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호

“중국공산당 超限戰에 대한민국 무방비 노출”

이지용 계명대 교수가 분석한 中 통일전선공작

  • 최창근 에포크타임스코리아 국내뉴스 에디터

    caesare21@hanmail.net

    입력2023-04-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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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단 가리지 않고 상대 무너뜨리는 무제한戰

    • 민간 표방한 공산당 요원 한국에서 활동

    • 서울 주재 중국 매체 기자 일부는 스파이

    • ‘비밀경찰서’ ‘공자학원’도 초한전 수행 도구

    • 全영역에 걸쳐 포괄 대응체계 만들어야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중국은 군사·비군사 영역을 가리지 않고 현대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영철 기자]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중국은 군사·비군사 영역을 가리지 않고 현대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영철 기자]

    ‘초한전’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단어다. 초(楚) 패왕 항우(項羽)와 한(漢) 고조 유방(劉邦)이 천하의 패권을 놓고 각축을 벌인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쓰인 고전 ‘초한전(楚漢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새로운 초한전’이 주목받고 있다.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지난해 12월 기명 칼럼에서 초한전을 두고 “무조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상대를 무너뜨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미디어, 사이버 공간 가릴 것 없다. 전시와 평시, 법과 규칙, 양심이든 뭐든 따질 것도 없다. 전쟁과 비전쟁의 경계를 뛰어넘는 신개념 전쟁이 바로 ‘초한전’의 핵심이다”라고 정의한 바 있다. 초한전은 어떤 전쟁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한계(限界)를 초월(超越)하는 전쟁(戰爭)이라는 의미를 지닌 초한전(超限戰)은 2000년대 이래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개하는 새로운 전쟁이다. 미국에서 출간된 ‘초한전’ 영어 번역판에는 ‘미국을 파괴하는 중국의 마스터플랜’이라는 부제가 붙기도 했다. 미국에 위협적이라는 방증이다.

    구미(歐美) 각국에서는 초한전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제기됐다. 각종 분석 책자, 보고서 출간도 줄 잇고 있다. 정작 중국과 이웃한 한국에서는 이제야 초한전의 실체를 인식하는 수준에 그친다.

    중국공산당이 전개하는 새로운 전쟁

    이러한 현실 속에서 논문, 매체 기고문, 강연 등을 통해 중국의 초한전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는 소장 학자가 있다. 이지용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대한민국은 중국의 초한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주장하며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 구실을 하는 그는 최근 ‘중국의 초한전: 새로운 전쟁의 도래’라는 책에서 중국공산당의 세계 패권 장악 전략과 그 위험성, 한국의 대응 방안을 집대성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비판적 시각에서 중국 정치와 동아시아 국제정치를 연구하는 학자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와 동(同) 대학원을 거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를 거쳐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의 무차별 침투 현실에 대한 각성과 대응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그를 2023년 3월 6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만났다.

    ‘초한전’이라는 중국의 전혀 새로운 전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만, 아직 개념이 낯설기만 합니다.

    “초한전(超限戰)은 1999년 중국에서 발간한 같은 이름의 책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인민해방군 상교(上校·대령) 차오량(喬良)과 왕샹수이(王湘穗)가 저술했습니다. 모든 한계를 초월하는 무제한 전쟁(unrestricted warfare)이라는 의미입니다. 어떠한 한계를 초월하느냐?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에 대한 개념을 모두 깨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전쟁은 상대국을 패배시키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무력을 동원하는 것입니다. 반면 중국의 초한전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수단뿐만 아니라 모든 한계를 초월합니다. 현대전의 유형 중 비(非)전통전이 있는데 그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차오량과 왕샹수이가 ‘초한전’을 집필한 배경에는 1991년 걸프전쟁, 1995~1996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가 자리한다. 인민해방군 현역 장교이던 두 사람은 상대국을 압도하는 미국 첨단무기의 위력을 체감했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속에서 등장한 것이 기존의 전쟁론을 뒤집는 초한전이다. 정면 승부로는 미국을 이길 수 없으니 일종의 편법을 써야 한다는 논리다.

    중국공산당 전략전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국립외교원에 근무할 때 중국의 공식 외교 전략을 주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주석 집권 후 그의 각종 강화(講話) 자료를 분석하던 중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통일전선(統一戰線)공작의 중요성 강조가 그것입니다. 시진핑은 ‘통일전선공작은 법보(法寶) 중의 법보’라면서 해외 통일전선공작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후로 관심을 가지고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을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초한전으로 연결됐습니다.”

    ‘통일전선(統一戰線)’이라고 하면 북한의 통일전선부가 먼저 떠오릅니다다. 통일전선공작의 실체는 무엇인가요.

    “통일전선공작은 연원(淵源)이 깊습니다. 러시아혁명에 성공한 볼셰비키의 핵심 전략이니까요. 공산당이 ‘공산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黨)이 중심이 돼 광범위한 제(諸)사회세력과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통일전선입니다. 중국 역사에서 1·2차 국공합작은 대표적으로 성공한 통일전선공작의 사례입니다. ‘합작’이라는 명분으로 중국공산당이 국민당 내부에 침투했습니다. 핵심은 공산당이 정체를 숨기고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 해당 사회에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중국 전략전술 핵심은 ‘기만’

    중국공산당 전략 계보에서 초한전이 갖는 위치는 어떠한가요.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전과 정치전을 오늘날의 상황과 조건에 맞춰 계승 발전시킨 것이 초한전입니다. 이건 저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당시 최고지도자 장쩌민(江澤民)이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들에게 실제 한 이야기입니다. 세계화와 IT 발달이라는 변화된 환경에 발맞춰 창조적으로 승계·발전시킨 중국공산당 전략전술입니다.”

    초한전이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의 대외 전략이라고 확신하나요.

    “중국에서 ‘초한전’ 출간 후 전후 배경을 살펴보다가 단순 전략론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장쩌민(江澤民)을 비롯해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단이 ‘초한전’을 극찬했습니다. 이후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 고위간부 학습교재, 군사전략론 등 각종 내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하다 ‘초한전’에 언급한 사항이 그대로 적용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외국에서 발간된 초한전 분석 자료를 공부하면서 ‘초한전=중국공산당의 신(新)전쟁 방식’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세계 패권 장악이라는 중국공산당의 대외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 초한전이라며 “초한전을 다른 표현으로 기만(欺瞞)이나 모략(謀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손자병법(孫子兵法)’ 등 고대 전략서부터 현대 마오쩌둥(毛澤東)의 ‘16자(字)전법’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략전술의 핵심을 관통하는 것은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다. 초한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가 한국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초한전의 극히 작은 일부분일 뿐입니다. 초한전에서 제시한 전법 중 회색지대(gray-zone)전의 일환이라고 판단합니다. 회색지대전은 공식·비(非)공식의 영역을 넘나들며 경계가 모호한 상대국의 약점을 공략하는 전략전술입니다.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가 그 전형입니다. ‘해외화교서비스센터(OCSC·華助中心)’라면서 외국 거주 민간인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조직을 내세워 실질적으로 자국 국민을 통제·감시하고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며, 외국 거주 중국인에게 실질적 사법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전쟁 수단은 무력·군사 외 24가지

    이지용 교수는 중국의 초한전 원칙이란 “상대 국가를 굴복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이지용 교수는 중국의 초한전 원칙이란 “상대 국가를 굴복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2021년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초한전’에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전쟁 수단을 결코 무력(武力)과 군사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비무력, 비군사 심지어 비살상, 무혈의 방법도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군사적 수단에 의한 전쟁은 전쟁의 한 부분일 뿐이다. 심리전·여론전·기만전·문화전·법률전·금융전·네트워크전·디지털전 등 24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초한전은 고정된 전략전술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한전’ 저자들은 ‘초한전 전략의 핵심은 모든 한계를 뛰어넘는 것 단 하나’라고 강조합니다. 나머지는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조합·융합해 적용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상대 국가를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가 원칙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무(無)원칙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초한전의 전략전술 조합에도 정형화된 원칙은 존재한다”며 ‘현자(賢者)의 칵테일’ ‘편정률(偏正律)’ ‘황금비율’ 등을 제시했다.

    3가지 원칙은 용어 자체가 낯섭니다.

    “‘현자의 칵테일’은 다양한 전법과 수단을 창조적으로 융복합해 ‘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초한전에서는 평시(平時)와 전시(戰時) 구분이 의미가 없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전쟁 대상, 시기를 무제한으로 설정하고 정규전과 비정규전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입니다. 대상과 방법에 한계를 두지 않고 상대 국가를 무차별 공략해 들어가는 수법입니다. 이를 적용하는 방법론은 편정률입니다. 핵심은 ‘기만(欺瞞)’입니다. 무수한 전략전술 조합으로 상대방을 기만하다가 특정 시점에 최적의 조건에 맞춰 최고의 조합으로 공격하는 것이 이른바 황금비율입니다. ‘초한전’에서 저자들은 예시를 들어 설명하기도 하지만 거듭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건 단지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무한 상상력을 발휘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하라’는 것입니다. 초한전을 만화경(萬華鏡)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변화무쌍하다는 것이죠.”

    ‘민간’ 표방한 공산당 요원 활동 중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 왕해군 씨(HG 문화미디어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동방명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해군 씨는 이날 “중국음식점 동방명주는 중국 비밀경찰서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 왕해군 씨(HG 문화미디어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동방명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해군 씨는 이날 “중국음식점 동방명주는 중국 비밀경찰서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중국의 해외 스파이 활동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내 실상은 어떠하다고 보나요.

    “오늘날 영미권 국가를 중심으로 초한전의 실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입니다. 한국은 문제의식조차 없고 실태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광범위한 통일전선공작, 스파이공작을 전개하고 있다는 정황 증거는 넘쳐납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본부를 비롯해 지역별 조직을 갖추고 있는 ‘중국평화통일촉진회(平和統一促進協)’를 들 수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의 대표적인 통일전선공작 조직입니다. 이 밖에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선전부, 국무원 국가안전부·공안부, 인민해방군과 관련된 각종 조직이 한국에 다수 존재합니다. 요체(要諦)는 이들 조직이 형식상 ‘민간’ 조직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공산당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중국 매체의 국내 진출이 활발합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요.

    “중국에는 자유세계의 ‘언론(言論)’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국공산당이나 정부의 메시지를 전하는 곳이거나 선전선동 기관입니다. 신화사(新華社)나 런민일보(人民日報) 등 모든 언론사를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가 관리합니다. 해당 언론사 직원은 실제 ‘기자’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원 소속은 정보기관인 경우도 다수입니다. 신화사 홍콩·마카오 분사(分社·지사) 책임자가 중국공산당 홍콩·마카오 공작 책임자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다음으로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언론사가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받고 있습니까? 아니죠. 사정이 이러함에도 왜 한국에 ‘언론사’라는 명목으로 진출한 중국인들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까.”

    중국이 중국어·문화 교육기관을 표방하며 설립한 공자학원이 실제로는 스파이 기관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공자학원(孔子學院)은 대표적인 통일전선공작 기관입니다. 설립 자체를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가 했습니다. 1998년 장쩌민이 류옌둥(劉延東) 당시 통일전선공작부장에게 설립을 지시했습니다. 공자학원은 중국공산당 특유의 기만술·위장술을 보입니다. 중국공산당은 위장을 위해 국무원 산하 교육부라는 공식 정부 조직을 이용했습니다. 공자학원을 교육부 직속의 중국국가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판공실(약칭 ‘국가한판’) 산하기관으로 설립해 순수 교육·문화기관으로 포장했지만 배후에는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가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공자학원 운영을 책임지는 공자학원 총부 이사회 주석을 통일전선공작부장이 겸임해 왔다는 사실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공자학원 일부 교재에 마오쩌둥과 중국공산당 찬양이 있어 문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이 교수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반론을 폈다. 중국공산당이 해외 통일전선공작을 허술하게 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공자학원 수업이나 교재에서 마오쩌둥을 찬양하느냐?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노골적인 체제 선전은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얘기입니다. 공자학원은 지역사회에 침투해 중국 이미지 개선, 중국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의 실체를 감추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나아가 한국 학자 성향 분석, 중국 유학생 동태 감시 등 광의(廣義)의 스파이 공작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인의 증언을 소개했다.

    “공안(公安·경찰) 출신 귀화 한국인은 ‘공자학원의 스파이 공작은 거주지에서 이뤄지며 해당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공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자학원을 순수 교육·문화기관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중국공산당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도 충고했습니다.”

    공산당 미인계에 넘어간 대만 고위 장교

    초한전 주요 대상국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대만이 꼽힙니다.

    “대만에서는 초한전이 ‘종합세트’로 전개됐습니다. 2020년 대만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 개입이 대표적입니다. 통일전선공작전과 정치전을 치열하게 전개했죠. 먼저 대만에서 홍색(紅色) 언론으로 불리는 친공산당 매체를 육성했습니다.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광고비 등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면서 ‘친중’으로 유도한 것이죠. 다음으로 ‘대상(臺商)’이라고 칭하는 중국 진출 대만 기업가들을 포섭했습니다. 또한 정치인, 언론인, 학자 등 엘리트 계층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공작을 전개해 친중 여론을 조성합니다.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드는 것이죠. 홍콩 민주화 시위 여파 등으로 인해 2020년 선거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당시 한궈위(韓國瑜) 국민당 후보는 ‘한류(韓流)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배후에는 중국공산당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이 교수는 “국가 안보의 중추인 군(軍)을 대상으로 한 공작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지적대로 대만군 고위 장교가 중국의 스파이 공작에 넘어간 사례가 연이어 적발되고 있다. 육군사령부 통신전자정보처장 뤼셴저(羅賢哲) 소장(少將·한국의 준장~소장)이 ‘미인계’에 넘어가 고급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해에는 현역 상교(대령)가 매월 금전적 대가를 받는 조건으로 유사시 중국에 투항하겠다는 ‘서약서’를 쓴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대만 군 장교 연루 스파이 사건이 시사하는 점은요.

    “한국에서도 중국에서 유학하던 현역 영관급 장교가 스파이로 포섭된 사례가 있습니다.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스파이는 더 많이 존재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조사를 해야겠죠. 문제는 자신이 중국에 포섭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라는 것입니다. 초한전의 무서운 일면이죠. 중국과 교류할 때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중국의 초한전’ 책에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오늘날 중국과 이뤄지는 모든 교류는 중국공산당의 해외통일전선공작 수단이다. 한국을 포함한 자유세계는 이를 순수한 교류로 착각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며 전략적 포석을 깔고 접근한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길게는 지난 20년, 짧게는 10년 동안 한국 사회의 지배 담론으로 ‘전략적 모호성’ ‘중국 세기의 도래’ 등이 대두됐습니다. 저는 이 자체가 잘못이라고 봅니다. 단적으로 ‘미·중 사이 선택의 딜레마’는 중국의 이해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선택은 확고합니다.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중국은 한국과 지향하는 가치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지만 중국은 공산당 독재하의 전체주의 체제입니다. 체제가 다른 것은 인정할 수 있다고 쳐요. 문제는 중국이 전체주의 가치에 한국조차 종속(從屬)시키려 든다는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도 받아들여서도 안 됩니다.”

    중국의 침투 공작에 대응하는 방법은.

    “국군과 안보 기관은 우리의 주적인 북한과 이해를 같이 하는 중국공산당의 초한전에 대응할 수 있는 대응 전략과 준비 태세를 시급히 구축해야 합니다. 초한전이 구사하는 다양한 전법에서 한국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는 대응 전략과 함께 군사전략에서도 회색지대전과 같은 중국의 비대칭전을 이겨낼 수 있는 대응 전력 구축을 포함합니다. 초한전이 군사·비군사 영역을 가리지 않는 만큼 한국도 전(全) 영역에 걸쳐 포괄적 대응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다음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기만술을 기반으로 한 초한전은 ‘초한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만 가져도 반(半)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국민의 자각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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