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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도시 달리는 ‘새벽배송’

빅데이터와 노동의 이중주

  •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잠든 도시 달리는 ‘새벽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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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강남 엄마의 필수 앱’이라는 마켓컬리 물류센터를 가다
    ● 빅데이터로 수요 예측하고, IT 기술로 물류 흐름 단축하고
    ● 방울토마토 상했나 살피고, 유리병 깨질라. 포장하는 건 사람의 ‘노동’
    ● 새벽 가르는 배송기사들, “때론 적막한 기분 들지만, 고객의 편리함 이해”
토요일 자정 무렵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를 출발하는 새벽 배송 트럭들. [박해윤 기자]

토요일 자정 무렵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를 출발하는 새벽 배송 트럭들. [박해윤 기자]

마켓컬리 직원 박진수 씨가 서울 송파구 일대를 돌며 새벽 배송을 하는 모습. [박해윤 기자]

마켓컬리 직원 박진수 씨가 서울 송파구 일대를 돌며 새벽 배송을 하는 모습. [박해윤 기자]

토요일 새벽 3시 반,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불빛이 새 나오는 집이 서너 집이나 될까. 경비실마저 인적 없는 하루 중 가장 적막한 시간. 박진수(29) 씨가 택배 상자 한 아름을 품에 안고 조용하게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이 아파트 7층에 사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어느 가족은 아마도 따뜻하게 구운 식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오후엔 고구마를 쪄서 출출함을 달랠 것이다. 박씨가 현관문 앞에 아기 기저귀와 고구마 한 상자, 그리고 식빵 등 식료품이 든 종이 박스를 내려놓았다. 

“드디어 저도 주말이네요.” 아파트 앞마당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들 사이를 비집고 1t 트럭을 조심스럽게 빼내며 박씨가 말했다. 그는 온라인 식품 쇼핑몰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더파머스(대표 김슬아)의 라스트마일 풀필먼트(Last Mile Fulfillment·이하 LF)팀 직원이다. 간단하게 ‘배송팀’으로 통하는 그의 부서는 주문된 상품이 고객에게 배송되기까지 요구되는 일들을 담당하는데, 주문 물량이 많은 날엔 택배기사들과 함께 LF팀 직원들까지 나서서 배달을 한다. 기자가 동행한 이 날, 박씨는 송파구 일대 다섯 가구를 돌며 배달을 마친 뒤에야 퇴근길에 올랐다. 

쿠팡이 개시한 ‘로켓 배송’이 ‘새벽 배송’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로켓 배송이 전날 주문한 물건을 다음 날까지 배송해주는 것이라면, 새벽 배송은 전날 주문한 제품을 아침 출근 전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늦은 밤에 주문한 제품을 새벽 두세 시에 집 앞에 갖다 놓기도 하니, 주문에서 수령까지 짧게는 서너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주로 반찬을 배달해주는 ‘배민찬’과 ‘이밥차’, 신선식품 등 식료품을 배달해주는 ‘GS 프레쉬’와 ‘헬로네이처’ 등이 있는가 하면, CJ대한통운은 가정간편식이나 의류(와이셔츠)를 서비스하는 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고 새벽 배송을 대리해준다.

아침에 현관문을 열면

소비자 반응은 로켓 배송 부럽지 않을 만큼 호의적이다. 늦은 밤 주문한 상품이 자고 일어나면 현관문 앞에 놓여 있기에 ‘워킹맘’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두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하는 회사원 김진영(39·여) 씨는 새벽 배송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장바구니 무게에서 벗어나게 해줬다”는 점을 꼽는다. 퇴근길 동네 마트에 들러 식료품을 사서 집에 들고 오기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들을 재운 뒤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새벽 배송을 요청한다. “그 시간에 냉장고 문을 열고 우유나 주스, 반찬거리 등 부족한 것을 체크해 주문해요. 출근 준비하랴, 아이들 등원 준비하랴 바쁜 아침에 우유 떨어졌다며 근처 편의점에 뛰어갔다 오지 않아도 되니 좋아요.” 



이러한 새벽배송은 어떻게 이뤄질까. 모두가 잠든 한밤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최근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는 마켓컬리의 하루를 동행했다. 마켓컬리는 밤 11시까지 주문받은 제품을 새벽 7시까지 배달해주는 신선식품 온라인 유통업체로, 사업 개시 3년 차인 2017년 연 매출이 55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1단계 입고
한 직원이 물류센터에 입고된 레몬, 사과, 배, 아보카도 등을 확인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한 직원이 물류센터에 입고된 레몬, 사과, 배, 아보카도 등을 확인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 D동 지하 1층. 도크 7번부터 25번까지,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을 상징하는 ‘부엉이’ 캐릭터가 도색된 보라색 트럭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전국 각지에서 오는 2만여 가지 상품이 이곳 물류창고로 집합하는 시간이다. 

생산자가 직접 가져다줄 여건이 안 되는 물건은 마켓컬리 차량이 직접 가져온다. 이날은 강원도 정선까지 달려가 ‘동트는농가’ 찌개를 싣고 왔다. 자연발효 된장과 고추장으로 만든 냉동찌개로, 물만 부어 끓이면 구수한 시골찌개가 되기 때문에 요즘 찾는 사람이 많다. 해외에서 오는 상품도 일부 있다. 이날의 VIP는 캐나다에서 온 랍스터와 완도에서 온 전복. 고객 집까지 살아 있는 상태로 배송해야 하는 특별 관리 대상이다. 

오후 3시, 같은 건물 3층 마켓컬리 상온창고에는 베이커리 제품이 속속 도착했다. 광화문의 프랑스 디저트 카페, 성동구 상수동의 유명 베이커리에서 온 빵들도 보인다. 갓 구웠는지 빵 봉지에는 하얀 김이 서렸다. 밀가루를 전혀 넣지 않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빵 상자에는 ‘직사광선을 피한 서늘한 공간에 보관해달라’는 메모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상온창고 관리자는 “빵은 온도에 예민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며 “온도를 8도에 맞춘 어둑한 공간에 보관한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과 유제품, 베이커리 등을 취급하지만 폐기물이 1%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마켓컬리 측은 “상품별 시계열 딥러닝을 활용한 빅데이터 예측 분석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금요일에 주문량이 가장 많다’ ‘매출이 매달 8%씩 오르지만, 3주 차 때 가장 덜 오른다’ 등 시간, 요일, 시즌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수요를 예측함으로써 수요 적중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물류창고에 신호등?!

입고를 담당하는 부서는 재고팀인데, 이 팀의 책상은 아예 지하 1층 도크와 냉장·냉동창고 사이 냉장전실에 놓여 있다. 실시간으로 입고되는 물건들을 체크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다.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은 트럭에서 내려 냉장전실로 옮겨지기 전에 검수를 맡은 도급사 직원들의 확인을 거친다. 방울토마토가 담긴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 뚜껑을 열어 터진 알이 하나라도 있는지 육안으로 일일이 확인한다. “네 알이 터졌다고 고객 항의가 들어오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토마토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아보카도나 바나나는 속이 멀쩡한지 까볼 수도 없고….”(검수 담당 도급사 직원) 

1.5kg짜리 고구마 300박스에 대한 검수에는 재고팀 직원이 직접 나섰다. 물량이 많이 몰린 때에는 네 일 내 일을 가리지 않는 것이 물류센터의 불문율이다. 아침 7시까지 배달을 마치려면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2단계 포장
방울토마토 같은 신선식품에 하자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검수 담당 직원. [박해윤 기자]

방울토마토 같은 신선식품에 하자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검수 담당 직원. [박해윤 기자]

도서관 서가처럼 생긴 선반에 플라스틱 바구니가 빼곡하게 꽂혀 있고, 포장 업무를 맡은 도급사 직원 40여 명이 이 바구니에 김치, 탄산수, 밀크티, 루콜라, 고구마칩 스낵 등을 빠른 속도로 집어넣는다. 1고객당 1바구니라는데, 누가 뭘 주문했는지를 어떻게 알고 쓱쓱 물건을 담는 걸까. 비결은 빨강·노랑·파랑·초록색의 ‘신호등’에 있다. 만약 밀크티가 빨간색이라면, 신호등에 빨간 등이 켜지면서 밀크티를 주문한 고객의 바구니 위치 선반에 불이 켜진다. 밀크티를 두 개 주문했다면? 두 개의 불이 켜진다. 

주문한 물품이 모두 담긴 바구니는 곧장 포장 코너로 옮겨져 물품 특성에 따라 종이상자, 스티로폼 등에 나눠 포장된다. 요거트, 잼 등 유리병만 골라내 뽁뽁이(에어캡)로 감아주는 포장 직원들의 손놀림이 무척 빠르다. 한편 창고 한구석에선 직원 한 명이 쉼 없이 택배 상자를 조립해 테트리스처럼 쌓아놓는다. 하루 출고되는 물량이 1만 상자가량 된다고 한다. 


냉장창고에서 물품들을 고객 주문에 맞게 배분·포장하는 작업이 바쁘게 이뤄지고 있다. [박해윤 기자]

냉장창고에서 물품들을 고객 주문에 맞게 배분·포장하는 작업이 바쁘게 이뤄지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이러한 포장 작업은 오후 서너 시부터 개시되는데, 밤 9시부터는 말 섞을 틈도 없이 바쁘게 진행되다가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피크타임을 이룬다. 강재규 LF팀장에 따르면 하루 주문 건수가 6000여 건인데, 그중 1000여 건의 주문이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집중된다고 한다. 

“고객 중에 커리어우먼이 많아요. 한창 일하는 시간인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엔 주문이 별로 없다가, 퇴근 중인 저녁 6, 7시에 주문이 증가합니다. 그리고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집안일을 마치고 한숨 돌리며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요.”(강 팀장)


3단계 상차
밤 11시 고객 주문이 마감되자마자 최적의 배달 경로를 짜는 마켓컬리 직원들. 한 배송기사가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된 배달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작은 사진). [박해윤 기자]

밤 11시 고객 주문이 마감되자마자 최적의 배달 경로를 짜는 마켓컬리 직원들. 한 배송기사가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된 배달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작은 사진). [박해윤 기자]

창고에서 포장 작업이 가장 바쁜 밤 11~12시, LF팀도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낸다. 일명 ‘배차’ 작업이다. 밤 11시 주문이 마감되자마자 1시간 내에 배송기사들에게 배송 물량을 할당하고 이동 동선을 고려해 최적의 배달 경로를 짜준다. 강 팀장은 “아침 7시까지 배달해주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정 무렵부터 출차해야 하기 때문에 1시간 내로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 경로를 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자정 무렵부터 물류센터는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해진다. 1t 트럭을 몰고 배송기사들이 출근하고 포장 업무를 마친 직원들은 셔틀버스 등을 타고 퇴근한다. LF팀으로부터 배송 물량과 배달 경로를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송받은 기사들은 도크에 트럭을 대고 배달 경로를 참고해 물건을 싣는다. 가장 나중에 배달할 물건을 가장 안쪽에 싣는 것은 ‘기본’이다. 

송장을 바코드로 찍으면 내가 배달할 물건이 맞는지, 내가 담당하는 고객에게 갖다 줄 상자를 모두 챙겼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강 팀장은 “종이로 하던 것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끔 최근 검수 시스템을 바꿔 정확도를 높였다”고 했다. 

물류센터에는 재고·포장·배송을 담당하는 직원들 이외에도 ‘물류발전팀’이 상근한다. 이 팀은 입고부터 출차까지 과정이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IT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을 한다. 이날도 물류발전팀은 새로 도입한 검수시스템을 현장에 맞게 개선하기 위해 창고 등을 돌며 테스트를 했다. 

상차 작업에는 동원 가능한 ‘전원’이 투입된다. 3층 사무실에서 배차 작업을 마친 LF팀 직원들도 지하 1층 물류센터로 내려와 트럭에 상자 싣는 일을 돕는다. 스타트업 직원들이라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깜깜한 밤이라 동·호수를 착각할 수 있으니 유의해달라” “병이 들어 있는 제품은 항상 조심해달라” 등 배송 관련 당부 사항 전달도 이때 이뤄진다.


4단계 출차
자정 무렵부터 배송 트럭들은 상차를 완료하는 즉시 물류센터를 출발한다. 이 시각 움직이는 트럭은 비단 마켓컬리 트럭만은 아니다. 한진택배, 현대로지스틱스, 롯데택배, 뚜레주루, 티몬 등의 대형트럭이 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해 길을 떠난다. 

150여 대 마켓컬리 새벽 배송 트럭의 미션은 아침 7시까지 모든 배송을 마치는 것이다. 배송 범위는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인천, 수원, 용인, 파주 등). 배송을 마치면 그 길로 바로 트럭을 몰고 귀가하기 때문에, 일을 빨리 끝낼수록 퇴근 시간은 빨라진다. LF팀 직원 박진수 씨는 “급여는 다른 배송 일과 비슷한 것으로 아는데, 대신 새벽 배송은 길도 막히지 않고 짧은 시간에 일을 끝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들 여긴다”고 전했다.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전달해주는 것이 원칙인 ‘낮 배송’과 달리 현관문 앞에 놓고 가기만 하면 된다는 점도 새벽 배송의 장점으로 꼽힌다고 한다.

‘투잡’ 뛰는 새벽 기사들

상차 작업을 마무리하며 출차 준비를 하는 배송 기사. 하루 30~50건을 배송한다. [박해윤 기자]

상차 작업을 마무리하며 출차 준비를 하는 배송 기사. 하루 30~50건을 배송한다. [박해윤 기자]

트럭들이 모두 떠났다고 해서 물류센터가 잠드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퇴근한 뒤에도 LF팀 직원 1명이 아침까지 사무실을 지키며 배송기사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한다. 깜깜한 밤, 배송기사가 아파트 진입로를 찾을 수 없을 땐 LF팀 당직자가 인터넷 로드뷰를 보며 길 안내를 한다. 박씨는 “일주일씩 돌아가며 당직을 선다”며 “혼자 사무실에서 밤샘을 하니까 좀 시무룩해지는 기분을 느끼지만, 돈 쓸 시간이 없다는 점은 좋다”며 웃었다. 

배송기사들은 마켓컬리와 계약을 맺은 도급사 소속으로 50,60대가 가장 많고 드물게는 20대 청년도 있다. 배송기사 대부분이 마켓컬리와 다른 배송 일을 병행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유통업체 사이니지(Signage)로 도색된 트럭이 종종 보였다. 

문정수(39) 씨는 10년 경력의 배송기사로 의약품, 컴퓨터 관련 배송 일을 하다가 2016년에 마켓컬리 새벽 배송에 합류했다. 그는 마켓컬리 포장 일도 병행한다. 오후 3시 출근해 상온창고에서 포장 일을 하다가 자정부터는 배송기사로 나선다. 집과 가까운 서울 강북구 수유동 일대를 맡고 있는데, 새벽 배송을 끝내고 귀가하는 시각이 대략 새벽 6시라고 한다. 하루 15시간, 주 6일간 두 개의 일을 병행하며 그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400만 원대. 문씨는 “일하는 시간에 비해 소득이 많은 건 아니지만 아직 젊어서 그런지 충분히 할 만하다”고 했다. 

길도 막히지 않고 아무 데나 주차해도 괜찮은 새벽이지만, 운전은 더 조심해야 한다. 문씨는 “새벽 시간 도로에는 과속하는 차량이 많고, 골목길에선 취객이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해 낮보다 더 서행하며 다니는 편”이라고 했다. 귀가하는 고객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타거나, 현관문 앞에 물건을 놓다가 새벽 출근하는 고객과 마주치기도 한다.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없는 아파트에 사는 고객들 중에는 전화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새벽 두세 시에 전화했는데, 주문한 고객이 아닌 다른 가족이 받으면 서로 당황하지요(웃음).”

‘편리’를 위해서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더파머스 직원 110명 중 40여 명은 물류센터에서 근무한다. [박해윤 기자]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더파머스 직원 110명 중 40여 명은 물류센터에서 근무한다. [박해윤 기자]

새벽 배송에서는 울고 웃는 에피소드가 왕왕 생긴다. 한 배송기사는 이화여대 기숙사로 배송을 갔다가 경비원에게 붙잡혔다. “남자는 기숙사 출입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생수 등 음료만 아홉 박스를 주문한 고객이 있어서 직원 여러 명이 한꺼번에 ‘출동’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강재규 팀장은 “그래도 가끔 ‘새벽에 일 다니시느라 힘드시죠?’라는 손편지와 함께 간식거리나 피로회복제, 선식 등을 현관문 앞에 놓아두시는 고객들이 있어 힘이 된다”고 말했다. 

모든 종류의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지만, 그중에서도 식품 분야의 최근 소비 변화가 두드러진다. 통계청의 ‘상품군별 온라인쇼핑 거래액’에 따르면 음·식료품 및 농·축·수산물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4년 4조7800만 원에서 2016년 8조 원으로 2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책과 의류뿐만 아니라, 집 앞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우유와 고기까지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시대다. 실제로 마켓컬리에서 가장 팔리는 제품이 ‘제주목초우유’라고 한다. 

업계에서는 취급 상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편리하고 빠르게 배송하느냐에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본다. 실제 마켓컬리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는 배송에 대한 만족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배송, 구색, 가격, 품질, 포장, 홈페이지 및 앱까지 총 6가지 항목에 대해서 만족도를 조사하는데, 배송에 대한 만족률이 97%로 가장 높게 나온다”고 전했다. 

어느새 일상이 되어가는 ‘새벽 배송’은 빅데이터 등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노동이 함께 ‘편리’라는 곡을 연주하는 이중주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앞으로 발주 예측 수량이 더 정확해져야 하고, 지역별 당일 예상 수량이 예측되는 등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벽 배송 기사 문정수 씨는 “새벽에 혼자 트럭을 몰고 다니면 적막한 기분이 들지만, 나 또한 편리하기 때문에 새벽 배송으로 장을 보는 것을 보면 이런 생활방식이 더 확산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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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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