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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 “통합당, 영입해놓고 선거는 ‘알아서 하라’더라”

통합당 험지 40.6% 득표 김병민 前 서울 광진갑 후보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사바나] “통합당, 영입해놓고 선거는 ‘알아서 하라’더라”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김병민 전 서울 광진갑 통합당 후보.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김병민 전 서울 광진갑 통합당 후보.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김병민(38) 전 서울 광진갑 후보에게 지난 4‧15 총선은 두 번째 치르는 선거였다. 그는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서울 서초구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최연소 기초의원(28세)에 당선됐다. 

그 후 10년간 상황이 많이 변했다. 보수 정당은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네 번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달아 패했다. 김 전 후보는 미래통합당에 험지로 꼽히는 서울 광진갑에 출마해 40.6%를 득표했지만 수도권 표심을 사로잡은 ‘민주당 바람’을 넘어서지 못했다. 옆 선거구인 광진을에서는 야권 잠룡 오세훈(59) 전 서울시장이 정치 신인 고민정(41)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밀려났다. 20~30대에 보수의 영화와 몰락을 모두 경험한 김 전 후보에게 ‘경험담’부터 물었다.


“통합했을 뿐 혁신하지 않았다”

-정치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했다. 선거에서 플레이어로 뛰면서 느낀 통합당의 현실은 어땠나. 

“정치는 개인기에 의존하기보다는 팀플레이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여실히 깨달았다. 민주당에 비해 통합당은 팀플레이가 부족했다. (일부 후보의 막말 파동 등) 중앙 정치 이슈 탓에 지역 유권자의 민심이 싸늘하게 식었다. 수도권 통합당 후보의 경우 지역에서 개인기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참담한 심정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총선에서 통합당이 외연확장에 실패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연 확장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국민들은 당이 선거를 위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정당과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했다. 실제로는 늘 봐왔던 과거 정치인들이 (통합당) 선거에 많이 등장했다. 통합당이 흩어진 보수 세력의 통합에 급급한 나머지 혁신을 외면하지 않았나 싶다.” 



-통합당의 여러 후보들이 선거 기간에 보수 유튜브 채널에 적극 출연했다. 

“나는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개인 유튜브 채널에만 출연했다. 선거 기간 중 당에서 후보들에게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당에서는 흔히 보수 유튜브 채널로 불리는 곳을 홍보에 활용할 수 있는 채널로 규정했다. 이게 선거를 치르는 후보를 도와주는 것인지 의문이 들더라. 선거에서는 중도 표심을 가져와야 한다. 무당파의 마음을 끌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중앙당의 선거 전략은 완전히 부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거 지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주도해 공천이 확정된 후보들에게 지역 주민의 동선과 소비 패턴이 담긴 빅데이터를 제공한 것이다. 덕분에 민주당 후보들은 맞춤형으로 유세 동선을 짜고 공약을 설계할 수 있었다. 

반면 통합당 후보들은 지역구에서 ‘주먹구구 선거’를 치렀다. 정치신인 처지에서는 더욱 막막할 수밖에 없는 상황. 김 전 후보는 “(통합당의 경우) 영입인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안됐다”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민주당의 경우 영입 인재들에 대한 1대1 멘토 시스템을 갖췄다더라. 정치 신인이 총선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 알려준다고 들었다. 통합당에서는 다른 영입 인재들이 똑같은 영입 인재인 나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묻는 등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정치 신인들끼리 정보 품앗이

김 전 후보는 이어 “선거는 공천이 시작이고 끝”이라며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겪은 일을 털어놨다. 그는 “그나마 과거 기초의원 경험이 있어 혼자 헤쳐 나아갈 수 있었지만 경험이 없는 인사는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머리를 몇 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정치의 민낯을 경험했을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영입 이후 공천 신청 과정에서 당의 한 핵심인사에게 지역구 출마 여부에 대해 물었다. ‘공천 신청이 진행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으니 ‘정치는 정치인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는 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 지역에 출마할지는 당신의 정치적 판단에 따를 일이고 당신 역시 정치인 아니냐는 것이다.” 

-청년 정치인을 바라보는 당의 시선이 어땠다고 생각하나.
 
“정치란 한 배를 타고 정치적 뜻을 달성하기 위해 떠나는 길고 긴 항해다. 같은 배를 탄 사람 사이에 동지 의식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 정작 선배 정치인들은 청년 정치인을 한 배를 탄 동료가 아닌 잠깐 스쳐가는 나그네 정도로 여긴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당 안팎에서 ‘830세대론’과 ‘40대 기수론’이 나온다. 

“게임 체인저라는 말이 있다. 보수 정당이 계속 후퇴하고 무너지고 있다. 판을 바꾸기 위해서는 확실한 혁신이 필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70년대 생 중심의 40대 기수론을 주창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830 세대 전면 배치도 좋은 아이디어다. 다만 나이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830세대가 앞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 젊은 정치인 스스로 자신이 어떤 정치를 펴야할지 처절하게 고민부터 해야 한다.” 

-‘자강론’이냐 ‘외부 인사를 통한 쇄신’이냐를 두고 당내에서 이야기가 갈린다. 

“자강론의 골자는 당헌‧당규에 따른 전당대회로 당을 추스르면 쇄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방식을 답습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익숙했던 방식으로 인해 당이 무너졌고 유권자의 준엄한 평가를 받았다. 과거를 답습하면 보수 정당은 ‘문재인 정당’의 실패에 기댈 수밖에 없다.”




신동아 2020년 5월호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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