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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민첩한 스타트업에서 혁신 배우는 대기업

GE, 소니, 유니레버, 코카콜라…

  • 전재권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민첩한 스타트업에서 혁신 배우는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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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한 스타트업에서 혁신 배우는 대기업

GE에서 패스트웍스 프로그램으로 개발한 디젤엔진. GE코리아 제공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외부인들이 참여하는 협업 생산(Co-Creation)과 신속한 소량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제조(Micro-Manufacturing)에 역점을 뒀다. 즉, 제품 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내외부 전문가와 일반인을 참여시켜 폭넓은 아이디어를 얻어 진행하며, 소량 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할 뿐만 아니라 제품의 주문제작(customization)도 가능해진다.
별도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자회사로서 GE 브랜드에 대한 리스크 없이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설립 이후 12개월 동안 800여 개의 아이디어가 제안됐고 8개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출시했다. 현재 4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퍼스트빌드는 ‘공유와 협력’을 통해 신속한 자동차 개발로 주목받은 미국의 오픈 소스 자동차 기업 로컬모터스(Local Motors)에서 영감을 얻고 직접 이 기업과 협력해 시작됐다. 일반 자동차 업체들이 수년에 걸쳐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비해 로컬모터스에서 처음 상용화한 자동차 ‘랠리파이터’는 디자이너, 엔지니어를 비롯한 전 세계 500여 명의 자동차 전문가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18개월 만에 생산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참여해 자동차 디자인을 개발하고, 대중의 의견을 받아 인기 있는 시안을 선정한다. 이후 3D 프린터 등을 활용한 소규모 공장 설비를 활용해 신속하게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하고 완성하는 방식이다.
퍼스트빌드의 프로세스도 이와 유사하다. 내부 구성원, 외부 전문가 및 일반인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웹사이트를 통해 제안받는다. 투표와 댓글을 통해 아이디어에 대한 개선점을 듣고 상품화 여부를 결정한다. 아이디어 제안자 및 GE에서 파견된 전문 인력이 참여해 퍼스트빌드에 갖춰진 설비로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제품을 구체화해간다.
최종 개발된 제품은 퍼스트빌드의 브랜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된다. 프로젝트 팀원들이 제품 개발 과정 전반을 책임지고 의사결정 권한도 가졌기에 복잡한 내부 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고, 고객의 피드백에 따라 제품을 빠르게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
퍼스트빌드의 제품은 GE 공장에서 큰 규모로 확장해서 생산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제품은 GE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GE의 주요 사업 영역으로 편입될 수도 있다. GE는 퍼스트빌드를 새로운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의 개선에도 활용한다. GE는 제트 엔진 브라켓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콘테스트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향후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다. 우승자들에게 지급된 상금 총액은 수만 달러 수준이었다고 한다.

소니 ‘퍼스트 플라이트’

소니는 휴대용 음악재생기 워크맨,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등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현재의 소니에서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경영 악화와 이에 따른 잦은 구조조정 등으로 혁신을 주도해온 기술자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사기가 침체된 상황이다.
소니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구성원들이 좀 더 자유롭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2015년 7월, 소니는 ‘퍼스트 플라이트(First Flight)’라는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만들었다.
소니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활용해 제품 개발에 대한 제반 의사결정을 대중에게 맡기기 시작했다. 구성원들에게 많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대기업 내부의 복잡하고 느린 의사결정 체계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경영진의 회의적인 평가 속에서 흐지부지되는 일이 잦다. 이를 피하기 위해 고객들이 직접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평가해 신속하게 제품으로 출시되도록 한 것이다.
구성원들의 아이디어 중 잠재력 있는 아이디어를 웹사이트에 공개해 대중에 의해 개발할 제품이 선정되면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대중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개발해나가면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시장조사, 경영진 보고 및 의사결정에 따른 지연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외부에서 자유롭게 구현되는 과정에서 비디오 게임과 같이 소니의 중추가 될 수 있는 사업이 육성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후원자들은 웹사이트에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성공적으로 진행한 제품은 온라인숍에서 판매된다. 현재 2가지 기기에 대한 사전 주문을 받고 있으며, 다른 기기들에 대한 크라우드펀딩도 진행되고 있다.

유니레버 ‘파운드리’

기술 중심의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재 기업에서도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유니레버는 2014년 ‘파운드리(Foundry)’라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유니레버는 400여 개의 소비재 브랜드를 보유했다. 파운드리는 유니레버의 여러 브랜드가 당면한 문제 해결과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 스타트업 기업과 협업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플랫폼 기능을 수행한다.
수많은 브랜드에 대해 내부에서 모든 과제를 발굴하고 수행하려고 한다면 내부 프로세스와 의사결정에 따른 지연을 피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유니레버는 스타트업 기업과 협업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마케팅 멘토링 활동을 통해 유니레버의 마케터들이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글로벌 마케팅 부문 수석부사장 마크 매튜는 파운드리가 기업가 집단으로부터 수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키우고 진화시키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라며, 유니레버의 마케팅 인력이 미래를 개척할 역량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파운드리의 프로세스는 ‘Pitch→ Pilot→ Partner’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유니레버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과제를 제시하면, 스타트업 기업들이 파운드리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한다(Pitch). 유니레버가 그중 전략적 방향성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을 선정해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한다(Pilot). 파일럿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유니레버는 스타트업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를 늘려 프로젝트의 규모를 키우는 식이다(Partner). 스타트업 기업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초기 자금과 마케팅 전문가들로부터 3개월간의 멘토링을 받는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 제품 로드맵을 개발할 수 있다.
지난해 파운드리를 통해 60여 스타트업 기업이 20개의 유니레버 브랜드와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가령 유니레버의 대표적 식품 브랜드인 크노르(Knorr)의 경우 아시아와 아프리카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고객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인터넷 애플리케이션보다는 문자 메시지에 더 익숙한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유니레버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전문성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 디지털지니어스(Digital Genius)와 협업해 ‘셰프 웬디(Chef Wendy)’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고객이 지금 갖고 있는 식자재를 ‘셰프 웬디’에 문자로 전송하면 그에 따른 레시피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크노르 제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남아프리카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이후 다른 국가와 다른 브랜드로 확대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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