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김포를 서울로? 서울을 항구로!

[노정태의 뷰파인더] 활력 잃은 대한민국, 한강 ‘뱃길’로 되살리자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입력2023-11-0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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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북도 혹은 서울시 김포구

    • 사람‧물자가 움직이는 길이 중요

    • 일종의 ‘호수공원’ 돼버린 한강

    • 한강 수운 기능 회복의 나비효과

    • ‘조용한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 상식의 틀을 깨는 접근법 필요

    11월 1일 경기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널목에 서울특별시 편입이 좋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뉴스1]

    11월 1일 경기 김포시 장기동의 한 건널목에 서울특별시 편입이 좋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뉴스1]

    “여당은 그동안 경제와 민생은 뒷전으로 하고 국민 갈라치기를 하더니 이제는 국토 갈라치기까지 하고 있다.”

    11월 1일, 중국 출장 중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중국 선양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선거를 앞두고 김포시의 서울 편입론을 내세우는 것은 값싼 당리당략적 행동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그런데 앞서 김동연은 ‘경기북도’와 ‘경기남도’를 분리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 점을 기자들이 지적하자 그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전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경제 정책인데 반해, 여당 대표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계산에 불과하다”며 본인의 입장을 고수했다.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자는 주장은 진지한 고찰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김포 서울 편입 논란’의 타임라인을 재구성해보자. 국민적 관심이 쏠린 것은 10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에서 비롯했다. 경기 도시철도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김포시가 시민들 의견을 모아 서울시로 편입하겠다는 절차를 거친다”는 전제 하에, “김포시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적극적으로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시키는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공식적으로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고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기도의 행정구역 재편에 대한 논의는 그 전부터 추진되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인 10월 26일, 김동연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했던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는 남부와 북부의 성격이 퍽 다르다. 온갖 반도체, IT(정보기술)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경기도의 남부와 달리 경기도의 북쪽은 북한과 접경한 최전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군사적인 이유로 인해 개발이 제한돼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또 서울과 수도권 주민에게 ‘남’과 ‘북’을 가르는 기준은 한강이니, 경기북부는 곧 한강의 북부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김포가 지니는 지형적 특성이다. 서울을 지나 북쪽으로 꺾어서 흘러나가는 한강의 특성상 김포는 한강의 남쪽이다. 그런데 한강 하구는 북한과의 경계선이기도 한 터라, 북한과의 접경 지역이기도 하다. ‘경기북도’에 넣기도 애매하고 넣지 않기도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김동연의 경기북도 설치 주민투표 실시 요청안에서도 김포는 사정이 달랐다. 처음부터 경기북도에 포함하는 대신 경기북도에 편입할지 여부를 주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김포 주민 사이에서, 혹은 김포에 적을 둔 정치인 사이에서 ‘경기북도가 되느니 서울이 되는 건 어떤가’라는 주장이 제기될법한 상황이 됐다. 그리하여 ‘김포 서울 편입론’, 더 나아가 ‘메가시티 서울론’이 현재 정치권의 담론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놓고 볼 때 ‘서울 확장론’을 단지 선거용 구호로 치부하는 건 옳지 않다. 여야 모두 나름의 정치적 계산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이익이고 손해냐를 따지는 것은 정치권 내부의 일로 넘기고, 시민사회는 ‘서울 확장론’ 그 자체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48번 국도’의 생활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30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차량기지를 찾아 신형 김포 골드라인 전철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30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차량기지를 찾아 신형 김포 골드라인 전철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서울 확장론’은 김포를 넘어 구리, 광명 등 서울에 인접한 여러 도시로 번져나가고 있다. 그 각각의 상황을 모두 거론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논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김포의 경우만 짚어보도록 하자. 김포의 서울 편입, 말이 되는 일일까.

    불가능하지는 않다. ‘김포국제공항’이 서울 강서구에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처음 건설될 당시만 해도 그 공항의 부지는 경기 김포군 양서면이었다. 그런데 1963년, 서울의 경계 확장과 함께 양서면이 서울에 편입됐고 김포공항은 서울 내의 공항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아는 시‧도의 경계선은 자의적인 것으로 충분히 변동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당은 김포가 경기북부가 아닌 서울과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서울에 편입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그 말은 사실일까. 구체적으로 여러 통계 자료에 기반한 논쟁이 오가고 있으나, 이 지면에서는 역사적‧인문적 고찰을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종이에 적힌 글씨를 넘어 사람들이 생활하며 남긴 모든 흔적을 ‘문헌학적’으로 고찰하는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에 따르면, 김포는 ‘48번 국도’를 통해 진작부터 서울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인 지역이었다. 그의 책 ‘대서울의 길’(열린책들, 2021)의 한 대목을 길게 인용한다.

    “3000번 버스는 예전 신촌 오거리에 있던, 신촌 시외버스 터미널이라 불리던 강화운수 정거장에서 강화 터미널까지 운행하던 시외버스 노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발견: 경기도’ ‘강화군’에서는 이 버스 노선에 대해, “강화도와 뭍을 잇는 강화대교가 놓인 1970년 정월부터는 닷새 길이 반나절 길이 되고 말았다. 이를테면, 서울 서대문구의 신촌 시장 뒤쪽에 있는 강화운수 정거장에서 직행 버스를 타면 강화읍에 닿는 데에 고작 한 시간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186면)라고 적고 있습니다. 강화도는 서해안의 섬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서울 시민들에게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서울 시내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이동하는 시간보다 신촌에서 강화까지 강화운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덜 걸렸습니다. ‘서울’이라고 한마디로 말할 것이 아니라, 서울시 내부를 방향과 지역별로 나누고 그로부터 길로 이어지는 서울 바깥의 관계를 보아야 대서울의 실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50쪽)

    갑자기 강화도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강화운수 버스를 타고 서울 신촌과 강화도를 오가는 그 중간에 바로 김포가 있기 때문이다. 강화도는 본래 배를 타고 오가던 곳이었으나, 한국전쟁과 분단을 거치며 한강 수운을 이용할 수 없게 됐고, “6‧25 전쟁으로 인해 한강을 건너 고양으로 가는 방도를 상실한 김포·강화 주민들은, 주로 48번 국도를 이용하여 서울로 오가게 되었”(51쪽)다. 현대사가 빚어낸 서울 서부와 김포의 인연이다.

    1995년 전국적으로 행정 구역 개편이 이뤄졌다. 강화군은 인천광역시에 편입됐고, 김포는 그대로 남았다. 그 결과는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것이었다. 강화, 김포 주민들은 여전히 48번 국도를 따라 같은 생활권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강화는 인천, 김포는 경기도의 일부가 돼버리고 말았다.

    당시 어떤 맥락에 따라 그러한 결정이 내려졌는지까지는 이 원고에서 다룰 바가 아니다. 중요한 건 행정구역의 구분보다 사람들의 실생활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생활은 많은 경우 사람과 물자가 움직이는 길에 따라 형성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김포는 서울이 지금과 같은 대도시로 성장하기 전부터 서울의 외곽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주민의 동의, 거대한 행정구역상의 변화를 뒷받침할 미래의 청사진이 있다면, 김포가 서울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가칭 ‘서울항’ 건설될 경우

    4월 6일 서울 한강에서 출발한 한강르네상스호가 경인아라뱃길 시천나루 선착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4월 6일 서울 한강에서 출발한 한강르네상스호가 경인아라뱃길 시천나루 선착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서울 확장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에는 합당한 대목이 있다. 서울의 확장사를 보면, 도시의 몸집이 커져나간 것과 달리 기능의 변화 없이 대체로 주거지역 확충만 해나갔기 때문이다. 여러 생활의 편의를 감안하면 인근 베드타운을 같은 행정구역에 편입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김포와 같이 서울과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지역을 서울에 편입하고자 한다면 보다 ‘큰 그림’이 필요할 듯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길’이라는 주제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 강화도와 김포는 본래 육상 교통로가 아닌 수운, 즉 ‘물길’로 서울과 이어져 있던 지역이다. 하지만 6‧25전쟁을 거치며 큰 변화가 생겼다.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할 때는 한강 하구가 온전히 대한민국의 영토였지만, 전쟁 과정에서 유엔군은 한강 하구 이북을 수복하는데 실패했다. 한강이라는 거대한 강이 남북의 자연경계선이 됐고, 남과 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대립하게 된 것이다.

    이는 한강 수운 기능의 완전한 상실로 이어졌다. 수도 서울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한강에 작은 유람선과 발로 저어 돌아다니는 오리배는 있어도 화물을 나르고 승객을 운반하는 번듯한 교통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과의 대립으로 한강 하구가 틀어 막히고 나니, 한강은 세상과 이어지는 길이 아니라 일종의 ‘호수공원’이 돼버리고 말았다.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한강은 그런 곳이다. 배가 돌아다니며 경제 활동을 하는 대동맥이 아니다. 그저 아파트의 가격을 좌우하는 ‘한강뷰’의 구성 요소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것은 단순히 서울이 아파트로 뒤덮이고 말았다는 한탄에서 멈출 문제가 아니다. 서울과 경기도를 합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의 물류가 오직 육상 내륙 운송에만 의존함으로써 발생하는 부정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택배 수요가 늘면서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 곳곳에 대형 물류 센터가 건설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지나친 교통량의 증가와 소음, 매연 등의 문제로 인한 주민들의 원성도 만만치 않다. 이 또한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서울의 존재로 인한 부담을 경기도 외곽의 각 지역에서 나눠지고 있는 셈이다.

    만약 한강 하구의 기능을 회복해 현재의 김포시나 고양시 부근에 가칭 ‘서울항’을 건설했다고 가정해 보자. 부산에서 내려 서울로 향하는 화물 중 일부가 선박으로 운송된다. 그러한 화물은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아 고속도로에서 트럭 운송시 운전자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 운전자들은 보다 안전한 고속도로를 향유하고, 화주들은 트럭보다 저렴한 선박 운송을 통해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탄소배출의 측면에서 볼 때 선박이 다른 그 어떤 육상 교통보다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유용하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한강의 수운 기능 회복은 단순히 더 큰 유람선을 띄울 수 있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경제 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결과를 불러온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는 산업을 두 개의 층위로 나눠보는 시각이 만연해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소위 ‘첨단 서비스 산업’을 집중하고, 그 외 지역은 제조업 등 ‘구시대적 산업’을 배분하는, 차별적 시선을 배제하기 어려운 기능 구분이 지난 수십 년 간 진행돼왔다.

    한강이 배의 길로 다시 작동하게 되면 그러한 차별적 기능 구분을 해소하는 부수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서울도 부산처럼 배가 들락거리는 항구 도시가 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사농공상적 역할 구분이 무너지게 된다. 이번에 제기된 ‘서울 확장론’이 김포 뿐 아니라 주변 도시들을 단순히 통합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큰 그림’을 반드시 내포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수도권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차원까지 나아가지 않는다면 ‘서울 확장론’은 국가의 발전에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완전한 재구성

    한강을 ‘공원’이 아닌 ‘뱃길’로 되살리자는 주장은 필자가 처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여당인 국민의힘 뿐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하던 지난 정권에서도 꾸준히 나오던 이야기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이 KDI 북한경제리뷰 2019년 8월호에 발표한 논문 ‘한강하구의 평화적 이용을 통한 서울 신(新) 물류체계 구상’의 한 대목을 읽어보자.

    “현재 한강은 하구지역의 안보적 리스크 해결과 하구 준설 등의 단순 물리적 요인만 정비된다면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10년 정부는 서울시 여의도에 서울항을 지정하였고 하구의 양화대교 등에 대한 교각설계 변경 등을 통해 선박의 통항이 가능하다. 이 외 한강하구 신곡수중보 일부만 개선할 경우 물리적인 통행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경인아라뱃길의 운영 실적이 처음 계획 수준에 크게 못 미쳐서 해당 물류기능을 레저시설로 전환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역시 현재 한강을 통한 물류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한강하구가 열리게 되면 경인아라뱃길의 활용도도 높아질 수 있고 다수의 물류루트를 이용해서 서울에서 자체 발생되는 물동량과 남북교류로 인해 발생되는 물동량이 교차하면서 다양한 물류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이다.”

    김포를 서울로 만들겠다는 주장만으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다. 필자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서울을 항구로 되돌리는 구상을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그런 주장은 여야를 떠나, 또한 정치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떠나, 꾸준히 제기돼왔다는 점 또한 지적하는 중이다.
    갑자기 이렇게까지 ‘큰 그림’을 논하는 이유가 있다. 이 정도 담대한 구상을 던지지 않으면 향후 대한민국은 20년, 아니 10년 안에 교착상태에 빠져 냄비 속의 삶은 개구리가 돼버릴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현재 ‘조용한 위기’에 빠져 있다. 뭔가 구조적인 오류가 있고 그로 인해 이대로 가면 우리 모두 망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도 판을 뒤흔들어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말은 못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모두가 저출산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젊은이들이 미래의 희망을 보지 못하고 위축돼 있다는 지적도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그런데 그 위기를 대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러저러한 명목을 들이밀며 몇 푼의 현금성 복지를 지출하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이지 않고 그래서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으며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그들의 창의력을 펼칠 수 있도록 새로운 판을 깔아줘야 하는 것 아닐까.

    이번에 제기된 ‘서울 확장론’을 단순한 선거용 정략 구호로 소비하지도 말아야 하지만, 또한 매도하지도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서울과 김포를 붙여놓은 지도를 보면 황당해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지경이지만, 2023년 상반기 현재 0.7에 지나지 않는 합계출산율 역시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심각한 위기에는 상식의 틀을 깨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김포를 비롯한 주변 도시들을 흡수하고, 단순한 외연 확장을 넘어 서울과 수도권의 기능 자체를 완전히 재구성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큰 그림에 여야를 넘어선 대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담대한 토론의 장 열려야

    이것은 여야를 넘어서는 문제다. 경기도를 나누고 재편하는 방안은 이미 김동연 스스로가 제안하고 있던 바다. 한강 하구를 되살려 서울을 항구 도시로 다시 일으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정권 당시 발표한 평화경제 개념의 일부로 제안됐고 상당한 검토가 있었다. 다만 당시 야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일이라면 덮어놓고 ‘북한에 이익을 주려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고, 그래서 호응이 이루어질 수 없었을 뿐이다.

    이러한 상호불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 김포를, 더 나아가 여러 인근 도시를 통합해 서울과 수도권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주장을,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이나 부동산 기획 정도로 매도하려 든다. 물론 그런 면이 없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그렇게만 봐서는 그 어떤 논의도 진행될 수 없다. 서울의 길을 따라 서울을 고민하는, 그러면서 수도권을 다시 만들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찾는, 담대하고 신선한 토론의 장이 열려야 할 때다.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불량 정치’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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