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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에세이]‘위드 코로나’의 어색한 표정

  • 이재범 투자전문가 겸 작가

[신동아 에세이]‘위드 코로나’의 어색한 표정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간만에 평일 오전 강남역에서 약속을 잡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에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만남을 자제하고자 여러 명이 모이는 약속을 잡지 않았다.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가 시작된 어느 평일 오전에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강남역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오전이라도 지하철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출근시간이 살짝 지난 오전 9시를 넘어 지하철을 타도 10시에 출근이나 통학하는 사람들을 꽤 볼 수 있었다. 아직 거리두기 단계 완화가 시기상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지하철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덕분에 자리에 앉아 강남역까지 갈 수 있었다.

어색해져 버린 외출

다들 마스크를 쓰고 차분하게 지하철에서 각자 볼 일을 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지하철에 탄 사람들 중에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 어느새 마스크의 생활화는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게 됐다. 강남역에 도착해서 11번 출구 버거킹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들을 찾아갔다.

1차 백신과 2차 백신까지 다 맞은 사람을 투명인간이라고 한다. 식당 등에서 인원 숫자를 셀 때 제외됐기 때문이다. 나도 2차 백신까지 맞았기에 오늘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었다.

뉴스 등에서 백신과 관련된 부작용 등이 나올 때는 다소 꺼림칙하기도 했지만 맞기로 결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백신을 맞아야 코로나19 감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타인을 위해서였다. 괜히 나를 만난 사람이 나로 인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너무 미안하다.

나와 같은 이유로 백신을 맞은 사람이 많은 듯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행여나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를 옮기게 될까 두려워 백신을 맞았다고 한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백신을 맞는 것은 각자 자유지만 개인주의가 강한 서양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맞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백신의 부작용 등으로 건강이 나빠질 것을 염려해서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백신을 맞은 사람이 많은 듯하다. 이처럼 남을 위한 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서 덕분에 위기가 와도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슬기롭게 헤쳐나간 것이 아닐까 한다.



10시가 돼 사람들이 다 모이자 커피숍으로 갔다. 입장하자마자 QR체크를 했다. 그 후에 주문을 하러 계산대로 가려 했더니 바로 뒤에 키오스크가 떡하니 서 있는 걸 발견했다. 키오스크가 있으면 아무리 매장 직원에게 이야기해도 주문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기계 앞으로 갔다.

순간 다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어떤 주문을 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각자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각자 주문하는 게 다르면 주문이 더 어려워질 듯해 음료를 통일하기로 했다.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자 바닐라커피를 찾아 클릭하고 다음을 누르니 넘어가질 않는다. 자세히 보니 ICE와 HOT을 선택해 눌러야 했다. 평소에 주문할 때는 직원이 물어보면 답변 하던 것인데 묻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주문이 끝난 줄 알았다.

침착하게 당황하지 않고 HOT 버튼을 누르니 드디어 결제 화면이 나왔다. 함께 있는 사람들이 서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떠들기 바빴다. 별것도 아닌데 이걸 조작하면서 주저하는 우리의 행동을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감추려 한 과장된 모습이 아니었을까. 키오스크에서 영수증이 나온 후에 다시 멍해졌다. 모두가 ‘이제 어쩌지’ 하는 의문을 갖고 잠시 서 있기에 내가 “일단 자리에 가서 앉으면 번호 부르지 않을까”라고 말했더니 다들 그럴 것 같다며 웃으면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평일 오전이라도 매장에 사람들이 가득 차서 조금만 늦으면 자리가 없었다. 좀 일찍 온 사람에게 자리를 선점해 달라고 할 정도였다. 1층과 지하, 두 층으로 돼 있는 커피숍이었는데도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확실히 아직까지는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진 못한 듯하다. 아직 사람이 없는 테이블이 반 이상이었다. 우리는 공부가 아닌 함께 수다를 위한 모임이니 구석에 사람이 오지 않을 만한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서로 안부를 묻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점심 식사를 위해 시간이 되는 사람끼리 식당으로 갔다. 식당 가는 길에 여전히 식당 전단지를 돌리는 아주머니들이 있는 걸 보니 괜히 반가웠다. 코로나로 인해 서로 접촉 자체를 다소 꺼리다 보니 이런 분들이 한동안 보이질 않아 생활고에 시달렸을 텐데 일을 하시게 됐으니 말이다. 그분들이 준 전단지를 보고 식당으로 갈 수 있었다.

조금씩 회복하는 일상

작년 가을에 왔을 때는 테이블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한가했었는데 이제는 꽤 많이 있었다. 12시 30분 정도라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식당의 테이블 반 이상은 차 있었다. 내가 먹는 중에도 계속 손님이 들어오는 걸 보니 최소한 점심시간의 식당은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찾은 듯싶었다. 지난겨울에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갔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들어가자마자 식당 주인이 우리를 얼마나 반기던지 내가 더 쑥스러웠다.

원래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 시간에 가면 빨리 먹고 일어나야 하는데 사람이 없다 보니 눈치를 전혀 주지 않았다. 대부분 밥을 다 먹고 계속 앉아 떠들면 와서 빈 그릇 정리해도 되냐고 말한다. 어서 나갔으면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니 그런 말을 들으면 대부분 눈치껏 알아서 일어났다. 코로나로 손님이 전혀 없으니 우리 테이블에 있는 그릇을 정리할 생각도 안 한다. 거의 2시간이나 있었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식당에 사람이 있어야 지나가다 밥 먹으러 들어간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가 앉아 있던 것이 오히려 고맙지 않았을까.

식당을 나와 사람들과 헤어진 후에 강남역에 가면 어김없이 들르던 대형 서점에 갔다. 입구에서 아주 커다란 화면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입구로 들어가면 화면에 내가 보이면서 현재의 내 체온이 표시됐다. 흡사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장면 같았다. 내 정보가 화면에 표시되지 않을 뿐이지 커다란 화면에 내 얼굴 위로 체온 숫자가 둥둥 떠다니는 건 봐도 신기했다. 기술의 발전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QR체크를 한 뒤에 입장할 수 있었다.

마스크 없던 일상을 기다리며

서점에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한 책이 많았다. 사회적으로 코로나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미칠 것인지.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다가올 세상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현대사회에 대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소설, 자산 증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투자 책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었다. 책을 통해 정보와 지식과 공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왔다.

대형 서점에서 강남역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난해 겨울날 주말 거리에 걷는 사람이 전혀 없어 놀랐던 것을 생각하면 평일 오후에 이 정도 인파면 코로나 이전과 차이는 없어 보였다. 워낙 상가 임대료가 높아도 브랜드 광고 목적으로 안테나숍이 많았던 거리였지만 곳곳에 공실이 꽤 많이 보였다. 공실과 전혀 상관없던 곳이었는데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여파는 곳곳에서 우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2호선 전철에는 사람이 많았다. 평일 오후에 사람들이 이 정도로 있으니 일상이 정상이 된 것처럼 보였다. 아직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위드 코로나로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언젠가 마스크를 완전히 벗고 살아갈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기다리며.


#위드코로나 #외출 #백신 #마스크 #신동아

이재범
● 부동산, 주식 등 투자 관련 실용서 5권 발표
● 2020년 에세이집 ‘천천히 가도 괜찮아’ 발표
● 네이버 책 분야 파워 블로거




신동아 2021년 12월호

이재범 투자전문가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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