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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벌거벗은 임금님이 한국 경제 발목 잡았다”

김중수 前 한국은행 총재

  • 김동률 |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21@empas.com

“철밥통, 벌거벗은 임금님이 한국 경제 발목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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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할 수 있는 추세’

▼ 고행의 길을 걸었다.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매일 학부생처럼 백팩을 메고 걸어 학교를 다녔다. 한국인을 만나지 않으니 우리말을 잊은 것 같았다. 좋았던 것은, 말이 적어지니 생각이 많아졌다는 거다. 내 인생의 새로운 황금기였다. 언제 이런 기회가 또 오겠나, 템플스테이로 생각하며 지냈다.”
▼ 1년 동안 한국 경제를 강의했는데, 요즘 한국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다. ‘벼랑 끝’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나친 표현이다. 경제는 생물이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유기체와 같다. 단순한 수치보다는 트렌드(trend)가 중요하다. 변해가는 큰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와 맞춰야 하고, 너무 늦어도 너무 빨라도 곤란하다. 경제는 두 눈의 원리와 같다. 한 눈은 내수시장을, 다른 한 눈은 나라밖 경제, 즉 세계경제를 봐야 한다.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더욱 그러하다. 세계경제가 워낙 변화무쌍하다 보니 늘 상수보다 변수가 많다.”
▼ 올해 세계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경제를 전망할 때 구체적인 수치 자체에 너무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재삼 강조하지만, 변화의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 굳이 수치로 보자면 2015년보다는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16년 성장률을 각각 3.6%와 3.3%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약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 7년 동안의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는 과정에 있다는 걸 감안하면 예상할 수 있는 추세다.”
▼ 예상할 수 있는 추세?
“두 가지 특이점이 있다. 2014~16년 3년간의 흐름을 보면 선진 경제의 성장률은 계속 상승하고 있으나, 신흥시장과 개도국 경제는 2015년 성장률이 전년보다 오히려 낮았다. 2016년에도 2014년보다 좋을 것 같지 않다. 선진 경제만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는 건 신흥시장엔 아직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IMF가 중국의 성장률이 2017년에도 계속 낮아져 6%대 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 경제는 선방했다. 선진국 경제 중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해왔다. 비전통적이라고 불리는 양적완화 정책(금리를 더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시중에 돈을 공급하는 정책)이 먼 훗날 어떠한 후유증을 초래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당장의 위기 극복에는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실업률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인기영합 정책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우선순위를 둔 정책을 과감하게 수행한 정책 당국자들의 대처 능력이 돋보였다. 세계경제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2016년에도 자국의 잠재성장률이라고 평가되는 2.5% 정도의 성장률은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경제는 소프트 랜딩

▼ 그렇다면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그렇다. 중국이 제조업 위주의 수출 의존적 경제성장에서 서비스업 발전을 전제로 내수가 성장을 이끌어가는 체제로 원활하게 전환할 것이냐가 핵심 과제다. 중국은 새해부터 7%에 못 미치는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에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겠지만, 6% 정도의 성장이면 소프트 랜딩이라고 본다. 중국 경제가 그간 급속하게 팽창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6% 성장이 10년 전의 10% 성장보다 더 많은 생산량을 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 규모가 오늘날처럼 커진 상황에서 계속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장기적 관점으로 무역관계의 다변화를 모색하면서 우리의 생산성을 높여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데 매진해야 할 시점이다.”
▼ 중국 위안화가 IMF의 SDR(특별인출권)에 편입된 것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달러화 강세는 계속될까.
“위안화의 SDR 편입은 이미 예상한 일이다. 시장도 놀라지 않았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환율 추이를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다. 가격은 외생적으로 결정되는 변수가 아니라 모든 경제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내생변수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처음 시행할 때 누구나 달러화 약세를 전망했다. 무역불균형이 심각하던 미국은 달러화 약세를 원했다. 물론 어려움에 처한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게 1차 목적이지만 달러 가치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결과가 어땠나. 지금 달러 가치는 그때 보다 오히려 높다. 달러가 많이 공급되면 이론적으로는 달러 가치가 떨어져야 하지만, 유로존을 위시한 다른 나라 경제가 더 심각한 위기를 겪다보니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생겨 세계경제가 달러를 더 선호하게 된 거다.”



强달러·低유가, 언제까지?

▼ 듣고 보니 고려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16년에도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까.
“경제는 이렇게 복잡하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경제학 교과서는 언제나 ‘다른 여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분석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그런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논리적 맥락에서 보자면 달러화 강세를 예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미국의 성장세가 견고할 뿐만 아니라 미국 금리 정상화가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이뤄진다 해도 결국 달러화 강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달러화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보는 게 당연하다.
다만 경제를 이렇게 한 방향으로만 예상하는 것은 항시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달러 강세의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가 미국의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달러 강세는 예상되지만 장기간 지속되긴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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