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호

시마당

물의 언어

  • 장혜령

    입력2022-08-1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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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지난 후의
    겨울 숲은 고요하다

    수의를 입은 눈보라

    물가에는
    종려나무 어두운 잎사귀들

    가지마다
    죽음이
    손금처럼 얽혀 있는

    한 사랑이 지나간
    다음의 세계처럼



    이 고요 속에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초록이
    초록을

    풍경이
    색채를

    간밤 온 비로
    얼음이 물소리를 오래 앓고

    빛 드는 쪽으로
    엎드려
    잠들어 있을 때

    이른 아침
    맑아진 이마를 짚어보고
    떠나는 한 사람

    종소리처럼
    빛이 번져가고

    본 적 없는 이를 사랑하듯이

    깨어나
    물은 흐르기 시작한다

    [Gettyimage]

    [Gettyimage]

    장혜령
    ● 2017년 문학동네 시 부문 신인상 등단
    ● 2018년 산문집 ‘사랑의 잔상들’ 발표
    ● 2019년 소설 ‘진주’ 발표
    ● 2021년 시집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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