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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전문의 최명기의 남녀본색

“넌 아프냐? 난 즐겁다!”

성범죄자 성욕 뒤에 숨은 괴물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넌 아프냐? 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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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유발하는 성폭행

분노로 인한 성폭행도 있다. 여자친구나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의심하고는 여자친구나 아내가 싫다고 해도 억지로 성행위를 하는 이들이 있다. 반항하지 못하도록 폭력을 쓰기도 한다. 여자가 남자의 폭력성이 두려워 헤어져도 이들은 여자가 배신했다고 여긴다. 아내나 여자친구가 피신하면 다른 여성을 골라 ‘복수’를 하기도 한다. 여자친구나 아내의 친구, 동생을 성폭행하는 사례도 있다.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거나 계모로부터 학대받아 여성에 대한 증오심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사람이 남성성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면 성폭행은 그에게 성적 환상을 실현함과 동시에 자신의 인생을 망친 여성에게 복수하는 이중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분노가 밑에 깔려 있기에 상당한 폭력이 동반된다. 구타와 결박은 기본이고 때로는 살인으로 이어진다.
여성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며 흥분하는 성폭행범도 있다. 이들의 행동은 서서히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점점 더 심한 모욕과 고통을 가한다. 나중에는 만족스러운 고통을 주기 위해 여성을 납치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리고 고문하거나 목을 졸라 살해하는 경우도 있다. 목을 조르는 힘을 더했다 덜했다 하면서 자신이 여성의 생사를 결정한다는 느낌을 즐긴다. 마치 남자가 절정감에 도달했을 때 사정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이 순간을 조금 더 끌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과 같다. 그러다 여성을 죽이고 나면 아쉽다. 또 다른 여자를 납치해서 죽여야 한다. 가장 잔인한 유형이다.  
친부나 계부가 아이를 성추행하는 경우도 있다. 친부에 의한 근친상간은 어릴 적 안아주고 씻겨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가슴과 성기를 애무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그다음에는 오럴 섹스를 요구하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성교로 이어진다. 친부의 근친상간엔 알코올 의존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계부의 경우 처음에는 어깨를 툭툭 건드리다가 나중엔 둘이 있을 때 성관계를 강요한다. 피해아동은 엄마가 이런 사실을 알면 자신을 미워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근친상간에 대해 과거엔 가해자가 딸을 소유하고 싶은 특별한 성적 콤플렉스 혹은 환상을 지닌 탓에 그런 행동을 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최근에는 성적 용이함을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아내 외의 다른 여성과 관계를 갖고 싶은데 외도를 저지를 조건이 안 되면 딸이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수월한 성적 대상이 되는 것이다.

‘섹스 노리개’ 찾는 남자들

이들은 자신의 성행위를 자신이 딸을 사랑하는 방법의 하나로 합리화한다. 동정심과 죄책감을 결여했기에 남이 안 하는 행위를 한다. 딸이 여럿인 경우 가장 예쁜 딸(혹은 의붓딸)과 성행위를 한다. 만약 특별한 성적 환상이나 콤플렉스가 원인이라면 모든 딸과 관계할 것이다. 어릴 때는 그 딸과 상대하다가 딸이 성장하면서 못생기거나 뚱뚱해지면 더 이상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 그러고는 더 어린 딸에게 관심을 돌린다.
어떤 이들은 지속적으로 여자아이들과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 소아기호증이다. 이들은 또래 여성과 성행위를 하는 건 자신이 없어 자신보다 약하고 컨트롤이 가능한 소아와 성행위를 한다. 성인 여성과는 성행위를 하지 않고 어린이하고만 성행위를 하는 경우, 소아와 성행위를 할 때 쾌감을 얻는다면 소아기호증이다.
친부나 계부가 아이가 어릴 때는 근친상간을 하다가 성장한 뒤엔 멈춘다면 소아기호증은 아니다. 자녀가 가장 편리한 성적 대상이었을 뿐이다.
보통 사람들은 설혹 그런 생각이 들어도 소아가 받을 고통, 들켰을 때의 비난을 고려해 억압한다. 그러나 소아기호증 환자는 그런 생각을 억제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들은 성행위를 목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일에 종사하기도 하고, ‘섹스 노리개’로 만들기 위해 아이를 입양하기도 한다.   
지적, 신체적 장애를 지닌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대개 경제적, 신체적으로 무능력한 남성이다. 정상적인 여성은 이들과 성관계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지적 장애로 인해 자기주장이 없거나 신체장애로 인해 저항할 수 없는 여성이 손쉬운 대상이 된다. 성적인 쾌락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들로부터 측은지심을 기대하긴 어렵다.
저명인사가 골프장에서 캐디의 몸을 더듬다 물의를 빚는 건 기회주의적 성범죄자 유형이다. 캐디는 약자다. 따라서 성추행을 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본다. 상대방이 어느 정도 이런 행위를 감수할 것이라며 자신의 성추행을 정당화한다. 이런 남자들은 성추행을 해선 안 된다고 여기는 자리에선 점잖은 척한다. 기회가 주어지고 문제가 없을 것 같을 때만 성추행을 한다. 직장 회식에서 술에 취한 여자 동료를 바래다준다며 여관으로 끌고 가 성관계를 갖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는 괜찮겠거니 여긴다.

나쁜 유전자

술만 마시면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있다. 딸을 성추행하는 계부나 친부 중 상당수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성추행을 저지른다. 남녀가 함께 술을 마신 상태에서 성관계가 이뤄졌는데 여자가 나중에 성폭행으로 문제를 삼는 경우도 있다. 뇌손상으로 성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명문대 교수가 여제자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해서 실형이 선고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수년 전 뇌수술을 받았다. 그런 상태에서 술을 마시니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최근 ‘데이트 성폭력’이 빈번하게 회자된다. 남녀가 단둘이 있는 장소에서 스킨십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남자는 섹스를 시도한다. 여자는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멈추려 하는데 남자가 밀어붙여 섹스를 하게 된다. 여자가 싫다는 의사를 밝혀도 남자는 은밀한 장소에 단둘이 있는 상황 자체가 섹스를 허락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여자는 만난 지 얼마 안 됐고 강제로 섹스가 이뤄졌다고 생각하면 성폭력으로 신고한다.
합의하에 여러 번 성관계를 가진 경우 많은 남성은 자신에게 섹스를 요구할 권리가 있고, 여자는 그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전에 성관계를 자주 가졌더라도 여자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해 섹스를 하면 성폭력이다.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에게 성폭력이 주는 상처는 매우 크다. 일반 범죄 피해와는 또다른 차원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긴다. 성폭행은 내가 원치 않는 행위를 강제로 당하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고 싶어도 남자에게 제압당해 꼼짝할 수 없다. 무력감이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성폭행당할 때 저항도 못했다면 그 트라우마는 더 심하고 오래간다. 몸이 더럽혀졌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실수로 남이 쓰던 칫솔로 이를 닦아도 기분이 찜찜한데, 누군가의 성기가 나의 성기를 휘젓고 다닌 데 따른 본능적 불쾌감은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성폭행 가해자는 대체로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 피해 여성은 성병 감염이나 임신의 공포까지 떠안아야 한다. 사후피임약을 사용하고 임신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도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의 대비책을 갖춘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출산하다 사망하는 경우가 흔했다. 임신한 상태로 다른 아이를 돌보고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 문명사회 이전의 여성에게 임신은 그만큼 끔찍한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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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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