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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채현의 ‘반려견 마음 읽기’

오류투성이 서열이론 개는 때려도 이유를 모른다

  • | 설채현 수의사·동물행동 전문가 dvm.seol@gmail.com

오류투성이 서열이론 개는 때려도 이유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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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아지에게 ‘위아래’를 가르치겠다며 회초리를 드는 보호자가 적잖다. 사람이 위에 있다는 것, 달리 말하면 ‘서열’을 확실히 알게 해야 강아지가 문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잘못된 훈육은 강아지를 우울증에 빠뜨리거나 보호자를 공격하게 만들 수 있어 삼가야 한다.
강아지를 교육할 때 보호자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서열’일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서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믿는 보호자들이 서열을 잡으려고 하는 행동은 주로 강아지를 혼내고 체벌하는 것이다. 

미국의 인기 있는 동물훈련사 중에는 서열이론을 강조하며 초크체인(잡아당기면 강아지 목을 조르는 쇠로 된 목줄)을 사용하고, 심한 경우 강아지에게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정말 강아지에게 서열이란 것이 존재하고, 그것을 알게 하려면 반드시 체벌을 해야 할까. 

먼저 서열이론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루돌프 쉔켈(Rudolph Schenkel)이라는 동물학자가 갇혀 있는 늑대 무리의 생태를 연구했다. 이후 그는 늑대들은 싸움을 자주 하고, 그 결과로 서열을 정하며, 가장 강한 늑대가 항상 모든 자원을 먼저 차지한다고 밝혔다. 쉔켈은 이런 늑대를 ‘알파’라고 불렀다. 그에 따르면 늑대 사회에서는 알파 뒤의 늑대 순위도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바로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강아지의 서열이론이 정립됐다. 강아지도 늑대의 후손이니 늑대와 같은 습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쉔켈의 연구는 시작부터 큰 문제를 갖고 있었다. 자연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닌, 애초 자신이 차지해야 하는 영역보다 훨씬 좁고 먹이도 충분치 않은 환경에 살고 있는 늑대를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동물학자 데이비드 미치(David Mech)는 이에 착안해 자연 상태의 늑대무리를 관찰하는 새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 결과는 쉔켈의 그것과 아주 달랐다. 자연 상태의 늑대는 가족 위주로 무리를 구성했으며 우두머리 수컷이 모든 자원을 먼저 차지하지도 않았다.

강아지의 진짜 본성

사실 동물학에서 서열이란 주어진 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 순서라고 할 수 있다. 쉔켈의 연구에서 좁은 공간에 갇혀 있고 먹을 것조차 충분치 않은 환경의 늑대들은 생존을 위해 강력한 서열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늑대의 본래 습성은 아닌 것이다. 



그럼 이렇게 서열이론에 오류가 있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는데도 왜 아직 많은 사람이 이를 믿는 것일까. 그 이유는 첫째, 서열이라는 단어만 사용하면 모든 것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나를 무는 것, 산책할 때 나보다 앞서려 하는 것,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는 것 등이 모두 다 내가 서열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얼마나 간단한가. 

하지만 강아지의 문제 행동 원인을 분석하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두려움 등 강아지의 기본 심리와 유전적 성향, 살아온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알아야 비로소 원인 판단이 가능하다. 동물행동 전문가인 나도 관련 상담을 할 때 2시간 안팎의 시간을 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서열이론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는 두 번째 이유는, 실제 환경에서 서열이론이 잘 통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서열이론을 말하는 사람들이 강아지를 교육할 때 쓰는 방법은 체벌이다. 그리고 강아지는 체벌을 받으면 사람이 보기에 분명 얌전해진다. 사람들은 이 결과를 보면서 ‘역시 서열이론이 맞구나. 개는 혼내야 해’라고 생각한다. 이건 어쩌면 우리의 뿌리 깊은 믿음이기도 하다. 

불과 15년 전, 내가 수의대에 입학하고 동물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만 해도 수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강아지를 반려동물이라고 하는 이도 많지 않았다. 당시의 보호자들은 개가 ‘잘못된’ 행동을 보일 때 체벌을 가했고, 그러면 강아지는 확실히 얌전해졌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람도, 강아지를 ‘애완동물’이라고 하는 이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따르고 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반려동물’ 보호자의 자세

애완동물에서 애완은 ‘사랑할 애(愛)’와 ‘희롱할 완(玩)’의 합성어다. 해석하자면 사랑하는 장난감이라는 뜻이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장난감의 행복을 생각할 이유는 없다. 반면 반려동물에서 반려는 ‘짝 반(伴)’과 ‘짝 려(侶)’, 즉 짝이라는 한자어가 두 번이나 들어가는 말이다. ‘진정한 짝’을 의미한다. 우리가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곧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와 동물이 같이 행복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관점에서 체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체벌을 받아 얌전해진 강아지가 과연 행복할 것인지 말이다. 그들의 속사정은 어떨까. 그들은 자기가 체벌받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나는 뭘 해도 혼난다’고 생각할 뿐이다. 혼나지 않으려고 사람 눈치를 보다 아예 아무 행동도 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사람의 우울증 같은 증상이다. 강아지에 대한 체벌 효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들의 공격성을 높이는 것이다. 

남자들은 학창 시절 이런 얘기를 흔히 들어봤을 것이다. ‘야, 싸울 때 다시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려면 진짜 반 죽여놓아야 돼.’ 그렇다. 폭력에는 내성이 있다. 체벌로 강아지를 얌전하게 만들려면 공포를 조성해야 한다. 인터넷 사이트에 흔히 ‘교육법’이라고 소개돼 있는 ‘코 때리기’ ‘배 보이기’ ‘신문지로 엉덩이 때리기’ 등의 체벌은 강아지가 폭력에 익숙해지게 만들고, 스트레스로 인한 공격성을 증가시키며, 결과적으로 보호자와의 유대를 깨뜨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 밝혔듯 ‘강아지 세계에서는 우두머리가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서열이론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강아지 세계에 서열 자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강아지보다 고등동물인 사람조차 알게 모르게 서열을 만드는데 강아지라고 그러지 않겠는가. 하지만 강아지 여러 마리를 키우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밥을 먹을 때는 A 강아지가 먼저 먹고, 보호자의 쓰다듬질을 받을 때는 B 강아지가 먼저 받는 식으로 유연한 서열관계를 갖는 경우가 흔하다는 걸 말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강아지는 사람과의 사이에 형성된 서열관계를 전복하려 하지 않는다. 개들은 진화 단계에서 사람 없이는 살기 힘든 동물이 됐다. 일부 동물학 책에서는 개를 사람에게 기생하는 기생동물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나는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감을 감안해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만약 인류가 멸종한다면 그다음으로 멸종할 동물이 개라고 생각한다. 강아지도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웬만하면 사람을 이기려 들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사람을 이기려 하는 개가 없지는 않으나 아주 적다. 지금까지 문제 행동으로 보호자가 데리고 나를 찾아온 수많은 개 가운데 단 한 마리가 있었을 뿐이다. 

여기까지 읽은 뒤 ‘그래서 서열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라고 물을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 한마디로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강아지 세계에 서열이 있든 없든 체벌은 부작용만 낳는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한 대로 서열이란 일정한 자원에 대한 접근 권한이다. 우리는 강아지에게 필요한 자원을 조절함으로써 체벌 없이도 얼마든지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 강아지가 우리에게 원하는 자원은 식량과 보살핌 등이 전부다. 잘못했을 때 혼낼 것이 아니라 잘했을 때 이런 자원을 칭찬과 보상으로 주면, 우리는 그들이 사랑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아지 보호자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체벌은 강아지에게 오직 한 가지만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것은 체벌을 피하는 방법이며, 때로는 그것이 보호자에 대한 공격이 될 수 있다.


설채현
● 1985년생
● 건국대 수의대 졸업
● 미국 UC데이비스, 미네소타대 동물행동치료 연수
●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 現 ‘그녀의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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