다. 여전히 정치가 세상의 키워드다. 문재인, 북한 핵·미사일, 트럼프, 적폐…. 49.1%의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최근 ‘신동아’ 인터뷰에서 국내외 정치 현안에 대해 격의 없이 이야기했다.


    ‘동북아 민주주의 벨트’

    미국 유학 뒤 한양대학교에서 ‘동북아 국제정치의 이해’라는 과목을 강의한 적이 있죠? 동북아가 좀 시끄러운데, 동북아 국제정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웃음) 

    “제가 강의할 당시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고 난 후였어요. 의아스러운 건,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의 북한 계좌가 동결되면서 미국-북한 간 합의가 이행이 안 되는 점이었죠. 북한 핵이라는 위협 요소를 제거할 협상을 타결해 놓고 미국 국무부도 아닌 재무부의 이의 제기로요. 미국의 글로벌 전략이 아주 지엽적인 문제로 깨진 것이죠. 동북아는 미국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의미겠죠.” 

    한국은 다르겠죠. 


    “한국은 북핵 리스크만 제거하면 통일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요. 통일한국은 ‘동북아 민주주의 벨트’의 거점이 됩니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동해안의 대도시들도 이 벨트에 포함되겠죠. 저는 ‘전략적 우선순위’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동북아에 이런 전략적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그런 글로벌 전략을 가지고 대응하지 못했기에 중국은 특유의 사회주의를 내걸고 미국의 도전자로서 다양한 포석을 두고 있죠. 미국은 수비수로서 전략이 일관돼야 해요. 신뢰가 있어야 수비를 잘할 수 있으니까요. 동맹국에 ‘우리와 가치를 함께하면 윈-윈 한다’는 믿음을 줘야 해요. 그런데 지금 미국은 너무 가변적이에요.” 

    예를 들면?

    “미국, 너무 가변적이고 불완전한 전략”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양국이 리카르도의 이론에 따라 비교우위에 있는 것을 서로 교역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얻도록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이런 장점을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지엽적으로 접근하면서 한미 FTA를 깨야 한다고 선동하는 거죠. 자극을 주고. 그러니까 일관되지 않은 거죠.” 

    중국은 어떤가요? 

    “중국은 공격수니까 이런저런 전략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오히려 중국은 ‘우리가 성공시킨 사회주의를 타국에 강요하지 않겠다’ ‘우리도 배우겠다’고 이야기해요. 오히려 공격수가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고 있고 수비수가 막 질러대는 불완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죠.” 

    미국이 북한 핵에 대처해온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나요? 


    “우리는 동맹을 일관된 전략으로 대해요. 미국은 달라요. 오바마 정부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중국의 현상 유지 정책과 궤를 같이하면서 동북아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무시했죠. 문제를 방치한 거예요. 두 전직 대통령(김대중, 노무현)이 열심히 풀려고 했는데 그런 것에 협조하지 않고 분위기를 다 깨버렸죠.” 

    추 대표는 최근 미국과 중국을 연이어 방문했다. 이와 관련해 추 대표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오해’를 풀어줬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불안해하면 코스피가 내려가고 투자 분위기가 위축될까 봐 내색 안 하고 겉으로 웃고 있죠. 미국은 우리를 오해하고 있어요. ‘한국이 나이브하다, 태평하다’고요. ‘저 북한을 응징해야 하는데 한국이 자꾸 대화하자고 그런다’고 생각하죠. 우리가 대화하자고 하는 건 북한 관리가 안 될 때 우리 생업이 유지되기 힘들기 때문이죠. 제가 미국에 가서 우리가 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자고 말하는지 설명했어요. 

    휴전선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수도권에 2500만 인구가 살고 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려다 못 했지만, 아마 상공을 선회하면서 비무장지대와 서울이 얼마나 가까운지 봤을 거예요. ‘북한을 봐주자는 것이 아니다. 전쟁이 수도권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기에 평화적 해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미국의 여야 정치인들에게 설명했고 그들이 공감했어요.” 

    한미 간 현안인 한미 FTA는…. 


    “미국 국내 정치용이라는 게 솔직한 느낌이죠. 한미 FTA 내용에 대한 불만보다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많이 준 자동차 산업이 번창했던 곳의 근로자들을 향한 메시지라고 봐요.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 모두에게 편익을 주는 모범적인 FTA라는 점을 미국 측에 설명했고 그들도 상당히 공감했어요.”

    “평등한 자유”

    지금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고요. 그래서 미국에서 해상공세나 군사적 옵션이 지금 거론되고 있습니다. 

    “PSI(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는 전략 물자 반·출입에 대한 해상 수색과 차단을 정해놓았지만 실효성이 있진 않았어요. 검색하겠다고 하는 순간 충돌이 일어나거든요. 우리는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섬세한 방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자칫 국지적 충돌이 잦아질 우려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그건 아주 신중해야 한다고 봐요.” 

    미국이 대북한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군사적 옵션이라는 것은 대화를 유인하기 위한 장군·멍군이라 할 수 있죠. 북한이 새벽에 미사일 도발을 하고 핵실험을 한다면 우리도 일단 ‘모든 옵션을 다 고려하겠다’고 해야죠. 뭘 배제한다고 할 수는 없죠. 그러나 우리의 분명한 원칙은 평화적 해결이고 대화는 항상 열려 있다고 하는 것이고요.” 북한 핵이 현안이 되는 상황에서, 추 대표의 이 같은 상세한 설명은 이 문제에 대한 여권의 스탠스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국내 정치와 관련해, 2018년 예산안이 쟁점이었습니다. 통과는 됐지만, 야당이 ‘세금으로 공무원 증원하는 건 일자리 정책이 아니다. 국가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세계적으로 제일 심각한 문제가 무엇일까요?” 

    글쎄요. 

    “불균등, 양극화죠. 100m 뒤처져서 달리는 사람은 ‘열심히 달려도 앞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겠네’ 하는 좌절을 느끼죠. 의미 있는 자유는 ‘평등한 자유’인 거예요. 우리는 출발선이 같지 않아요. 공장에서 자동차의 왼쪽 바퀴를 다는 근로자는 정규직이라 두세 배 높은 임금 받고 자녀까지 취직 기회를 얻죠. 반면 같은 공장에서 자동차의 오른쪽 바퀴를 다는 근로자는 같은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이라 박봉에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근무하죠. 노동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필요 없다고 할 때 너는 빠져줘야 해’라고 말하죠. 이걸 고쳐야 한다는 것이죠.” 

    그 취지에서 공무원 증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선도적으로 하는 거죠. 안전이나 복지 분야가 취약하니 이 분야에서 뽑는 것이고요. 우선 불균등, 양극화, 좌절의 세상, 평등하지 않은 자유와 관련해 정부가 먼저 일자리를 보완해 해나가고 민간에도 고용을 창출하는 분위기를 전파하는 것이 중요해요.”

    “1km 앞서 달리는 토지상속자들”

    양극화와 관련해 정부 여당 내에서 ‘다주택자 중과세’의 후속탄으로 ‘보유세 인상’ 이야기가 나온다. 이 문제는 아파트·건물·토지 소유주나 전·월세 거주자 모두의 관심사다. 추 대표는 토지공개념이 포함되는 개헌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공 이익을 위해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대표가 ‘토지공개념’ 신념을 가지고 있나요? 

    “어떤 국가 시스템을 검토할 땐 그 국가 시스템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조세제도까지 정의로운지, 효율적인지를 봐야 해요. 토지가 어느 계층에 독점되어 있다, 다른 계층이 접근할 기회가 없다, 토지를 먼저 취득한 사람이 그 초과 이익을 다 가지고 간다고 하면, 이 토지를 상속받은 사람은 1㎞ 앞서 달리는 것이죠. 나머지들은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고 불로소득을 그냥 인정하는 것이죠. 이런 사회는 공정하지 않아요. 이렇게 소수가 높은 지대(地代·토지 사용 대가로 주고받는 금액)를 차지하는 사회는 효율성도 없는 사회입니다. 인재가 커나가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이 바로 지대죠. 그걸 고치자는 거예요. 그 고치는 방법이 세금이면 세금과 관련된 처방을 찾는 것이죠.” 

    노무현 정부 때 종합토지세 도입 방식으로 보유세를 인상했다가 잘 안 된 것 같은데요. 지금은 잘될 것 같습니까? 

    “삼박자가 맞아야 해요. 정의로운 조세 정책을 꺼내는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공론이 형성되어야 하고 정치가 그걸 뒷받침해야 하죠. 제가 하는 것은 정치적 뒷받침이고요. 노무현 정부는 (보유세 인상을) 합리적으로 설계했지만, 언론과 지나치게 맞서면서 공론화에 실패해 사회적 저항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럼 지금 보유세 인상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까? 

    “토지공개념은 시장주의와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효율을 살리기 위한 것이죠. 최소 비용을 투입해 최대 효과를 얻는 효율은 시장주의의 기본 알맹이죠. 그런데 우리는 최대 비용을 투입하고 내 노후까지 희생해 자녀를 길러도 효율이 없잖아요. 취직을 못 하잖아요. 자녀가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고 공부를 안 해서도 아니에요. 우리 사회의 장벽이 많기 때문인데 그중 최대의 장벽이 바로 지대예요. 이 장벽을 제거해주면 효율이 높아지고 시장주의가 다시 작동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제가 지금 시장 친화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 당의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민주연구원이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9%가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포함해달라고 답해요.” 

    정부 여당이 적폐청산을 시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정의 주요 과제로, 안보 위기에 잘 대처하는 것, 민생 경제가 따뜻하게 돌게 하는 것, 여기에 적폐청산이 있죠. 국민은 적폐청산이냐 정치 보복이냐에 대해 7:3으로 적폐청산이라고 보고 있어요. 2016년 12월 9일 국회의원 234명이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단 말이죠. 국민 대부분은 정치 보복이 아니고 바로잡을 것을 바로잡아 새로 출발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는 거죠.”

    “주판알 튕겨도 도태될 수밖에”

    검찰의 적폐 수사가 2017년으로 시점이 국한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검찰총장이 얼마 전에 한마디 해서요. 

    “우리 사회는 촛불 전과 후로 달라진 거예요. 그냥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대통령 새로 뽑았다, 대통령선거를 했다가 아니라 종전에 걸어온 역사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역사죠. 하나의 상징이 ‘과거의 잘못된 권력형 부정부패, 정경유착 이런 쇠사슬을 확실하게 끊고 그걸 다 도려내고 건강하게 새로 출발하자’입니다. (검찰총장의 말은) 개인 의견이죠. 이게 전체를 볼 때는 하나의 역사의 큰 물길을 건너는 거잖아요. 여기에 거슬러서 어느 누구도 나아갈 수 없어요.” 

    야당 일각에선 ‘적폐청산에 정치 보복을 넘어 보수 정치권 전체를 궤멸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1700만 연인원이 광장에 나왔어요. 정치인을 불러주지도 않고 마이크 잡으라고 하지도 않고 우리가 선동한 바가 없어요. 그냥 우리도 그중에 한 사람으로 촛불 들고 앉아 있었던 거예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다 와서 연단에 올라가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하자’고 한 겁니다. 그러니까 보복하려고 해도 보복의 주체도 없고 보복의 대상도 없고 오로지 대한민국의 혁신만 있는 거예요. 우리도 보복을 하거나 하는 그런 주체가 아닌 거예요. 대한민국을 전면적으로 혁신하자는 것에 누구도 열외가 없는 거죠. 그 길을 따르면 되는 것이고 혁신하지 말자고 하면 도태되는 것이고 그런 거예요.” 

    보수 통합 움직임, 바른정당 탈당파가 자유한국당에 다시 들어가는 것을 포함해서요. 어떻게 평가하나요?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그걸 쳐다볼 정신도 없어요.” 추 대표가 이렇게 말했지만 한 번 더 물어봤다.

    “숟가락 놓고 옆을 보면 미안해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산업화, 민주화는 이제 현실에 맞지 않는 이분법”이라고 말한다. [박해윤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산업화, 민주화는 이제 현실에 맞지 않는 이분법”이라고 말한다. [박해윤 기자]

    다시 보수가 통합되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이런 이념에 대해 별 관심이 없고요. 정치공학 기교로 정치가 발버둥을 칠수록 도태될 것입니다. 정말 촛불 이전의 대한민국은 하나의 역사인 것이고, 촛불 이후의 대한민국은 주권재민으로 새롭게 써나간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국민이 역사를 써나가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정말 경이롭죠, 존경스럽죠. 국민이 써나가는 그 역사에, 그 민심에 어긋나면 그 정치 세력은 어떤 주판알을 튕겨도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걸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공부들을 되게 안 하시는 것 같아요. (웃음)” 

    우리나라의 ‘산업화 세력’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왜 우리가 허겁지겁 밥을 먹을 때가 있었잖아요. 형제 많은 집에 밥 한 양푼 있으면 옆을 안 보고 나만 막 먹잖아요. 먼저 숟가락 탁 놓고 배부르다. 이렇게 포만감을 느끼고 그때쯤 되어 옆을 보면 좀 미안하죠. 나 혼자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서. 우리 사회가 그렇게 걸어온 거죠. 남과 같이 나눠 먹어라, 엎어진 애 일으켜 세워줘라, 가방 대신 들어줘라. 이렇게 살지 않았죠. 개인주의가 아니라 지독한 이기주의인 거죠. 부정부패와 반칙을 허용해요. 이제 깨닫기 시작한 거예요. 그 각성의 기회가 촛불이었던 거죠. 우리가 산업화, 민주화 이렇게 나누기보다는 함께 더불어 해결하는 그런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봐요. 산업화, 민주화는 이제 현실에 맞지 않는 이분법인 거죠.”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자치 확대를 위한 개헌을 제안하면서 개헌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자고 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국민투표와 지방선거 동시 실시에 반대하는 기류다. 추 대표는 야당의 이런 움직임을 꼼수라고 비판한다. 

    “개헌을 제일 먼저 꺼낸 분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죠. 2016년 10월 24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니까 개헌을 국회에서 논의해달라고 던졌어요. 그 후 모든 대선 후보가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데 동의했어요. 이제와서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논의조차 안 하는 거예요. 피하는 거죠. 이렇게 개헌안을 던질 때도 정략이었고 꼼수였듯이 이걸 회피하는 것도 꼼수인 거예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과 연대할 가능성 없나요? 

    “정치 기교 공학을 애초부터 좋아하지 않아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정체성을 완화한다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문 대통령 지지자 중에 상당수가 대표에게 호감을 나타낸다고 하던데…. 

    “제가 킹메이커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요.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 당선시키고 세 번째 대통령을 당선시켰어요. 앞서 두 번은 당청 간의 분리로 국정을 뒷받침하지도 못했고 당이 휘청거렸어요. 세 번째 킹메이커로서 ‘당청 간 손을 꼭 잡고 가야 정부가 성공한다, 정부가 성공해야 더불어민주당의 업적으로 남는다’는 점을 강조해요. 유·불리를 떠나서 운명공동체이고요. 이러니 당연히 대통령 지지자가 제 지지자죠. 이런 사명감 깊은 대표를 지지해 주는 것이죠.”

    “노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사람 볼 때…”

    이런 여세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출마할 계획은? 하긴 이런 질문을 하도 많이 받으셔서. 

    “저는 당에 대한 공적 책임감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어요. 제 일신의 무슨, 소위 자기 정치 이런 걸 해오지 않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지금 지방선거 앞두고, 개헌 앞두고 ‘당내 선거 준비하라’고 할 수 없죠.” 

    추 대표는 그간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확답을 피해왔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자기 선거 준비를 할 수 없는 당대표로서의 책임을 강조할 뿐 출마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2002년 대선 막바지 유세에서 노무현 후보가 “우리 당에는 추미애 의원도 있고…”라면서 추미애를 차기 주자로 거론했죠. 그 바람에 정몽준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파기했죠. 

    “노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면 표정에서 나타나요. 눈을 뚜렷하게 맞추면서 흐뭇하게 웃으면서 바라봐요, 보기만 해도 이렇게. (웃음) 이런 장면이 저의 뇌리에 딱 박혀 있어요. 어떻게 보면 기질적으로 저와 잘 맞아요.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멈칫하거나 유보하지 않고, 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해도 정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손해도 많이 보고 눈물도 많고.” 

    추 대표에겐 ‘추다르크’ ‘DJ 계승자’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추 대표는 “영남 출신으로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에 들어간다든지, 당이 분열될 때 민주당 맏며느리로서 당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다든지 했다. 그때 나온 별명들이다. 사명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남성 위주 정치판에서 어떤 접근법으로 정치를 해왔는지에 대해 추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38세 법관 출신 여성으로 정계 입문할 때 정계의 99.9%가 남자였어요. ‘남자 판인데 여자인 내가 맞짱 떠서 엎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성별을 의식하지 않고 뜨거운 가슴으로 최선을 다했죠.”

    1998년 추미애와 박근혜

    추 대표는 1998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대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시 엄삼탁 후보를 지원하러 대구 달성 보궐선거 현장에 내려갔어요. 지근거리에서 바바리코트를 입은 박근혜 후보가 아무 말 없이 악수도 없이 그냥 측은한 인상으로 좌중을 한번 훑어보기만 하는 거예요. 그러자 거기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펑펑 울고 어떤 분은 이고 가던 나물 그릇을 엎어버리더니 대성통곡을 해요. 우린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었죠. 아버지의 후광과 부모가 흉탄에 돌아가신 안타까움이 회상되면서 유권자들이 반응한 것이죠. 이제 이것은 촛불 이전의 유산이 됐습니다.” 

    추 대표는 앞으로의 여성지도자상에 대해 “촛불 이후엔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 누가 이 시대의 과제에 철저하게 임하느냐, 누가 자신을 던질 수 있느냐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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