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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소통의 리더십’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잊지 않겠습니다,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경제가 위기를 맞이했다. 정부가 역대급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곳곳에서 위기 타개책이 강구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의 솔선수범과 사회적 가치 실천도 주목받고 있다. 

3월 23일 황창화(61) 사장 등 한난 임원 9명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과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올해 연봉의 10% 수준인 약 9400만 원을 반납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 돈은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는 공기업 최초로 이뤄진 급여 반납이었으며, 이후 다른 공공부문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임원들의 급여 반납에 자극 받은 한난 직원들도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자율적으로 동참하고 나섰다. 직원들은 급여의 일부를 온누리 상품권으로 지급받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소식이 사내에 안내되자 접수 4일 만에 신청금액이 1억 원을 돌파했다. 4월 3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황 사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난이 나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지역 골목 상권이 거의 초토화된 느낌을 받았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공기업으로서 지역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역 특산물을 구입하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임원들의 급여 반납이 알려지자 직원들 가운데도 기여 의사를 표시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급여 반납을 강제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원하는 직원에 한해서 지역 상품권으로 일부 급여를 대체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지역 상가에서 물품을 구입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 대신 직원들은 상품권 가격의 5% 정도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 되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한난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적극적 재정집행 등도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됐지만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재정 집행을 앞당기기로 했다. 연간 집행액 3108억 원 가운데 58%인 1792억 원을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이다. 하반기로 예정된 물품 구매 시기도 상반기로 앞당겼다.


‘잊지 않겠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19년 12월 4일 경기 고양시 백석역 사고 1주기를 맞이해 경각심을 갖기 위해 당시 파열된 열수송관 시편을 본사에 설치했다. [지호영 기자]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19년 12월 4일 경기 고양시 백석역 사고 1주기를 맞이해 경각심을 갖기 위해 당시 파열된 열수송관 시편을 본사에 설치했다. [지호영 기자]

한난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이 또 있다. ‘잊지 않겠습니다’ 정신이다. 2018년 12월 4일 경기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 매설된 열수송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곳 열수송관을 관리하는 한난에게는 초유의 대형 재난 사고였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도 컸다. 더욱이 한난의 핵심 비즈니스에서 균열이 생긴 것이라 기업 평판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후 사고를 수습한 한난은 2019년 1월 30일 사고 재발방지대책을 담은 ‘열수송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그리고 사고 1주기에는 경기 성남시 한난 본사 출입문 앞에 당시 문제가 생긴 열수송관 시편을 가져다놓았다. 이 날의 사고를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자는 뜻에서였다. 이 기념물 제목이 ‘잊지 않겠습니다-고양 백석역 열수송관 사고’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나면 우리 사회도 초기의 혼란과 어려움, 그리고 극복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리더십은 위기 앞에서 더 돋보인다. 조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바른 길을 제시하고 구성원을 안전하게 다음 단계로 안내하는 게 훌륭한 리더의 역할이다. 백석역 사고로 시민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한난의 주가가 곤두박질칠 때 황창화 사장은 특별한 리더십을 보였다. 2018년 10월 취임 이후 2개월 만에 맞닥뜨린 위기를 원만하게 마무리했다. 

황 사장은 국회도서관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냈다. 정치인 출신이지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취임할 때는 노조의 반대가 크게 없었다. 연세대 토목학과를 졸업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던 전력 등 때문이다. 공장에 다닐 때는 기관실에서 일하면서 에너지, 가스 등 관련 분야 국가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덕분에 백석역 사고 당시 문제의 핵심을 빨리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었다. 

“사고를 겪으면서 공기업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느슨함을 봤다. 무엇보다 컨틴전시 플랜(위기상황대책)이 미흡했다.” 

-사고 대책 매뉴얼이 어떠했는가. 

“매뉴얼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큰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CEO인 제가 사고 소식을 지자체의 재난문자로 먼저 접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사망자가 없는 사고는 비상연락 시 CEO에게는 직접 보고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초기에 현장에서 사망자 발생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면서 CEO에게 바로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사고 당일 밤 현장에 도착해 긴급 수습방안을 보고받고, 유족과 부상자를 찾아가 위로했다.” 

-개선 방안은 무엇이었나. 

“매뉴얼이나 컨틴전시 플랜을 대부분 새로 짰다. 인적구성, 조직체계도 최악 상황을 전제로 한 방안으로 만들었다. 모든 상황은 예견하고 준비돼야 한다는 차원에서였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 국민들이 발밑에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런 우려를 덜어주는 게 한난이 할 일이라고 봤다. 1주기에는 경각심을 갖기 위해 문제가 생긴 열수송관 시편을 회사에 가져와서 ‘잊지 않겠습니다’는 다짐도 했다. 그런 정신을 바탕으로 공기업으로서의 한난이 실현해야 할 사회적 가치도 되새겼다. 백석역 사고는 회사 차원에서는 안전 분야를 진단하는 계기가 됐다. 수습 과정에서 소통을 많이 해 직원들과 저와의 관계도 더 긴밀해졌다. 부서별 전체 간담회도 꾸준히 개최해오고 있다.” 

한난은 사고 이후 마련한 ‘열수송관 안전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사고 발생지점과 같이 시공된 곳과 지열에서 차이가 나는 이상 지점을 전면 보수했다. 20년 이상 장기 사용한 열수송관 70㎞에 대해서는 꾸준히 교체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 드론, IoT, 로봇 등 신규 진단기법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점검 인력도 91명에서 161명으로 늘렸고, 차량 탑재형 열화상카메라도 6대에서 26대로 늘렸다. 한난은 시민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열수송관 시설에서 누수나 증기 유출을 최초로 신고한 국민에게 10만원 상당 온누리 상품권을 지급할 계획이다.


진퇴양난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희망 보여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19년 9월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민관 협력 거버넌스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제공]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19년 9월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민관 협력 거버넌스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제공]

한난에 계속되는 ‘위기’ 하나는 나주의 SRF(생활폐기물연료)열병합발전소다. SRF발전소는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한 지역 주민의 반대로 2017년 말 완공했음에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계속 손실이 발생해 한난의 경영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발전소는 완공해놓고 돌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던 것이다. 이에 황사장이 소통 리더십으로 이해관계자들과 접촉을 시작했다. 그 결과 한난, 산업부, 전남도, 나주시, 주민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 거버넌스 위원회가 구성됐다. 

“제가 취임하고 보니 SRF발전소에 대해서는 운신의 폭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발전소를 돌리지 않고 그대로 두든지 아니면 그 사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행정소송도 걸려 있고, 행정절차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과거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어 한난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 상황에서 보면 정상 가동이 이뤄져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사업이었다. 회계 관리 기준에 따라 2년간 약 2600억 원이 손실 처리됐다. 돌파구 마련을 위한 노력으로 거버넌스가 구성된 게 큰 진전이었다. 이후 13차례의 거버넌스 위원회 회의 끝에 환경영향조사, 손실보상방안 마련, 주민 수용성 조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본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한난이 상장된 시장형 공기업이다 보니 주주의 요구, 이사회의 문제제기가 있어왔고, 황 사장도 적절히 대처하지 않았다면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었다. 다행스럽게 범대위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1월부터 3월까지 2개월간의 시험가동도 순조롭게 이뤄졌다. 그간 배출된 오염물질 수준은 환경기준치 이내였다. 

“앞으로 30일간의 본가동과 가동 중 환경배출물질 측정 과정이 남아 있다. 이것도 무사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발전소 가동 과정은 매일 지역주민에게 SNS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그 사이 주민들과의 소통으로 불신이나 불안감을 많이 해소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도 연료 자체를 LNG로 교체해달라는 요구도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다.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에 대한 거버넌스 합의는 공기업이 지역사회 문제 앞에서 투명한 소통으로 주민과 협의해서 일궈낸 모범 사례다. 일방적이지 않고, 상대의 처지를 존중하는 소통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사회적 가치 제고 위해 특별히 노력

황 사장은 취임 이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 한난의 핵심 비즈니스가 사회적 가치와 직결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한난은 열과 전기 등 복수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집단에너지사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국민의 생활 편익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난은 본업과 연계된 과제를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추진전략을 2018년 10월 수립했고, 2019년 8월엔 사장 직속으로 사회가치혁신실을 신설해 무게를 더했다. 그 결과 지난해 △청주와 대구 지사의 대기오염물질 저감(최대 75%)을 위해 에너지를 유류에서 LNG로 바꾸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사업 허가를 얻었고 △사고 발생 시 초동 대처 시간을 95분에서 27분으로 단축했으며 △중소기업과의 공정경제 모델을 구축했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바꾸는 목표(295명)를 66명 초과 달성(361명)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 특히 눈에 띄는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은 태백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다. 근대화의 상징인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태백시가 경제적으로 크게 쇠퇴하는 중인데, 이 지역을 살리기 위한 모델이다. 한난이 중심이 돼 태백시, 광해관리공단, 대한석탄공사와 손잡고 산림재생 에너지파크(우드칩 발전소)와 스마트 팜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2023년까지 2273억 원이 투자된다.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버려졌던 산림 자원인 우드칩(목재조각)으로 발전소를 가동하고, 우드칩을 공급하는 일자리는 지역민에게 돌아간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열은 노후 아파트 549세대와 스마트 팜(Smart Farm), 광산 테마파크 등에 공급된다. 지역 일자리 6000개와 2000억 원의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한난은 또 이 사업을 계기로 강원도 지역으로 새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난의 여주 스마트 팜 사업은 스마트 농업과 사회적 경제 모델을 접목한 사업이다.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가 기증한 1만3000㎡ 농장(30억 원 대)에 한난, 여주시, 푸르메재단 등이 협력해 ‘컨소시엄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농장 관리는 농업 전문가가 하고 작물 재배는 발달장애인이 하며, 판로는 한난과 SK하이닉스 등이 지원한다. 한난은 이곳에 태양광 등 신재생 융합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정부도 최대 20억 원의 재정 지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67명의 장애인 일자리도 창출 가능하다. 사업이 완성되면 농장은 시민의 체험형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황 사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기업 수장으로서의 각오를 다시 밝혔다. 

“한난은 시장형 공기업이다. 기업이기 때문에 이익을 내라는 시장의 요구와 사회적 가치 등 공익적 요구가 충돌할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적절히 판단해야 하겠지만, 국민의 일상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공익적 성격이 항상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황창화 대표는...
● 1959년 경북 예천 생
● 1983년 연세대 토목학과 졸
● 2002년 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 2006년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수석
● 2012년 국회도서관장
● 現 2018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신동아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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